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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화 〉 개학(1) (152/167)

〈 152화 〉 개학(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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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날짜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애초에 신원을 확인할 때 생년월일만 빼먹을 리가 없으니까. 생일 자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 암기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감이 부족했다.

애초에 내 생일이라는 느낌이 들지도 않았을뿐더러. 학기 중이었다면 모를까, 요새는 날이 바뀌어봤자 딱히 스케줄이 달라지거나 하지도 않았으니, 굳이 날짜를 세지도 않았으니까.

아니, 그리고 빙의 이전에도 딱히 생일을 챙기는 일은 없었는데, 하물며 이 몸의 생일을 신경 쓸 리가.

아무튼 요약하자면, 이 갑작스러운 생일 축하는 꽤 당황스러웠다는 거다.

“자자, 시아야! 따라와!”

멍하니 상황을 파악하기도 잠시, 이내 내 손을 잡아끌며 재촉하는 김유진을 따라 얼떨결에 어딘가로 향했다. 복도 어딘가의 방에 들어가자, 꽤 다종다양한 장식이 내부를 한껏 채우고 있었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풍선. 그 밑에 걸린 생일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 아무래도 김유진이 직접 만든 모양인지, 익숙한 글씨체가 삐뚤빼뚤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밑, 테이블 위에는 꽤 커다란 케이크가 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심지어 그냥 케이크도 아니고, 이단 케이크가. 그리고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촛불이 케이크 위에 다소곳이 꽂혀 있었다.

“앉아! 시아야! 생일 축하해야지!”

“아니, 잠깐만….”

“얼른!”

이 상황에 대해 뭐라고 말을 내뱉지도 못한 채로, 김유진의 기세에 밀려 그대로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미리 이도영이 빼준 의자에 앉아 테이블을 바라본 순간, 김유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화르륵!

‘헐….’

마법처럼, 아니 마법에 의해 초에 붙은 불에 작게 감탄을 흘렸다. 어째 성냥이 안 보인다 했더니, 마법으로 불을 붙일 생각이었나 보다.

하기야 둘 다 마법사였으니, 성냥보다 마법이 더 편하긴 하겠지만.

“흠흠! 그럼!”

손짓을 따라 화려하게 일렁이는 촛불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잠시, 이내 둘의 입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여전히 태연자약한 김유진에 비해 이도영은 노래까지 부르는 건 좀 부끄러운 듯, 살짝 얼굴이 붉어져 있었지만.

‘아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조금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작게 시선을 피했다. 빙의 전에도 딱히 생일 파티 같은 걸 한 적은 없었던 탓에, 어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묘하게 간질간질한 기분. 그에 괜히 손을 꼼지락거리기도 잠시. 이내 노래가 끝나고, 환하게 웃은 김유진이 내게 케이크를 내밀었다.

“자! 불어!”

“…그래.”

좀 부끄러워 잠시 거절할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거절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그리고 사실, 부끄럽긴 하지만 그리 거절하고 싶진 않았다.

후 하고 촛불을 불어 꺼뜨리자, 이내 이도영과 김유진이 웃으며 손뼉을 쳤다.

“생일 축하해.”

“이제 케이크 먹자!”

희희낙락하며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하는 김유진. 그에서 슬쩍 시선을 돌려 이도영을 바라보자, 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까슬까슬한 느낌이 드는 고깔모자를 벗으며 질문을 던졌다.

“…이런 건 언제 준비한 거야?”

“계획은 일주일 전부터 했어. 원래는 시아 너한테도 말해주려고 했는데, 유진이가 몰래 준비하자고 해서.”

“…몰래?”

그 말을 듣고 시선을 돌리자, 내 눈을 마주한 김유진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왠지 굳이 파티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할까 봐 깜짝 파티로 정했어! 헤헤, 놀랐지?”

“…놀라긴 놀랐지.”

뭐, 확실히 나한테 파티 얘기를 했다면 그렇게 대답했을 것 같긴 하다. 미묘한 기분으로 수긍하기도 잠시, 이내 한 가지 사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일주일이라고?’

일주일 전, 이도영과 김유진이 같이 들어왔던 날. 그를 떠올린 순간, 파티 준비라는 말과 여태 김유진이 보였던 이상 행동이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둘이서 한 게 데이트가 아니라…. 파티 계획이었나.’

굳이 내게 비밀로 하고 이도영을 만났던 이유도, 내게 무언가를 숨기는 듯했던 모습도, 전부 깜짝 파티 때문이었다. 둘이서 사귀거나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얼굴에 피가 확 몰리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만….’

설마 여태 궁상을 떨었던 게, 괜히 날 선 눈으로 둘 사이를 살폈던 게, 전부 오해였다고? 호들갑이었다고?

당황한 눈으로 이도영을 바라보자, 이내 미안하다는 듯 멋쩍게 웃는다. 그 순간 살짝 욱하고 올라온 감정에 괜히 매서운 눈길을 보냈다.

‘…젠장.’

쪽팔리기 짝이 없었다. 한 걸음만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걸 가지고, 일주일 동안 지지리 궁상을 떨었으니.

