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세 번째 시스템 : 개방 (4)
“확실히 오늘은 개방 이틀째지.”
“예, 그렇습니다.”
아겔 일행과 바를라 일행은 정글 근처를 불태우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아겔 일행이 3명에 불과한 것에 비해 바를라 일행은 수가 많았다.
거의 100여 명은 될 법한 숫자.
하루 만에 결집하기엔 어려운 숫자였지만, ‘바를라 하돌라’라는 인물의 이름이 이를 가능케 했다.
“여전히 짐덩이는 많이 달고 다니는구먼.”
아겔의 짧은 평가에 바를라는 멋쩍게 웃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리 많은 책임을 홀로 지는 건 좋은 생각은 아닐세.”
이미 면식이 있었는지, 아겔은 자연스럽게 바를라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
바를라도 그게 어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아겔이 질문했다.
“어제는 어떻게 되었나.”
“아, 다행히도 어제는 흑마법사 중에 대적자가 있었습니다. 제때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그랬구먼.”
대적자란 말에 옆을 걷던 세로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대적자……? 그게 뭐예요?”
바를라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꼬마 친구분은 이제 개방이 처음인 모양입니다. 제가 설명해 드리죠.”
그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개방이 시작되면 각 죄수는 여러 지형 중 한 군데에 떨어지게 됩니다. 저흰 ‘정글’에 떨어졌죠. 그 이외에도 ‘바다’, ‘창공’, ‘화산’ 정도가 있지만, 이건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정글에 떨어진 죄수들에겐 하나의 규칙 같은 게 적용됩니다. 그 시스템을 ‘대적자’라고 하기도 하죠.”
미청년은 쉽게 풀어서 세로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대적자 시스템의 원리는 간단했다.
‘정글’에 있는 죄수 중 한 명에게 ‘대적자의 표식’이 새겨진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괴물이 나타난다.
그리고 나타난 괴물은 죄수들을 학살한다.
괴물이 나타난다는 말에 세로는 몸을 떨었다.
“설마…… 소환 때 나타나는 그런 괴물이예요……?”
“안타깝게도 훨씬 무서운 괴물입니다. 대적자는 매일 한 명 임의로 정해지는데, 그를 죽이지 않으면 정글에 괴물이 늘어나겠죠.”
“그 괴물은 도대체 어디서…….”
“고독엔 사육시설이란 곳이 있습니다. 거기서 죄수들을 괴롭힐 마물과 몬스터들이 생산됩니다. 아주 끔찍한 것들이죠.”
세로는 어둠에 유폐되느라 몰랐지만, 아겔은 안톤과 그곳을 다녀온 참이었다.
물론 생산되는 괴물들은 사육시설 더 깊은 곳에 있었지만.
“심지어 소환되는 괴물은 대적자의 수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적자가 강하면, 소환되는 괴물도 강하죠.”
강한 괴물이 소환되지 못하게 하려면, 강한 대적자를 죽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결국, 죄수들끼리 서로 갈라지고 싸우게 만드는 시스템.
이 정글에 얼마나 애처로운 살육이 있었을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세로는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아예 우리가 살아남지 못하게 만든 시스템 같네요…….”
세로의 말에 성자도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그렇습니다. 첫날은 다행히 저희가 처리할 수 있었지만, 이 넓은 정글에서 매일 생겨나는 대적자들을 다 찾아내기란 무리입니다. 강한 대적자라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기도 합니다.”
안톤이 팔짱을 끼고 덧붙였다.
“게다가 흑마법사놈들이 대적자를 숨겨 주거나 보호해 주기 때문에 더 힘들지. 그들은 괴물이 소환되어 학살이 일어나는 걸 원한다. 인간의 생명력을 원료로 삼는 미친 것들이기 때문이지.”
“정확합니다, 무기술사님.”
성자는 그래도 굴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피해는 막아 보려는 겁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성좌를 따르는 제가 보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대적자 시스템.
마치 술래잡기와 같은 규칙.
대적자가 된 죄수는 당연히 죽고 싶지 않을 것이다.
숨어 다니다가, 그날이 끝나면 괴물이 소환되고 정글은 피로 물든다.
이것이 죄수들을 괴롭히는 고독의 시스템 중 하나였다.
세로가 질문했다.
“그럼…… 만약 우리 중에 대적자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는 거죠……?”
바를라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나 눈빛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약속했습니다. 자신이 대적자가 된다면 죽겠다고 말입니다. 당연히 제가 대적자가 된다면 다른 죄수들을 위해 죽을 겁니다.”
세로는 놀란 눈빛으로 바를라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들 전부가 성좌를 믿는 신실한 신도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바를라와 비슷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
이들은 그 일에 어느 정도 각오를 한 것이었다.
그들 모두 바를라의 인품을 따르고 있었다.
세로는 아겔을 올려다보았다.
긴 기간 고독에서 살아왔다면, 과연 대적자가 되어 본 경험이 하나도 없을까.
아겔은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바를라가 아겔을 향해 말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르신. 대적자를 잡는 일에 동참해 주세요.”
