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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 마인(4) (105/167)

〈 105화 〉 마인(4)

* * *

“커어어…!”

복부를 얻어맞은 마인이 공기를 내뱉지 못하고 컥컥거렸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얻어맞은 주먹. 그 안에 마기를 그득 실은 채 제대로 때려 박힌 일격은, 제아무리 강기공(???)에 달한 무인이라도 피해 없이 받아낼 순 없었다.

마인의 몸을 한바탕 뒤흔든 일권. 그를 받아낸 마인의 표정이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진탕된 내장에서 쏟아진 핏물이 목구멍에서 역류해 왈칵 입으로 토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건방진 놈이…!”

고작 핏물 한 줌. 그를 토해내던 도중 마인의 내장은 모조리 회복을 마쳤다. 잘린 팔조차 수 초 만에 회복할 정도로 압도적인 회복력은 박휘성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으니.

그리고 일격을 날린 자세 그대로 서 있는 박휘성에게, 마인의 손이 휘둘러졌다.

­퍼어억!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직선을 그린 밀어치기가 박휘성의 쇄골을 강타했다.

다행인 점은, 기혈이 진탕된 충격으로 기의 수발이 자유롭지 않았기에 충분한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점. 애초에 마인은 아직 박휘성을 죽일 생각이 없기도 했지만.

­우드득!

그러나 그 힘만으로도 박휘성의 육체를 박살 내는 데는 모자람이 없었다. 공격을 직접 받은 쇄골과 어깨뼈가 조각조각 쪼개져 으스러지고, 이내 그 힘을 버텨내지 못한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크윽…!”

고통을 이기지 못한 박휘성의 입에서 짧게 신음이 토해졌다.

마인의 회복력은 절대적. 잘려 나간 팔조차 수 초 만에 재생할 정도이지만, 고통은 그와 별개였으니.

생생하기 짝이 없는 고통에 이를 악문 박휘성이 겨우 몸을 회전시켜 바닥에 내려앉았다.

“이해할 수가 없군. 어째서 거부하는 것이냐? 네게 예정된 미래는, 이지를 잃고 짐승이 되는 것뿐인 것을.”

마인의 말을 들은 박휘성이 피식 웃었다. 처음부터 그런 것 따윈 걱정하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그를 감수하고 내린 선택이었기에, 그러한 경고 따위는 그에게 전혀 와닿지 않았다.

“아니면, 그 같잖은 가짜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냐? 내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고개를 갸웃하며 박휘성을 바라본 마인이 말을 이었다.

그래, 만약 자신의 감정이 가짜라면, 지금 자신의 행동은 멍청한 짓거리에 불과하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말이 진실이었을 때의 이야기일 뿐.

“가짜가 아니니까, 거절하는 거다.”

“허…?”

묘하게 변한 마인의 표정을 바라보며 박휘성이 기억을 되새겼다.

얼마 전, 대마법사와 잠깐 나누었던 대담. 그때의 이야기에서, 박휘성은 악마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방금 마인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정보를.

악마의 농간은 어디까지나 충동을 자극하는 수준에 그칠 뿐, 감정에는 손댈 수 없다. 적어도 영혼을 완전히 손에 넣기 전까지는.

그리고 현재, 악마와 계약을 마친 지금조차, 권능의 효력이 다할 때까진. 그리고 자신의 영혼이 붕괴하기 전까진, 자신을 좌지우지할 수 없으니. 마인이 내뱉은 말은 모조리 거짓이었다.

그리고 이내, 박휘성의 반응에서 거짓이 들통났음을 알아챈 확인한 비죽 웃음을 흘렸다.

“그래, 아무래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

본색을 들킨 마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어마어마한 마기가 마인의 몸에서 쏟아져 나왔다.

마치 이 일대가 시커먼 밤처럼 보일 정도로 검디검은 어둠. 그 어둠을 몸에 두른 마인이 박휘성에게 비웃음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네 알량한 힘으로는 나를 막을 수 없을 텐데.”

그 말과 동시에, 마인의 몸이 자취를 감췄다.

