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33)화 (34/186)

33화 체력단련실 (2)

세로를 보고 따라오라 했던 델라무는 체력단련실을 가득 메운 죄수들 사이 소년을 떨궈 놓고 사라졌다.

그것이 약 한 1시간 전.

…….

죄수들은 팔짱을 끼고 기진맥진한 세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년의 전신은 땀에 절어 있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힘든 얼굴이었다.

흡사 지옥을 맛본 듯한 모습.

“헥, 헥헥…… 더, 더는 모, 못 해요…… 이젠 안 돼…….”

소년은 거친 남성들의 땀 냄새가 밴 곳에서 몇 가지 운동을 했다.

처음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죄수들이었지만, 세로가 보여 주는 퍼포먼스를 보고 하나둘 무게를 늘려 나가기 시작했다.

-오, 잘하는데.

-신기하네. 이걸 들어? 초보자인 거 아니었어?

-무게 더 올려 보자.

소년은 죽을 맛이었다.

‘어, 언제까지 하는 거야……!’

운동 시간은 짧았으나 고밀도의 시간이었고, 그만큼 곁에 있는 죄수들이 환호했다.

어느새 죄수들이 소년의 곁에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격하게 거부 반응을 보이는 세로를 두고 죄수들이 잡담을 나누었다.

-야, 이거 물건이네. 처음이라 자세는 엉망이긴 해도.

-그러니까. 1급 주제에 힘이 꽤 괜찮은걸? 무게 잘 치는데?

-이 녀석 백 퍼센트 수인이야. 아마 웨어비스트인 것 같은데.

-흠, 뭘까. 이렇게 말랐는데도 힘이 센 걸 보면 역시 육식 동물이려나?

“흐아아…….”

세로는 적어도 이들에게 직접 공격당하진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이들의 관심은 오직 운동.

‘얼마나 올바른 자세로 운동을 하느냐’와 중량뿐이었기에.

‘다행인 건가…….’

종족이 뭔지 밝히기 껄끄러운 소년의 입장에서는 다행이었지만, 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고통스러웠고, 빨리 도망가고 싶었다.

-역시 아겔 영감님이 데리고 다니는 놈들은 뭔가 하나씩은 있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세로가 고개를 들었다.

궁금함이 생겨나 질문했다.

“하, 할아버지요? 할아버지가 누굴 데리고 다녀요?”

그 질문에 죄수들이 씩 웃었다.

근육 죄수 중 하나가 말했다.

“너 상품이 뭔지 알아?”

“상품이요? 그게 뭔데요?”

“쯧,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근육 죄수가 훗 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겔 영감님은 데리고 다니는 놈이 있으면 꼭 한 번은 여기로 데려와. 이유는 우리도 몰라. 인사나 하고 잘 지내라고 보내는 건지, 원. 하여튼 우린 여기 온 놈이 있으면 우리 방식대로 테스트를 해 보지.”

“테스트…… 요?”

“그래.”

짝짝.

박수 소리가 두 사람의 대화를 막았다.

“자~ 잡담은 그만! 준비 운동 끝났으니, 이젠 실력 한번 볼까?”

누군가 그렇게 말하자, 죄수들이 세로를 일으켜 세웠다.

우락부락 근육질의 죄수들이 소년의 팔을 붙잡고 한쪽으로 걸어갔다.

세로는 힘이 다 빠져서 반항할 수조차 없었다.

“어, 어딜 가는 거예요……! 더 이상은 못 한다고요!”

“이제 시작인데, 여기서 끝낼 순 없지.”

세로의 팔을 붙잡은 근육질 죄수가 씩 웃었다.

소년은 공포를 느꼈다.

.

.

그들은 세로를 ‘링’이 있는 곳으로 데려왔다.

도대체 교도소에 링이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링이 스무 개나 있었고 죄수들이 그 안에서 거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과연 저걸 스파링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싸움은 과격했다.

링 경기장에는 거친 투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한쪽에선 델라무가 매서운 눈으로 링을 지켜보고 있었다.

죄수들은 세로를 그쪽으로 데려갔다.

“형님. 끝났습니다.”

“두고 가.”

“예.”

죄수들은 세로를 델라무 앞에 내려놓고 물러났다.

“윽…….”

세로는 그의 앞에 덩그러니 남아 침을 삼켰다.

델라무는 링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너. 싸울 줄 아냐?”

“네?”

“싸울 줄 아냐고.”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소년은 침착을 유지하려 했다.

세로도 싸울 줄 안다.

수인화도 할 줄 알고, 좀비들과 싸워 보기도 했다.