같이 대적자를 처치하자는 제안.
아겔은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였다.
“돕겠네.”
흑마법사들은 대적자가 죽지 않게 보호한다.
괴물이 소환되어 학살이 일어나도록 말이다.
아겔의 목적은 흑마법사들을 죽이는 것이고, 바를라의 목적은 대적자를 잡는 것.
서로의 목적이 같진 않아도 똑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이니 상관없었다.
빠른 결정에 놀라는 한편, 바를라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든든하군요.”
“무얼. 나야말로.”
…….
마지막 대화 이후, 세 시간 정도 걸어온 일행은 잠시 한쪽에서 쉬기로 결정했다.
이동이 멈추자마자, 아겔이 바를라에게 말했다.
“주위를 좀 둘러보고 오겠네. 꼬마를 봐 주게.”
동업이 결정되자마자, 무리를 위해 움직이는 아겔이었다.
바를라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현했다.
“예.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럼 가시기 전에…… 아.”
습관처럼 신성 주문을 걸어 주려던 바를라는 들었던 손을 움츠렸다.
아겔에겐 신성 주문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었었다.
그에겐 신성 치유도 보호 주문도 그 어떤 것도 소용이 없었다.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바를라는 쓴 표정을 지었다.
“난 괜찮으니, 안톤에게나 걸어 주게. 안톤, 나와 반대 방향을 둘러보거라.”
“맡겨 주십시오.”
바를라는 몸을 돌려 안톤에게 보호의 주문을 걸어 주었다.
곧 두 사람은 각기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바를라는 세로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쪽에 앉아서 쉬세요, 꼬마 친구. 오래 걸어서 힘들죠?”
“아,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한 바위에 앉아 오래 움직인 다리를 주물렀다.
세로는 고개를 들어 바를라를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세요?”
“아겔 어르신 말씀입니까?”
세로의 질문에 바를라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오래 보아 온 분이지만, 저는 어르신을 잘 안다고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그러시구나…….”
세로는 고개를 돌려 아겔이 사라진 수풀 사이를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었다.
바를라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꼬마 친구는 어르신의 상품이시죠?”
“아, 네…… 그렇게 말하시더라고요.”
“물건 취급받아서 기분이 나쁘진 않으셨나요?”
“아녜요. 절 지켜 주시고 도와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어르신은 표현이 투박하시거든요.”
“방금 할아버지 잘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바를라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잘 모른다고, 아는 게 없진 않죠. 제가 어르신에 대해 아는 것 하나만 말씀해 드리자면…….”
세로가 의문이 담긴 얼굴로 바를라를 바라보았다.
성자는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어르신은 그 어떤 사람보다 인간적인 분이랍니다.”
* * *
아직 개방 둘째 날.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정글 곳곳에서 저주 토템을 세워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는 악마숭배자들.
푸르렀던 주변이 거뭇하게 물들어 흑마법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동하던 아겔과 바를라 일행은 흑마법사들을 습격했다.
“공격해-!”
한 죄수의 외침과 함께 죄수들이 수풀에서 쏟아져 나왔다.
방어벽을 구축하고 있던 흑마법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죄수들에게 맞섰다.
다크 스피어(Dark Spear).
블랙 다트(Black Dart).
스팅키 오일(Stinky Oil).
각종 흑마법이 죄수들을 덮쳤다.
그러나 죄수들은 흑마법에 당하고도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베네딕티오 디비나.”
죄수들의 몸에서 신성한 빛이 떠올라 흑마법을 막아 주었기 때문.
바를라 하돌라는 사제복 안에서 1m 정도 되는 하얀 지팡이를 꺼내어 신성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모브레 데인쳅스.”
달려 나가는 죄수들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고.
“레쿠페라레.”
피를 흘리는 죄수들의 몸이 순식간에 치유되었다.
흑마법사들은 바를라의 모습을 보고 이를 갈았다.
-젠장, 죄를 지은 성자다!
-괜찮아! 실드를 뚫을 순 없을 거다! 놈은 공격 주문을 못 한다고 했어!
중급 죄수 중에서도 이름이 난 바를라였다.
악마숭배자들은 바를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흑마법으로 세운 실드가 있었기에 죄수들이 뚫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한쪽에서 작은 인형이 움직였다.
흑마법사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아주 은밀한 사이에.
아겔은 벌레 단검을 들고 실드를 향해 돌진했다.
콰창!
노인이 찔러 넣은 단검이 실드를 깨 버렸다.
단단한 실드가 깨져 나가는 것을 보고 흑마법사들이 경악했다.
-뭐, 뭐야! 깨졌어?!
-막아라!
그들은 곧장 아겔에게 흑마법 세례를 날렸지만.
후웅.
쾅!
어느새 나타난 곰 수인이 아겔의 앞을 가로막고 흑마법을 막아 냈다.
노인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쯧, 쓸데없는 짓이다.”
“그래도 버러지들의 공격이 어르신에게 닿게 둘 순 없습니다.”
한쪽 남은 눈이 붉게 물든 안톤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다.
아겔에게 영향이 가지 않도록.
꾸드드드득…….
