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늙은 죄수 (3)
코뿔소 수인, 멘록은 화가 났다.
코가 민감한 그로서는 애초부터 퀴퀴하고 더러운 감방 냄새에 인간들 못 씻은 냄새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적응은 했는지, 이제 한 달을 조금 넘긴 감옥 생활.
매일 기분 더러운 전기 충격에 눈을 뜨고 아침 점호할 때 기분이 잡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치더라도.
힘든 채석장 일을 끝내고 돌아왔는데, 감방이 피 냄새로 얼룩졌으니 그의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했다.
심지어 핏물이 고인 웅덩이까지 밟았다.
“어떤 새끼인지 몰라도 당장 나오는 게 좋을 거야.”
수인의 거친 목소리가 으르렁 감방을 울렸다.
그 말에 반응하는 흠칫 반응하는 죄수들도 있었다.
멘록의 반응이 감정적이었다면.
옆에 서 있던 참수리 수인은 냉철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피 웅덩이가…… 적어도 한 명이 흘린 분량이 아닙니다…….’
수십 명이 떼거리로 피를 흘려야 할 정도의 양.
참수리 수인, 호루크는 이곳 감방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을 포함해 채석장에 갈 수 있을 만한 5명은 이 감방에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평범한 인간이 아닌 수인(獸人)이니까.
그다음은 서열로는 흉터 죄수가 모았던 하이에나 무리.
나머지는 무리를 형성하지 못한 약자들.
저들끼리 싸웠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한 달 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갑자기 난장판을 벌였다기엔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이 씨발……! 빨리 안 나올래? 어떤 새끼가 감방에서 깽판을 친 거야!”
멘록의 뒤에서 주변을 살피던 호루크는 처음 보는 사람을 발견했다.
발달한 그의 눈은 미약한 빛으로도 넓은 감방의 어둠 너머 있는 자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눈에 힘을 주었다.
‘노인……?’
해어진 죄수복을 입고 흰 봉두난발에 눈에 붕대를 감은 노인이 보였다.
늙은 죄수는 벽에 등을 대고 있었는데, 참수리 수인의 귀에 조그마한 소리가 들려왔다.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숨 쉬는 소리.
패턴을 보아서 자고 있는 것 같았다.
호루크는 저도 모르게 부리를 벌렸다.
“저 노인…… 처음 봅니다.”
“뭐?”
멘록이 고개를 홱 돌렸다.
2톤이나 나가는 몸집의 거인이 호루크가 바라보는 쪽으로 쿵쿵 걸어갔다.
“야, 너! 뭐야! 신입이냐? 처음 왔으면 인사를 해야 할 것 아니야.”
“쩝쩝…… 음?”
입맛을 다시던 노인이 잠에서 깬 듯 고개를 들었다.
“자넨 누군가.”
“허. 날 몰라? 하긴 오늘 처음 들어왔다면 모를 수도 있지. 난 멘록이다. 자랑스러운 라이노족의 일원이자, 이 감방의 최강자이지.”
“최강자라…… 그거 멋있군.”
자신감 있게 자신을 소개하는 멘록을 보고도 노인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난 아겔이라 하네. 그럼 이만 잘 테니 조용히 해 주게. 고맙네.”
툭.
노인은 다시 벽에 머리를 기댔다.
얼이 빠진 듯한 표정이었던 멘록이 노인의 멱살을 쥐려 했다.
“이 자식이…… 지금 사람 무시하는 거냐?”
“잠깐만요.”
호루크가 끼어들어 멘록의 손을 막았다.
“이봐요. 저 사람들은 당신이 그런 겁니까?”
“음?”
날개 달린 손이 감방 구석을 향했다.
넓고 어두운 감방이지만, 호루크의 눈엔 보였다.
군데군데 상처를 입고 겨우 벽 쪽으로 기어가 쓰러져 있는 죄수들이.
그들은 분명 무리를 이루고 식사를 독차지했던 놈들이었다.
‘흉터 놈이 안 보인다.’
힘의 논리를 잘 이해하고 있던 흉터 죄수는 무리를 형성하긴 했지만, 그들을 건드리진 않았다.
오히려 5명에겐 깍듯이 대했다.
