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62)화 (63/186)

62화 세 번째 시스템 : 개방 (9)

빛이 잘 들지 않는 정글의 한 음습한 그늘.

돌무더기로 쌓아 올린 작은 제단 앞에서 누군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베 베든 나이데쉬 사인…….

전신을 로브로 뒤집어 가리고 있는 남자.

그는 주문을 마치고 해골 머리에 불을 붙여 향기로운 제사를 드렸다.

남자는 보라색 불꽃으로 타오르는 해골을 바닥에 누운 시체 위에 살포시 올렸다.

화륵……!

방금 가져온 싱싱한 시체가 불꽃에 휩싸여 순식간에 썩어 가기 시작했다.

그 안에 있는 생명력이 모조리 누군가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바로 이 제사를 받을 ‘악마’에게.

다르키스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불꽃이 사라지고 다 썩어 버린 시체에 손을 가져가 살점을 뜯어내 입에 가져갔다.

얼마간 맛을 음미하던 다르키스는 몸을 일으켰다.

“제사장님.”

수하 한 명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제물이 다 모였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아겔’을 추적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다르키스는 마음속으로 흡족함을 느꼈다.

백만 명의 죄수를 사로잡았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하지만 뒤의 보고는 거슬렸다.

“정말 못 찾은 거냐.”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흑마법사 수하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벌벌 몸을 떨었다.

“짐작 가는 것이 있습니다. 소환된 괴물이 누군가에게 ‘사냥’당하고 있습니다.”

“괴물을 사냥해?”

수하의 말에 다르키스가 반응했다.

지금 고독에 죄수가 몇 명이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개방 때 정글에만 수천만 명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들 중 ‘괴물’을 사냥할 수 있는 건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신이나, 혹은 아겔 영감과 같은 특별한 존재들 아니면.

‘그놈이다.’

다르키스는 확신했다.

괴물을 사냥하고 있는 게 아겔이란 것을.

그는 고독에서도 기이한 행적을 보이기로 유명했으니까.

“물러가라.”

“예.”

다르키스의 축객령에 흑마법사 수하는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물러갔다.

제사장은 썩은 시체의 살점을 마구 뜯어냈다.

찍. 찌직. 우직.

그리고 마구 입에 쑤셔 넣었다.

썩은 내가 나는 살점은 달콤했다.

‘기다려라, 아겔. 내가 사도가 된다면…….’

정적을 없애는 것은 물론이요.

“이 고독에서 탈출하고 말리라.”

세상에 다시 어둠을 불러오리라 다짐하였다.

* * *

개방이 시작된 지도 벌써 보름이 되었다.

아겔 일행은 그 시간 동안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끝 모르게 드넓은 정글 전체를 헤집듯이 다니면서 괴물을 사냥했다.

아겔과 안톤은 멀쩡했지만, 세로는 날이 가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었다.

“헉헉…….”

우선은 살인적인 장거리 이동이 소년을 지치게 했다.

마주치는 몬스터와 정글의 위험한 지형은 움직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게다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싸움을 수차례나 하니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그렇게 아겔 일행은 여태껏 괴물을 여덟 마리나 사냥했다.

방금까지 포함해서.

쿵……!

오늘은 체고만 10미터가 넘어가는 파충류 괴물을 잡아 내었다.

몸이 튼튼한 것은 물론이고, 이빨에 한 번 걸리면 아름드리나무도 한방에 으스러지니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다만, 이번에도 똑같이 아겔의 ‘벌레 단검’에 걸려 죽게 되었다.

세로는 저 단검이 도대체 뭘까 하는 심정으로 뻔히 바라보았지만, 아겔은 무심하게 단검을 품에 갈무리할 뿐이었다.

“불러라, 안톤.”

“예, 어르신.”

아겔의 명령을 받은 안톤은 수풀 사이로 사라지더니, 이내 다른 사람과 모습을 드러냈다.

“겔겔겔, 이거 이거 완전 돈방석에 앉은 기분이군요.”

검은 피부의 난쟁이 고블린, 제이콥.

그가 커다란 배낭을 들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영감님. 또 사냥에 성공하셨군요. 괴물 사냥에 맛을 들이셨나 봅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사체나 챙기게.”

“예. 이번 것도 투기장에 보내실 겁니까?”

아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콥은 씩 웃더니, 커다란 괴물 앞에 배낭을 툭 내려놓았다.

검은 고블린이 커다란 배낭 문을 열었더니, 괴물 사체가 마법처럼 배낭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커다란 배낭 입구를 닫았다.

“읏쌰. 겔겔, 잘 받았습니다.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먹고 마실 거나 좀 내놓게.”

“겔겔! 그거야 전문이죠!”

고블린이 정글 한복판에서 한가득 진수성찬을 내놓았다.

각종 빵과 고기, 그리고 신선한 물과 음료였다.

다른 곳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제대로 된 식사였다.

“아…… 츄릅.”

그걸 보고 세로가 군침을 흘렸다.

괴물 사냥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이 먹을 것 때문이었다.

사냥을 마치고 사체를 넘기면, 제이콥은 넘치도록 음식을 내어 주었다.

“겔겔, 많이 드십시오. 전 투기장과도 거래하니 이딴 것쯤은 우습게 구할 수 있습니다.”

아겔이 먼저 빵을 맛보고 나서야 세로와 안톤이 음식을 허겁지겁 주워 먹기 시작했다.

