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30)화 (31/186)

30화 충치 (2)

마곤과 그의 수하들이 충혈된 눈으로 아겔을 바라보았다.

아겔은 담담하게 벌레 단검을 들고 있었고, 전혀 두려워하거나 움츠러든 기색이 없었다.

마곤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냥 모른 척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저와 등을 돌리셔야 합니까?”

“먼저 진실을 말하지 않은 건 자네라네. 나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할 셈은 아니겠지.”

마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약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건 그의 선택이었다.

처음엔 그리 떳떳한 일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고, 알려 봤자 좋은 게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몸속에서 활성화한 환약이 주는 쾌감은 자잘한 걱정 따위는 쉽게 날려 버렸다.

“제가 환약을 한 게 영감님과 척을 져야 할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그럴 리가. 환약이 바닥나면 날 잡아다 바칠 게 아닌가.”

그 말에 마곤의 눈이 커졌다.

그는 알고 있었다.

환약이 무엇을 재료로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주인님이 누군지까지…….’

아겔의 말이 맞았다.

마곤과 그의 수하들은 이제 환약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되어 버렸다.

특히 이번 방출 때 더욱.

환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주인에게 수백 명의 동생을 바쳤을 때의 배덕감.

그리고 그 반동으로 얻은 환약이 주는 쾌락.

환약의 제물로 바칠 사람이 부족하면 아겔을 잡아 바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그냥 알고 있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마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영감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게 욕심입니까?”

“자네의 욕심이 투명하다 자부할 수 있는가. 혹시 그 욕망 가운데 나를 환약을 위한 제물로 여기는 마음이 한 톨도 없다고 확신하는가?”

아겔의 말은 정론이었다.

마곤조차 그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었으니.

그저 생명의 은인을 대한다기보다는 이제 그도 모르게 아겔을 환약의 제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환약에 중독되었으니까. 충동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자네만의 문제 또한 아니지. 자네가 나라면 약을 하는 자의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가.”

“큭…….”

마곤은 쓰라린 얼굴을 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의 가슴을 후벼 파는 듯했기에.

게다가 그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등을 돌리고 싶진 않았다.

“아쉽게도 여기까지인 것 같구먼.”

그러나 메마른 목소리는 요지부동이다.

그럼 마곤도 마음을 굳혀야만 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감님이 먼저 자초하신 겁니다.”

그와 반목하고 싶진 않았으나, 신뢰가 무너진 이상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존재할 수 없다.

상대가 자신을 노릴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 순간부터 관계는 끝인 거다.

마곤은 뒤에 선 자신의 수하들에게 고갯짓했다.

“고통 없이 보내 드려라.”

“예!”

그의 수하들 또한 환약을 주입받고 이전보다 강해진 상태였다.

일정 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환약인데, 지금은 그 힘이 최고조에 이를 때.

수하들에게만 맡겨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마곤은 생각했다.

촤락.

노인의 벌레 단검이 숏소드 길이로 늘어났다.

일전에 로스나와 싸울 때도 봤었던 단검이었는데, 형태가 변화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그러나 겨우 칼 한 자루 들었다고 두려워할 마곤의 수하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환약 때문에 두려움 따위는 느끼지 못하니까.

수하들이 달려들었다.

-곱게 죽어라, 노인네!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쾌속하게 달려드는 마곤의 수하들.

평범한 3급의 움직임을 넘어섰고, 4급의 경지까지 넘보는 속도였다.

게다가 수하들은 따로따로 덤비지 않고 노인에게 협공을 퍼부었다.

잘 짜인 협공 사이 아겔의 몸이 움직였다.

촤악! 촤악!

순식간에 팔 2개가 잘려 나간다.

그런데도 수하들은 고통 따위 느끼지 못하고 아겔에게 달려들었다.

흡사 좀비를 보는 듯했다.

좀비의 무서움은 숫자와 무통증에 있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니, 평범한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상대할 수 없고.

약해도 숫자가 많으니 하나 처리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마곤의 수하들이 그러했다.

좀비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일신의 무력은 좀비 따위를 이미 뛰어넘었다.

-붙잡아!

-포위해!

-그쪽으로 도망친다!

아겔은 그들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위치를 가늠했다.

빈틈없이 들어오는 협공.

그러나 작은 몸 하나 움직일 공간조차 없진 않았다.

환약중독자들의 협공이 빛을 발할 때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아겔이었다.

보다 못한 마곤의 수하 두 명이 그를 붙잡기 위해 양쪽에서 달려들었다.

“흐압!”

아겔은 한쪽 수하 정면으로 달리며 숏소드로 심장을 꿰뚫고, 뒤에 따라오는 놈에게 시체를 밀었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형이 흐트러졌고, 아겔은 그 사이로 빠져나가 또 다른 환약중독자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푹.

“컥……!”

목이 뚫린 놈은 죽어 가는 와중에도 아겔의 팔을 붙들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노인은 잡혀 주지 않고 발로 놈을 밀쳐 내며 검을 뽑았고, 그와 동시에 숏소드를 휘둘러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손가락을 잘라 버렸다.

마곤은 입을 벌리고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노인의 검술이 심상치 않다.

