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56)화 (57/186)

56화 세 번째 시스템 : 개방 (3)

노인은 자신에게 정면으로 날아오는 검은 창을 바라보았다.

상대방을 확실하게 파멸시키는 무서운 흑마법.

그러나 그건 아겔에게 통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였는지.’

흑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 몸이 된 것이 언제일까.

투기장 죄수로 살았을 때는 흑마법을 사용하는 죄수와 붙어 본 적이 없었다.

은퇴하고 고독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눈치챘던 것 같았다.

흑마법사 중 그를 탐내는 존재는 많았으니까.

흑마법이 통하지 않는 존재.

그것만으로 연구 가치는 충분했다.

그러나 아겔을 탐하고도 살아남은 흑마법사는 여태까지 없었다.

평범한 마법과 달리 흑마법의 기원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마법은 오직 인간이 스스로 쌓아 올린 지식의 산물.

그러나 흑마법의 기원은 이 세상 어떤 사람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마법사를 시기한 마법사가 흑마법을 창조했다든지.

아니면 신에 버금가는 존재가 그 기원이 된다든지.

사실 아겔에겐 그 기원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흑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렇기에 무리처럼 보일 수 있어도 날아오는 흑마법 정면으로 달려든 것이었다.

콰창!

그의 예상대로 기다란 창은 아겔의 몸에 맞고 부서졌다.

5급 흑마법사는 깜짝 놀라긴 했지만, 실력이 전혀 없진 않은지 마비되어 가는 몸을 이끌고 뒤로 물러섰다.

“잡아라……!”

그의 명령을 들은 흑마법사들이 아겔에게 무수히 많은 흑마법을 날렸다.

아겔은 바람총을 품 안에 갈무리하고 벌레 단검을 꺼내 들었다.

오래된 친우가 선물해 준 단검.

자신의 외골격 중 외골격이 되는 부분을 아겔을 위해 거리낌 없이 선물해 준 소중한 물건이었다.

손에 착 맞는 감각은 언제 느껴도 기분이 좋아지게 했다.

아겔은 흑마법에 비산하는 흙과 나무 조각을 피하며 달려갔다.

흑마법사들은 자신들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음을 보고 경악했다.

-큭……! 내 공격이 안 통해?!

-어떻게든 막아! 몸 쓸 수 있는 놈들이……!

흑마법사들은 아겔을 막으려 했지만, 근접전으로 아겔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었다.

10년을 투기장 챔피언으로 지내 온 아겔.

그건 단순히 힘으로 이뤄 낸 것이 아닌 기술로 이뤄 낸 결과였다.

노인은 고매한 무공이나 무술을 익히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목숨을 끊어 내는 방법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촤악……!

“커헉……!”

단검이 흑마법사의 목 부분 혈관을 스쳐 지나간다.

잘려 나간 혈관 사이로 분수처럼 피가 쏟아졌다.

굳이 힘으로 죽일 필요 없다.

사망에 이르게 할 급소만을 가볍게 건드려 주면 사람은 허무하게 죽는다.

흑마법사들은 그렇게 속절없이 아겔 앞에서 무너져 갔다.

“끄으으…… 너……!”

물러났던 5급 흑마법사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아겔을 바라보았다.

“너구나…… 흑마법이 통하지 않는 자, 아겔라스토스……!”

“…….”

악마숭배자 소속이라 그런지 아겔의 정체를 알고 있는 놈이었다.

아겔은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노인은 단검을 물들인 피를 바닥에 흩뿌리며 걸어갔다.

“통하지도 않는데, 왜 굳이 토템까지 만들어서 날 저주하려 그러나.”

“크흐흐흐…… 통할지도 모르지. 흑마법이 쌓이고 또 쌓인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모르니까.”

“…….”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아겔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가 가만두고 볼 거라고 생각하는가?”

“…….”

“나도 버릇없이 남의 이름을 새기고 다니는 녀석들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걸세.”

독침에 당해 이제 온몸이 마비된 남자 앞에 아겔이 섰다.

촤악……!

