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체력단련실 (1)
“어…… 으음…….”
아겔은 세로가 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곤과의 싸움이 있고 이틀만이다.
아겔은 숨을 참아서 막았지만, 세로는 그렇지 못했기에 꽤 큰 영향을 받은 모양이었다.
물론 중독성은 없으니 괜찮을 거다.
세로는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꼭꼭 눌렀다.
“어, 어지러워…….”
그러더니 시야를 되찾고 옆에 있는 아겔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뭐가 어떻게 된…….”
“몸은 괜찮으냐.”
“네.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
소년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좀 받아먹더니, 주변을 바라보았다.
시체 하나 없이 깔끔한 감방.
이미 청소부가 다녀가서 정리까지 끝난 상태였다.
“다…… 죽은 건가요?”
“그런 셈이지.”
“역시…… 대단해요.”
세로는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려 했다.
마곤이 이상한 보라색 연기를 내뿜자마자, 자신은 기절하고 말았다.
아겔은 그런 상황에서도 십수 명을 상대로 이겼다는 말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여태까지 노인이 해결한 일은 거의 홀로 해낸 일이었다.
이젠 그리 놀랍게 여기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소년이었다.
“어제 먹다 남은 구더기죽이 있다. 아직 먹을 만하니 먹거라.”
“네.”
아겔은 세로가 감방 중앙으로 걸어가 구더기죽을 퍼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소년도 적응한다.
아니, 누구라도 적응한다.
적응을 못 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낸 이들과 달리 일단 살기로 작정한 자들은 극복해 낸다.
아니면 죽던가.
아무리 끔찍하고 잔혹한 고독이라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살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한다.
아겔도 마찬가지.
그가 64년을 버텨 온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때론 학살을 저지르기도 했고,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맛의 음식도 먹어 보았다.
그런 과정들이 모여 지금의 삶이란 결과를 만들어 냈으니, 그리 손해는 아니다.
아겔은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기 시작했다.
그 또한 내면의 어둠을 걸어가는 자.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주변 소음에 집중하려 했다.
내면의 어둠을 걷는 과정은 어떤 면으로 잠을 자는 것과 비슷하다.
무의식이라 불리기도 하는 심층 의식으로 들어가 진정한 자아를 마주하는 과정이니.
‘사람은 누구나 광대한 어둠을 지니고 있다.’
단지, 의식의 표면에만 과도하게 집중할 뿐.
심층 의식을 깨우는 자는 강해질 수 있다.
자아를 깨우는 과정.
더 본인 같은 본인이 되는 것이다.
아겔도 이 과정을 거의 60년을 거쳐 오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독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했던 4~5년 차 때에는 정신없이 삶을 살아갔지만, 그 이후로는 내면의 어둠을 걸어가며 이겨 낸 일이 많았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었지만, 노인은 할 수 있었다.
마법이나 검술처럼 누군가의 가르침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 누구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늙은 죄수는 이 명상을 60년 넘게 해 왔다.
“할아버지?”
어느새 다가온 소년이 그를 불렀다.
아겔이 입술을 열어서 답했다.
“왜 그러느냐. 밥은 다 먹었나?”
“네. 배가 더부룩해서 조금만 먹었어요. 그보다…… 할아버지도 그 내면의 어둠이란 데를 걸을 수 있어요?”
“당연하지. 내가 하지 못하는데 너를 가르칠 수 있었겠느냐.”
“그러네요.”
세로는 이 어둠을 걷는 과정이 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자꾸만 옆을 기웃거리며 질문해 댔다.
“근데 그땐 어떻게 저한테 말을 걸었어요? 분명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저도 할아버지가 명상할 때 제 말을 전달할 수 있어요?”
“아서라.”
타인의 어둠에 간섭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귀에다 대고 말하는 게 아니다.
잘못하면 간섭하려다가 도리어 그 어둠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어차피 못 하겠지만, 궁금해하지도 말아라.”
“아, 네…….”