채석장에서 귀환할 때면 아부라도 떨기 위해 나왔던 놈이 보이질 않았다.
아겔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한 게 맞네. 복수라도 하고 싶은 겐가?”
스스로 시인하는 늙은 죄수.
그러나 이런 늙은이가 벌였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큰 참상이었다.
“딱히 저들과 은원을 쌓고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만…… 정말 당신이 한 게 맞습니까?”
“그렇대두. 속고만 살았는가?”
다 늙은 인간이 수십 명의 젊은 장정들을 상대로 멀쩡하다니.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기에 노인을 내려다보는 호루크의 눈엔 경계심이 깃들었다.
멘록이 코를 푸르륵 거리며 말했다.
“감방 죄수들에게 피해를 입혀 놓고 뭐 이리 당당해? 힘자랑이라도 하고 싶었어?”
코뿔소 수인이 손을 뚜둑 풀었다.
“거 얼마나 센지 한 번 시험해 볼까?”
“늙은이에게 그 험악한 주먹을 들이미는 겐가?”
“불쌍한 척은 안 먹혀. 감방 분위기 개판 쳐 놓고 피해자인 척하지 말라고.”
“끌끌, 피해자라…… 재밌는 생각이구먼.”
노인이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섰다.
그는 품에서 굳은 피가 덕지덕지 묻은 무언가를 꺼냈다.
무언가를 뚫을 수 있는 무기처럼 보였다.
멘록이 코웃음 쳤다.
“그딴 걸로 내 가죽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아? 잘 걸렸다, 노인네. 안 그래도 요즘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한판 제대로…….”
“멘록, 안 됩니다.”
호루크가 다시 팔을 들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멘록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자꾸 막는 거야? 이딴 노인네 하나 혼내 주는 것도 안 되는…….”
부르르르…….
코뿔소 수인은 자신의 앞을 막는 팔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미세한 떨림이었고 눈도 좋지 않은 그였지만, 호루크가 떨고 있는 건 분명했다.
호루크가 아겔을 보며 말했다.
“당신을 건들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쪽과 상관하지 말아 주시죠.”
“그러겠네.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나도 그쪽엔 일없네. 조용히 잘 지내보지.”
“예.”
멘록의 팔을 붙잡고 돌아가는 호루크.
코뿔소 수인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이내 떨리는 호루크의 손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대체로 조류 수인은 ‘감’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다.
* * *
…….
고요한 감방.
‘취침 시간’의 감방은 쥐 죽은 듯이 적막했다.
이 시간엔 아무도 일어설 수 없다.
‘불립(不立)’의 규칙.
취침 시간에 바닥에서 등을 떼면 전기 충격이 온몸을 감싼다.
고독의 죄수들을 괴롭게 만들기 위한 시스템 중 하나.
전신을 짜릿하게 만드는 전기 충격이 달가울 리 없으니 얌전히 누워야 한다.
생리 현상이 찾아와도 죄수들은 일어설 수 없다.
돌아누워 해결해야 한다.
‘일과 시간’에도 마찬가지로 ‘불침(不寢)’의 규칙이 적용된다.
낮에는 절대로 누울 수 없다.
멘록은 옆에 누운 호루크에게 고개를 돌렸다.
호루크는 눈을 감고 정자세로 누워 있었다.
“이봐, 호루크. 아까는 왜 날 막은 거야?”
“…….”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멘록이었기에 참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호루크의 제지에 그는 몸을 멈추었다.
만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 참새 녀석도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능력만큼은 출중했다.
특히 머리 쓰는 일은 나쁘지 않았기에, 머리가 나쁜 멘록은 어느 정도 호루크의 지혜에 의지했다.
“그 늙은이. 그렇게 세 보이진 않던데. 뭐 느낀 게 있어? 아니면 내가 그런 허약한 노인에게 질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게 아닙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호루크가 부리를 열었다.
“우선…… 그 노인은 눈이 없었습니다.”
호루크의 말에 멘록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 어쨌다고. 눈 없어도 잘만 돌아다니는 종족은 많아.”
“저 노인은 확실히 인간입니다. 장담할 수 있습니다.”
호루크는 상대방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눈’을 가졌다.
