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마인(5)
* * *
대마법사, 김시우를 마주한 마인의 몸이 긴장으로 뻣뻣이 굳었다. 조금 전까지 상대하던 애송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상대였다.
한국 유일의 대마법사. 그 이름은 마인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알 필요 없다.”
당혹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내뱉어진 마인의 말을 들은 김시우가 여상히 대꾸했다. 그 순간이었다.
파아앗!
빛이 한 번 점멸함과 동시에 발밑에 있던 박휘성의 몸이 저 멀리 떨어졌다.
흘깃 시선을 향하자, 박휘성의 몸을 감싼 수십 개에 달하는 방어 마법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마인은 이내 유시아의 몸 또한 한참 떨어져 방어 마법에 뒤덮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차피 마인이 된 이상, 되돌릴 방법도 없건만.”
쓸데없이 박휘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행했다면, 마인은 초반부터 큰 열세를 점하고 시작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건, 자신을 상대할 때는 기습 따위 필요 없다는 자신감의 표명.
“…으드득.”
자신을 아랑곳하지 않는 대마법사의 행동에 굴욕감을 느낀 마인이 이를 갈았다.
아무리 대마법사라고 해도, 마법사. 1:1 전투에서는 직접 전투계열 초인이 몇 배는 우세함을 고려하면, 오만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대마법사라는 이름의 무게, 그리고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결계가 마인의 행동을 억제하고 있었다.
“….”
그렇게 대치 상황에 빠지기도 잠시, 이내 아이들의 보호를 마친 김시우의 손이 다시 한번 움직인 순간, 마인의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다.
오싹.
뒤통수에 쾅쾅 내리꽂히는 위기감. 감히 맞설 수 없다는 직감이 등골을 내달렸다. 머리가 쭈뼛해진 마인이 다급하게 땅을 박찼다. 다리에 가득 깃든 마기가 폭발적인 반동을 토해내며 마인의 몸을 뒤로 빼내었다.
그리고 마인이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조금 전까지 마인이 있던 공간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콰드드드득!
“감이 좋구나.”
간신히 첫 공격을 회피한 마인을 본 김시우가 무덤덤하게 중얼거렸다. 그 안에 담긴 멸시에 마인이 눈을 부라리기도 잠시, 이내 김시우의 손이 한 번 더 까딱인 순간, 허공에 무수한 마법이 떠올랐다.
“그럼, 이것도 한 번 받아보거라.”
꽈직! 꽈직! 꽈직!
불, 얼음, 번개, 바람, 그 외에도 다종다양한 속성의 마법이 마인을 향해 쏘아졌다.
과연 대마법사라는 칭호에 걸맞은 어마어마한 시전 속도. 타고난 속성의 부재로 체화를 이루지 못했음에도, 체화에 이른 마법사조차 초월한 속도의 캐스팅이었다.
그리고 위력 또한 부족함이 없었다. 하나하나가 이설화가 최선을 다해 쏘아낸 필살에 가까운 위력이었으니.
그런 걸 연달아 수십 개 얻어맞는다면, 제아무리 마인의 회복력이라도 한계에 달할 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마법을 피해 몸을 빼낸 마인이 이를 갈았다.
‘어째서 대마법사가 이딴 일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이미 현실로 닥쳐온 일. 그렇다면 해야할 것은 최선을 다해 방도를 강구하는 것.
이를 악문 마인이 땅을 박찼다. 마법사를 상대하는 근접 계열 초인의 기본 전법. 거리를 좁히기 위함이었다.
냉기로 인해 얼어붙은 땅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그리고 마그마로 변해버린 흙이 바람에 의해 일어나 마인의 몸을 덮친다. 그를 강기로 갈라낸 순간, 인간의 반응 속도로는 따라갈 수 없는 쾌속의 번개가 내리친다.
마치 폭우처럼 쏟아지는 마법의 해일. 그를 받아내던 마인이 이를 악물었다. 꿀렁꿀렁 쏟아진 칠흑과도 같은 마기가 마인의 몸을 감싸 견고한 갑주를 형성했다.
그리고 갑주를 걸친 마인이 김시우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 순간, 방어막에서 터져 나온 어마어마한 폭발이 마인의 몸을 덮쳤다.
퍼어어어엉!
“크아아아악!”
그 막대한 파괴력에 튕겨 나간 마인의 몸이 허공에서 이리저리 꺾였다.
고통도 잠시, 이내 부러진 팔다리를 순식간에 재생해낸 마인이 핑그르르 돌아 바닥에 내려앉았다. 사뿐한 착지를 마친 뒤, 이내 다시 날아드는 마법을 향해 마인이 다급히 손을 휘둘렀다.