단검이 목을 긋고 지나갔다.

“바로 이렇게 말일세.”

“꺽…… 꺼억…….”

털썩.

흑마법사는 땅에 쓰러져 피를 흘리며 죽어 갔다.

아겔은 단검을 갈무리하고 서둘러 세로의 상태를 살폈다.

세로는 거의 감긴 눈으로 아겔을 올려다보았다.

“할…… 아버, 지……?”

마비 증상이다.

주변의 시체를 보니 원주민과 싸우다 흑마법사도 마주친 모양이었다.

‘오늘은 꼬마의 운이 좋지 않았구먼.’

그래도 살았으니 되었다.

마비 증상은 하루, 이틀 정도 기다리면 회복될 것이다.

아겔은 서둘러 마른 가지들을 모아 불을 붙였다.

화륵……!

피 냄새를 맡고 몬스터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여태껏 저주 토템을 만드는 흑마법사들을 불태운 것도 바로 이것 때문.

아겔은 시체가 가득한 그곳에 불을 지르고, 세로를 업은 채 자리를 떴다.

푸르른 정글이 새빨갛게 타올랐다.

.

.

.

.

어두운 밤.

흑암이 짙게 내려온 정글의 분위기는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정글 내부의 살육이 끊이진 않았다.

적막이 내려앉은 도살장.

지금 이 순간에도 이따금 비명과 도살의 소리가 아겔의 민감한 귀에 들려왔다.

노인은 동굴 안쪽에 눕힌 세로를 힐끗 바라보았다.

다행히 몬스터가 지내지 않는 동굴 하나를 찾아내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물론 언제 몬스터가 들이닥칠지는 미지수이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

세로는 다행히 폐와 심장까지 마비된 건 아니라, 전신에 피가 공급되고 있긴 했다.

안 그랬으면 직접 마비독을 중화할 해독제를 만들어야 했을 텐데, 귀찮은 일이었다.

‘이 정글도 이젠 지긋지긋하구먼.’

개방 때마다 한 달을 살아가야 하는 ‘정글’.

물론 ‘대륙’엔 정글만 있진 않았다.

다양한 지형이 존재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하나 같이 살아남기가 지독하게 어려운 장소라는 것.

아까 죽은 민머리 죄수에게 바다가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곳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이지 목숨의 위협은 어디에나 있다.

이 행성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이러한 삶은 죽을 때까지 반복될 것이다.

죄수를 괴롭히기 위해서 만들어진 행성 감옥.

감옥에 사는 데 행복해할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아겔은 거기에 하나를 더 알고 있었다.

이 감옥이 만들어진 이유.

60여 년 전에 이 감옥을 만들자고 주장한 인물의 속셈.

행성 단위 감옥이라는 초거대 프로젝트가 가능해진 건, 역시 사람의 욕심이란 원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 명예, 권력.

다양한 욕심이 합심하여 힘을 냈지만, 그중 돈을 맡은 자는 더 음흉한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노인은 생각의 방향을 틀었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는 심령만 피곤하게 만든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런고.’

고독에서의 삶은 누구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오늘은 살아도 내일은 죽을지도 모를 죄수의 삶이다.

평소 무덤덤한 그에게도 소원 하나 없진 않았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희망.

부디 바깥세상에 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찾아볼 수라도 있다면…….

츳.

먼 곳에서부터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은 빠른 속도로 아겔이 있는 곳에 다가오고 있었다.

아겔은 동굴 입구에 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짧은 기다림 끝에 거대한 덩치의 무언가가 아겔의 앞에 나타났다.

“어르신.”

안톤 웨이크.

그가 아겔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천천히 와도 됐을 게다.”

“어찌 그러겠습니다. 제 입으로 말한 것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것도 중간마다 걸리적거리는 놈들이 있어서 늦게 온 것입니다.”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안톤은 아겔 옆에 앉았다.

“걸리적거리는 놈들?”

“예. 감히 버러지 같은 것들이 어르신의 존함을 나무에 새기고 있더군요.”

“알고 있다. 혼구멍을 내 주었지.”