“네…… 싸울 줄 알아요.”

“그럼 준비해. 링 올라갈 거니까.”

“네?”

델라무는 소년의 반응은 무시하고 말했다.

“야, 얘 대기시켜.”

“넵!”

“아니, 뭐 하는 거예요……!”

델라무 곁에 경호원처럼 서 있던 근육 죄수들이 움직여 세로를 붙잡았다.

곧 소년은 강제로 링에 올랐다.

상대는 3급 복서.

뎅!

공이 울리고 델라무는 소년이 얻어터지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힘이 빠졌는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후려 맞는 세로였다.

퍼버버벅!

“제대로 해라! 안 그럼 뒤진다.”

델라무의 목소리에 세로는 자극을 받았는지, 수인화했다.

“끄으으…….”

팔과 다리에 털이 솟아나고 기세가 포악해진 소년.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날카로운 모습이었지만.

퍼버버벅.

세로는 계속 복서에게 얻어맞았다.

“켕……!”

델라무는 그런 소년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수인화할 때, 3급으로 성장하는군.’

세로의 목에 숫자가 바뀌는 게 보였다.

델라무는 세로의 종족이 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겔 영감이 평범한 웨어비스트 따위를 상품으로 맡고 있을 리가 없다.

최소 수억에서 수십억의 가치를 지닌 상품을 보관하는 노인이다.

놈은 순혈인 게 분명했다.

‘원래 저 나이대 순혈 수인족은 수인화도 못 할 텐데…….’

순혈 수인족은 다른 수인들과 달리 성인식을 치르고 나서야 수인화가 가능해진다.

적어도 20살은 넘어야 할 텐데, 하물며 저런 꼬맹이가 혼자서 수인화를 터득했을 리가.

세로가 수인화를 할 수 있다는 건 아겔이 소년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뿌드드득.

델라무는 붕대를 감은 손을 강하게 쥐었다.

터질 듯한 악력에 붕대가 찍찍 찢어지기 시작했다.

‘영감님…… 당신이 날 제대로 가르치기만 했어도…….’

델라무는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투기장 죄수였다.

그것도 5급 죄수들의 정상에 선 5급 챔피언.

허나.

‘과거의 영광이고, 지금은 은퇴한 퇴물이지.’

아겔과 만난 건 그 또한 전 투기장 챔피언이란 걸 알고 찾아갔을 때였다.

고독의 투기장엔 급수마다 챔피언이 있었는데, 아겔은 1급 챔피언이라고 들었다.

아주 전설적인 업적을 세운 투기장 챔피언.

이미 은퇴한 지는 너무 오래되었지만 말이다.

델라무가 그를 찾아간 건 그를 만나면 강해질 수 있다는 다른 동료들의 소문 때문이었다.

당시 챔피언 자리를 빼앗겼던 델라무였고, 다시 힘을 길러 복수하려는 마음이었기에 아겔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겔 영감을 찾아갔을 때, 그가 원하는 대답을 듣진 못했다.

-자네는 어둠을 걸을 수 없네. 아니, 걷지 말게.

노인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등 돌릴 뿐.

솔직히 1급 죄수에게 찾아가 부탁한 델라무 입장에선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싸움을 걸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참패. 내 인생에 그렇게 처절하게 졌던 적이 없었지.’

무려 5급 죄수인 그가 급수조차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노인에게 졌다.

어떻게 졌는지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았지만, 패배로 인한 감정만큼은 대못처럼 가슴에 박혀 있었다.

개싸움이든 룰을 두고 싸우든, 누굴 만나도 급수만 맞으면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던 델라무.

그는 가장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노인에게서 맛보았다.

델라무가 노인에게 결투를 요청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어차피 다시는 투기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신이었지만, 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결투’는 반드시 상대의 목숨을 앗아 가는 위험한 대결.

죽을지언정 그에게 전력으로 몸을 부딪쳐 자그마한 깨달음이라도 얻고 싶었다.

상념에 빠져 있던 그에게 주변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어어.

-저, 저거.

-뭐야, 빈센트가 왜 밀려?

델라무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링 안의 상황을 살폈다.

“크와아아아앙!”

털이 북슬북슬하게 자라난 소년이 복서에 맞서고 있었다.

소년을 맞상대하던 3급 죄수 빈센트는 이전의 여유는 사라지고, 기겁하며 소년의 발톱을 피하기만 했다.

링 위지만, 무기를 사용하든 비겁한 반칙을 쓰든 상관없다.

그게 길거리 개싸움이니까.

이기기만 하면 장땡이다.

