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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화 〉 나들이(3) (139/167)

〈 139화 〉 나들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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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설명이 끝난 뒤 얼마 후, 나는 정밀 검사를 마치고 이도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 정밀 검사라지만 사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마법의 기본 설계는 이미 어느 정도 끝났지만, 그를 나와 이도영의 파장에 맞춰서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한 탓에, 영혼의 파장을 조사한 것뿐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지금 이도영은 내 다음으로 검사를 받는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이도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휴대폰을 바라보던 이도영이 이내 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좀 늦었네?”

“응, 시아 네 데이터에 맞춰서, 내 데이터와 마법을 일체화 시켜야 한다고 하셨거든. 그래서 조금 오래 걸렸어.”

그렇게 말한 이도영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근처에 다가와 앉았다. 그러면서도 혹시라도 몸이 닿지는 않을까 주의하는 모습. 그 행동에 괜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 기분이 좀 그렇기는 하네.’

물론 내가 양해를 구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럴 때마다 조금 무시당하는 기분이긴 했다.

물론 무시는커녕 배려에서 비롯된 행동이란 건 알고 있기에,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지만.

‘뭐,이것도 내일, 아니 모레면 끝이니까….’

마법만 제대로 구축된다면, 더 이상 신체접촉에노심초사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마나 회복도 마나 회복이지만, 역시 요 며칠간 일상생활 자체가 꽤 불편했으니,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몇 마디 불만을 내뱉던 도중, 갑작스럽게이도영이 내게 질문을 건넸다.

“그러고 보니 시아야, 내일 뭐 할 거야?”

“응?”

내일 뭘 할 거냐는 질문. 하루종일 붙어있어야 하니 당연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딱히 생각해둔 게 없었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별로 취미라고 할 것도 없으니까.’

그나마 있는 취미라고 한다면 독서나 웹서핑 정도인데, 이건 다른 사람이랑 같이 할 만한 취미는 아니었다. 혼자 시간을 때우는 용도에 불과하니까.

“글쎄, 그냥 집에 있을 것 같은데.”

“그래?”

“왜.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

딱히 내가 주도적으로 뭘 할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 이도영이 뭔가 하고싶은 게 있다면 따라줄 생각은 있었다.

어차피 얘는 내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끌고 갈 놈은 아니니까.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고.

적당히 생각을 마치고 별생각 없이 질문을 던지자, 이내 이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도는 흥미에 이도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계획까지는 아닌데, 모처럼 쉬는 날이니까. 수련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고 하니, 나들이라도 가는 게 어떨까 해서.”

“…나들이?”

수련도 못 하게 된 김에, 집에만 있지 말고 어디로 놀러 가자는 말. 내 반문에 고개를 끄덕인 이도영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응, 시아 네 말에 따르면, 앞으로 점점 노는 건 더 힘들어질 테니까. 이렇게 쉬게 된 참에 한 번 같이 노는 게 어떨까 싶어서. 추억도 쌓을 겸.”

“추억이라….”

뭐, 말은 좋았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여태 얘네와 딱히 사적으로 어디를 놀러 가거나 한 적도 없었으니, 이참에 한 번 추억을 쌓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여태 사관학교에만 있느라 따로 같이 놀러 간 적도 없으니까, 어때?”

“뭐, 그렇기는 한데….”

그래, 말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정말 순수하게 그 목적뿐이냐는 거겠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이도영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뭐 할 건데?”

“음, 아직 딱히 정한 건 없는데….”

원래라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겠지만, 하필 아까 김시우가 한 말 덕에 의도가 뻔히 보였다. 그래,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데이트 신청이었다. 아마도.

돌직구로 던지면 거절할 게 뻔하니, 돌려서 제안하는 모습. 어느새 능구렁이가 되어버린 이도영의 모습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분명 얘를 이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아니, 뭐. 사실 내가 키우진 않았지만.

잡생각도 잠시, 이내 그 제안에 대해 단언하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겠냐고.’

단둘이 있으면 어색할 게 뻔한데, 내가 갈 리가 없었다.

뭐, 그렇다고 아예 가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집에만 있어도 단둘일 경우 답답하기 그지없는 분위기는 마찬가지일 테니까. 오히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더 심할 수도 있고.

요컨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것이었다.

‘단둘이만 아니면 되는 거잖아.’

데이트의 정의는, 연인 또는 서로 애정이 있는 이들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즉, 둘이 아니라면 데이트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내게는 같이 놀러 갈 친구가 하나 더 있었다. 득의양양한 기분을 숨기고 입을 열었다.

“정한 게 없으면, 유진이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유진이?”

“응. 여긴 유진이 집이니까, 근처의 놀거리는 유진이가 제일 잘 알겠지.”

내일 놀러 갈 거라는 얘기를 들으면, 김유진이 따라오지 않을 리가 없다. 아니, 만약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오라고 할 거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도 잠시, 이내 예상과는 다르게 이도영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유진이도 같이 갈 거니까. 그게 낫겠네.”

어라,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유진이도 같이 간다고?”