아겔을 저주하는 악마숭배자들을 마주친 것이었다.

놈들은 생각보다 정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모양이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머리를 부숴 주고 왔습니다.”

“잘했다.”

무덤덤한 말투여도 칭찬을 받은 게 기분이 좋은지, 안톤의 귀가 씰룩였다.

그는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꿀단지였다.

“허기가 지시진 않습니까. 야참이라도 좀 드십시오.”

“고맙구나.”

아겔의 머리통의 5배는 될 법한 꿀단지가 앞에 놓였다.

뚜껑을 열어 보니 탐스러운 꿀이 담겨 있었다.

도대체 이런 꿀은 어디서 찾는 건지, 아겔도 할 수 없는 재주였다.

안톤은 더 큰 꿀단지를 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꿀맛이 괜찮습니다. 먼저 잡수십시오.”

“오냐.”

아겔은 단지에 담긴 꿀에 손가락을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입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감각.

그러나 단맛은 나지 않았다.

씁쓸한 기분이었지만, 아겔은 칭찬을 잊지 않았다.

“맛이 끝내주는구나.”

안톤은 아겔이 먹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귀를 씰룩이며 꿀을 먹었다.

챱.

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히 정글의 밤을 지켜보았다.

챱. 챱. 챱. 챱. 챱. 챱. 챱.

꿀을 퍼먹던 안톤은 뭔가를 감지했다는 듯 귀를 씰룩였다.

이번엔 기분 좋은 씰룩임은 아니었다.

슥.

꿀단지를 놓은 그가 거대한 언월도를 잡고 일어섰다.

두 사람은 동굴을 향해 다가오는 몬스터의 기척을 느꼈다.

“조용히 처리하고 오너라.”

고개를 끄덕인 안톤이 그 앞으로 나섰다.

정글의 밤은 살육이 끊이지 않았지만, 어린아이가 잠들 수 있을 만큼 고요했다.

* * *

짹짹.

감옥 안에선 들을 수 없는 활기찬 소리.

세로는 천천히 정신을 되찾았다.

“으음…….”

감각이 되돌아오며 갈증과 허기가 정신없이 밀려 들어왔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틈도 없이, 세로는 본능적으로 동굴에 고여 있던 웅덩이에 얼굴을 가져갔다.

꿀꺽꿀꺽.

“하아…….”

갈증을 해소하고 나서 세로는 동굴을 둘러보았다.

개방이 시작되기 전에 만났던 곰 수인이 동굴 벽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쿠르르르릉…….

전신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는데, 씻어 낼 생각조차 안 한 모양이었다.

세로는 기절하기 전 상황을 떠올렸다.

‘흑마법사들, 그리고 할아버지…….’

마지막 기억 속 아겔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또다.

이번에도 그가 목숨을 구해 주었다.

“일어났느냐.”

동굴 안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안톤도 침인지 꿀인지 뭔가 묻어 있는 주둥이를 닦으며 일어섰다.

“크흠…… 깨어 있었습니다.”

“밤사이 고생했으니 피곤한 게 맞는 게지. 이럴 때가 아니다. 움직이자꾸나.”

정글에선 위치를 수시로 바꿔 주어야 한다.

특히 아겔의 경우 흑마법사들이 그를 노리고 있었고, 몬스터들과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안전 지대를 확보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겔의 명령에 따라 안톤과 세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로는 허기가 졌지만, 그런 불평을 할 때가 아니란 걸 알았다.

애초에 자신은 이들에게 짐이다.

뭔가를 요구할 권리 같은 건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해내야만 했다.

세 사람은 동굴에서 나와 정글을 가로질렀다.

아겔은 사방이 수풀과 나무로 이루어진 곳임에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것처럼 움직였다.

안톤은 허기진 세로가 더디게 따라오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세로를 어깨에 올렸다.

“엇…….”

“너 때문에 늦는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아겔을 따라잡았다.

아겔은 한참 말없이 걷더니, 손을 들었다.

그에 안톤도 걸음을 멈추고 숨소리와 자세를 낮추었다.

