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휴식 (2)
하루가 지났다.
아겔은 홀로 체력단련실에 잠입한 악마숭배자들의 졸개들을 처리했다.
흑마법의 낌새를 눈치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1인자인 델라무마저 파이럼의 배신을 눈치채지 못했는데, 다른 이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이곳에 마법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겔은 델라무의 개인실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델라무를 상대하고 힘을 보충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편하구먼.’
먹고 빈둥거리기였다.
마치 한 마리 동물처럼 한쪽에 늘어져 있었다.
본체라면 올바른 자세가 편했을 텐데, 세로가 수인족이라 이렇게 늘어지는 게 편했다.
그만큼 체력을 회복하기 좋은 방법은 없었다.
‘어린 몸이라 그런가. 회복 속도가 장난이 아니긴 하군.’
수인족 수명은 대개 300년 정도.
그중에서도 라이칸스로프는 500년의 세월을 향유하는 수인족 중에서도 장수하는 종족이다.
이제 막 10살에 근접하는 이 시기의 수인족은 활기가 넘치다 못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거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종족성에서 나온다.
각종 마법과 의료 기술로 150년을 겨우 살아남는 인간 따위는 넘볼 수 없는 생명력.
고독을 창조했다고 알려진 대마법사들도 그 나이를 넘기지 못하고 마나가 되어 자연으로 흩어질 것이다.
대개 그 정도 나이를 먹으면 삶에 미련을 두지 않기도 하고.
늙을수록 보는 게 많아지고, 지혜가 쌓인다고 하지 않던가.
지식의 최고봉이라고 일컫는 대마법사들이니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른 모양일 것이다.
‘아니면 이 세상에 신물이 났던가.’
고독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음에도 아겔은 삶에 미련이 아직 남아 있었다.
지금은 죽고 싶지 않다.
아니, 죽을 수 없다.
그가 목숨을 포기한다면, 여태까지 살아온 64년에 대한 불의(不義)이며, 조롱일 테다.
그를 돕고 있는 수많은 의(意)에 대한 배신일 테다.
아겔의 원 목적은 개인적일 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자의로 목숨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뜻을 둔 자들의 마음을 그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겔은 그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덜컹.
델라무의 개인실 한쪽에 누워 있던 아겔은 밖에서 문 열리는 소리와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도, 도와줘!
-겨우 도망쳤다…….
그리고 웅성거림도.
-또 왔네.
-큭, 젠장.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서 도와야 하는 거 아니야?
-여기가 대피소냐고, 젠장. 나가기만 하면 흑마법사들 한주먹거리도 안 될 텐데…….
악마숭배자들이 운동 연합을 습격한 지 하루.
그 사이에 94번 체력단련실로 수많은 연합원이 대피해 왔다.
아직 회복실 자리는 넉넉하긴 했지만, 부상자들이 피난 오는 속도를 보아 내일까진 꽉 찰 것 같았다.
94번 체력단련실 인원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은 오로지 아겔의 명령 때문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당장 나가서 연합원들을 도왔을 것이다.
그러나 아겔은 허락하지 않았다.
‘나가면 떼죽음밖에 되지 않을 게야.’
이곳에 있는 자들은 하급 죄수라도 3급 이상이며, 중급 죄수 중엔 5급이 되는 자들도 있다.
거기에 신체를 꾸준히 단련하는 노력까지.
[운동 연합]의 전력은 약하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악마숭배자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을 때, 아겔은 부정적이었다.
‘성좌의 사제라도 있지 않은 이상, 흑마법사들을 이길 수 없겠지.’
온갖 저주 흑마법을 쏟아붓는 악마숭배자들.
그에 반해 기를 다루는 연합원들은 맨몸이나 다름없다.
기로 대항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흑마법사들이 유리하다.
흑마법의 연료는 ‘생명력’과 ‘마력’이니.
수천, 수만 명의 ‘연료’를 가지고 있을 놈들에게 화력 싸움부터 밀리게 될 것이다.
단순히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다.
그래서 아겔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어차피 직접 나설 것이라면, 제대로 힘을 회복하고 나가는 게 나을 테니.