카가가각!
쏟아진 막대한 강기가 쏘아지는 마법을 모조리 갈라냈다. 전신에 남은 힘을 모조리 쏟아부은 일격.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참격이 김시우의 몸을 향해 쇄도했다.
“훌륭하군.”
그리고 그에 맞선 김시우의 몸에서 줄기줄기 마력의 기파가 터져 나왔다.
공간조차 일그러뜨리는 듯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결집하고 조립되어 하나의 마법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위를 뒤덮은 대마법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극한의 마나 제어력이, 형태를 이룬 마법을 완벽하게 깎아냈다.
이루어낸 형태의 정체는 공성추. 반월형의 참격과 날카롭게 벼려진 원통형의 창이 맞부딪힌 순간, 충돌지점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
그 충돌의 여파로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이 울려 퍼지고, 이윽고 격돌한 두 물체 중 하나가 파스스 흩어진다.
소멸한 것은 마인의 일격. 참격을 부숴버린 공성추가 여세를 몰아 마인을 향해 쏘아졌다.
*
그 일격에서 마인이 살아남은 것은, 본능적인 직감 덕분이었다.
공성추와 참격이 격돌한 순간, 마인의 머릿속에 벼락처럼 내려친 직감이 그 결과를 일러주었다.
공격이 선을 이루는 참격과, 파괴력이 점으로 집중되는 찌르기. 같은 힘이 충돌할 경우, 어느 것이 유리할지는 뻔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를 깨달은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빼낸 덕에 허무한 최후를 맞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 피해 없이 벗어날 수는 없었다.
“케흑…!”
충격으로 진탕이 된 내장에서 역류한 피가 또다시 입을 통해 튀어나왔다. 진탕이 되다 못해 아예 걸레짝이 된 몸뚱이가 삐걱삐걱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마법으로 경지에 이른 이답게, 대마법사의 마법은 단순한 마법이 아니었으니. 의(?)가 담겨 권능에 한 발짝 다가간 마법이 입힌 상처, 그에 남은 의념이 마인의 재생을 현저하게 방해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의를 담은 강기로 상처를 중화시켜 겨우겨우 회복을 마친 마인이 다시 몸을 일으키고 김시우를 마주 보았다.
무심하기 짝이 없는 눈동자가,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에는 경멸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 고고한 모습 그대로 서서 로브를 펄럭이는 대마법사의 모습을 눈에 담은 마인이 이를 갈았다.
“감히…감히…!”
차마 경험해 본 적 없을 정도의 모욕에 이를 간 마인이 본색을 드러냈다. 여태 씌워져 있던 고수로서의 풍모를 벗어 던진 얼굴에 마인 본연의 감정이 표출되었다.
푸화아아악!
저열하기 그지없는 분노를 숨김없이 드러낸 마인의 몸에서, 이내 어마어마한 마기가 뿜어졌다.
방금 전 모든 힘을 소진한 이의 몸에서 나온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 그 막대한 마기에서 일어난 척력이 자신을 얽어맨 결계의 속박을 모조리 튕겨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눈에 담은 김시우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화했다.
“살아나갈 생각을 버린 모양이군.”
“그래, 그렇다. 교를 위해서, 이 알량한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으니.”
생명력마저 태우는 마인의 모습을 본 김시우의 얼굴에 어떠한 감정이 떠올랐다.
이성을 넘어선 광신(??). 생명조차 도외시한 마인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냉철한 이성을 신봉하는 마법사의 정점에 이른 김시우에게, 그러한 광신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불과했으니.
하지만 일이 귀찮아진 것은 확실했다. 저 정도의 무인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 만전의 상태가 아닌 그에겐 조금 부담으로 다가왔으므로.
연구 도중 알림을 느끼자마자 시전한 초장거리 텔레포트. 그 막대한 부담에 의해 듬성듬성 빈 곳이 비치는 서클을 직관한 김시우가 눈을 감았다.
“그렇다면 받아내 보아라.”
다행히도 김시우에게는 한 가지 패가 남아 있었다.
생명을 불태움에 따라 제약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마인에게 더 이상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결계.
효용을 잃은 결계의 작동을 멈추고, 그것이 품은 힘을 모조리 공격으로 빚어낸다.
그 순간, 사관학교를 뒤덮은 결계가 김시우의 손짓에 따라 용틀임을 쳤다. 하늘에까지 닿은 막대한 크기의 결계가 이리저리 일그러지며 그 자신의 형태조차 뭉그러뜨리고 에너지를 토해낸다.
