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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44)화 (45/186)

44화 무지의 대가 (1)

안톤과 아겔은 빠른 속도로 흑마법사들이 주둔한 복도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방향은 정면이었다.

도착하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중간중간에 포진한 흑마법사들의 방어진은 깨뜨려야 했다.

안톤이 대검 하나와 커다란 전투 망치를 꺼내 들었다.

대검에 음각된 문자가 푸른빛을 내기 시작했고, 망치에선 새파란 불꽃이 타올랐다.

화륵!

“길은 제가 뚫겠습니다.”

그가 앞서 나가려 했지만, 아겔이 제지했다.

“아니다. 선두에 서마. 잔챙이나 처리하면서 따라오거라.”

“힘을 비축하시는 게 좋지 않으시겠습니까.”

“힘이라…….”

아겔은 라이칸스로프의 모습으로 완전 수인화를 한 상태였다.

안톤도 그의 수인화된 모습을 보고 살짝 놀라기도 했다.

그도 라이칸스로프를 보는 건 처음일 테니, 키 작은 꼬마가 2미터가 넘는 짐승으로 변하는 모습은 신기했을 것이다.

아겔은 손가락을 움직여 주먹을 쥐어 보았다.

“힘이 넘치는구나.”

효율은 둘째치고, 몸에서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전투에 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라이칸스로프의 육체는 흥분하여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아겔은 정신까지 영향을 미치는 육체의 쾌락을 꽉 붙잡았다.

그의 압도적인 정신력은 육체가 떨릴 정도의 흥분도 잠잠하게 가라앉혔다.

“몸 좀 풀어야겠다.”

“알겠습니다. 뜻대로 해 주십시오.”

아겔이 먼저 발을 박찼다.

곧 복도의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흑마법사들의 군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십 명의 흑마법사가 뭉쳐 있는 방어진.

각종 저주 마법과 시체 골렘으로 이루어진 방벽은 쉽게 뚫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겔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정면으로 혼자 돌격했다.

방어진을 맡은 흑마법사 한 명이 소리쳤다.

“발사!”

커스 오브 데몬(Curse of Demon).

이그저스티드 마인드(Exhausted Mind).

서퍼링 브리스(Suffering Breath).

수십 개의 흑마법이 하나의 대상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대개 상대방을 약화하는 저주 흑마법이었고.

다크 스피어(Dark Spear).

미저리 하운트(Misery Haunt).

블리딩 로어(Bleeding Roar).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히는 흑마법도 종종 있었다.

라이칸의 육체와 흑마법의 세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앙-!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어두운 흑마법이 시야를 가렸다.

방어진의 흑마법사 리더는 허공에 날리는 마력 사이로 적의 상태를 가늠하려 했다.

“해치운 건…….”

푸확!

“각…….”

언제 다가왔는지, 라이칸스로프의 손톱이 리더의 목을 잘라 버렸다.

흑마법사들은 그 짧은 찰나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다만 경악했다.

영역으로 설정된 흑마법진 위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움직이는 모습.

원래라면 뛰어난 전사라도 그 움직임이 반 정도는 제약을 받아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어떤 흑마법도 이 짐승에게 통하지 않았다.

이유 따위를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도대체 왜……?”

촤악!

머리가 잘려 나가면서도 흑마법사들의 의문 섞인 표정은 해소되지 않았다.

개중 정신을 차리고, 아직 남아 있는 흑마법사들을 지휘하려는 자도 있었다.

“시체골렘으로 막아!”

쿵쿵.

인간의 시체를 흑마법으로 융합해 만든 시체 골렘이 쿵쿵 뛰어왔다.

전신에서 썩은 피를 뿜어내며 달려오는 골렘은 역겨움의 극치였다.

10기나 되는 시체 골렘은 3미터의 키를 가졌고, 그보다 작은 라이칸스로프를 온몸에서 뻗어 나온 팔로 구속했다.

사방을 둘러싼 시체 골렘에서 인간의 형상이 튀어나와 아겔의 몸을 물어뜯으려 했다.

그러나 강철보다 단단한 라이칸스로프의 근육과 질긴 가죽을 뚫어 내진 못했다.

“크르하아아아악-!”

라이칸스로프를 감싼 시체 골렘들이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잔해를 날렸다.

짐승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멀뚱히 서 있는 시체 골렘을 손톱으로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4급, 잘 쳐주면 5급 죄수와 맞먹을 수 있는 전투력을 지닌 시체 골렘이 반항도 하지 못하고 사지 분해되어 가고 있었다.

흑마법사들은 악몽을 꾸고 있는 듯했다.

-저, 저게 뭐야…….

-도, 도망쳐야 해!

-도망치지 마라!

푸확!