수풀 사이로 수십 명의 흑마법사가 보였다.

그들은 커다란 나무에 시체를 매달아 놓고, 어두운 기운을 자꾸만 불러일으켰다.

아겔이 말하지 않아도, 안톤은 전투를 준비하듯 세로를 내려놓고 언월도를 꺼내 들었다.

노인이 품에서 바람총을 꺼내려는 찰나.

한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공격해--!!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수풀에서 죄수들이 튀어나오더니, 흑마법사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세로는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많은 죄수끼리 싸우는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흑마법사들이 적을 상대하기 위해 기운을 그러모았다.

-발사-!

리더의 지휘에 따라 흑마법이 죄수들에게 쏟아졌지만.

콰가가가강-!

목숨을 잃은 죄수들은 거의 없었다.

달려드는 죄수들에게는 신성한 빛이 서려 있었다.

그것이 흑마법을 막아 주는 모양이었다.

아겔은 흑마법사들을 습격하는 것이 누군지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톤, 돕거라.”

“예, 어르신.”

거대한 곰 수인이 낮췄던 자세에서 그대로 땅을 박차고 도약했다.

쾅!

흑마법사들이 세운 중첩 실드가 안톤이 내려찍은 언월도에 무참히 박살 났다.

괴력을 발휘하는 곰 수인의 언월도에 한 번에 다섯 명씩 상·하체가 분리되기 시작했다.

폭력적인 지원군이 등장하자, 달려들던 죄수들이 한때 당황하기도 했지만,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격을 재개했다.

-멈추지 말고 공격해-!

-죽어라, 이 암세포 같은 새끼들아!

전투라고 부르기도 미안할 지경인 일방적인 폭력.

안톤이 가세하자, 단숨에 끝나 버렸다.

흑마법사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 죄수들은 결과에 만족하는 듯 보였지만.

“비켜라.”

묵직한 목소리로 말하는 안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의 경고에 주춤주춤 죄수들이 물러났다.

“후우…….”

언월도를 꽉 잡은 안톤.

날에서 푸른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으랴아아아아압-!”

그는 엄청난 기합 소리를 내며 저주 토템의 근간이 되는 거대한 나무를 향해 언월도를 휘둘렀다.

곰 수인의 3배는 되는 나무 허리가 그대로 잘려 나갔다.

서걱……! 쿠구구구구구…….

엄청난 크기의 나무가 넘어가자, 죄수들이 허겁지겁 피했다.

아겔은 그 죄수들 사이로 걸어 나갔고, 세로도 졸졸 쫓아갔다.

죄수들 사이에 있던 아는 얼굴이 아겔을 보고 다가왔다.

“역시 어르신이셨군요.”

“반갑네, 바를라.”

흰 머리에 젊은 인상의 30대 남성.

그는 죄수복이 아니라 순백의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청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동안이었지만, 그의 얼굴과 몸에는 그간 고생의 흔적들이 주름처럼 남아 있었다.

목에는 6이란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안톤이 짐을 정리하고 곁에 다가왔다.

“아는 사람입니까, 어르신.”

“그래. 착한 친구지.”

남자는 밝은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 소개를 해야겠군요. 제 이름은 ‘바를라 하돌라’라고 합니다. 미약하지만, 소망의 성좌님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 말에 안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바를라 하돌라? 설마 ‘죄를 지은 성자’인가.”

안톤도 실제로는 처음 봤다는 반응이었다.

고독에 사는 수많은 죄수를 죽음에서 살려 낸 성자.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그런 일을 해 오고 있었다.

바를라는 자신의 이명을 듣고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전 성자가 아닙니다. 죄야 수도 없이 많이 저질렀지만요.”

아겔이 질문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었나.”

“아, 근처에 있던 악마숭배자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놈들이 어르신의 이름을 저주하더군요.”

“괘씸했는데, 아주 잘했네.”

“칭찬 감사합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겔은 짐작이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톤도 뭔가를 눈치챘는지 귀를 씰룩였다.

성자가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저흰 ‘대적자’를 물리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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