말 그대로 경천동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어마어마한 힘. 결집한 힘만으로 공간을 일그러뜨릴 정도로 막대한 양의 마나가 이내 허공에서 치직 소리를 내며 방전하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그가 이미지한 것은 신의 징벌을 의미하는 낙뢰. 사마(??)를 멸하는 하늘의 분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뇌성벽력이 울려 퍼지고, 이내 쾌청하던 하늘에서 마력의 푸른 빛이 점멸했다. 그리고 그 순간, 뇌속으로 쏘아진 번개가 마인을 향해 그 몸을 내리쳤다.
그야말로 폭풍 앞의 나무나 다를 바 없는 형세. 강대하기 짝이 없는 마법의 진로에 놓인 마인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절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 공격을 받아낼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하늘이 내리는 징벌이 자신을 향한다면, 그 하늘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강렬한 힘으로 응수한다. 힘이 부족하다면, 그 힘을 끌어낼 수밖에.
꿈틀
그 순간, 마인의 단전에 깃든 이계의 힘이 맥동했다. 마기를 제어하는 힘마저 끌어 자신의 힘으로 치환한다. 그리고 영혼을 보호하는 이계의 힘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 막대한 반동에 걸맞은 무한한 마기가 쏟아진다.
“크…으윽….”
체내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깨뜨릴 듯 쏟아지는 마기를 필사적으로 제어한다. 아니, 제어라고 하기도 뭣한 행동이었다. 그가 하는 것은 단순히 길을 트는 일일 뿐. 그 위를 내달리는 것은 오로지 마기 그 자체였으니.
이르기를, 하늘이 정한 섭리를 거스른다고 하여 역천(??)이라.
일시적으로 폭발시킨 힘이, 섭리를 벗어나 자신에게 허용된 수준을 초월한 영역으로 등을 떠민다.
이 상태가 끝난다면 확실하게 반동으로 목숨을 잃을 테지만, 그전까지 대마법사의 방해를 뚫고 원래 목적하던 것을 이룰 수는 있을 터. 도주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그것은 마인이 품은 교에 대한 자부심이 허용하지 않았으니.
순간 자신의 경지를 초월한 마인, 울컥울컥 쏟아진 마기로 완전히 검게 물든 마인의 몸에서 쏘아진 어마어마한 마기가 하나의 환을 그렸다.
그리고 이내, 지상에 강림한 뇌룡과 검디검은 마기를 두르고 쇄도한 하나의 구슬이 격돌했다.
***
쩌엉!
금속이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백소월의 몸이 크게 밀려났다. 그 뒤를 쫓아 몸을 날리는 마인을 향해 이설화와 이도영의 마법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닿는 순간 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극저온. 무수한 숫자의 마법이 마인의 몸을 집어삼키려던 순간이었다.
“크핫!”
크게 웃음을 터뜨린 마인이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에서 쏟아진 마기가 이내 단단한 벽을 만들었다. 날아온 마법을 모조리 막아낸 마인을 본 이도영이 이를 악물었다.
“젠장….”
쓰러뜨리기는커녕, 버티는 게 최선일 정도로 열세에 몰린 전투. 고작 수 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확연히 깨달을 수 있을 정도의 차이였다. 여전히 여유가 가득한 표정을 지은 마인이 입을 촉새처럼 입을 놀렸다.
“그래, 확실히 실력에 자신감을 가질 만하긴 하네. 여자 둘은 내가 마인이 되기 전보다 더 센 것 같은데? 이래 봬도 한때 영웅질로 벌어먹던 시절이 있어서 너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고 있다고.”
“….”
“뭐, 나를 마주친 시기가 나빴지만 말이야. 이대로 성장을 거듭한다면 곧 나 따위는 그냥 씹어 먹을 괴물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너희는 너무 늦게 태어나 버렸네. 원망하려면 너희들의 나이를 원망하라고.”
그 말을 들은 백소월이 검을 치켜들었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타락을 자랑하는 마인의 말을 더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힘줄이 올라오다 못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검을 꽉 잡은 손. 그에 피식 웃음을 터뜨린 마인이 이내 다시 몸을 날렸다.
투콰아아앙!
땅이 패이는 소리와 함께 급격히 쏘아진 몸이 백소월을 향했다. 중단세를 취한 백소월이 이내 검을 들어 올리고, 주먹과 검이 맞닿은 순간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려 퍼졌다.
“큭….”
마인이 물러난 걸음은 한 보, 반면 백소월은 세 보 이상을 물러났다. 확연히 보이는 실력의 격차. 치욕으로 일그러진 백소월의 얼굴을 직관한 마인이 태연히 휘파람을 불었다.
