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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2화 〉 축제(1) (162/167)

〈 162화 〉 축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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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이후, 대략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딱히 별다른 사고가 또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뭐, 꽤 평화로운 학창 생활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평화롭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아니다. 그리 큰일은 아니지만, 이래저래 작은 소란이 있긴 했으니까. 예를 들자면, 이도영이 대마법사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퍼진다던가.

발단은 내 목걸이였다. 이도영에게 선물 받았던 목걸이. 그걸 조금 개조해달라는 내 요청이 화근이었다.

뭐,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회복 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였으니, 마석이 그대로 노출되는 디자인은 조금 위험하긴 했다. 충격을 받는다고 딱히 폭발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잘못하면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런 이유보다는 단순히 보석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게 부담스러워 안 낀 거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내 요청에 따라, 이도영이 목걸이에 여닫을 수 있는 케이스를 추가해주었다. 보석을 감싸는 투명한 차폐막이 추가된 건 덤이다.

쓰인 소재 또한 꽤 내구성이 높은 것이었으니, 부담도 덜고 안전성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개조이긴 했다. 다만 문제는, 그 개조로 인해 학교에 조금 소란이 일었다는 것이다.

‘…설마 인챈트가 그렇게 희귀한 기술일 줄은 몰랐지.’

하기야 현실에 비유하자면 군사 기술과 비슷한 포지션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적성이 맞는 이도 적은 데다가 기술의 전수가 폐쇄적이기까지 하다니까. 소란이 안 일기는 힘들겠지.

뭐, 그래도 현실의 군사 기술에 비하면 국가의 통제 정도가 약하기도 하고, 대마법사라는 출처가 명확하기도 하니 사실 그리 큰일은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그 출처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퍼진 소문이었다.

‘대마법사의 제자라….’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 달짜리 속성 과외이긴 하지만 가르침을 받은 건 사실이고, 일단 제자라고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긴 한 모양이었으니.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한동안 교내에 꽤 소란이 있긴 했다. 대마법사의 이름값은 꽤 무거우니까. 그럴 만도 하지.

뭐, 그래도 꽤 시간이 지난 지금은 흥미도 꽤 잦아든 상황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호칭 하나가 새로 붙은 것뿐이니까.

이전과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이도영의 급속 성장을 뒷받침하는 이유가 생긴 탓인지 납득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 정도일까? 뭐, 그건 그리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간 평가 기간도 끝나가는 시기, 마지막 시험을 마친 시점이었다.

“…끝났네.”

“그러게. 드디어 끝났네.”

피곤한 기색으로 중얼거린 김유진이 이내 책상에 엎드렸다. 하기야 필기시험에 대비해서 며칠동안 바쁘게 공부했으니 꽤 피곤할 만도 했다.

“시아 너는 잘 봤어?”

“아니.”

성적을 물어오는 김유진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좋게 말하려고 해도, 솔직히 잘 본 성적은 아니었으니까.

뭐, 엄밀히 따지면 망한 건 아니다. 2학기에 들어서 필기시험의 비중이 대폭 축소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도저히 풀 수 없는 과목도 있었지만, 반대로 어찌어찌 풀 만한 과목도 있긴 했고.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전 학기에 비해 등수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필기는 신경 쓰지도 않았으니, 딱히 아쉽거나 한 건 아니지만.

“…으으, 나도 망친 것 같은데….”

“…글쎄.”

시무룩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이는 김유진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성적을 까보면 잘 봤을 게 틀림없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꽤 얄미운 유형이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시험 본 날 얄미운 유형에 속하는 놈은 하나 더 있었다.

“…도영이, 너는 잘 봤어?”

“아…아마? 그래도 이번 시험은 좀 어렵긴 했어.”

“…잘 봤다는 거네.”

날카롭게 노려보는 눈빛. 그에 이도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그 우스운 대치가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뭐, 됐어. 당연히 잘 봤겠지.”

질렸다는 듯 픽 고개를 돌린 김유진이 내게 다시 달라붙었다. 평소대로 귀찮은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이내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든 김유진이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시아야.”

“응?”

갑작스러운 말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김유진이 내게 질문했다.

“너, 토너먼트 나갈 거야?”

“토너먼트?”

생뚱맞은 질문에 가볍게 되묻자, 이내 김유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궁금한 건 김유진뿐이 아니었다는 듯, 이도영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입을 열었다.

“글쎄, 아무래도 안 나갈 것 같은데.”

“엥? 왜? 시아 네가 나가면 무조건 1등 아니야?”

내 대답이 의외였는지 눈을 크게 뜬 김유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굳이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이미 나는 생도 수준은 한참 벗어난 지 오래였으니까.