“밥도 먹었으면 같이 명상하자꾸나.”
“네……!”
세로는 아겔의 옆에 앉아서 자세를 바로 하고 눈을 감았다.
아겔은 소년이 앉는 것을 느끼고, 다시 평온함을 누렸다.
또각.
명경지수처럼 잔잔한 노인의 내면에 구두 소리가 파문을 일게 했다.
노인은 소리에 집중했다.
감방의 철창문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
세로는 명상에 집중하느라 소리를 듣지 못한 듯 가만히 숨만 내쉬고 있었다.
철컹.
문 열리는 소리가 나서야, 세로는 명상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겔은 이미 일어나서 감방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노인은 구두 소리가 감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들었다.
간수다.
타 감방 죄수는 들어오자마자 전기 충격에 당할 테니, 자유로이 감방을 오가는 건 간수들밖에 없다.
“아겔라스토스으-!”
자신을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
“나와라, 아겔라스토스!”
적갈색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녀는 아겔을 불러 댔다.
“어서 나와라!”
거의 옆에 있는데도 자꾸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노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걷는 소리를 들어 봤을 땐 눈이 없는 것 같진 않은데.
노인이 말했다.
“여기 있네.”
“……!”
옆으로 다가온 줄 몰랐는지, 여자는 어깨를 움찔했다.
가까스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은 듯했지만, 확실히 놀란 것 같았다.
여자가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기척도 내지 않고 나타나다니, 무례하군. 내가 실수로 공격했다면 어쩔 뻔했지?”
간수 제복을 입은 여자는 기싸움을 하려는 듯이 살짝 위압적인 어투로 말했다.
아겔은 담담할 뿐이었다.
“뭐, 딱히 죽진 않았겠구먼.”
“…….”
아겔의 무덤덤한 말에 간수는 언짢은 얼굴을 했다.
“흠흠, 쓸데없는 말은 이쯤하고. 우선 날 소개하지. 난 교도관 테이지다.”
그녀는 자신의 사원증을 내밀었다.
6급 교도관.
간수보다 한 급수 높은 위치에 있는 자다.
아겔은 그녀가 왜 찾아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가. 그럼 바로 가도록 하지. 시간낭비를 좋아하진 않아서 말이지.”
“…….”
아겔이 먼저 감방문 밖으로 나가자, 그녀는 잠시 멈춰 서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세로도 따라오거라.”
“앗, 넵……!”
소년이 먼저 아겔의 뒤로 따라붙었다.
테이지는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뒤를 따라갔다.
.
.
세 사람은 복도를 걸었다.
옆에서 걷는 세로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할아버지?”
“독방에 간다.”
“독방?”
소년이 궁금하단 표정을 했다.
“고독에서 주는 형벌이지. 저 교도관은 날 독방에 가두려고 온 것이란다.”
“……옆에 있는데 안 들리는 것처럼 말하지 마.”
테이지는 세로를 내려다보았다.
“이 영감은 2주간 독방형에 처하게 되었다.”
“왜요……? 할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건 왜냐면…….”
“묻지 말거라. 저들도 다 사정이 있는 법이니.”
“…….”
자신의 말을 가로막은 아겔에 테이지가 인상을 찌푸렸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근데 교도관이면 간수보다 높은 거예요?”
“그렇…….”
“그래. 간수는 5급, 교도관은 6급이란다.”
“…….”
“우와…… 디게 높다. 엄청 세겠죠? 할아버지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소년의 말에 테이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내가…….”
이번에도 아겔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급수가 높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라는 걸 명심하거라.”
“아, 그렇지. 네, 명심할게요, 할아버지.”
“…….”
테이지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화를 내진 않았다.
어차피 노인은 건드릴 수 없다.
다른 죄수와 달리 노인을 건드리면 그녀는 직장을 잃어버릴 것이다.
아니, 고독의 높으신 분들이 주목하고 있는 죄수를 건드린다면, 단순히 직장을 잃는 것에서 끝이 아닐 수도 있다.
