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고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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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파파팟!
경쾌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떠오른 매직 미사일이 이도영을 향해 쇄도했다. 그를 가볍게 발을 굴려 피해낸 이도영이 손가락을 튕겼다.
퍼버벙!
그 순간, 새롭게 시전된 매직 미사일이 그의 움직임을 추적하던 매직 미사일을 모조리 격추했다. 그를 본 김시우가 내뱉은 감탄의 말이 귓가에 들려왔다.
“과연, 시전 속도 하나는 굉장하구나.”
대마법사인 김시우의 시전 속도에도 밀리지 않는 캐스팅 속도.
비록 매직 미사일과 실드 같은 기초 마법뿐이라 하나, 생도가 대마법사에게 버금가는 속도로 마법을 시전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도영을 본 김시우가 표정을 정돈했다.
현재 이도영과 김시우는 가볍게 대련을 나누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김시우에게만 가벼운 대련이었다. 이도영은 항상 만신창이가 된 채 끝났었으니까.
그는 단순히 경지의 차이 때문은 아니었다. 애초에 대련, 대인전에서 파괴력과 범위가 지나치게 높은 고위 마법은 사용할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김시우는 지금 기초 마법과 속성별 최하급 마법만 사용하는 제약을 걸어 뒀으므로.
애초에 이 대련은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목적을 가진 것이었기에 당연한 제약이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일격에 끝나버리는 탓에 대련이라는 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을 테니.
물론 그 제약에도 불구하고, 경지의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캐스팅 속도를 제외하더라도 대마법사가 시전하는 마법과 이도영이 시전하는 마법의 질이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 처참하게 결과가 갈리는 건, 역시 능숙함의 차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생각도 잠시, 이내 기감에 잡힌 움직임을 파악한 김시우가 시선을 돌렸다. 순식간에 근접한 이도영이 자신을 향해 검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마법사라기보단 차라리 검사에 가까울 정도로 날카로운 기세와 그에 걸맞은 재빠른 속도.
그리고 그 와중에도 중급 마법 몇 개를 캐스팅했는지, 이도영의 몸 주변에 강맹한 위력의 마법이 여럿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김시우의 눈길을 잡아끈 건 마법이 아니었다. 시전 속도는 꽤 빨랐지만, 방금 전 매직 미사일에 비할 바는 못 되었으니.
물론 익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저 정도까지 능숙해진 건 꽤 놀라웠으나, 결국 그뿐이었다.
그 대신 그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이도영이 치켜세운 검에 깃든 마력이었다. 선명하진 않지만 흐릿하게 감도는 예기. 그를 본 김시우가 얕게 감탄을 흘렸다.
“허, 벌써 검에 마력을 불어넣는 경지라.”
아직 검기까지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검신에서 일렁거리고 있는 마력. 도저히 검을 배운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가 보일 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물론 아직은 쓸 만한 정도로 국한되는 경지였으나, 수련을 시작한 날짜를 고려하면 그 성장 속도는 경악스럽다고 할 수 있었으니.
하지만 결국 어설픈 수준. 제아무리 제약이 있다고 해도 대마법사에게 닿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까아아아앙!
“큭…!”
순식간에 바닥에서 솟아난 돌기둥이 이도영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를 검을 들어 가까스로 막아낸 이도영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충격으로 인해 기껏 좁힌 거리가 다시 벌려지고, 이내 발악하듯 쏘아진 중위 마법의 핵을 상극이 되는 기초 마법이 꿰뚫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갖가지 마법으로 이도영을 포위한 김시우가 입을 열었다.
“많이 발전했구나.”
“…아직 부족합니다.”
“그리 폄하할 필요 없다. 이미 그 정도로도 어마어마한 성장 속도이니. 그리고 검과 마법의 동시 사용 또한 성공했으니, 성장할 여지는 무궁무진하지 않으냐.”
일반적으로 마법과 무술을 같이 익히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영역을 넘어, 그 둘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서클과 마나 코어. 그 둘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경지 상승이 어렵거나 그러한 제약이 걸리는 건 아니었다.
단순히 동시 사용이 불가능할 뿐, 충돌을 피하고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는 걸 감수하면 상관없는 일이었으니. 그 시간이 몇 분은 되는 게 문제였지만.
하지만 오늘 이도영은 명백하게 마법을 시전하면서 동시에 검을 사용했다. 그가 지닌 특성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마기를 정화하는 것 따위가 아니었단 말이지.’
물론 마기에 상극으로 작용하는 힘 자체는 맞았지만, 이도영의 특성은 겨우 그 정도로 국한할 수 없었다. 그의 특성이 품은 진정한 힘을 깨달은 순간 김시우가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로.
‘그 원리가 정화가 아니라 봉인이었을 줄이야.’
정확히 말하면 정화라는 말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일단 권능에 의해 봉인된 마기가 서서히 정화되긴 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품은 힘의 편린에 불과할 뿐, 오답은 아니었지만, 정답도 아니었다.