그는 뒤로 젖힌 전투 망치를 내려찍었다.
스윙(Swing).
기교도, 복잡한 원리도 이들에겐 과분하다.
단순한 내려찍기.
그 동작 하나에 땅이 갈라졌다.
콰아아앙-!
지반이 갈라지는 듯한 착각과 제대로 서 있지 못할 만한 진동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충격파는 흑마법사들의 중심을 무참히 박살 냈고, 커다란 저주 토템을 반파했다.
완전히 박살 내지 못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안톤은 전투 망치로 거듭 저주 토템을 내려찍었다.
바를라는 죄수들에게 흑마법사들의 마무리를 지시하고 아겔에게 다가왔다.
성자의 눈에는 조금 떨떠름함이 서려 있었다.
“무기술사님은 오늘 처음 뵙는데, 아주 남자다운 분이시군요.”
“그냥 힘자랑하고 싶은 애일세. 억지로 칭찬할 필요 없네.”
“빈말은 아닙니다. 힘 하나는 정말 장사로군요.”
애써 웃어 보이지만, 실상 바를라는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대적자가 나오지 않는군요. 애가 탑니다.”
“솔직해서 좋구먼. 허나…….”
아겔은 바를라에 대해 알고 있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하는 모순 가운데에서도 굳은 심지를 가진 인물.
이 안타까운 일의 책임을 온전히 본인이 지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대적자를 찾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책하지 말게. 그건 자네 탓이 아닐세.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사람이 어찌하겠는가. 이 세상에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바를라는 이내 쓴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에겐 항상 배우기만 하는군요. 씁쓸함을 토로할 사람은 역시 어르신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흑마법사들을 정리한 일행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했다.
이제 곧 저녁 시간이 다가올 때라,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이동하려던 찰나, 안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그는 두꺼운 손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는 바를라 일행 중 한 명이었다.
지목당한 남자는 흠칫 떨더니 몸을 돌렸다.
피가 흐르는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안톤은 뭔가를 발견했다는 듯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붕대를 풀어 봐라.”
“…….”
갑작스러운 요구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바를라가 중재에 나섰다.
“무슨 일입니까, 무기술사님.”
“이놈, 뭔가 이상하다.”
“예?”
“너의 신성 치유가 있는데, 왜 붕대를 감고 있지?”
“…….”
그 말에 바를라 일행도 조금 놀란 얼굴로 자신의 동료를 바라보았다.
붕대 죄수는 깜짝 놀라 손을 저었다.
“나, 난 성자님의 치유를 아직 받지 못했어. 그래서 붕대를 감고…….”
안톤이 코웃음 쳤다.
“흥. 성자에게 얼마든지 치유받을 수 있었을 텐데. 붕대를 감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서늘한 분위기에 모두의 몸이 경직되었다.
뭔가를 눈치챈 바를라는 잠시 입을 꾹 닫고 있더니, 숨을 깊게 내쉬고 그에게 말했다.
“아콜, 붕대를 풀어 주십시오. 만약 다친 거라면 제가 치유해 드리겠습니다.”
“…….”
붕대 남자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스스로 붕대를 풀었다.
그러자.
-…….
-젠장…….
-씨발…….
바를라 일행이 낮게 욕지거리를 냈다.
붕대를 감고 있던 부분에 표식이 드러났다.
세로는 눈을 크게 떴다.
“저게…….”
아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적자의 표식이다.”
붕대 남자의 얼굴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 흑마법사들과 싸우는 사이 생겨난 모양인데, 그것을 숨기려고 붕대를 감은 듯했다.
붕대 남자는 무릎을 꿇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성자님. 죽고 싶지 않습니다. 아아……! 저는 약합니다! 제가 살아도 소환되는 괴물은 약할 게 분명해요……! 우,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저, 곰 수인께서도 강하지 않습니까! 괴물 정도는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제, 제발…… 크흑흑…….”
그의 하소연에 일행은 침묵을 지켰다.
성자는 굳은 얼굴이었다.
“죄송합니다, 아콜. 약속을 저버릴 수는…….”
“크흑……!”
붕대 남자가 도망치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일행들이 곧바로 그를 붙잡았다.
“아, 안 돼……! 이럴 순 없어! 너희가 어떻게 나에게……! 너, 너희도 살고 싶잖아! 나도 살고 싶어! 너희가 대적자가 된다면……!”
바를라 일행은 그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다만, 얼굴엔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고,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도 있었다.
푸욱.
“커헉……!”
붕대 남자의 심장에 칼이 박혔다.
깔끔한 살수.
일행은 그의 몸을 붙잡고 반듯하게 뉘었다.
성자는 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문을 읊었다.
-소망의 성좌시여, 부디…… 희생하는 이의 걸음에는 내세를 향한 소망이 있게 하소서.
세로는 그 모습에 덜덜 떨고 있었고.
아겔은 담담하게 안톤에게 말했다.
“안톤, 오늘은 여기서 숙영하겠다.”
“예, 어르신. 주변을 살피겠습니다.”
그들이 머문 곳은 한동안 먹먹한 침묵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