“응.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진심으로 뭐가 문제냐는 듯 바라보는 시선. 그에 의문에 찬 표정을 지우고 빠르게 얼버무렸다. 아무래도 헛다리를 짚은 모양이었다.

‘진짜 추억 쌓기가 목적이었나 보네….’

사심이 섞인 제안인 줄 알았는데, 사실 아니었던 모양이다. 괜히 틀린 추측으로 뭐라고 했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기야 밖으로 나갈 거라면 김유진이 따라오는 건 당연한 일이긴 했다. 김시우가 말했던 것처럼 아티팩트만 달랑 달라고 하긴 좀 그러니까.

그 생각에 혼자 납득하기도 잠시, 이내 한 가지 의문이 피어났다.

“그런데 유진이가 따라오긴 한대?”

“일단 집에 가서 물어보려고. 그래도 아까 문자로 물어봤을 때, 별다른 일정은 없다고 했으니까, 아마 올 거라고 생각해.”

“…문자? 아.”

나오면서 휴대폰을 왜 들고 있었나 했더니, 김유진에게 답신이 왔던 모양이었다. 그걸 보고 내게 제안한 거고.

그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고 얼마 후, 이내 조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런데 김유진한테 먼저 물어보네, 이걸.’

정작 내가 안 간다고 하면 어쩌려고. 왜? 그러면 그냥 둘이서 놀러 가려고? 그러기엔 마법이 걸릴 텐데.

그 생각도 잠시, 이내 거절했을 때의 미래가 머릿속에 훤히 그려졌다.

둘이 가기는커녕, 집에 있겠다는 나를 김유진이 억지로 끌고 데려가겠지. 그게 귀찮아서라도 나는 따라갈 수밖에 없을 테고.

그래도 혹시나 해서 질문해 보니 대답하기를, 딱히 김유진이랑은 제대로 일정을 잡은 건 아니라고 했다.

혹시라도 내일, 나랑 놀게 되면 같이 놀 생각이 있는지 정도만 물어봤다고.

‘…이거 참.’

이 정도로 명쾌한 설명에 대충 생각을 접었다. 아무래도 진짜 놀러 가려는 생각뿐이었던 모양이다.

괜한 설레발을 떨었다는 생각에 작게 혀를 차기도 잠시, 이내 수락의 말을 입에 담았다.

“그래, 뭐. 가자.”

뭐,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겠지.

*

“그래서 이틀간, 계속 둘이 붙어있어야 한다구?”

“어.”

사정을 들은 김유진이 흥미롭다는 듯 나와 이도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사실을 확인하듯 되묻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은 수련도 못 하니까, 추억도 쌓을 겸 놀러 가기로 했거든.”

“아, 그래서 아까 이걸 물어본 거야?”

그렇게 말한 김유진이 휴대폰을 몇 번 두드려 문자 내용을 열었다. 화면을 확인하자, 오늘 오후에 오간 메시지가 띄워져 있었다.

[내일 혹시 시간 있어?]

[왜?]

[시아하고 놀러 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혹시 올 생각 있나 해서. 나랑 단둘이 있는 건 좀 부담스러울 테니까.]

[응, 그래. 갈게.]

짤막하기 짝이 없는 대화. 그에 김유진을 바라보자, 이내 눈을 마주한 김유진이 배시시 웃었다. 그 모습에 마주 작게 웃어주며 시선을 돌렸다.

‘굳이 이건 왜 보여준 거래?’

뭐, 그게 딱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아무튼 내일 어디 갈지 혹시 생각 있어?”

“생각? 으음…. 잘 모르겠네. 그냥 이 근처에서 노는 건 어때?”

“근처?”

“응, 아티팩트가 있다고 해도, 멀리 가는 건 좀 그러니까. 싫어?”

“아니, 난 상관없어.”

하기야 안전을 고려하면 대마법사가 근처에 있는 이 동네에서 노는 게 낫긴 하겠지.

뭐, 나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원래는 집에서 그냥 빈둥거릴 생각이었으니까.

‘다만 이도영이 좀 걸리는데.’

추억 쌓기라는 명분상, 조금 더 거창한 곳을 원하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시선을 돌리자, 의외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영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나도 괜찮아.”

“그럼 그냥 이 근처에서 노는 걸로 할까?”

“어.”

그 질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내 대답을 들은 김유진이 귀엽게 웃었다.

“헤헤. 안 그래도 언제 한번 놀러 가자고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마침 잘됐네.”

그렇게 말하며 이쪽을 번갈아 바라보는 김유진. 그 시선에 묘하게 기분이 찜찜해지기도 잠시, 이내 믿겠다는 말을 건네자 김유진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맡겨 둬!”

상세한 플랜은 자신에게 맡겨 두라는 듯, 가슴을 쭉 내민 김유진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 없는 것보단 훨씬 낫지.’

이도영이랑 단둘이 있는 거에 비하면, 김유진이 끼는 게 훨씬 나았다. 적어도 어색한 분위기는 많이 가실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찜찜한 느낌을 대충 흘려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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