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 개학(2)
* * *
내가 선물을 고를 때의 개인적인 지론이 있다면, 받는 이에게 쓸모가 없거나, 혹은 너무 값어치가 높은 선물은 피하는 것이다.
전자는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뭐, 그래도 짧게 말하자면 쓸모없는 선물은 애물단지이기 때문이다. 선물이기에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용할 수도 없는 애물단지.
그리고 후자, 너무 값진 선물을 피하는 이유도 어렵진 않았다.
너무 비싼 선물을 피하는 이유는, 과한 액수의 선물은 그 의도보다는 지닌 값어치에 눈길이 가기 때문이니까.
또, 값진 선물은 받는 이에게도 부담이었다. 특히 생일 선물처럼 주고받는 게 관례에 가까운 선물은 더더욱.
본인이 준 선물에 비해 훨씬 값이 싼 선물을 받으면, 아무래도 조금 섭섭해지기 마련.
설령 주는 이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럴 가능성 자체가 받는 이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이 상황과는 조금 궤가 다르지만, 친구 사이에는 금전 문제로 얽히지 말라는 말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뭐, 이래저래 서술은 길었지만, 이 긴 이야기의 결론은 간단했다.
지금 내가 이도영에게 받은 선물은, 그 두 가지 기준에 전부 적합하지 않았다는 거다.
‘…목걸이라니.’
난감한 기색을 애써 숨기며 상자 안에 든 펜던트를 꺼내 들었다.
그래, 뭐. 아예 받지 못할 선물은 아니었다. 목걸이가 이성 간 오가기엔 조금 미묘한 선물이긴 해도, 친구 사이에 선물하면 안 되는 물건까지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가격대가 적당할 때의 이야기고.
문제는 지금 내가 받은 건 전혀 저렴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꽤 커다란, 선명한 녹색의 마정석이 한가운데에 박혀 있었으니까.
“…이거, 마정석 맞지?”
“응, 맞아.”
“이걸 직접 만들었다고?”
“아, 목걸이 자체는 기성품이고, 마법 부여만 내가 했어.”
아무리 대마법사의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 아티팩트를 일주일만에 만들었다는 건 꽤 놀라운 일이었지만, 지금 내게는 그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마정석이 맞다는 말, 그리고 마법 부여까지 했다는 말. 생일 선물로 받기에는 과하게 비싼 선물이었다는 점이 더욱 신경 쓰였으니까.
“간단한 회복 마법이 걸려 있으니까, 혹시라도 부상을 입으면 자동으로 마법이 시전될 거야. 대단한 건 아니고, 응급처치 정도이긴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더 이어진 설명을 들은 후에는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설명을 마친 이도영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그, 선물로 주기엔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본인은 응급처치 정도라고 하긴 했지만, 회복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는, 성능을 막론하고 상당히 비싼 축에 드는 물건이었다.
물론 마법사라는 고급 인력의 인건비가 그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재료 값만 하더라도 결코 싼 값은 아니었으니까.
그에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잠시, 내 말을 들은 이도영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얼마 안 들었어. 마정석이나 잡다한 재료는 김시우 님이 마련해 주셨기도 하고, 체인이나 장식 부분은 유진이가 아는 장인 분을 소개해줬으니까.”
물론 하필 에메랄드를 합성한 탓에, 내구도가 꽤 약해진 마정석이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조금 돈이 들긴 했지만, 김유진의 소개를 받은 덕에 원가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진짜?”
“진짜야.”
태연하게 긍정하는 이도영. 확인을 위해 김유진을 바라보자, 김유진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미심쩍은 기분도 잠시, 이내 든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을 건넸다.
“그런데 마정석은 김시우 님이 마련해 주셨다고?”
“응, 네 선물 얘기를 하니까, 마침 하나 남는 게 있다고 하시더라구.”
“내가 달라고 했어!”
“네가?”
“헤헤, 응!”
뿌듯한 듯 어깨를 펴며 끼어든 김유진. 히히 웃는 얼굴을 보며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부담스럽긴 하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 납득할 수는 있었다.
“그러니까 편하게 받아도 돼, 시아야.”
“으음….”
그런 내 기색을 눈치챈 듯, 다시 한번 날아온 권유에 침음성을 흘렸다.
뭐, 이미 만들어진 이상, 돌려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긴 했다. 그렇게 한참 고민한 후, 겨우 결정을 내렸다.
“…그래, 고맙게 받을게.”
준다는 걸 계속 거절할 수도 없으니까. 꽤 부담스러운 선물이긴 했지만, 안 받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얘네 생일 선물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긴 했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해보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엘릭서도 줬는데, 이 정도는 충분히 받을 만하지.’
거기까지 떠올리자 어느 정도 부담을 없앨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부담을 지우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런 걸 그냥 받긴 좀 그런데. 혹시 바라는 거라도 있어? 간단한 거라도.”
