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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화 〉 랭킹 갱신(2) (93/167)

〈 93화 〉 랭킹 갱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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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수십 개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통제실 내부에서 수많은 사람이 시험장 내부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각 응시자의 점수를 평가하기 위함이었다.

조별 점수야 그저 각 팀이 획득한 점수를 오름차순으로 정렬하면 되는 일이지만, 단순히 조별 점수 하나만으로 성적을 가를 수는 없었으니까.

자신이 속한 조가 얼마나 높은 성적을 거두었는가에 따라 부여되는 조별 점수와 자신이 조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따라 부여되는 개인 점수. 그 두 가지의 점수를 합산하여 실기 시험의 성적이 결정된다.

하지만 시험 종료가 코앞이기에 더욱 분주해야 할 통제실 내부는, 어째서인지 숨 막히는 분위기가 가득한 채였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메인 스크린에서 출력된 영상에 감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허…저게 신입생이라고?”

“진짜 말이 안 되는데요.”

스크린에서는 초원에서 벌어지는 삼파전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그를 본 이들이 입에 한마디씩 감탄의 말을 흘렸다.

“아니, 상대하는 생도들이 약해 보일 지경이네요. 3:1로 싸우는데 이런 전황이라니. 정작 저 생도들도 뛰어나다면 뛰어났지, 모자라다고는 절대 말 못할 수준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애초에 박휘성, 김유진. 이 두 학생의 실력만 해도 다른 학년이었다면 1위는 가볍게 할 텐데. 그런 애들이 조를 짜서 덤벼드는데도 대등한 수준이라니.”

“이번 신입생들은…괴물이네요.”

감탄보다는 경악에 가까운 평가. 최상위권의 강자들이 삼인조를 이뤄 덤벼드는 데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는 유시아와 이설화의 모습을 본 교관들이 진지하게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저 둘의 실력은 현역 영웅급이라 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아직 신입생인데, 영웅은 조금 과하지 않나요?”

“상대도 만만한 생도들은 아니잖아요. 한 명은 대마법사의 외동딸에, 다른 한 명은 대형 길드 마스터의 아들이니까요.”

“그래도 아직 영웅급이라고 하기에는 과한 것 같은데요. 물론 신입생 수준을 한참 벗어난 실력인 건 맞지만….”

교관들 사이 몇 마디 설전이 오가기도 잠시, 이내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다시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딱히 소득이 남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대화에 잠시 귀를 기울였던 신유정이 메인 스크린에서 눈을 뗐다.

유시아와 이설화의 실력이 굉장하긴 했지만, 그들은 이미 다른 이들이 충분히 집중하고 있었으니, 자신마저 볼 필요는 없었다. 고개를 돌린 신유정이 이내 근처의 다른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벌써 저 정도인가.’

신유정이 시선을 향한 스크린에서는 이도영의 전투 화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늘에 떠오른 무수한 매직 미사일이 검사를 밀어붙이는 모습을 본 신유정의 얼굴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특성을 개화한 이후 어마어마하게 증가한 실력.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최하위권에서도 가장 뒤처졌던 이가, 어느새 최상위권에도 이빨이 닿을 만큼 성장한 모습은 신유정에게 꽤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하물며 그 대상이 개인적으로 호의를 품고 있었던 이였다면 더더욱. 재능이 없음에 좌절하면서도 노력을 멈추지 않던 아이가, 이제 충분한 재능마저 손에 넣었다.

그렇다고 삐뚤어진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그가 쏟는 노력의 강도는 각성 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으니까. 자신의 제자가 성장하는 것을 흐뭇하게 보지 못할 스승이 있을까? 적어도 신유정은 그런 이는 아니었다.

‘뭐, 스승이라고 하기엔 얄팍한 수준이긴 하지만.’

끽해야 남아서 수련을 이어가던 소년을 몇 번 도와준 것에 불과했으니까. 물론 그렇다 해도 그녀가 담당 교관인 이상, 제자와 스승이라는 말이 영 틀린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신유정이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던 와중, 신유정의 주위를 기웃거리던 한 교관이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입을 열었다.

“이 친구, 필기 1등 아닙니까?”

“아, 그래. 그렇지.”

“허, 분명 얼마 전까지 실기는 꽝이었다고 들었는데. 헛소문이었나 보네요.”

“글쎄….”

피식 웃으며 입을 연 신유정의 설명을 들음에 따라 교관의 얼굴에 경악이 번졌다.

“설마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순식간에 성장한 거라고요?”

“그래.”

“그런 말도 안 되는…. 아니, 그래서 매직 미사일밖에 안 쓰고 있는 겁니까? 다른 마법은 아직 못 익혀서?”

“불확실한 마법을 사용할 바에는 즉발 시전이 가능한 매직 미사일을 쓰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지.”