힘이 세거나, 몸이 빠른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보여 주는 검술은 적시에 활용되고 있었다.

자신이 빠져나갈 간극을 정확히 만들어 내고, 상대가 잡을 수 있다고 여길 만큼 유혹하는 틈까지.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은 전부 노인이 의도한 바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잡는 건데.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는데.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그 증거로 마곤의 수하들은 몸에 쌓인 환약을 최대로 활성화하고 있다.

점점 더 빨라지는 수하들이었지만, 그거야말로 페이스가 노인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셈이었다.

‘장기전을 치를 생각이 없군…….’

그들이 불나방처럼 자신을 태우길 기다리는 것이다.

꾸드드득.

마곤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환약의 효과로 전신에 도드라진 울퉁불퉁한 근육.

이 신묘한 약을 접하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진 마곤이었다.

그가 발을 박찼다.

쿵.

발을 내디딘 것만으로 돌바닥에 적잖은 진동이 발생한다.

순식간에 아겔의 곁에 도달한 마곤이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아겔은 고개를 뒤로했고, 주먹은 노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촤아아아악…….

발로 바닥에 제동을 건 마곤이 노인을 바라보았다.

아겔의 볼에서 피가 한 방울 흐르고 있었다.

“쉽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역시 영감님은…… 직접 나서는 것만은 피하려 했는데, 까다롭게 구시는군요.”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숏쇼드를 들고 자세를 잡을 뿐이었다.

마곤도 주먹을 쥐었다.

“제가 직접 편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영감…… 님……!”

다짜고짜 달려든 마곤이 아겔을 향해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붕붕붕붕붕붕붕붕!

공기가 갈라지는 충격이 근처에 서 있던 수하들에게도 느껴질 만한 위력.

마곤의 수하들은 한 대라도 맞으면, 몸이 터져 나갈 것을 예측하고 뒤로 물러선 상태였다.

지금은 돕는 것도 어렵다. 마곤이 저렇게 날뛰고 있으니.

잘못하다가 눈먼 주먹에 맞기라도 한다면, 환약이고 뭐고 목숨을 잃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꾸득.

자꾸만 피하는 아겔을 보고 마곤이 다리 근육을 쥐어짰다.

방금보다 1.5배는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와 주먹을 휘두르는 마곤.

아겔은 피할 수 없음을 깨닫고 숏쇼드를 가로로 들어 주먹을 막아 냈다.

콰앙!

공중에 붕 떠오르는 아겔.

마곤은 놓치지 않고 그를 따라가 착지 지점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아겔은 그의 주먹을 몸을 틀어 피하고 발로 어깨를 밀어내며 땅을 굴렀다.

노인은 재빨리 일어서 자세를 잡고 마곤을 향해 검을 들었다.

마곤은 그 자리에 멈춰 어깨를 털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버티시는군요.”

“…….”

노인의 무력이 만만치 않다.

아무래도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같았다.

“이젠 봐 드리지 않겠습니다.”

꾸득……! 꾸드드득!

전신이 부풀어 오르는 마곤.

몸에 남아 있던 환약의 기운을 전부 활성화했다.

그는 몰랐지만, 왼쪽 목에 쓰여 있던 낙인이 3에서 5로 단숨에 바뀌었다.

환약이 가져다주는 힘이었다.

쓰으으읍-!

마곤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바닥을 향해 내뿜었다.

“푸학……!”

입에서 보라색 연기가 확 터져 나왔고,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마치 안개처럼 어두운 감방을 점령해 나가는 연기.

그것의 정체는 몸에서 활성되고 남은 환약의 불순물이었다.

마곤과 똑같이 그의 수하들도 바닥을 향해 보라색 연기를 내뿜었고, 연기는 짙어졌다.

일반인은 이 연기 속에서 단 1초도 버티지 못한다.

환약에 취해 정신을 잃거나, 전신이 마비될 것이다.

하지만 마곤은 노인을 얕잡아 보지 않았다.

그는 아마 숨을 참을 것이다.

“천천히 영감님을 사냥해라. 절대로 서둘러선 안 된다.”

노인은 단기전으로 빠르게 승부를 내려 했다.

그러나 그 의도에 따라 줄 필요는 없다.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

그의 숨이 다하기까지 천천히 그의 주위를 맴돌며 사냥하는 것이다.

연기가 사방을 가리고 있었지만, 마곤과 그의 수하들은 아겔이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선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아겔은 연기가 내뿜어졌을 때부터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수하들은 그에게 공격을 가할 듯 말 듯 주변을 맴돌며 그의 신경을 건드리려 했다.

먼저는 몸이 튼튼한 마곤이 달려들었다.

연기 속에서 숨을 참고 움직이면 꽤 많은 산소를 소모할 것이다.

수하들은 들러리로 충분하다.

그는 아겔에게 달려가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헛.”

서 있는 건 아겔이 아니라 그의 수하의 시체였다.

수하는 무릎을 꿇고 있었고, 숏소드가 그의 심장을 꿰뚫고 바닥에 닿아 그의 몸을 지지하고 있었다.

속았다는 걸 깨달은 그가 고개를 돌렸다.