도망치려던 흑마법사의 심장이 한 흑마법사의 손에 꿰뚫렸다.

“어떻게든 막아! 윌리엄 님의 명령이다!”

그렇게 외친 흑마법사가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이모션 신토니제이션(Emotion Syntonization).

-그럿지 앵거(Grudge Anger).

순식간에 퍼져 나간 흑마법이 근처에 있던 흑마법사들의 감정 상태를 연결했다.

두 번째 흑마법으로 인해 흑마법사들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주, 죽여야 해!

-죽인다! 죽여 버리겠어! 찢어 죽일 거야!

-죽어도 죽인다!

분노란 감정에 동화된 흑마법사들이 제멋대로 외치며 흑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동조화한 흑마법사는 동료들이 마력을 낭비하기 전에 마지막 흑마법을 시전했다.

-아니모시티 붐(Animosity Boom).

흑마법사 전원의 가슴 부분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마어마한 폭발을 내 버렸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차례로 터져 나가는 흑마법사들.

찰나의 순간, 아겔의 시야에 폭발의 여파가 다가오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겔은 흑마법사들에게 포위되어 있었기에, 그 폭발에 중심에 서 있는 상태였다.

라이칸스로프는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굳이 방어할 필요도 없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안톤이 도약했기 때문이다.

폭발이 아겔이 서 있는 중심으로 밀려드는 순간, 그 바로 위 허공에 떠 있던 안톤이 거대한 전투 망치를 한 바퀴 휘둘렀다.

스윙(Swing).

부웅……!

슈화아아아아아악-!

단지 허공에 한번 망치를 휘둘렀을 뿐인데, 밀려나는 충격파는 소리의 속도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

폭발의 여파는 아겔이 있는 곳에 닿지 못하고, 주변으로 맹렬하게 퍼져 나갔다.

안톤이 낸 충격파의 힘을 거스르지 못한 것이다.

근처에 있던 피와 흑마법사들의 시체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아겔이 괜한 짓을 했다는 얼굴로 안톤을 바라보았다.

“힘을 낭비했구나.”

“어르신께 더러운 것이 묻지 않았으면 해서 그랬습니다.”

“그랬다면 골렘이 날 붙잡았을 때 왔어야지.”

“……죄송합니다.”

그저 농으로 던져 본 말임에도 안톤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아겔은 속으로 혀를 찼다.

“탓하려는 게 아니니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거라.”

“예.”

“가자꾸나. 아직 4번 정도 더 남은 것 같으니.”

“이번에도 선두에 서십니까?”

“그래.”

“뒤따르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두 사람은 다시 빠르게 복도의 어둠을 가로질렀다.

* * *

“뭐야. 좀 치네?”

윌리엄은 근처에 있던 비질을 통해 흑마법사들을 궤멸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싸움이 시작되면 3분을 넘기지 않는다.

그만큼 소년과 곰 수인이 보여 주는 힘은 파괴적이었다.

‘그래도 문제 될 건 없어 보이네.’

안톤의 힘은 알려진 것보다 강한 것 같긴 했지만, ‘연료’가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지금이라면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일한 변수인 저 꼬맹이가 웬 늑대 수인으로 변하는 건 예상치 못했어도 그 힘은 상정 안이었다.

두려워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

‘근데 저건 무슨 종족이지? 평범한 늑대 수인은 아닌 것 같은데.’

윌리엄이 알기론 저 외형에 저만큼 수인화할 수 있는 웨어비스트는 없다.

그 옛날에 멸종한 라이칸스로프라는 종족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라이칸스로프는 은하 정부의 공식적인 멸종 선언이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어디 실험체인가? 누구 건지 몰라도 정말 잘 만들었네. 잡아다가 뜯어보면서 한 수 배워야겠어.”

비질로 지켜보고 있던 윌리엄은 아까 흑마법사들이 가했던 자폭 공격의 순간을 떠올려 보았다.

그 순간, 늑대 수인이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런 수준의 자폭 공격에도 취약한 모습이니, 늑대 수인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수인은 멀쩡하긴 했다.

안톤이 망치를 휘둘러 폭발의 여파를 막아 주었으니.

“괜히 쫄았네. 광신도가 오기 전에 붙잡아 갈 수 있겠어.”

안톤과 아겔을 붙잡을 생각에 윌리엄의 얼굴엔 희열이 깃들었다.

6급 죄수 중 손가락에 꼽는다는 안톤 웨이크.

그의 시체를 이용한다면 꽤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괜찮은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저 늑대 수인을 뜯어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 되리라.

꿀럭꿀럭.

지금까지 모아온 시체들이 윌리엄의 손짓에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암적색으로 변해 가는 시체의 피부.