그런 링의 무규칙 룰을 살아온 빈센트가 소년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속도로, 힘으로.

기세로.

기세가 밀리면 이길 수 있는 싸움도 진다.

빈센트는 이미 패배했다.

델라무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가, 이내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

“경기 끝났어.”

“예? 아직 빈센트가 항복을 안 외쳤는데…….”

“끝났다면 끝난 거야. 빈센트 끌어내.”

“옙!”

델라무의 수하들이 링 위로 도약하고, 빈센트가 링에서 나올 수 있게 세로를 가로막았다.

덩치 큰 두 벽이 생겨나니, 세로는 포악한 기세를 줄이고 숨을 몰아쉬었다.

빈센트를 압도했던 세로였지만, 체력 소모가 컸는지 헥헥거렸다.

쿵.

그때, 델라무가 링 위로 올라왔다.

-혀, 형님?

“나가.”

두 수하가 델라무의 말에 황급히 링 아래로 내려갔다.

델라무가 세로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가르침을 얻지 못했지만, 아겔은 이 소년을 가르쳤다.

왜 나는 안 되고, 이 꼬맹이는 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이 꼬맹이를 상대해 보면서.

그는 붕대를 감은 두 주먹을 풀었다.

뿌득.

그리고 꼬마를 내려다보았다.

“이번엔 나랑 붙자, 꼬마야.”

“네?”

5급 죄수의 투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성이 돌아온 세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 살려…….”

쾅!

* * *

아겔과 교도관 테이지는 복도를 걸었다.

노인은 아까 테이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2주간 독방형이라.’

한 달에 비하면 반밖에 되지 않는 기간이지만, 2주도 꽤 긴 기간이다.

독방은 완전 밀실은 아니라, 벌레가 기어들어 오기도 하지만, 벌레만 먹고 살긴 아겔도 꺼려졌다.

배고프니까.

필요 없는 고통까지 느낄 이유는 없다.

“잠깐 실례하지.”

“뭐? 무슨…….”

아겔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자 테이지가 깜짝 놀라 그를 붙잡기 위해 달렸다.

“거, 거기 서! 어딜 가는 거야!”

테이지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허, 뭐 하는 놈이야?’

죄수 정보로 볼 때, 아겔은 겨우 1급 죄수.

6급인 그녀를 뿌리치고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헤이스트(Haste).”

몸놀림을 빠르게 해 주는 기본적인 마법.

6급 마법사인 그녀의 실력으로는 평소보다 2배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해 준다.

그녀는 전력으로 복도를 내달렸다.

나타날 노인의 뒷모습을 예상하며.

그런데…….

“어…….”

전력으로 달려 봐도 아겔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뭐, 뭐야……! 어디로 간 거야!”

경악으로 물든 테이지 눈앞에는 복도의 어둠밖에 없었다.

놓쳤다.

겨우 1급짜리 늙은 죄수를.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맙소사…… 이를 어쩌지?’

그녀는 발을 동동 굴렀다.

자존심이 살짝 무너진 상황에서도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궁리했다.

지금 당장 CCTV실 근무자에게 연락해서 아겔을 찾아 달라고 말할까 싶기도 했지만.

‘눈앞에서 1급 죄수를 놓쳤다는 걸 알면…….’

교도관들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아, 아니야. 상대는 그 아겔 영감이잖아. 침착하자. 상식이 통하긴 한다고 했어.’

아겔 영감의 기행은 고독 근무자들에겐 잘 알려져 있었다.

일반적인 죄수 가운데서도 절대로 식인은 하지 않고, 독방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반긴다는 말까지.

게다가 1급 죄수 주제에 귀신을 만나고도 살아남는 괴물 같은 생존가라고 말이다.

테이지는 일단 눈을 감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스스로 해결해 보기로 타협했다.

그녀의 눈앞에 무수한 원형 마법진이 떠올랐다.

우우웅.

기본적으로 고독에 근무하려면 제 몸 건사하는 정도를 넘어서, 과격한 흉악범들을 단숨에 제압할 힘과 카리스마를 갖춰야 한다.

거기에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대응할 수 있을 만한 임기응변 능력까지 갖춰야 하니, 교도관들의 종합적인 능력치는 타 기관에 비해 월등해야만 했다.

테이지는 한순간 눈을 뜨고 마법의 시동어를 말했다.

“서칭 에어리어(Searching Area).”

주변 지형을 탐색하고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드는 마법.

단순히 말해 길 찾는 마법이었는데, 고독에서는 범위를 넓게 설정할 수 없어 평소라면 CCTV실에 연락했을 것이다.