“젠장…….”

연기 속이라 수하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감각이 극대화되었지만, 면면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기에 소리로 가늠했다.

그러자 기척이 느껴졌는데, 이전보다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사이 당한 것이다.

연기 속에서 오히려 노인이 자신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뭉쳐라! 영감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면 소리쳐!”

-이쪽입니……!

-아니야! 그건 마켄이야!

-무슨 개소리야, 마켄은 이미 죽었어!

-잠깐 조용히 해 봐! 소리가…… 커헉……!

연기에 가려져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마곤은 이를 갈았다.

실수다.

환약의 연기로 아겔을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냥당하는 건 그들이었다.

마곤이 수하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그러나 수하는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전부 목이 잘려 죽어 있었고, 오직 늙은 죄수만이 검을 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곤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아겔…… 아겔……! 아게에에엘-!”

아끼는 수하들이 전부 살해당해, 마곤의 눈이 돌아 버렸다.

혼자 받을 수 있었던 환약도 나눠 준 것인데.

그런 동생들을 늙은 죄수가 전부 참살해 버렸다.

노인은 숨을 참고 있으면서도 기민하게 그의 주먹을 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이전과 비슷한 대처.

하지만 역시 숨을 참는 페널티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결국 공격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콰득!

마곤의 주먹이 아겔의 어깨에 적중했다.

그의 어깨뼈가 산산조각이 나며, 들고 있던 검까지 놓쳤다.

드디어 틈이 생겼다.

마곤은 때를 놓치지 않고 노인을 무자비하게 강타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감히 내 동생들을……! 크아아아아아악!”

땅에 쓰러져 전신이 박살 나는 노인.

마곤은 부서지는 그를 보며 희열을 느꼈다.

무너진다.

육신이.

사람이.

은인이었던 무언가는 다진 육신이 되어 버린다.

비윤리적인 쾌락이 그의 정신을 사로잡았다.

“헉헉…….”

아겔의 숨이 끊어졌다.

마곤은 숨을 몰아쉬며 죽은 그의 모습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이겼다.

정글의 원주민조차 사냥하는 그를 마곤이 이긴 것이다.

“흐. 흐흐흐…… 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 내가 이겼어! 내가 이겼다고! 내가 원시인들에게도 쫓겼던 그때와 같은 줄 알아?! 난 달라졌어! 주인님이 내게 은총을 내려 주셨다! 이게 바로 그 힘이란 말이다아아---!! 크아아아아아악-------!!!”

마구 포효하며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는 마곤은 한 마리의 짐승 같았다.

한참 동안 소리를 질러 대던 마곤이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죽은 아겔의 시체를 붙잡으려 했다.

씹어 먹을 것이다.

먹어서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한 자그마한 배덕의 감정마저 삼켜 버릴 것이다.

그때, 뒤에서 메마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꿈은 잘 꾸었는가.”

!

깜짝 놀란 마곤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아겔이 서 있었다.

전신이 박살 난 채로.

어깨뼈와 골반뼈가 덜렁거리고, 다리는 돌아가 있으며, 목뼈가 부러져 헐렁이는 그가.

“환약의 영향이지. 자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중독되었다네.”

오론쪽에서도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도 아겔이 있었다.

어느새 감방을 가득 채웠던 보라색 연기는 사라지고, 사방에서 죽은 아겔들이 나타났다.

“뭐, 뭐야……! 이, 이게 무슨……! 아, 아니야…….”

현실이 아니다.

노인은 이미 죽었다.

자신은 갑자기 힘을 폭발시켜 헛것을 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려 했으나.

앞에서 다가오는 아겔은 현실보다 지독하게 선명했다.

-살아남고자 감당할 수 없는 길을 선택했구먼. 그 길의 결과 또한 죽음인 줄 모르고.

-환약에 종속된 건 실수라네. 그것은 자네를 처음부터 살려 둘 생각이 없었으니.

-되돌아가기엔 이미 늦었어.

“다, 닥쳐…… 네가 뭘 안다고……!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야! 입 다물라고!”

마곤은 약자다.

3급 죄수.

하급 죄수 중에선 가장 높은 급수이지만, 그래 봤자 하급 죄수이다.

죄수 수백 명을 통솔하는 위치에 오른다고 살아남기 쉬운 곳이 아니다.

고독은.

이곳에 있는 누구에게나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죽음의 사신이다.

“안식하길 바라네. 지독히 끓어오르는 죄책감의 늪에서.”

뒤에서 아겔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마곤은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맞지 않았다.

허깨비 같다.

그러나 실존했다.

눈앞에 있는 수십 명의 시체가 검을 들었다.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검으로.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잘 가게.”

푸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북--!!

노인의 무수한 검이 그의 몸을 꿰뚫었다.

“끄으…….”

고통을 느끼지 못해야 할 육체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그의 정신력을 가뿐히 뛰어넘을 아픔이 전신을 지배했고, 머릿속은 하얗게 물들어 가기만 했다.

쿵.

마곤의 몸이 쓰러졌다.

꿰뚫린 상처는 심장 한군데에만 나 있었고.

언제부터인지 단 한 명의 노인만이 그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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