수천 명의 시체로 이루어진 작품은 윌리엄의 뜻대로 그 덩치를 불리고 있었다.

“자, 어서 와라. 짐승들아.”

윌리엄의 비질에 아겔과 안톤이 마지막 방어진에 격돌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

.

아겔은 지금 맞닥뜨린 방어진이 마지막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놈들만 넘어서면 흑마법사들의 주둔지가 나올 것이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방어진은 5급 흑마법사 소수 정예로 이루어져 단단했다.

우선 각종 강화 마법이 걸린 시체 골렘들이 앞서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아겔과 안톤의 흑마법 저항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란 걸 눈치챘는지, 간접 공격을 퍼부으려고 했다.

좀비나 스켈레톤 나이트, 혹은 타락한 식물의 씨앗을 던져 아겔과 안톤을 막으려고 했다.

물론 그 모든 방벽은 아겔을 막기엔 너무 느렸고.

콰앙-!

안톤을 막기엔 너무나 물렀다.

곰 수인이 전투 망치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아름드리나무보다 두꺼운 식물 줄기가 펑펑 터졌다.

힘으로 천천히 밀고 나가는 안톤과 달리, 아겔은 신속하게 방벽을 뛰어넘어 흑마법사들을 차례로 잡아 죽였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아겔을 따라올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큭……! 몸을 강화해서 버텨!

-아, 안 통해! 강화·방어 흑마법이 전혀 안 통……!

콰직.

날카로운 이빨에 흑마법사의 머리통이 박살 났다.

흑마법사들의 방어 흑마법으로 돌보다 몸이 단단해졌지만, 아겔은 그게 뭔 상관이냐는 듯 무 베듯 썰어 버리거나 이빨로 찢어 버렸다.

라이칸스로프의 전신에서 피가 마르지 않았다.

쾅-!

시체 골렘 다섯 마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기예와 같은 충격파 조절로 온전하게 시체 골렘만을 박살 낸 안톤은 전투 망치를 들고 아겔 옆에 섰다.

“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거라.”

한곳에 모여 있는 5급 흑마법사 10명.

그들은 벌벌 떨며 안톤의 목에 새겨진 6이라는 글자를 바라보았다.

-씨발…… 이대로 죽는 건가?

-제, 제길……! 정신 차려! 우리가 더 많아! 힘을 합치면 6급 정돈 잡을 수 있어!

-마지막으로 힘을 모아라!

죽음의 공포 앞에서 단순한 숫자 계산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살고 싶은 것 같았는데, 아겔은 한 사람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흑마법사들이 타락한 결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안톤을 요격할 흑마법을 준비했다.

죽은 흑마법사들에게서 떠오른 생명력이 그들 가운데로 모였다.

주변 공기를 진동시킬 정도로 음험한 기운이 결계 안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안톤은 흑마법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아겔과 달라 흑마법을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이 있었다.

굳이 안 맞아도 되는 걸 맞아서 어르신을 모시는 데 차질을 빚을 순 없었다.

“잠시만 물러나 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르신.”

낮은 안톤의 목소리에 아겔은 말없이 뒤로 물러섰다.

그가 내는 충격파가 닿지 않을 정도까지.

뿌득.

안톤의 양쪽 팔근육이 한순간 부풀었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허리보다 굵었던 팔이었는데, 거기에 더해 이젠 1.25배가량 부피가 커졌다.

우웅.

전투 망치가 푸른색 기의 불꽃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안톤의 오른쪽 눈이 붉게 빛났다.

부푼 근육으로 전투 망치의 머리를 잡은 안톤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해머링하듯 망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콰아아앙-!

푸른 불꽃이 확 퍼져 나가더니, 흑마법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중첩한 결계를 단숨에 깨뜨렸다.

-커헉……!

결계를 담당하던 흑마법사 두 명이 그 여파로 단숨에 목숨을 잃었다.

남은 여덟의 흑마법사 앞으로 망치가 떨어졌다.

흑마법이 완성되기도 전이었다.

-씨발…….

쾅……!

.

.

.

마지막 방어진을 돌파한 두 사람은 복도의 양 벽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 멀리서 빛나는 마법 횃불이 아니었다면, 어디가 길인지 가늠할 수도 없이 넓었다.

두 사람은 넓은 복도 군데군데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볼 수 있었다.

전부 운동 연합원의 시체였다.

‘꽤 많이 당했구먼.’

‘운동 연합원장’이 이 일을 안다면 심사가 꽤 뒤틀릴 것이다.

하나 챔피언의 자리를 내려놓지 않을 테니, 고독에 돌아올 수도 없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빚을 지워 두게 되었군.’

아겔의 성격상 빚을 지우는 건 그리 선호하진 않지만, 그 남자에게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무려 7급 죄수 챔피언인 만큼 신용은 있으니.

