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43)화 (44/186)

43화 산보 (2)

아겔은 만족스러운 평안함을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콰득.

산책은 여유로웠다.

다만, 몸이 부서지는 살벌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뿐.

안톤은 복도 앞쪽에서 또 장애물을 치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매번 앞에서 처리하고 아겔과 걸음을 맞추러 올 때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겔은 그것이 칭찬을 바라는 자세임을 알고 있었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짧은 한마디에도 안톤은 깊이 고개를 숙였고, 이어진 내면을 통해 그의 감정이 전해져 왔다.

안톤이 보내오는 감정의 색은 투박했지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내면으로부터 솟아나는 것이었다.

겨우 칭찬 한마디에 말이다.

‘고래가 아니라 곰이긴 하지만.’

곰도 칭찬을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칭찬의 위력을 옛 선조들은 이미 잘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슥.

아겔은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곧이어 안톤도 고개를 들었다.

“…….”

소리 없이 나타난 남자는 검은 망토를 입고 있었다.

레이스가 달린 셔츠와 올백 머리.

창백한 피부의 남자는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어둠 속에 오롯이 서서 아겔과 안톤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아겔 영감인가.”

아겔이 말했다.

“그렇네만.”

“인듀라스 님의 종복, 타일로라고 한다.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다.”

안톤이 아겔의 앞을 가로막았다.

백작의 전령은 안톤 너머에 있는 아겔을 바라보았다.

“다른 목적은 없다. 무기를 거둬라.”

그러나 안톤은 요지부동이었다.

언제 꺼냈는지 거대한 창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꺼져라. 어르신의 산책에 방해가 된다.”

“난 내 주인님의 말씀만 전달하고 돌아갈 거다.”

안톤이 하나 남은 눈을 부라렸다.

짐승의 포악성이 담긴 눈빛.

순식간에 피식자와 포식자를 갈라 버리는 위압이었다.

험악한 기세가 앞으로 투사되었고, 5급에 불과한 흡혈귀는 안톤의 기세에 짓눌려 몸을 움츠렸다.

“다시 말하지 않겠다. 입에서 더러운 냄새 풍기지 말고 꺼져라.”

“큭……!”

백작의 전령은 숨 막히는 압박감에도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 긴장감을 소년의 목소리가 한순간에 지워 버렸다.

“안톤.”

“모기 새끼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어르신은 편히…….”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아겔의 어조는 단호했다.

안톤의 눈이 조금 흔들리더니, 이내 살짝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안톤은 창을 거두진 않았다.

여전히 단숨에 흡혈귀의 몸을 꿰뚫어 버리기라도 할 듯이 강하게 부여잡고 있었다.

아겔이 전령의 눈을 바라보았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가, 인듀라스.”

“…….”

아겔은 역시 전령의 시선 너머에서 인듀라스가 직접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크윽……!”

순간, 전령의 몸이 한 번 들썩였다.

감당키 어려운 거대한 존재감이 탐욕스럽게 그의 신체를 유린했다.

“…….”

이내 전령은 차분해진 눈빛으로 아겔을 바라보았다.

전령의 의식을 인듀라스가 집어삼켰다.

흡혈귀인 인듀라스의 권능, 지배(支配).

자신의 수하들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힘.

어떤 면에서 아겔과 비슷한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아겔은 영혼을 취한 자의 자유 의지까지 침범하진 않았다.

전령이 입을 열었다.

“전령을 보내어 말하는 건, 양해해라. 난 내 감방에서 움직일 수 없으니.”

“나오기가 두려운 것이겠지.”

아겔의 조롱이 살짝 섞인 말에도 인듀라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는 자신을 조롱해도 괜찮다는 태도로.

“부정하지 않는다. 내가 이곳에서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바로 두려움에 기인한 것이니.”

흡혈귀의 왕이라는 존재조차 이 고독을 두려워한다.

고독에서 마주칠 자신보다 강한 자를 두려워했기에 자신의 감방에 칩거한다.

