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화 〉 개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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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파티 다음 날. 혼자만의 오해가 풀린 덕에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깨어났다. 선물 받은 목걸이를 걸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잠시, 이내 개학 전까지는 하고 다니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왕 선물해줬는데, 쓰는 모습을 안 보여주면 섭섭하기도 할 테고, 어차피 사관학교로 돌아간 후에는 장신구를 하고 다니기는 힘들 테니까. 남은 기간이라도 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판단이 틀린 건 아니었는지, 다음 날 목걸이를 걸고 있는 내 모습에 이도영의 얼굴이 꽤 밝아지긴 했다.
평소 장신구를 하는 습관은 없었던 탓에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걸고 다닐 보람이 있는 반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사관학교에 복귀할 날짜가 되었다.
정확히는 개학은 다음 날이었지만, 나와 이도영은 미리 기숙사에 입실해야 하니 먼저 나가봐야 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유진이 네 덕분에 편하게 지냈네.”
“아냐! 나도 너희 덕에 즐거웠는데, 뭘.”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 김유진에게 가볍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근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을 공짜로 먹이고 재워줬으니 당연한 도리였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이도영과 김시우도 그동안 수련하면서 꽤 정을 쌓은 듯, 나름 작별의 말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 작별 인사를 마친 뒤 이도영과 함께 사관학교로 향했다.
지난 나들이에서 옷을 꽤 산 덕에, 올 때와 달리 꽤 잡다해진 짐. 가득 찬 캐리어를 끌며 걸음을 옮겼다. 그에 따라 내 목에서 흔들리는 펜던트를 본 이도영이 입을 열었다.
“목걸이, 아직 하고 있네.”
‘아, 응. 선물해준 거니까. 그래도 사관학교에서 하긴 좀 그렇겠지만….”
사관학교에서 장신구를 할 수는 없으니, 돌아가면 어쩔 수 없이 빼고 다녀야 하겠지만. 아직은 복귀 전이니까.
그런 내 대답을 들은 이도영이 기쁘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한결같다면 한결같은 후한 반응이었다.
뭐, 이젠 익숙하기도 하고, 나쁜 기분은 아니었으니 굳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마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후, 사관학교에 도착했다. 언제 테러를 당했냐는 듯 말끔해진 풍경. 그를 가볍게 둘러보며 기숙사로 향했다.
“그럼 이만 간다.”
“응, 내일 봐.”
기숙사로 향하는 길, 중간에 간단히 작별을 나눈 뒤 방향을 달리했다. 기숙사 건물이 꽤 떨어져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방에 들어선 후, 짐을 정리하고 내부를 가볍게 둘러보자 어째 조금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한 달 만인가.’
겨우 한 달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김유진과의 저택 생활에 너무 익숙해졌던 모양이었다.
조금 낯선 느낌이 드는 기숙사 방에 묘한 기분이 들기도 잠시, 이내 상어 인형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뭐, 며칠 지나면 다시 익숙해지겠지.
*
다음 날. 기숙사에서 나와 교실로 향했다. 평소와 같은 등굣길이었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탓인지 꽤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도착하자 반 정도 차 있는 인원수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도영에게 가볍게 눈짓으로 인사를 건넨 뒤 자리에 앉았다.
“시아야, 안녕!”
“그래, 안녕. 유진아.”
그리고 얼마 후, 김유진이 교실에 도착했다. 인사를 건네 오는 모습에 마주 인사를 건넸다. 생일 파티 이후, 꾸준히 이름으로 부른 덕에 호칭도 꽤 익숙해져 있었다.
“기숙사는 어땠어?”
“그냥 그랬지. 솔직히 너희 집이 더 좋더라.”
“헤헤! 진짜?”
괜히 뿌듯해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당연히 진담이었다. 아무리 영웅사관학교라고 하지만, 대마법사의 사택보다 시설이 좋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기분 좋다면 장땡이긴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도중이었다.
드륵
“오랜만이구나.”
담임 교관, 신유정이 교실에 들어왔다. 휴교 기간동안 한참 고생했던 모양인지, 신유정의 안색은 매우 퀭해 보였다.
“교관님 되게 피곤해 보이신다. 그치?”
“그러게.”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 듯, 옆에서 김유진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신유정이 육체 강화 계열의 초인인 걸 고려하면, 저 정도로 피로한 티가 난다는 건 꽤 심각한 수준이었다.
물론 그럴 만하긴 했다. 올해, 대마법사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강화한 보안이 무색하게 테러를 당했으니까. 완벽하게 막아냈다면 모를까. 사상자도 나온 판국이고.
사실 대형 길드 마스터 급의 마인이 테러에 가담했다는 걸 고려하면, 사관학교도 억울한 면이 없는 건 아니었다.
S랭크에 이른 마인이라는 전력을 고려하면 사실 이번 테러로 입은 피해는 그리 큰 피해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객관적인 전력 차는 사관학교가 비난을 피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교관의 변절 탓이었다.