그렇게 수치심에 떨던 순간이었다.

“자! 먹어봐!”

“…고마워.”

어느새 케이크를 깔끔하게 잘라낸 김유진이 내게 조각을 덜어주었다. 생각을 접고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달달한 맛이 입 안 가득 펴지자,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쪽팔리긴 하지만, 이래 봤자 내가 뻘짓을 했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합리화를 마치고 케이크를 전투적으로 입에 넣었다.

생크림이 가득 발라졌는데도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걸 보면 꽤 비싼 케이크인 모양이었다. 뭐, 딱 보기만 해도 비싸 보이긴 했지만.

그렇게 케이크를 적당히 맛본 뒤, 남은 케이크를 치운 김유진이 다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미소가 걸린 표정을 보자, 괜히 오해했다는 생각에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김유진이 내게 질문을 건넸다.

“시아야, 어때?”

“응?”

“생일 파티 말이야. 어땠어?”

파티를 준비한 성의를 보면 절대 고개를 저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내게는 과분할 정도의 생일 축하였으니까.

“…좋네. 고마워.”

뭐라고 말할지 고민하기도 잠시, 이내 솔직한 감상을 입에 담았다. 그 말을 들은 김유진이 기쁜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

그러기도 잠시, 이내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벌써 그러면 안 되는데, 아직 남은 게 있거든!”

“…남은 거?”

“응, 생일이라면 당연히 선물이 있어야지!”

생각 못 한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뭐. 생일이면 당연히 생일 선물이 있는 게 맞긴 한데, 여기서 뭐가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잠시 후, 둘이 가져온 생일 선물상자를 보고 벙찐 표정을 지었다.

“…뭐야?”

하나는 거의 몸뚱이 절반은 훨씬 넘는 크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네모난 상자. 극과 극으로 차이 나는 선물에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큰 게 내가 준비한 거고, 작은 게 도영이 거야!”

그렇게 말하며 큰 상자를 내게 내미는 김유진.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열어보라는 강권이 틀림없었다.

“…열어봐도 돼?”

“응!”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으니 바로 튀어나온 대답. 그에 고개를 끄덕인 뒤, 포장을 조심스레 뜯어내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상자 안에 든 선물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인형?”

커다란 상어 외형의 인형이 상자 안에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헤헤, 저번에 놀러 갔을 때, 상어 좋아한다고 해서 골랐지.”

“아니….”

뭔가 핀트가 조금 엇나간 것 같은 선택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머릿속에 어제의 해프닝이 떠올랐다. 뭔가를 껴안고 자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는 생뚱맞은 질문.

“그럼 어제 물어본 게….”

“응! 막상 준비하긴 했는데, 혹시나 마음에 안 들까 봐 미리 물어봤지.”

아니, 그걸 준비하기 전도 아니고 하루 전에 물어보는 게 맞나? 속으로 잠깐 태클을 걸었다가 이내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뭐, 어제의 그 질문은 좀 그랬지만, 선물 자체는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은 아니었다. 애초에 뭘 줬다는 것 자체가 고맙기도 하고.

“고맙다. 잘 쓸게.”

딱히 쓸 곳은 생각나지 않지만, 침대에 올려 두기라도 하면 되겠지. 그런데 이거, 세탁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던 도중, 타이밍 좋게 김유진이 설명을 이었다.

“자동 클리닝 마법도 걸어 뒀으니까, 세탁은 안 해도 돼!”

“마법…? 인형에?”

마법을 부여했다는 말. 쉽게 말해 아티팩트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시간도 적지 않게 들었을 텐데. 대체 언제….

“설마 특훈이라는 게…. 이거였어?”

“응! 인챈트 하는 건 아버지도 같이 도와주셨어!”

인챈트가 그리 쉬운 분야는 아니지만, 대마법사의 도움이 있었다면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잠시, 묘한 기분이 들어 가만히 둘을 바라보았다.

‘이것도 수제라면 수제라고 볼 수 있으려나….’

누가 마법사 아니라고 할까 봐, 손수 준비한 선물도 참 특이했다. 그래도 뭐, 기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뭐, 아무튼 고마워. 생일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선물까지 받으니까 기쁘네.”

다시금 고맙다는 말을 전하자, 이내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은 김유진이 대답했다.

“벌써 그러면 안 되는데! 아직 도영이 선물도 남아 있잖아.”

“아, 그러네. 미안.”

“괜찮아. 자.”

내 사과를 들은 이도영이 웃으며 선물을 내밀었다. 그를 받아 들자, 툭 하는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그에 궁금증 섞인 시선으로 선물을 바라보자, 이내 김유진이 입을 열었다.

“만든 건 도영이지만, 의견은 내가 냈어!”

“응, 유진이가 많이 도와줬어. 김시우 님도 많이 도와주셨고.”

“…그래?”

대체 뭘 준비했길래 이러나 싶은 시선도 잠시, 이내 포장을 벗겨내고 안에 든 물건을 본 순간 조금 다른 의미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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