그렇다고 인듀라스가 약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흡혈귀의 왕이니까.

쓸모없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었다.

아겔은 살짝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인듀라스는 천천히 귀족다운 우아함으로 허리를 숙였다.

“사과하지. 내 의도와 다르게 밑에 두고 있던 버러지가 널 불쾌하게 한 것을.”

“…….”

흡혈귀란 종족 중 정상에 있는 자들은 스스로 귀족이라 칭하며 높은 위상과 긍지를 내세운다.

그런 귀족이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건, 그들의 어마어마한 자존심을 박살 내는 일.

하물며 평범한 귀족도 아니고, 이 고독에 있는 모든 흡혈귀의 왕이라 불리는 자가 쉽게 고개를 숙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는 각오하고 찾아온 것이다.

타인에게 고개를 숙였다는 소문이 자신의 명성을 깎아내릴 것을 감수하고서 말이다.

단지 늙은이 하나를 귀찮게 만들었다는 것에 사과하기 위해.

“나의 실수였음을 인정한다. 다시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하고, 만회하도록 하지.”

인듀라스가 사과하자, 안톤의 눈도 살짝 커졌다.

그러나 당사자인 아겔은 소년의 무표정한 얼굴로 인듀라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귀족답군.”

깔끔한 대답에 인듀라스는 잠시 눈이 조금 커지더니, 이내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인간에게 인정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인듀라스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아겔은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끝인가?”

아겔은 얼마 남지 않은 산보를 더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진 않다. 한 가지만 더 말하지.”

인듀라스는 잠시 생각에 빠진 얼굴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다르키스를 용서해 주면 안 되나?”

“그럴 순 없지.”

소년의 입에서 즉답이 나왔다.

단호한 대답에 인듀라스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에 안타까운 감정이 묻어 나오는 듯했지만, 설득은 할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입을 다물었다.

인듀라스는 알고 있었다.

17년간 고독에 살아오면서 아겔의 숨겨진 명성은 고독의 음지에서 산 백작에게도 똑똑히 들려왔다.

그는 누구도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을 귀찮게 하는 자에겐 절대로 자비가 없었다.

인듀라스가 씁쓸하게 말했다.

“……그런가.”

“그래.”

“그렇군…….”

아겔의 뜻을 이해한 인듀라스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동지의 죽음을 지켜보기만 해야겠군.”

“…….”

백작이 말하는 동지.

아겔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탐식(貪食)’을 따랐지.”

“…….”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귀족답게 굴길 바라네. 아니면 내 친구 중 한 명이 자넬 죽이러 갈 걸세.”

대화는 끝났다.

아겔은 걸음을 옮겼다.

안톤도 전령을 경계하며 그를 뒤따랐다.

그가 스쳐 지나가는데도 전령에 빙의한 인듀라스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품위를 지키는 귀족의 특성을 비꼬는 가만히 있으라는 아겔의 말.

백작에겐 견디기 쉽지 않은 수치심을 선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백작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그의 손은 수치심이 아닌, 다른 감정으로 인해 떨리고 있었다.

.

.

.

인듀라스를 뒤로하고, 아겔은 남은 거리를 가늠했다.

‘저쪽이군.’

다 왔다.

연합원을 습격한 흑마법사의 수괴가 있는 곳이.

아마 다르키스 본인이 있진 않을 것이다.

악마숭배자의 수장이 이런 하찮은 일까지 직접 행차하진 않았을 테니까.

대신 아겔은 그곳에 있는 놈이 누구든 반드시 죽일 생각이었다.

델라무와 한 거래가 있었기에.

“음?”

아겔은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안톤을 바라보았다.

그의 내면에서 차오르는 의문의 색채를 감지했다.

안톤이 그에게 궁금한 게 생긴 것이다.

평소 의문 같은 걸 잘 품지 않는 안톤이였기에 꽤 의외였다.

아겔이 입을 열었다.

“뭐가 궁금하기라도 한 게냐.”

“아, 아닙니다.”

안톤의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말은 더듬었다.

“말하거라.”