‘후, 그냥 독방에 빨리 데려다주고 오기나 하자.’
복도를 걷는 세 사람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테이지가 무전기를 들어 길을 물었다.
“후우, 여긴 독방 인도자. 길은 어디지?”
-왼쪽으로 가라.
테이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왼쪽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이미 앞서간 아겔은 오른쪽으로 가고 있었다.
“어, 어딜 가는 거야. 길은 왼쪽이다.”
“아니, 오른쪽이 더 빠르다네. 들릴 데가 있어서 말이지.”
“뭐? 들려? 독방에 안 가고 어딜 간다는 말이야.”
아겔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꼬마도 독방에 집어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꼬마를 데리고 나온 건 잠시 맡길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네.”
“맡길 곳?”
테이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소년도 그녀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겔이 말했다.
“어차피 독방으로 가는 길에 있으니 따라오기나 하게.”
아겔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흥.”
테이지는 콧김을 내뿜고 그를 따라갔다.
인도자로서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 * *
팔짱을 낀 테이지가 말했다.
“여길 오려고 한 거야?”
고독 복도 한쪽에 나 있는 문.
문에는 팻말 하나가 걸려 있었다.
[체력단련실 94]
세로는 눈을 반짝였다.
고독엔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고 신기해하는 듯했다.
“그렇네만. 여기에 꼬마를 맡길 거라네. 같이 들어가겠는가?”
“……땀내 나는 델 내가 왜 들어가. 볼일 빨리 끝내.”
“고맙구먼.”
밖에서 기다리는 테이지를 두고 아겔은 소년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세로는 문이 열리자마자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체력단련실은 넓었다.
그리고 감방보다는 밝았다.
수백 명의 죄수가 조악한 기구를 들고 운동을 하거나, 스파링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겔과 세로가 들어왔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했다.
-후우…… 오케이, 오늘 상체 제대로 조졌고.
-내일은 하체 하는 날이지?
-하나. 하나. 하나.
-숫자 똑바로 안 세냐, 씨부랄……!
-제대로 할 때까지 하나야. 하나.
-씨발…….
세로의 예상과 다르게 생각보다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물론 긍정적인 활기만은 아니었다.
한쪽에선 서로 피가 터져 나올 때까지 서로를 두들겨 패는 개싸움이 벌어지고 있기도 했다.
뭔지 모를 거친 기운이 체력단련실을 감싸고 있었다.
세로는 그 기세에 눌려 어깨를 움츠렸다.
아겔은 체력단련실의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누군가의 수하로 보이는 죄수들이 한가득 몰려서 다른 이의 접근을 막고 서 있었다.
-아겔 영감?
-오랜만이군.
“다들 잘 지냈는가.”
노인이 지나가려 하자, 인사 몇 마디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비켜 주는 죄수들이었다.
세로는 그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에 놀란 얼굴을 했다.
“후욱, 후욱, 후욱. 후읍……!”
그곳엔 한 사람이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었다.
두꺼운 봉에는 커다란 크기의 바위가 매여 있었고, 키 작은 남자는 수월하게 봉을 들어 올렸다가 놓았다.
쿵.
“후아.”
1톤은 가볍게 넘어갈 것 같은 무게를 손쉽게 들었다가 놓는 사내였다.
키는 아겔보다 조금 큰 정도에 불과하지만, 위험한 투기(鬪氣)가 흘러나오는 남자였다.
그가 땀을 훔치며 말했다.
“뭐야, 영감님?”
목에 5라고 낙인이 새겨져 있는 남자.
그가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노인을 바라보았다.
아겔이 말했다.
“델라무. 오랜만이로군.”
“……왜 온 거야.”
“이야기를 나누기엔 조금 시끄럽구먼.”
아겔의 말에 델라무라 불린 남자가 말했다.
“조용.”
작지만 또렷하게 퍼지는 그의 목소리에 왁자지껄 시끄러웠던 체력단련실이 순식간에 적막에 휩싸였다.