급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연합원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썩어 들어가겠지만, 그런 건 아겔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똑똑.
개인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겔이 말했다.
“들어오게.”
더듬이 달린 남자가 식사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이전보다 핼쑥했다.
다친 동료들을 수습하는 일과 내부에서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힘들게 한 것이리라.
그래도 그는 힘들지언정 아겔의 식사는 꼬박꼬박 챙겼다.
“식사입니다, 영감님.”
“고맙네.”
그는 아겔에게 식사를 차려 주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겔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라도 있나?”
더듬이 남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어렵게 입을 뗐다.
“왜…… 저희를 내보내 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고독의 각지에 있는 연합원이 당하고 있음에도 아겔의 명령 때문에 나가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듯 보였다.
사실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는 불만이라기보단 이유를 알고 싶단 표정이었다.
불만은 밖에 있는 놈들이 품고 있겠지.
더듬이 친구는 그저 그들을 대변할 뿐이고.
아겔이 입을 열었다.
“자네 흑마법사와 싸워 본 적 있나?”
“흑마법사와 싸워 본 적…….”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렇군. 그럼 여기 있는 친구 중 흑마법사와 겨뤄 본 경험이 있는 자가 있나?”
“……아마 없을 겁니다.”
짓씹듯 말하는 그는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고개는 끄덕였다.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아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왜 나가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겠지.”
더듬이 남자는 말없이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가감 없이 말하겠네. 자네들이 여태껏 이 단련실에서 해 왔던 건,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네.”
“…….”
“단언컨대.”
소년의 눈빛이 더듬이 남자를 관통하는 듯했다.
“이 단련실 친구들 전부가 나선다고 해도 준비된 흑마법사 열을 처치하지 못할 걸세.”
“그런…… 저희는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무도가나 파이터에겐 모욕적인 언사일 수 있으나, 더듬이 남자는 결코 화를 내지 않았다.
앞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델라무마저 존칭을 아끼지 않았으니까.
아겔이 혀를 찼다.
본신이 아니라 소년의 몸이라 혀 차는 게 조금 어색했다.
“쯧. 쯧.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자네 조직의 머릿수가 많다는 건 놈들도 알고 있을 걸세. 그런데도 습격을 했다면 자신이 있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
“……그, 그렇군요. 그건 생각지 못했습니다.”
빠르게 인정하는 더듬이 남자였다.
[운동 연합]은 투기장의 한 챔피언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
그를 존경하는 무도가들이 자발적으로 그의 수하가 되었고, 고독에 있는 체력단련실을 차지해, 연합의 영역으로 선포했다.
몸을 단련하길 좋아하는 자들이라면 누구든지 환영인 조직.
하나 가리지 않고 받아 숫자는 많지만, 그만큼 허술하단 말도 되었다.
아쉽게도 조직의 수뇌부는 투기장에 있기에 연합원들을 도와줄 수 없다.
더듬이 남자가 슬쩍 고개를 들어 아겔을 바라보았다.
“그, 그럼 영감님께선 좋은 수가 있으십니까?”
“뭐,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주의일세.”
“……?”
약속?
더듬이 남자의 표정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델라무 형님과의 약속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런 셈이지.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내가 처리하기로 했고, 이제 그래야지. 좀 쉬다가.”
“…….”
“못 믿겠는가? 이래 봬도 왕년에 투기장 챔피언이었다네, 끌끌.”
그냥 하면 된다는 말에, 더듬이 남자는 할 말을 잃었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뭔가 항변하려던 더듬이 남자는 입을 닫아야 했다.
쿵……!
밖에서 단련실의 철문을 두들기는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겔이 슬며시 웃었다.
“손님이 왔나 보군.”
더듬이 남자는 재빨리 개인실에서 튀어 나가 당황한 연합원들을 결집했다.
“어벙하게 있지 말고, 싸울 준비해! 흑마법사들이면 못 들어오게 막는다!”
일단 더듬이 남자는 침착하게 지휘를 내리고, 철문을 바라보았다.
흑마법사들이 쳐들어왔다면 결사 항전을 해야 한다.
쿵……!