“산책하시는데, 괜한 말로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혀 방해가 아니다. 가끔 보면 넌 너무 과하게 예의를 차리더구나.”

“죄송합니다. 불쾌하시게 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뭘 또 죄송하다고 하느냐. 덕분에 느긋한 산보를 즐기게 되었는데, 의문 몇 가지 대답해 주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다.”

“그럼…….”

안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선 누가 제일 마음에 드십니까?”

“……?”

아겔은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제일 마음에 드냐는 말.

일단 누가라는 말은 아겔에게 영혼을 바친 자를 뜻하는 것이리라.

‘아까 인듀라스에게 내 친구라고 말한 것 때문에 그렇군.’

아겔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네가 그런 걸 물어볼 줄은 몰랐다.”

“곤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대답하지 않아 주셔도…….”

“나는.”

아겔의 말에 안톤이 귀를 기울였다.

“대체로 남한테 정을 못 주는 성격이다. 그래서 친구가 많지 않지.”

“…….”

“그래서 내겐 다 소중하다. 딱히 누가 더 낫다는 건 잘 못 느끼겠구나.”

“그렇군요…….”

“원하는 답이 되었느냐?”

아겔의 말에 안톤은 기쁘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험악해 보이는 얼굴은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살해할 만큼 살벌해 보였다.

살짝 드러난 날카로운 이빨은 오우거도 생으로 씹을 만큼 강인한 것이었다.

그게 웃고 있는 거란 걸 믿을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충분합니다.”

쿵.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간 안톤이 복도의 허공을 대검으로 갈랐다.

촤악!

그러자 피가 촥 튀더니, 반으로 갈라진 커다란 눈동자가 드러났다.

흑마법사가 인간을 재료로 만드는 키메라, 비질(Vigil).

아겔과 안톤의 모습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안톤이 말했다.

“이제 눈치챘을 듯합니다.”

“그래.”

아겔은 뒷짐을 지고 있던 손목을 풀었다.

“그럼 이제 산책은 끝이다.”

우득.

소년의 육신이 야수의 것으로 변화되었다.

* * *

“아, 귀찮아.”

시체의 산 위에 걸터앉아, 턱을 괸 흑마법사는 수하들이 연합원의 시체를 들고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천 명의 흑마법사가 동원된 습격.

연합을 습격해 사람을 죽이고, 가져온 시체에서 생명력을 뽑아낸다.

제사장의 수족, 6급 흑마법사 윌리엄.

그는 다르키스의 명령에 따라 수하들을 데리고 연합을 습격했다.

하급 죄수가 아니라 중급 죄수가 주를 이루는 조직이었지만, 그렇기에 생명력이 더 강했다.

흑마법사인 그들이 몸밖에 쓸 줄 모르는 그들을 상대하기 편리하기도 했고.

처음엔 왜 겁냈나 생각하기도 했다.

‘하긴 겁먹을 만도 했지. 연합 수장이 7급이니까.’

[운동 연합]의 수장은 7급 죄수이자, 투기장의 현 챔피언.

악마의 종인 다르키스보다 월등히 강하다.

그 차이는 같은 6급이지만, 윌리엄과 다르키스 사이에 있는 간극보다 훨씬 넓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점점 좁혀지게 될 것이다.

딱히 힘에 관심이 많진 않은 윌리엄은 그저 다르키스의 밑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었다.

인간을 잡아다가 해부하고, 생명력을 뽑아내고, 가지고 놀면서.

윌리엄은 보이지 않는 복도의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하, 여긴 정말 천국이야.”

인간이란 자원이 풍부한 이 교도소는 흑마법사들에겐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귀찮은 걸림돌이나, 두려운 존재들이 없진 않았지만, 몸만 잘 사린다면 천국이다.

처음 고독에 들어왔을 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적응한 지금은 여기보다 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윌리엄이었다.

“윌리엄 님.”

수하 하나가 다가와 상황을 보고했다.

“말씀하신 대로 습격은 끝냈습니다. 그런데 놈들이 한곳으로 결집하고 있습니다.”