세로는 운동을 멈추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수백의 죄수 때문에 어깨를 더 움츠렸다.
먼저 말을 꺼낸 건 델라무였다.
“이건 또 뭔 꼬맹이야.”
“내가 여기에 온 이유라네.”
“뭐?”
“이 꼬마를 자네에게 맡기고 싶구먼.”
아겔의 말에 델라무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잠시 아겔과 세로를 번갈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봐, 영감님. 나와의 약속은 지키지도 않고 이젠 이딴 꼬맹이나 데리고 다니는 거야?”
“내가 언제 자네와 약속을 했지?”
“…….”
아겔은 델라무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그와 약속을 한 적이 없었다.
단순히 그가 억지스럽게 요구를 했을 뿐.
델라무가 헛웃음 소리를 내며 슬며시 주제를 돌렸다.
“하, 여기가 무슨 보육원인 줄 알아? 아마 상품인 모양인데, 왜 직접 안 맡고 나한테 떠넘기는…….”
그는 말을 하는 도중에 답을 찾았는지, 눈을 크게 떴다.
델라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설마……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영감님.”
아겔이 담담하게 말했다.
“독방에 간다네.”
“……!”
체력단련실에 파문이 일었다.
잠자코 있었던 수백의 죄수가 독방이란 말 한마디에 요란한 반응을 보였다.
-도, 독방…… 아, 아니야. 가기 싫어…….
-젠장, 진정해. 우리가 가는 것도 아니고…….
-시발, 독방이라니…… 절대 가기 싫은 곳이야.
자신이 가는 것도 아닌데, 트라우마라도 있는 듯이 반응하는 죄수들.
술렁이는 목소리로 인해, 체력단련실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조용.”
델라무의 말에도 죄수들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독방이란 단어가 주는 공포가 그들을 잠식한 듯 보였다.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할 공포에.
델라무가 죄수들을 보고 으르렁댔다.
“조용히 하라고 개새끼들아-!”
…….
“헙…….”
과격한 목소리와 함께 투기가 잠깐 발산되었다.
그러자 정적이 찾아옴과 동시에 그의 앞에 서 있었던 세로는 잠시 숨이 막히는 걸 느꼈다.
델라무가 아겔을 내려다보았다.
“좋아, 그럼 거래를 하자. 원하는 게 있다면 내어 주는 것도 있어야지. 영감님은 거래를 좋아하잖아.”
“거래라면 좋지.”
몸을 꿈틀거린 그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이내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조건은 언제나 하나야. 이 꼬맹이를 맡아 주는 대가로 ‘결투’를 청한다.”
-겨, 결투…….
-아, 델라무 님이 결국…….
-싸움꾼의 별명도 이제 끝인가.
죄수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델라무는 이번엔 그들의 술렁임을 신경 쓰지 않고 가만히 아겔의 입술에만 집중했다.
아겔이 메마른 입술을 열었다.
“거래하도록 하지.”
결투를 받아들이겠다는 말.
그에 델라무는 표정이 바뀌진 않았지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장소는 여기 94번 체력단련실.”
델라무가 두꺼운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악수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죄수가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세로가 아겔을 보고 말했다.
“저, 저는 이제 여기에 있는 건가요?”
“독방형이 끝나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만이다. 죽이진 않을 테니, 안심하거라.”
“네…….”
델라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아겔을 배웅했다.
늙은 죄수는 문손잡이를 잡고 말했다.
“꼬마에게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게.”
그 말에 델라무는 몸을 흠칫 떨었지만, 이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내가 맡는 거니까, 내가 알아서 해.”
“믿고 있겠네.”
달칵.
문을 열고 나가는 아겔.
그제야 체력단련실이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죄수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조악한 운동 기구를 잡고 몸을 움직였다.
위압적인 사내와 남게 된 소년이 침을 꼴깍 넘겼다.
델라무가 세로를 내려다보았다.
“따라와, 꼬맹이.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 주지.”
소년은 창백해진 얼굴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