‘뭐, 여전히 실력이 더 오르진 않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한 달간의 수련에도 불구하고, 내 경지는 여전히 한 걸음도 진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여전히 B+랭크 수준에 그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로도, 1학년 중에서는 상대가 없는 수준이었다.

‘…전 학년 쪽으로 따지면 조금 애매하긴 한데.’

지금 백소월의 수준을 정확히 모르기에 확답할 수는 없지만, 아마 아직 강기를 각성하진 못했을 테니 밀리진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딱히 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굳이 나갈 필요가 없으니까? 딱히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고.”

토너먼트는 한편으로 대규모 스카우트의 장이기도 했으니, 만약 거기서 돋보이면 꽤 몸값이 올라가긴 할 것이다. 만약 우승 트로피를 갖는다면, 그 학년 최고의 유망주라는 뜻이니 더더욱 그럴 거고.

하지만 나는 딱히 몸값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어디 길드에 들어가거나 할 생각도 없고, 그런 허명에 딱히 관심도 없으니.

“그래도.... 상금도 있는데.”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뭐.”

교내 행사에 걸린 상금치고는 꽤 거액이긴 했지만 딱히 탐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학년별 토너먼트는 곁다리에 가깝기도 하고. 진짜 중요한 행사는 전 학년 토너먼트였으니까.

‘상금도 상금인데, 특별히 상품도 걸려 있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전 학년 토너먼트는 3학년 토너먼트 우승자를 위한 서비스에 가깝다. 1~2학년 우승자가 3학년 우승자를 이기는 경우는 매우 드무니까. 굳이 말하자면 졸업하기 전 뭔가 쥐여 주겠다는 배려 같은 거지.

아무튼 그 상품의 내용은 간단했다. 꽤 수준 높은, 원하는 종류의 무기 하나. 그게 전 학년 토너먼트의 상품이었으니까.

참고로 세금은 당연히 학교에서 부담한다.

“흐음…. 그렇구나.”

“왜, 너도 나가게?”

“응! 1학년 토너먼트! 오늘부터 신청 기간이니까.”

“나도 한 번 나가보려고. 뭐, 우승은 힘들겠지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유진과 참가 의사를 밝히는 이도영. 그 모습을 보기도 잠시, 이내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안 남았네.

굳이 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이러면 이야기가 달랐다.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아니다. 나도 참가는 해야겠네.”

“응?”

“시아 너도 나오려고?”

갑작스러운 번복에 갸웃거리는 둘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1학년 토너먼트 말고. 전 학년 토너먼트.”

“…전 학년?”

“어.”

조금 당황스러운 말이었는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놀람이 섞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시아라면 질 것 같진 않지만….”

“괜찮겠어?”

“괜찮으니까 나가지.”

내 말에도 불구하고 조금 걱정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둘. 그에 몇 마디를 더하던 도중이었다.

“저, 저기….”

“응?”

“옆 반에서 너희를 찾는 애가 있어서.”

갑자기 대화에 끼어든 남성. 그에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옆으로 옮기자, 꽤 낯익은 백발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

가볍게 인사를 건넨 이설화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에 의해 살짝 흔들리는 백발을 바라보기도 잠시, 이내 이설화를 본 이도영의 고개가 갸웃했다.

“설화? 웬일이야?”

“….”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다가온 이설화가 잠시 이쪽을 훑었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이설화의 시선이 김유진을 향했다.

“…저, 저기.”

“….”

갑작스러운 아이 컨택. 그것도 조금 꺼리던 대상과의 눈맞춤이 꽤 부담스러웠는지, 김유진의 눈이 살짝 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무표정한 이설화의 얼굴에, 이도영이 다시 말을 걸려던 순간이었다.

“너, 토너먼트 나올 거야?”

갑작스러운 이설화의 질문. 그에 김유진의 눈에 당황이 깃들었다.

“…으, 응?”

“토너먼트, 참가할 거야?”

당황한 김유진의 반응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이설화가 한 번 더 되물었다.

“…아, 아마 나갈 것 같은데….”

“…그래. 알았어.”

계속된 질문에 김유진이 겨우 대답하자, 이내 이설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대답을 듣자마자 밖으로 향하는 이설화의 모습에 둘의 표정에 의문이 깃들었다.

“…뭐지?”

“글쎄….”

여전히 당황을 떨치지 못한 둘이 대화를 나누는 걸 뒤로한 채, 이설화가 나간 방향을 흘깃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슬슬 준비해야 할 것 같네.’

축제 전에, 한 가지 더 준비할 게 생긴 모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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