그런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너무 컸다.
철문을 가로막아 선 수하들의 표정이 좋지 않음이 눈에 들어왔다.
고독에 잠금장치가 있는 곳은 오로지 독방뿐이다.
체력단련실의 문을 잠그려면 직접 문을 손으로 막아야 했다.
쿵……!
더듬이 남자의 심장이 철렁인다.
이 정도였나.
평범한 죄수가 낼 만한 힘이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주먹으로 문을 치고 있는 듯한 무게감.
이제 문을 막고 선 수하들은 입가에 피를 흘리기까지 했다.
쿵……!
순간 하나의 생각이 더듬이 남자의 머리를 스쳤다.
‘못 들어오게 막을 수는 있나?’
여태껏 다른 단련실은 습격당했는데, 우리라고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더듬이 남자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물러나-!!”
그의 말이 닿자마자 수하들이 물러났고.
쾅-!
철문이 거세게 열렸다.
연합원들이 문을 연 장본인에게 빠르게 쇄도했다.
“어……?”
그러나 이내 걸음을 멈춰야 했다.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단지 자그마한 까마귀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까마귀가.
“까악.”
거렸다.
갑작스러운 까마귀의 등장에 연합원들은 멍한 얼굴로 작은 새를 보기만 했다.
까마귀는 어딘가를 둘러보더니, 이내 누군가를 발견하고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날아갔다.
“까악!”
그 주인공은 개인실 문 앞에 서 있는 아겔이었다.
.
.
.
아겔은 팔에 앉은 까마귀를 들고 개인실에 들어왔다.
까마귀는 그의 팔에서 내려오더니 몸의 형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까마귀는 순식간에 2미터가 넘는 호리호리한 까마귀 수인으로 변해 버렸다.
그는 아겔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엔 찾느라 오래 걸렸습니다, 영감님.”
“소란스럽게 굴었다, 코르브스.”
“노크 소리가 좀 컸다면 죄송합니다. 저 버러지들이 일찍 열어 줬다면 괜찮았을 겁니다.”
“난 널 부르지도 않았다.”
“고독에서 영감님을 찾는 건 개인적으로 즐거운 취미라서…….”
“쯧.”
까마귀 코르브스.
아겔에게 영혼을 바친 죄수 중 하나였다.
그의 목에는 7이란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코르브스는 그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그가 아겔인 줄 알고 있었다.
“새 몸을 얻으셨군요. 아직 쓰레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쓸 만할 것 같습니다.”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다.”
“주제넘은 말 죄송합니다, 깍깍.”
까마귀 수인이 웃듯이 새소리를 내었다.
“그래서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이유는?”
아겔의 말에 그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주인님 한 번 찾아뵙는데,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게다가 필요하실 때 절 안 부르시고 다른 놈을 부르셨더군요.”
까마귀 수인이 부리를 아겔에게 비비려고 했다.
코르브스는 아겔이 그의 수하 중 하나를 내면의 어둠을 통해 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처럼 아겔과 어둠이 깊게 이어진 터라 다른 이를 불러도 눈치챈 것이리라.
아겔은 그의 부리를 탁 쳐 냈다.
“깍.”
“너까지 필요할 일 없다. 그나저나 분신체 하나도 소중할 때인데, 이렇게 내게 보내도 되겠느냐.”
“전해 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지금 아겔의 눈앞에 있는 까마귀 수인은 본체가 아닌 분신체였다.
코르브스는 이토록 강력한 분신체를 수천 마리 넘게 부릴 수가 있었다.
강력한 능력이었지만, 아겔은 그의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신뢰했다.
“설마 상급 죄수들의 전쟁이 끝났느냐?”
“그럴 리가요. 제가 전해 드릴 건 다른 겁니다.”
코르브스가 고개를 들어 그의 귓가에 부리를 가져갔다.
“곧 성좌 교단에서 시찰을 나올 겁니다. 이번엔 고독 전체를 뒤져 볼 거라고 하더군요.”
“흠…… 그렇군.”
고독의 소유는 전적으로 ‘그’에게 있지만, 기업가인 개인이 다루기엔 너무 엄청난 스케일의 교도소다.