그리고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아겔의 판단에 기초한 신용이었다.

아겔과 안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어느덧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을 만큼 쌓인 시체들의 산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더러운 피 냄새가 가득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구역질을 멈추지 못할 만큼 역겨웠다.

시체의 산 위에서 누군가 일어섰다.

“벌써 왔네. 너희 진짜 세구나.”

“자네가 연합을 습격한 흑마법사인가?”

윌리엄이 씩 웃으며 시체의 산을 한 걸음씩 내려왔다.

“맞아. 근데 너 꼬마면서 말투가 굉장히 늙은 사람 같네. 아까 봤을 땐 어려 보였는데.”

그는 혼자 갸웃거리며 내려오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하긴. 나이가 뭔 상관이겠어. 어차피 너희 둘 다 나에게 붙잡힐 텐데.”

드드드드드드…….

그가 시체의 산을 다 내려오자, 복도가 진동했다.

쿠우우우…….

산이 움직였다.

수천, 아니 어쩌면 수만의 시체가 합쳐졌을 만한 위용.

거대한 시체의 산이 하나의 골렘이 되어 그 위압감을 드러냈다.

-크오오오…….

저만한 크기의 시체 골렘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말은 윌리엄이 네크로맨시 특화 계열 흑마법사라는 뜻.

그냥 흑마법이었으면, 편했을 텐데 가장 귀찮은 상대였다.

윌리엄이 싱긋 웃었다.

“잡아.”

쾅!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골렘의 팔이 뻗어 나갔고, 아겔의 옆에 있던 안톤을 후려쳤다.

안톤은 망치로 가드한 채로 약 100여 미터를 공중에 떠서 날아갔다.

시체 골렘이 거대한 몸을 움직여 안톤을 붙잡으러 이동했다.

쿵. 쿵. 쿵. 쿵.

아겔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자리엔 아겔과 윌리엄만이 남았다.

윌리엄이 킥킥 웃으며 아겔을 바라보았다.

“혹시 무서워?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하는 거야? 하긴 그 나이대라면 무서울 수도 있지.”

-체인 디텐션(Chain Detention).

검은 쇠사슬이 나와 라이칸스로프의 온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짐승은 아무런 반항 없이 흑마법이 자신을 구속하게 내버려 두었다.

“내 골렘이 안톤을 붙잡힐 때까지 우리 둘이서 놀고 있자.”

윌리엄은 아겔 앞 다섯 발자국까지 걸어왔다.

“심심한데 네 나이나 한번 맞춰 볼까? 음…… 세 번 기회를 줘. 내가 못 맞추면 살려 줄게. 대신 내 실험체가 되는 건 똑같겠지만.”

윌리엄의 말에 아겔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흑마법사가 한 걸음 걸어왔다.

“10살?”

아겔은 반응하지 않았다.

“13살? 말 좀 해 봐. 이거보다 적은 지 많은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

다시 한 걸음 걸어오는 흑마법사.

세 발자국 남았다.

그 말에 드디어 라이칸스로프의 입이 열렸다.

“13살보단 많다네.”

“아, 그래? 그럼 아직 2번 남은 거다. 음…… 15살?”

“그것보다도 많지.”

“그래? 생각보다 더 늙었네…….”

또 한 걸음 걸어온 윌리엄은 고민한 얼굴이었다가, 이내 뭔가를 떠올리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아, 30살이다! 수인족은 30살부터 수인화할 수 있지 않아?”

“틀렸다네. 그거보다는 훨씬 오래 살았지.”

윌리엄은 틀렸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아쉽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걸어왔다.

두 사람 사이는 이제 거의 마주 보고 있는 상태였다.

“어, 그래? 아…… 아쉽네. 근데 인간형은 왜 이렇게 어려 보였지? 그럼 몇 살이야?”

아겔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푸욱.

“어……?”

무정한 피륙음이 들렸다.

짐승의 팔이 윌리엄의 가슴을 꿰뚫었다.

언제 풀려났는지, 그의 오른팔이 쇠사슬의 구속에서 풀려나 있었다.

오른팔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전신이 5급 죄수도 가둘 수 있는 쇠사슬을 툭툭 끊어 내었다.

아겔은 윌리엄의 가슴을 뚫은 팔을 들어 올렸다.

“커헉……?! 끄으으으…… 너…… 어떻……게……?”

“늙은이에게 나이를 묻는 건 굉장히 실례되는 일이란 걸 모르나. 그래도 이건 가르쳐 줄 수 있겠구먼.”

아겔이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난 자네 같은 애송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고독에 살았다네.”

콰득!

라이칸스로프의 이빨이 윌리엄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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