이도영이 지닌 특성의 진짜 힘은, 단순한 정화가 아니라 봉인과 해방. 다른 힘을 봉인하고 그 봉인을 해제하는 것. 그게 이도영이 지닌 권능의 진짜 효과였으니까.
그리고 오늘 이도영이 보인 능력 또한 봉인의 힘 덕분에 성립할 수 있었다.
‘이론을 제시하긴 했지만, 설마 벌써 가능할 줄은 몰랐군.’
검, 무예와 마법의 동시 사용이 불가능한 이유는 어렵지 않았다. 그저 서클과 코어가 각기 사용하는 힘의 농도가 다르기 때문이었으니까.
굳이 비유하자면 서클은 물처럼 묽은 농도의 마력을 이용하지만, 코어는 시럽처럼 끈끈한 농도의 마력을 이용했다.
그리고 검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려 시도할 경우, 다른 농도의 마력이 상대 기관에 소량이나마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탓에, 두 기관의 움직임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마력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른 이는 자신의 길을 걷기만 해도 바쁠 테니.
보조 정도라면 모를까, 무예와 마법 둘 다 경지에 이른 이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도영은 예외적으로 그러한 마력의 혼선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이도영의 마나 컨트롤이 월등히 뛰어난 덕은 아니었다. 물론 일반 생도들에 비하면 꽤 뛰어난 편은 맞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경지는 대마법사 급의 경지였으므로. 그가 닿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대신 그는 자신의 특성을 활용해 마력의 혼선을 막을 수 있었다.
코어와 서클에 흘러 들어오는 다른 농도의 마력을 특성을 통해 봉인한다. 그를 통해 마력의 혼선을 겪지 않고 검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론을 처음 제시한 이는 김시우였지만, 그 이론을 며칠 만에 실제로 구현해낸 건 이도영의 능력이었다.
그런 의미를 담은 김시우의 칭찬에도, 이도영은 여전히 뿌듯함을 느낄 수 없었다. 유시아와 자신을 노렸던 마인 조직. 그 조직에 맞서려면 이 정도 수준으로는 역부족이었으니까.
그러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의 표정을 살핀 김시우가 한마디 충고를 던졌다.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하는 건 좋지만. 과하면 그 또한 독이 된다는 걸 명심하는 게 좋을 거다.”
“예, 말씀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도영이 이내 얼굴에 맺힌 어둠을 걷어냈다. 척하면 착 알아듣는 가르칠 맛이 나는 반응이었다. 그를 본 김시우의 얼굴에 옅게 미소가 맺혔다.
그리고 얼마 후, 김시우가 방금 나눴던 대련을 평가하며 가르침을 내리던 도중이었다.
우우웅!
갑작스럽게 김시우의 로브 주머니 속에서 알림이 울렸다. 휴대폰에 날아온 메시지를 확인한 김시우가 이내 입을 열었다.
“오늘 수업은 이쯤 하는 게 좋겠군. 집에 손님이 하나 늘었으니, 일찍 가도록 하지.”
“손님이라면…. 아.”
손님의 정체를 깨닫자마자 반가운 기색을 보이는 이도영이 이내 확인을 요청하듯 김시우를 응시했다. 그 시선을 받은 김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아이가 맞다. 먼저 가서 준비하도록. 나도 곧 가도록 하마.”
“예!”
그 말을 듣자마자 바쁘게 건물 안으로 향하는 이도영의 모습을 바라보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김시우가 얼굴을 굳혔다.
얼마 전 있었던 사관학교 테러, 그때 유시아를 습격했던 마인이 마지막에 내뱉은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역시 그 마인, 아무래도 저 특성을 알고 있는 눈치였지.’
물론 유시아 또한 그 힘을 일부 품고 있긴 했으나, 그 때문에 내뱉은 말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아무리 봐도 테러 전부터 이미 그 힘을 알고 있었다는 표현이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로 유력한 후보가 하나 있었다.
그들이 마교의 목표가 된 이유, 첫 번째 테러.
아직도 그 목적이 밝혀지지 않은 테러였지만, 조사 결과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테러를 감행한 마인들의 위치가, 이도영의 고아원 근처를 중심으로 퍼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도 강기(??)를 사용하는 마인에 대한 제보가 있었지.’
강기를 사용한다는 건 최소 대형 길드 마스터 급의 경지라는 뜻이었으니, 마교라는 단체에 그러한 마인이 수두룩하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그 마인은 이번 테러를 감행한 마인과 동일인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종합해보면 이내 한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이도영이 품은 특성과 마교가 저지른 첫 번째 테러는 어떠한 관계가 있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기묘한 확신이 들었다. 대마법사로서 가진 직감이 그 가설을 강하게 긍정하고 있었다.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게 아쉽군.’
하지만 단서를 잡았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이 실마리를 통해 또 다른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테니.
그렇게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김시우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 대해 더 알아보는 건 나중의 일이고, 일단은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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