그래서 우주를 지배하는 ‘은하 정부’와 ‘성좌 교단’의 검수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그 조건으로 고독을 설립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코르브스가 말했다.
“혹시 들킬 수도 있으니 저와…….”
아겔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입 다물거라.”
흠칫 놀란 코르브스가 한껏 물러나 전신을 땅에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그는 물러나 엎드린 상태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아겔은 한숨을 쉬고 그를 바라보았다.
“일어나라. 알면 되었다. 될 수 있으면 입 밖으로 꺼내지 말거라.”
“예…….”
아겔이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주술사나 잘 막거라. 내게 오지 못하도록.”
코르브스는 잠시 침울한 기색을 보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까마귀의 검은 눈에는 불타는 충성심이 깃들어 있었다.
“염려 마십시오. 맡겨 주신 일은 죽더라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힘든 일을 맡겨서 미안하구나.”
아겔의 말에 코르브스가 손사래를 쳤다.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영감님. 당신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내겐 그 어느 것보다 행복한 일입니다.”
아겔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죽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일까.
분신체가 강력한 힘을 내는 만큼 죽을 때, 본체도 어마어마한 격통을 겪는 코르브스다.
아겔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그의 삶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코르브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 봐야겠습니다. 지금은 분신체 하나하나 쓸모 있게 써야 하는지라…….”
“조심히 가거라.”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영감님.”
커다란 까마귀 수인은 다시 줄어들더니, 본래 까마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겔은 개인실에서 나와 까마귀를 팔 위에 올렸다.
그가 체력단련실 철문으로 향하는 것에 연합원들의 시선이 몰렸다.
아겔은 철문을 열고 나와 복도의 어둠 속으로 까마귀를 날렸다.
까마귀는 복도 위를 배회하며 누군가를 바라보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하루가 또 지났다.
아겔은 개인실에서 휴식을 끝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본래 소년의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았다.
델라무와의 결투 때만큼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겔이 개인실을 나섰다.
그러자.
-흑마법사다-!!
소리치며 들어오는 연합원들이 보였다.
더듬이 남자가 누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밖에 보초를 세워 두었던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문 닫아!
쿵!
연합원들이 한껏 매달려 철문을 막았다.
아겔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농성전을 할 모양인데, 아겔은 그럴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도와줄 친구가 도착했으니까.
…….
예상외로 밖은 조용했다.
철문에 공격이 들어오지도 않았고, 흑마법이 발현되는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 아겔은 밖에서 들려오는 살육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콰직…….
뻑. 쯔걱. 쿠직. 서걱. 뿌득. 콰득. 푹. 쩍. 빠각. 촤악. 콰직. 쿵.
소리가 멎고 아겔이 말했다.
“문을 열어라.”
-……?
문을 막고 있던 연합원들이 침을 삼켰다.
더듬이 남자가 손짓하자 그들이 물러났다.
덜컹. 끼이이이…….
피 냄새가 철문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아겔은 익숙하게 피 냄새를 지나 철문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 널린 시체가 수십 구가 넘었다.
전부 흑마법사의 시체.
그 한가운데 3미터는 되는 거인이 전신에 피를 묻히고 서 있었다.
갈색 털이 전신을 덮은 곰의 얼굴.
흉측한 상처가 한쪽 눈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그 눈엔 안대를 쓰고 있었다.
거대한 곰 수인은 가죽 갑옷을 입고 등에 대궁(大弓), 대검(大劍), 언월도 등 각종 거대한 무기를 메고 있었다.
그가 아겔을 발견하고 무릎을 꿇었다.
쿵!
그리고 그 앞에 엎드려 고개를 숙였다.
아겔이 담담하게 말했다.
“오랜만이다, 안톤.”
“어르신을 뵙습니다.”
“나도 기쁘다. 가자꾸나.”
“예, 어르신.”
수십 초도 걸리지 않아, 흑마법사 수십 명을 갈아 버린 곰 수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체력단련실 안쪽을 휙휙 둘러보더니, 철문을 닫아 버렸다.
쿵.
연합원들은 그들의 발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