“흐, 얼얼해라.”
그 태평한 감상을 들은 백소월이 이를 악물었다. 오발의 위험을 피하고자 장전된 채 대기하고 있는 마법이 마인의 빈틈을 노리며 이리저리 주위를 휘돌았다.
그리고 잠시 이어진 대치 속에서, 고개를 갸웃한 마인이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하나 궁금한 게 생겼는데 말이지.”
마인의 목소리를 들은 조원 전원이 인상을 굳혔다. 아무리 여유가 넘친다고 해도, 너무 태연자약한 태도였으니. 그러거나 말거나, 얼굴에 옅은 호기심을 띄운 마인이 말을 이었다.
“거기 흰색 머리의 여자는 어떻게 내 약점이 단전이란 걸 알아챈 거야? 흐음, 그 눈하고 관계가 있는 건가? 찍은 건 아닌 것 같은데.”
“….”
자신을 지목한 마인의 말에 이설화가 눈을 찌푸렸다. 정곡이었다.
토트의 눈. 마나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그 특성은, 마인의 약점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으니.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면, 약점을 알면서도 그를 찌를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있는 실력이었다.
마인의 약점을 알고는 있지만, 도저히 방어를 뚫고 그를 꿰뚫을 수 없다. 방어만으로도 벅찬 압도적인 전력 차이. 심지어 특성의 유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초조한 낯빛으로 마법에 힘을 더하는 이설화의 모습에 마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긴 한데. 그 눈은 조금 신기하긴 하네.”
그 말을 내뱉은 마인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 순간, 마인의 몸에서 또다시 압도적인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 햇빛을 가리는 먹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난 마기. 그에 조원들의 얼굴에 패색이 드리워진 순간이었다.
파아아아앗!
어딘가에서 쏘아진 빛이 허공에 솟구쳤다. 그리고 그 빛이 결계에 닿은 순간, 사관학교 전역에 진동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이변을 느낀 이도영과 이설화의 표정이 급변했다. 방금 전까지 무력화되었던 결계가 작동을 재개하고 있었다.
“음…?”
영문을 모른 마인이 이상한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결계의 영향을 받은 마인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마인에게서 순간 드러낸 빈틈.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백소월이 검격을 날렸다. 순식간에 쏘아진 일검이 마인의 하복부를 향했다.
쐐애액!
“큭…! 이, 이건…!”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위험을 감지한 마인의 손이 빠르게 방어를 위해 휘둘러졌다. 하지만 속도가 부족했다. 작동하기 시작한 결계가 마인의 움직임을 현저하게 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어에 실패한 마인의 하복부에 백소월의 검이 틀어박혔다.
“커…어어…!”
여태 날뛰던 마인의 실력에 비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당한 일격. 하지만 마인의 숨통은 바로 끊기지 않았다. 핵을 잃어 통제를 벗어난 마기가 마인의 몸을 뚫고 제멋대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폭발하듯 비산하는 마기를 피한 백소월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순간, 기회를 노리던 이도영과 이설화의 마법이 작렬했다. 꾸역꾸역 쏟아지는 마기의 움직임을 냉기가 일순 얼려 버리고, 그 위로 이도영의 권능이 쏟아졌다.
치이이익!
“이…이런 말도 안 되는…겨우…이따위 일로…!”
마기에 뒤덮여 검은 형태만이 남은 마인의 몸이 처참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계의 힘을 잃은 마인에게 이도영의 권능은 극독이나 다름없었으니 마땅한 결과였다.
“후우…마지막은 되게 허무했네.”
허망하게 최후를 맞은 마인의 모습에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었는지 백소월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이었다.
콰르르르릉!
방금 전 빛이 쏘아졌던 곳에서 또다시 검은 기운이 솟구쳤다. 그에 맞서듯 허공에서 쿠르릉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내 금빛의 뇌룡이 하늘을 반으로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저건.”
금빛을 띤 뇌룡과 충돌한 공격을 본 이도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방금 전 상대한 마인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오히려 몇 배는 강력한 마기. 그리고 이도영은 그 정도 힘을 지닌 마인의 후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대주. 아까 전 마인이 내뱉었던 단어를 떠올린 이도영이 얼굴을 굳혔다. 방금 쓰러진 마인보다 강할 것이 확실한 마인이 유시아를 향했다고 했으니, 저 힘은 대주라는 마인의 것일 터.
‘상대는…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힘의 충돌은 어떻게든 유시아와 관계가 있다. 그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이도영이 다급히 땅을 박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