인간이 아닌 수인의 짐승적인 감각이기에 정확히 설명하긴 어려웠으나, 그는 남들보다 볼 수 있는 게 많았다.
고독에서도 이 능력의 덕을 보았다.
상대를 가늠하는 건 꽤 쓸만한 능력이니까.
“눈 없고 허리 굽은 노인이 젊은 죄수 수십 명의 몸에 구멍을 내고 멀쩡했습니다. 보통 실력자가 아닙니다.”
“쳇. 그래 봤자. 인간이잖아. 뭐, 무술 같은 걸 배웠을 순 있지. 하지만 인간의 힘으론 내 가죽을 뚫을 수 없다고.”
멘록의 가죽은 날카로운 검이나 창으로도 쉽게 뚫을 수 없다.
코뿔소의 가죽은 기사의 풀 플레이트 아머에 비견되기도 하니까.
심지어 평범한 코뿔소의 가죽보다도 1.5배 더 질긴 그의 가죽이기에 이런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걸리는 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멘록은 눈이 안 좋죠?”
“……코뿔소가 눈이 안 좋은 건 당연하잖아. 그래도 사람 구별하는 건 문제 없어.”
“저는 봤습니다.”
“뭘.”
“노인의 죄수 번호를…….”
“죄수 번호?”
고독에 들어온 죄수들은 누구나 왼쪽 목에 죄수 번호가 새겨진다.
어차피 고독에서 나갈 수 없으니 옷에 적는 것이 아닌 목에 낙인을 찍어 버리는 것이다.
“제 죄수 번호를 읽어 보시겠습니까?”
“시발…… 눈 나쁘다니까. 잠깐만…….”
멘록은 누운 채로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었다.
“……1-2087952156762. 근데 이건 왜?”
“죄수 번호는 고독에 들어온 순서대로 찍힙니다. 저는 2조 번째 죄수라는 뜻이죠. 첫 번째 숫자는 급수를 뜻하고요.”
“그걸 누가 몰라? 나도 2조 번째 죄수야. 풋, 참나. 죄수 숫자가 2조나 된다니. 대부분 다 뒤졌겠지만, 참 많이도 처넣었군.”
호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죄수 숫자가 2조를 넘는다니.
‘고독’처럼 행성 하나가 교도소인 곳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 죽었을 것이다.
이곳은 그런 곳이니까.
참수리 수인은 침을 삼켰다.
“노인의 죄수 번호는 51번이었습니다.”
“뭐?”
…….
잠시간의 정적.
멘록이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호루크는 아까 보았던 노인의 목을 떠올렸다.
주름진 목이어서 죄수 번호가 잘 안 보였지만.
평범한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호루크는 볼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바라본 노인의 목에는 분명 ‘51번’이라고 적혀 있었다.
51번이 아니더라도, 새겨진 낙인의 숫자가 2개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멘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노인네는 도대체 얼마나 이 교도소에 있던 거야?”
“아마 설립 초창기 때부터겠죠.”
“유령과 같은 감방을 쓰고 있는 건가? 아니…… 51번이라고? 그게 말이 돼?”
채석장에 다닐 수 있을 만큼 건장한 두 수인은 안다.
이 교도소에서 생명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교도소에 들어온 지 겨우 한 달 남짓이지만, 그들이 보아 왔던 스러져 가는 생명은 하루에도 수천 단위였다.
위험한 채석장에서 본 것만 해도 그럴진대.
이 거대한 교도소 각지에서 일어나는 죽음은 얼마나 많을까.
이게 사실이라면.
본인들과 노인 사이에는 2조라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었다.
“급수조차…… 써 있지 않았습니다. 몇 급 죄수인지 모른다는 말이에요.”
“젠장. 우리가 여태 본 놈들은 전부 급수가 쓰여 있었잖아?”
“물론 그렇죠…… 하지만 이 교도소가 세워진 초창기 때에는 급수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서 안 찍었을 수도 있습니다.”
멘록과 호루크는 1급 죄수이다.
그렇기에 죄수 번호 가장 앞에 1이라고 낙인이 찍혀 있다.
멘록이 성가시다는 듯이 머리를 박박 긁었다.