“허…. 어찌 됐건 참 대단한 학생이군요. 뭐, 그래도 이기지는 못할 것 같지만요.”

교관의 말대로, 이도영의 분전은 꽤 인상적이었지만 아직 두 사람 간 실력에는 크나큰 격차가 존재했다. 이도영의 전투력 수준은 기껏해야 상위권 수준의 마법사.

고작 상위권 수준의 마법사에게도 까딱하면 밀리는 실력으로는, 최상위권의 검사의 발길을 묶는 정도라면 모를까, 검사를 쓰러뜨리는 건 요원한 일이었으니까.

설상가상으로 슬슬 마나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듯, 허공에 떠오르던 매직 미사일의 개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끝내 멈춰버린 매직 미사일 생성을 본 교관이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뭐, 대단하긴 한데, 역시 마력량의 한계는 이겨내지 못한 모양이네요…. 어라? 저 애는….”

갑작스레 스크린에 비친 인물. 유시아의 얼굴을 본 교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신유정이 태연히 입을 열었다.

“동료가 위기에 몰렸으니, 구하러 오려던 모양이군.”

“아니, 상대가 아직 건재한데. 그렇다고 상대를 내버려두고 조원을 구하러 가요? 어차피 합류해봤자 짐짝에 불과할 텐데.”

“글쎄. 어차피 저 아이가 당하면 4:1 합공을 당하는 건 똑같으니.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이었을지도.”

“흐음…. 글쎄요? 조금 다른 감정이 섞였을지도 모르죠.”

“다른 감정이라?”

“뭐, 둘 다 젊은이들이니까요, 하하하.”

그 말을 내뱉은 교관이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아, 그 얘기였나? 흐음….”

“음? 부정 안 하시네요? 설마 진짜입니까?”

“뭐,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냥 친구 사이라고 하긴 힘들어 보이긴 하더군.”

교무실에서 이도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 두 눈에 가득했던 확신을 떠올린 신유정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의외의 반응에 다른 교관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 그것 참 재미있네요. 저기, 박휘성 저 생도도 유시아 생도한테 관심이 있다고 하던 것 같은데.”

“음…? 그건 무슨 소리지?”

“모르셨습니까? 박휘성 생도 담당 교관 있잖아요. 이용완 교관. 매일 박휘성 생도한테 무슨 떡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양반 말이에요.”

그 이름을 들은 신유정의 표정이 급격히 찌푸려졌다. 그 이름의 주인은 대형 길드나 유력 정치인의 자제 등, 뒷배가 있는 생도들의 편의를 은근슬쩍 봐주면서 대가를 받아 챙기는 인간쓰레기였으니까. 그리고 그는 개인적으로 신유정이 가장 혐오하는 부류이기도 했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불쾌감을 완연히 드러내는 신유정의 모습에 교관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 양반이 유시아 생도가 어디 배정됐는지 알아봤더라구요? 왜 그랬나 했더니, 나중에 보니까 원래는 다른 곳에 배정되었던 박휘성 생도를 굳이 유시아 생도랑 같은 입구로 바꿨던데요.”

“…뭐?”

불쾌감도 잠시, 이내 그 말을 들은 신유정의 눈이 크게 뜨였다. 놀람을 가득 담았던 눈에서 급격히 분노가 흘러넘치는 모습에 말을 꺼냈던 교관이 땀을 삐질 흘린 순간이었다.

“저, 저게 말이 돼요?!”

“아니, 진짜 신입생 맞아?”

메인 스크린 앞에 몰려 있던 이들에게서 경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에 신유정이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자, 무수한 얼음 마법이 박휘성과 김유진 조를 향해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분노를 잠시 접어둔 신유정이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듣기로 하지.”

“아, 네. 그, 그러죠, 뭐.”

갑작스럽게 급변한 태도에 당황한 표정을 지은 교관을 뒤로한 신유정이 스크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접근을 봉쇄당했던 유시아가, 이설화의 서포트 덕에 이도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유시아가 이도영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하고, 하늘을 매직 미사일이 가득 채운 순간이었다.

“…뭐?”

그 매직 미사일을 본 마법사 교관들이 전부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닫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와, 저 생도도 엄청나네요.”

“네. 방금 이설화 생도가 시전한 마법에도 포스는 안 밀리는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저는 유시아 생도가 더 대단한 것 같은데요. 빈틈이 보이는 족족 화살을 꽂아버리는데, 그걸 막지도 못하네요. 마법 담당 교관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근접 전투 직군의 교관들이 의견을 나누기도 잠시, 입을 꾹 다물고 화면을 노려보고 있는 마법사 교관들의 행동을 하나둘 눈치챈 이들이 의문 섞인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실력에 감탄했다고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봤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다른 교관들도 하나둘 입을 다물고, 이내 통제실 내부에 침묵이 가득 찼다.

그리고 통제실 안에서 다시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은, 시험이 끝나고 난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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