하나 지금은 마나를 최대한 활용해 그 범위를 강제로 넓혔다.

테이지의 눈에 지도처럼 근처 복도의 지형이 들어왔다.

‘자, 어디 보자. 어디에 있냐, 아겔…….’

찾으려는 대상은 붉은 점으로 표시된다.

복도 근처에 있는 수십 개의 푸른 점은 몬스터들이었고, 간간이 보이는 검은 점은 귀신들이었다.

그녀는 붉은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라, 어디에…….’

“누굴 찾고 있나?”

“……!”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테이지가 기겁하며 마법을 날렸다.

“히끅! 아이스 에로우(Ice Arrow)!”

차가운 기운을 가득 머금은 화살이 나타나더니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쇄도했다.

마법이 타격한 지점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소리가 들렸다.

쩌저저저적!

과연 6급 마법사의 실력인 만큼 일련의 과정이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물론 기본적인 마법이긴 했지만, 속도까지 일반적이진 않았다.

그녀의 우수한 마법 실력을 증명하는 속도.

하나 상대를 맞추진 못한 것 같았다.

“위험하게 이런 걸 날리다니.”

목소리의 주인이었던 아겔은 타격 지점을 피해 옆에 서 있었다.

“자넨 겁이 많은 모양이구먼.”

“시, 시끄러! 왜 내 통제를 따르지 않고 도망친 거지? 히끅.”

“누가 도망쳤다고 그러는가. 난 그저 먹을 것을 좀 가져왔을 뿐이네. 독방에 갇히면 먹을 것도 안 주지 않는가.”

아겔의 죄수복은 피로 젖어 있었다.

도대체 뭘 사냥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언제 그랬는지 이미 살코기만 도축해 들고 있는 노인이었다.

“히끅. 으으…….”

테이지는 딸꾹질을 신경질적으로 멈추고 말했다.

“따라와! 이제부터 허락 없이 내 곁을 이탈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알겠네.”

테이지가 먼저 걸음을 옮기자, 아겔은 얌전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아겔이 자신을 무시한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지만, 입을 꾹 닫았다.

‘차, 참아야 한다.’

참을 인 자를 가슴에 새기고 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문득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어떻게 피한 거지?’

그녀는 방금 상황을 떠올렸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사출 마법이 총알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갔다.

사실 그녀의 마법은 속도보다 정확성에 있어서 더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

아겔은 그 마법을 피해 냈다.

별거 아니라는 듯이.

자신은 수준급의 마법사다.

6급 마법사라면 한 학파의 수장이 될 수도 있는 경지.

물론 명예보다 돈을 원해서 교도관에 지원한 거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실력이 빛바래는 건 아니다.

그런 테이지의 공격을 1급 죄수인 아겔이 피한 것이다.

‘도대체 이 영감의 진짜 정체가 뭐지? 왜 제대로 아는 놈이 없고, 왜 아는 사람은 입을 다무는 거야.’

아겔에게 주목하고 있는 건 고독의 죄수들뿐만이 아니라, 교도관들도 마찬가지였다.

궁금하니까.

저 노인이 도대체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데, 아직도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지.

왜 그런지 모르지만, 7급 교정관 이상만이 아겔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6급인 교도관의 숫자는 백 단위가 넘어갈 정도로 많지만, 7급인 교정관부터는 그 숫자가 극도로 적다.

이 거대한 행성 교도소에서 다 합쳐 봤자, 채 10명을 넘지 못한다.

노인에 대한 정보를 열람할 자격은 그 소수에게만 부여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6급인 교도관들 사이에서도 소문만 무성한 아겔이었다.

‘호게스 녀석이 저 노인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간수 중 오줌싸개라고 불리는 녀석이 있는데, 놈은 아겔에 대한 일을 꽤 많이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은연중에 교정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기에 호게스를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테이지는 뒤에서 잠자코 따라오는 아겔의 걸음 소리에 유의했다.

‘다시 한번 공격해 볼까?’

방금은 공격하기 전 미리 피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예 전조조차 없는 공격엔 어떻게 대응할까.

궁금해지는 테이지였다.

그녀가 마나를 슬금슬금 모으려 했다.

그러자 어김없이 뒤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길 찾는 마법은 사용하지 않아도 되네. 직진만 하면 독방이 나올 터이니.”

“…….”

“아니면 또 나를 공격할 셈인가?”

어떻게 자신이 마법을 사용할 사실까지 알아채는 노인이었다.

그때부터 테이지는 조용히 복도를 걷기만 했다.

히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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