“그래?”

윌리엄은 수하의 보고에 비웃는 미소를 보였다.

연합원이 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인데, 어차피 쓸 만한 양은 충분히 모았다.

그들이 반격을 시작할 때쯤엔 주변에 얼쩡거리는 흑마법사는 없을 것이다.

이미 후퇴했을 테니.

“생명력만 빨리 저장해. 슬슬 돌아가게.”

“예.”

악마의 종인 다르키스가 만들어 낸 ‘구슬’.

여기엔 생기를 저장할 수 있다.

이제 연합원들의 시체에서 뽑아낸 생기를 저장해 가기만 하면 된다.

‘이오베가 오고 있다고 했지?’

흑마법사들이 움직이면, 귀신처럼 알고 쫓아오는 광신도.

하지만 이번엔 그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놓고 일을 벌였기에 붙잡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던 윌리엄이었다.

자신의 크리쳐, 비질을 통해 뭔가를 보기 전까지.

“……?”

복도 근방에 비질을 깔아 놓은 윌리엄이었다.

비질은 시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키메라.

누가 온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윌리엄은 마치 먼 거리에 있는 무언가를 보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곰……? 뭐야, 안톤 웨이크?”

3미터짜리 거대한 곰 수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각종 거대한 무기를 등에 짊어진 특이한 모습은 모르는 게 더 힘들었다.

6급 죄수 중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강하니, 유명하기도 했고.

윌리엄은 손톱을 깨물었다.

“아, 왜 하필이면 이쪽으로 오는 거야. 저런 놈이랑은 괜히 부딪치기가 싫은데.”

안톤은 흑마법사가 상대하기 편한 전사 타입이었지만, 그가 지닌 무기들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흑마법에 대항하는 무구들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안톤이다.

게다가 예측할 수 없는 파괴력을 내는 무기들도 있으니,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어느 조직에 속한 놈도 아니고, 성격도 돌 같아서 죽자고 달려들면 괜히 손해만 볼 것이다.

윌리엄이 시선을 돌려 수하들에게 말했다.

“빨리 담아라. 귀찮은 놈이 온다.”

““옛!””

수하들이 대답했다.

시체의 산에서 붉은 생명력이 이전보다 빠르게 흘러나왔다.

생명력은 윌리엄이 들고 있는 주먹만 한 구슬로 모여들었다.

윌리엄은 다시 비질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6급의 전사라도 이곳까지 주파하려면 30분은 넘게 걸린다.

비질은 딱 그 정도 선에 두었다.

그러니 이제 30분 남은 것이다.

‘슬슬, 움직일 준비를…… 음?’

시체들 사이에서 내려오려던 윌리엄은 안톤 옆에 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눈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년의 얼굴을 본 순간.

“저건……?”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그릭, 리제, 아각에게 잡아 오라고 명령했던 꼬마가 분명했다.

이미 저 꼬마가 상품이란 건 알고 있었다.

고독에서 흑마법사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건 얼마 없으니.

‘생각해 보니 소식이 없었네. 실패했던 거군.’

아마 안톤이 3명을 처리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윌리엄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귀찮은데. 그래도 잡아 오라고 했으니까 잡아가야겠지?’

아겔의 꼬마를 붙잡아 오라고 한 건 다름 아닌, 제사장 다르키스.

발견했는데 그냥 돌아서긴 조금 아까웠다.

아마도 안톤과 싸움을 불사해야겠지만, 보상은 확실하게 챙겨 주는 제사장이니 윌리엄은 격돌을 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쳇, 얘들아.”

“예!”

“손님 온다. 준비해라.”

안톤이 비질을 없애는 것을 본 윌리엄이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비질을 죽이는 모양새가, 이쪽으로 올 생각인 듯 보였다.

방향도 일정했다.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정확하게 윌리엄이 있는 곳으로.

‘근데 안톤이 왜 이쪽으로 오지. 거참 이상하네.’

윌리엄은 머리를 긁적이며 흑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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