그리고 이번 테러에서 입은 피해의 대부분이 일반 마인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이 또 문제였다. 마스터 급의 마인이 아니라, 일반 마인 정도는 결계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
즉, 교관의 변절을 막지 못한 사관학교에 무수한 비난이 향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그대로 교관들을 향했을 터이고.
그리고 온 국민의 주의가 사관학교로 향한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배신자가 튀어나온 교관들에 대한 감사가 얼마나 살벌했을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배신의 낌새를 알고 있던 이는 없는지, 그리고 낌새를 아는 걸 넘어 방조하거나 동조한 이는 없는지 등.
설령 자신에게 그런 혐의가 없더라도, 공권력이 조사의 눈길을 향한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가 될 테니까.
실제로 원작의 서술에 따르면 털끝만 한 부정 하나 없을 신유정마저 저렇게 될 정도로 시달렸으니, 다른 교관들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뭐,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아무튼 그렇게 피곤한 기색으로 들어온 신유정은, 가장 먼저 휴교로 인해 바뀐 일정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딱히 별다른 내용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나마 조금 중요한 내용을 꼽자면, 한 달이나 되는 휴교 기간 탓에 여름 방학이 없어질 거라는 말 정도?
뭐, 다른 학생들이야 방학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중대 사항이겠지만, 내게는 사실 그리 중요한 소식은 아니었다. 원작에서도 여름 방학은 별다른 사건 없이 적당히 지나갔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방학 기간이라고 수련을 안 할 것도 아니었으니, 방학이 사라지건 말건 별 감흥은 없었다. 휴교 기간동안 나들이도 다녀왔으니까.
“말도 안 돼….”
하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김유진은 꽤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금세 시무룩해진 얼굴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신유정의 설명이 이어졌다.
“여름 방학이 사라진 관계로, 이번 주 내로 남은 1학기의 일정을 끝낸 뒤 바로 2학기 일정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성적 산출에 걸리는 시간 탓에, 학기 시작 전에 하루 정도 신체 능력 평가가 있을 거다”
‘아, 그러면 곧장 2학기인가.’
어차피 1학기에 남아 있던 일정이야 별로 중요한 것도 없었으니, 빠르게 처리하고 곧장 2학기로 들어가려는 모양이었다.
“신체 능력 평가는 원래 2학기 일정에도 있었으니, 딱히 변경된 일정은 없다고 생각해도 될 거다. 여름 방학을 조금 빨리 했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1학기 종료와 방학 시작의 순서가 조금 어긋났을 뿐, 2학기 일정은 변화가 없을 거라는 말.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2학기에는, 꽤 중요한 행사가 하나 있었으니까.
‘축제…를 안 하진 않겠지, 분명.’
테러를 당한 상황에서 무슨 축제를 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원작의 묘사에 따르면 사관학교의 축제는 단순히 즐기기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
물론 그런 목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부가 목적이고. 진짜 목적은 생도들의 역량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전력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또, 이런 축제는 스카우터들의 장이기도 했다. 다양하게 주어진 기회에서 역랑을 발휘한 생도는 이런 저런 후원이나 스카웃을 받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한 행사는.
‘토너먼트.’
학년 별로 열리는 토너먼트와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토너먼트. 가장 명쾌하게 생도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행사였다. 원작에서는 이도영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했고.
뭐, 아직 시간은 꽤 남았으니 벌써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적당히 생각을 마치고 김유진과 대충 수다를 떨며 조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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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딱히 할 얘기는 없었다. 조회가 끝나고, 지루한 이론 수업이 몇 강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의 첫 실기 시간은, 대련 수업이었다.
쐐애액!
“커헉!”
이제는 굳이 시스템을 쓸 필요도 없었다. 현재 내 순수한 실력은 B+랭크 정도.
그리고 그 정도의 실력자는, 졸업생 중에서도 꽤 드문 수준이었으니. 1학년에게 굳이 시스템까지 쓸 필요가 없었다는 거다.
“유시아 승!”
내 승리를 선언하는 교관을 뒤로한 채 대련 링에서 내려왔다. 내게 도도도 달려온 김유진과 합류한 뒤, 이내 이도영에게 다가가려던 순간이었다.
“다시 붙어, 이 새끼야.”
몇 달 전, 이도영과 한 판 붙었던 놈이 이도영에게 또 시비를 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름이 분명…강혜성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이름이 뭐던 간에, 분명 저번에 털렸는데도또 시비를 걸고 있는 걸 보면,아무래도 한 달간 쓸데없는 자신감을 쌓아 온 모양이었다. 그래봤자 이름도 까먹은 엑스트라지만.
‘…뭔 깡이래?’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대련 링으로 향하는 둘을 보며 어느새 내게 팔짱을 낀 김유진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뭐, 저번에는 좀 걱정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쉽게 말해, 팝콘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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