순식간에 자신의 코앞에 나타난 마인을 본 박휘성이 두 팔을 교차했다. 그리고 교차한 팔 위로, 마인의 주먹이 작렬했다.

­꽈드득!

뼈가 비틀리다 못해 으스러지는 소리. 두 팔을 완전히 뭉개버린 주먹이 박휘성의 가슴 위로 내리꽂혔다. 갈비뼈가 산산이 부서지는 감각을 느낀 박휘성의 몸이 본능적으로 뒤로 꺾였다.

“호오.”

간신히 심장이 뭉개지는 것을 피한 박휘성을 본 마인이, 감탄사를 흘리며 손가락을 폈다. 서서히 펴지는 손가락에 박휘성의 몸이 걸렸다.

그리고.

“아아악…!”

고작 손가락이 펴지는 힘. 고작 그 힘 따위에 박휘성의 몸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한참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박휘성의 몸에서 이내 뿌드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서진 갈비뼈와 두 팔의 뼈가 제자리를 찾는 소리였다.

회복을 마치고, 겨우 몸을 일으키는 박휘성을 본 마인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계약이 주는 힘을 보니, 아집을 부려보겠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더냐? 현실은 내 일권조차 버티지 못하건만.”

그 말을 내뱉은 마인이 이내 손바닥을 쫙 폈다. 손바닥 위에 칠흑같이 검은 구체가 떠올랐다.

강(?)은 아니었다. 마인은 아직 강기를 몸에서 떨어뜨린 채 유지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으니.

하지만, 강(?)이 아닌 강(?)으로도 차고 넘쳤다. 박휘성의 몸을 으스러뜨리는 것 정도는.

마인이 손을 휘두른 순간, 그 움직임을 따른 강기구(???)가 마치 포탄처럼 쏘아졌다.

­우우우우웅!

그에 맞선 박휘성의 움직임은 간단했다.

코어에 채워진 마기가 다시 한계를 보이고 있었으니, 체내의 모든 마기를 뭉쳐 강기구를 향해 쏟아붓는다. 자세를 되찾은 박휘성이 강기구를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내, 박휘성의 손에서 뿜어진 검은 직선이 강기구를 향해 쇄도했다.

­콰아아아앙!

직선과 구체가 충돌한 순간,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박휘성의 손에서 쏘아지는 무지막지한 마기에 강기구가 서서히 마모되고 있었다.

그에 박휘성이 화색을 지은 순간, 어느새 접근했는지 박휘성의 시야를 가득 채운 마인이 그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빠아악! 소리를 내며 옆구리를 정통으로 후려친 미들킥.

막대한 충격에 헝겊 인형처럼 튕겨 나간 박휘성의 입에서 또다시 핏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 그를 따라 허공으로 뛰어오른 마인의 다리가, 이내 위에서 아래로 호선을 그리며 박휘성의 몸을 내려찍었다.

“크…헉!”

­터어엉!

간신히 회복된 두 팔이 다시 으스러지는 감각과 동시에, 바닥에 메다 꽂힌 박휘성의 등판에서 어마어마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에 다시 피를 토하는 박휘성을 보며, 사뿐히 내려앉은 마인의 손이 검결지를 그렸다.

­키이이이잉!

여태 사용하던 강(?)이 아니라, 진정한 강(?). 별빛을 닮은 아름다운 푸른 빛이 마인의 손가락에서 일렁거렸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마인의 손가락이 선을 그리자, 박휘성의 팔다리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데 필수적인 사지 근맥. 그를 모조리 절단한 마인이 손가락에 맺은 강기를 거뒀다.

“…어째서…?”

가만히 자신을 내려보는 시선에 눈을 찌푸리기도 잠시, 이내 재생이 되지 않는 팔다리에 박휘성이 당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를 본 마인이 입을 열었다.

“소용없다. 상처에 남은 의념이 네 회복을 저해하고 있으니.”

굳이 강기(??)를 쓴 이유는, 확실한 무력화를 위하여. 완전히 제압된 박휘성을 응시하던 마인이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겠다. 신교에 입교하도록 해라.”

“왜…그렇게 나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집착에 박휘성이 의문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아직도 시간이 부족한 모양이었으니, 대화라도 나눠서 시간을 더 끌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 질문을 들은 마인이 답을 내뱉었다.