“그럼 시발, 내가 몇 급인지도 모르는 노인한테 시비 털었다는 거야? 젠장, X된 건가…… 아니 근데 급수도 모르는 노인네가 왜 1급 감방으로 오냐고.”
“그건 저도 모릅니다. 초창기 죄수이니 우리에게 적용되는 규정과 다른 부분이 있겠죠.”
호루크가 멘록을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원한을 쌓은 것 같지는 않으니. 오히려 잘만 하면 얻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젠장 그렇겠지? 가서 사과부터 해야 하나?”
“굳이 사과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긴 합니다. 물론 친해질 수 있다면 못 할 것도 없겠지만요.”
“난 늙은이랑 친해지는 취미는 없는데.”
투둑…….
즉시 두 사람의 대화가 멈추었다.
어둠 속에서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미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탁. 탁. 탁.
흐헤에에에…….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에 들려왔다.
순간, 멘록은 자신의 머리 바로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응……?”
“흐헤에에…….”
“뭐, 뭐야 씨발……!”
피를 뚝뚝 흘리는 죄수 하나가 멘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멘록은 두 팔을 교차해 놈의 팔을 저지했다.
호루크는 옆에서 눈을 부릅뜨고 죄수를 바라보았다.
“좀비……?”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존재.
비록 아까까지 같은 죄수복을 입고 있는 재소자였지만.
그는 좀비가 되어 있었다.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피와 살을 탐하는 존재.
전신이 썩어 가기 시작하고, 무언가에게 전신을 물어뜯긴 상처를 지닌 몬스터.
좀비는 멘록의 팔을 깨물기 위해 피에 젖은 이빨을 들이밀었다.
“이런 미친……! 좀비가 왜 여기에 있어!”
멘록의 외침 이후, 그제야 호루크는 감방의 어둠 속에 감춰진 부산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호루크는 소리에 집중했다.
넓은 감방 각지에서 들려오는 소리.
습격을 당하고 있는 건 멘록과 호루크뿐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좀비들이 우릴 공격하고 있습니다……!”
“씨발, 내가 눈이 안 좋지만, 그딴 건 안 봐도 알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불침의 규칙 때문에 죄수들은 일어나 대항할 수 없다.
심지어 옆으로 굴러가는 것도 안 된다.
엎드린 자세가 된다면 바로 전기 충격이 오기 때문이었다.
덩치가 크고 목소리가 큰 멘록에게로 좀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으어…….”
“흐헤에에에…….”
“이런 씨발…….”
물어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가죽이지만, 좀비가 모이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옆에 있는 호루크는 멘록과 같은 가죽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호루크는 자신을 향해 오는 좀비들을 날개 달린 팔로 쳐 냈다.
펄럭! 빡!
좀비 몇몇이 팔에 맞고 주춤했지만, 전부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호루크! 이 새끼들은 서 있는데 왜 전기 충격 안 받는 거야!”
“저도 잘 모르겠……!”
말하면서 호루크는 깨달았다.
좀비들은 전부 죽은 자들이다.
그러니.
‘설마 죽은 자들은 전기 충격을 받지 않는 그런……?’
오직 살아 있는 사람만 전기 충격을 받는 규칙이라면.
좀비들이 전기 충격의 규제 아래에서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젠장! 조심해!”
호루크 앞으로 20마리가량의 좀비가 쏟아졌다.
팔로 쳐 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그의 두 팔 모두 좀비에게 잡혔다.
“제길……!”
“흐헤에에…….”
좀비가 팔을 물기 직전.
촤악!
두 팔을 잡고 있던 좀비 두 마리의 목이 날아갔다.
호루크의 얼굴에 검붉은 피가 잔뜩 튀었다.
“크윽……! 무슨 일이!”
“어……?”
옆에 있던 멘록이 얼빠진 소리를 했다.
호루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했다.
그러나 쏟아진 피가 눈을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허나 이어진 목소리에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했다.
“쯧, 시끄럽긴. 고약한 놈들.”
아까 들었던 메마른 목소리.
호루크는 서둘러 팔로 눈을 비비고 고개를 들었다.
“죽은 놈들은 편히 잘 생각이나 하지, 웬 오밤중에 이리 난리인 게야.”
늙은 죄수가 좀비들을 학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