그래도 맨입으로 받기에는 조금 값비싼 선물이니까, 간단한 부탁 정도는 들어줄 생각에 입을 열었다.
“난 괜찮아!”
“…으음.”
태평하게 대답한 김유진과 달리, 작게 침음성을 흘리는 이도영. 약간 머뭇거리는 기색에 한번 더 되물었다.
“있어?”
“별 건 아니고….”
여전히 대답하길 꺼리는 모습. 무슨 부탁인지에 대해 의문이 떠오르기도 잠시, 이내 든 불안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설마….’
그건 아니겠지.
김유진도 빤히 보고 있는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닐 것이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도영의 입을 바라보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의 입이 열렸다.
“…그, 이름 말이야…. 괜찮다면 조금 자주 불러줬으면 좋겠어.”
“…음? 이름?”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 그에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이도영을 바라보자, 쑥스러운 듯 이도영이 시선을 피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아, 그럼 나도 그걸로 할래! 이름 불러주기!”
아니, 넌 또 왜.
갑작스럽게 끼어든 김유진에게 의문 섞인 시선을 보내자, 그런 내 모습을 본 이도영이 머뭇거리며 되물었다.
“…안 돼?”
“…아니, 어려운 건 아닌데…. 그걸로 괜찮아?”
“응, 그거면 충분해.”
굳이 이런 걸? 하는 느낌에 질문을 건네자 이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이걸로 충분하다면야.
“너도 그걸로 괜찮아?”
“응!”
“아니, 근데 굳이 이런 걸 왜….”
그러기도 잠시,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아 작게 중얼거리자, 그 말을 들은 김유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시아는 이름으로 별로 안 불러주니까.”
“…내가?”
“응, 아예 안 불러준 건 아닌데, 둘이서 대화할 때는 거의 안 불렀어.”
어라, 그랬나?
별로 신경 쓴 적이 없어서 기억이 희미하긴 했지만, 이야기를 들으니 그랬던 것도 같다.
아마 계약 전의 습관이겠지. 최대한 정들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이름을 피했던 게 아직까지 남았던 모양이었다.
“…지금 보니 그랬던 것 같네. 미안.”
“아, 아니. 사과할 필요 없어,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가볍게 부탁한 거니까….”
내 사과를 들은 이도영이 황급히 대답했다. 뭐, 돌려 까거나 하려던 의도가 아니었단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럴 성격도 아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그 말을 내뱉은 이후, 침묵이 흐르기도 잠시, 이내 김유진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활기차게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한번 해보면 되지!”
“…지금?”
“응!”
내 반문에 김유진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칼 같은 반응에 괜히 손을 꼼지락대며 이도영을 바라보았다.
“으음….”
“….”
아까는 정작 별생각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분위기가 잡히니까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기도 잠시, 재촉하는 듯한 김유진의 시선에 일단 입을 열었다.
“…어, 그러니까….”
그 후로 다시 막힌 말문. 답답한 기분에 입술을 몰래 깨물기도 잠시, 이내 대충 말을 이었다.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 이러면 돼? 도영아…?”
“어? 아, 응. …고마워.”
분명 감정 공유는 끊겼음에도, 내 감정이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 뻘쭘하게 대답하는 모습. 그 어색한 분위기에 휩쓸리던 순간이었다.
“그럼 이번엔 나도 해줘!”
내 반응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히죽 웃은 김유진이 말을 걸어왔다. 그 순간 깨진 분위기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 유진아.”
“…에에.”
뭘 기대했는지, 덤덤하게 나온 내 대답을 듣고 혼자 시무룩해진 김유진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는 많이 가셨다. 뭐,딱히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
그리고 한참 후, 적당히 파티를 끝낸 뒤 방에 돌아왔다.
이도영이 준 목걸이는 케이스에 넣어서 얌전히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상어 인형은….
‘…나쁘진 않네.’
뭐,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편하긴 했다. 푹신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엎드릴 때 가슴 밑에 놓아두면 불편함이 한결 덜하다는 점이었다. 이 몸에 빙의한 이후, 엎드릴 때마다 가슴이 눌리는 탓에 꽤 거슬렸으니까.
의외로 괜찮은 사용감에 만족하며 휴대폰을 켠 순간이었다.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팝업을 터치해 메시지 함을 열자, 수신된 메시지가 화면에 표시되었다.
[생일 축하해]
짤막한 다섯 글자. 그리고 같이 날아온 케이크 기프티콘. 발신인은 박휘성이었다.
[고맙다 잘 먹을게]
[응]
짤막하게 감사 인사를 적어 보내자, 마찬가지로 단문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한 글자 이후, 한참동안 상대가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는 알림이 떠올라 있었지만, 끝내 다음 메시지가 날아오지는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