“악마와 직접 계약한 마인은 성장 가능성이 어마어마하니, 어찌 탐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잘 물어봤다는 듯, 다시 상기된 목소리로 마인이 설명을 이어갔다.

악마와 직접 계약한 마인은 오염되지 않아 극도로 순수한 마기를 지녔다는 것.그리고 그러한 순수한 마기는 신교의 마인이 경지를 올리는 방식에 어마어마한 도움을 준다는 것.

그렇게 설명을 마친 마인이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이내 한 가지 제안을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만약 저 계집을 원한다면, 네게 주어도 상관없다.”

원래는 실험체 따위로 다루는 데 그쳤겠지만, 만약 박휘성이 입교한다면 그 계획을 전면으로 철회할 수도 있다는 제안.

“아예 아무 손도 대지 않는 것은 교주님의 의향에 달려 있겠지만, 적어도 몸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의 실험만 행하겠다는 것 정도는 확언해줄 수 있다.”

그 말을 내뱉은 마인이 자신만만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제안에 응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저 계집은 너를 바라보지 않을 거라고 하던데,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겠느냐?”

정곡을 찌른 마인의 말에 박휘성의 표정이 작게 경련했다. 다른 말은 몰라도, 이 말은 조금 아프게 다가왔으니. 그 반응을 확인한 마인이 이내 재촉의 말을 입에 담았다.

“이 제안을 받는 게 나을 거다. 응하지 않는다면 너를 죽인 뒤, 계집은 실험체로 써버릴 테니. 그러한 미래보단 차라리 교인이 되는 게 너에게도, 저 계집에게도 천 배는 낫지 않겠느냐?”

악마와 직접 계약을 맺은 그 나이의 마인이라면, 자신조차 뛰어넘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결단을 촉구하는 마인의 말.

그 말을 들은 박휘성의 입이 꽉 다물렸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작스럽게 느껴진 감각에 박휘성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흠…?”

그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마인에게, 박휘성이 대답을 내뱉었다. 당연하지만, 거절이었다.

“꺼져.”

“…그래. 그런가.”

그 대답을 들은 마인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멍청한 선택을 내린 박휘성에게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던 마인이 이내 손을 들어 올렸다.

“결국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택하는구나. 그렇다면, 끝이다.”

­키이이잉!

들어 올린 손에 별빛이 내려앉고, 이내 박휘성의 얼굴을 흘깃 바라본 마인이 생각을 마쳤다.

직접 계약을 마친 마인이라는 재질은 아깝지만, 설득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았으니.차라리 정신이 온전할 때 목숨을 끊어주는 게 최대한의 배려가 될 터.

그리고 그대로 마인이 강기를 휘두르려던 순간이었다.

­파아아앗!

갑작스레 박휘성의 몸에서 막대한 빛이 뿜어졌다.

“무슨…?!”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마법진에 당황한 표정을 지은 마인이 강기를 휘둘렀다. 그 순간, 찬란한 광휘 속에서 나타난 누군가가 가볍게 손을 치켜세웠다.

­깡!

그 순간, 순식간에 형성된 막대한 강도의 방어막이 마인의 강기를 튕겨냈다.

“….”

그에 당황한 마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린 인영이 느릿하게 주위를 살폈다. 여유롭기 짝이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 무시에 눈을 부라리기도 잠시, 빛이 잦아든 순간 드러난 실루엣의 정체를 확인한 마인의 눈이 경악으로 치켜 뜨였다.

“…너, 너는….”

“어째서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맺었나 했더니, 이 때문이었나.”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린 남성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손에서 퍼져 나온 빛이 허공으로 쏘아진 순간, 사관학교 전역에 거대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우우우우우우웅!

사관학교 전역을 보호하던 결계가, 그 움직임을 재개했다.가동된 결계가 가한 부하에 마인의 몸이 한 차례 파르르 떨렸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디버프에 적응한 마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눈앞의 남성이 지닌 호칭을 입에 담았다.

“대…마법사….”

그 중얼거림을 들은 김시우가, 무심한 눈으로 마인을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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