제이콥이 슬그머니 아겔 곁으로 다가왔다.

“영감님은 정말 제 사람은 확실하게 챙기시는군요. 괴물 사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다니요! 아리세이아 양이 참 부럽습니다.”

정글에 소환되는 괴물의 사체는 굉장히 유용했다.

무구로 만들면 뛰어난 품질을 자랑할 수 있었다.

아겔은 여태껏 잡은 괴물들의 사체를 아리세이아에게 보내기로 결정했다.

대장장이를 통해 가공하면, 아리세이아가 투기장 생활을 하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제이콥은 식사하는 아겔을 보며 손을 싹싹 비볐다.

이번 개방에서 얻은 중계·운임 수수료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값어치를 벌어들였다.

하나 그의 마음을 자극하는 건 돈뿐만이 아니었다.

‘겔겔, 나 정도면 아겔 영감님과 많이 친해졌지. 아니, 친해지는 게 뭐야. 이 정도면 깐부다 이거야!’

아겔과 거래하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제이콥이었다.

노인은 거의 얼굴 앞까지 대가리를 들이미는 제이콥에게 말했다.

“……? 좀 떨어지게. 벌레인 줄 알고 죽일 뻔했네.”

“겔겔! 죄송합니다.”

아겔은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또 근처에 괴물은 없나.”

제이콥이 제 이마를 탁 쳤다.

“아하, 그걸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군요. 제가 알기로 일단 정글에 있던 괴물은 방금 잡은 놈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렇군.”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겔에게 제이콥은 손가락을 하나 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최근 정글에서 기묘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게 뭔가.”

“죄수들이 미쳐서 서로를 죽이고 있다더군요. 마치 철천지원수를 만난 것처럼요.”

이야기를 듣던 안톤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거야 매일 있었던 일이다.”

“겔겔, 죄수들끼리는 그럴 수 있지만, 과연 몬스터들도 그럴까요?”

“……?”

제이콥의 말에 안톤의 눈썹이 올라갔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몬스터들까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깜냥도 안 되는 놈들이 포식자에게 덤벼들곤 합니다.”

세로와 안톤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아겔은 짐작 가는 게 하나 있었다.

“죄수들이 갑자기 미친 것과 시기가 비슷해요. 아무래도 지금 정글에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괴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요…… 특히 정글 동쪽에서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더군요.”

“묻고 싶은 게 있네. 정말 방금 잡은 놈이 마지막인 걸 확신하나?”

아겔의 질문에 제이콥이 제 가슴을 팍팍 치면서 말했다.

“장담합니다! 전 제가 직접 본 것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방금 게 마지막이 확실합니다!”

노인은 그의 말을 듣고도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이콥은 방금 잡은 괴물이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아겔이 셈했을 때는 아직 하나가 더 있었다.

‘그놈.’

아겔이 대적자였을 때, 소환된 놈.

그 괴물은 소환되자마자, 아겔에게서 도망쳐 버렸다.

아겔의 기척을 모를 리가 없는 수준의 괴물이다.

먹이에 미쳐서 마구 돌진하다가 길이 엇갈렸다기보단, 아겔의 기척을 파악하고 도망쳤다는 게 거의 확실했다.

아겔은 지금까지 만난 괴물들에게서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분명 그놈이 아직 살아서 돌아다니는 게 분명했다.

“좋은 정보 고맙네. 그럼 일어나도록 하지.”

배를 불리자, 아겔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는 것을 보고 안톤과 세로는 남은 고기와 빵을 무작정 입에 욱여넣었다.

제이콥이 씩 웃었다.

“겔겔,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부르시면 항상 달려오겠습니다.”

“욕보게.”

제이콥이 물러나고, 아겔은 걸음을 옮겼다.

.

.

아겔은 정글 중앙을 넘어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신의 대적자를 찾기 위함이었다.

‘놈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다른 괴물들도 지성이 존재했다.

그러나 굳이 자신이 이동하거나 죄수를 학살하고 남은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괴물 스스로도 아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을 사냥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여기니까.

자신과 같은 포식자를 감히 누가 사냥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은 아겔이 있는 걸 몰랐다.

‘놈은 다르다.’

아겔의 대적자는 달랐다.

그 괴물은 아겔이 근처에 있다는 걸 정확히 인지하고 자리를 피했다.

싸우길 꺼리는 것처럼.

제 흔적을 완벽하게 지웠고 어디에서 죄수들을 사냥하고 있는지 찾아낼 작은 단서조차 없었다.

아겔은 정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앞쪽에 누군가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소음이 들려왔다.

안톤이 말했다.

“우회할까요, 어르신.”

느낌이 온다.

살기가 느껴졌다.

단순히 겁주고 상대방을 물러서게 만드는 것이 아닌, 죽고자 싸우려는 기세가.

“아니다, 가 보자꾸나.”

아겔의 말에 안톤과 세로가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한 숲속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죄수들이 서로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고, 수십 명의 시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오직 두 사람만이 남아 싸우고 있었는데, 지금 결판이 났다.

푹……!

“컥……!”

“주, 죽어……! 히히히…… 나, 난 살아야 하니까. 네, 네가 죽어야 해. 내가 체포당할 것 같아?!”

한 사람만 남은 장내.

안톤은 조용히 한쪽 수풀에 숨어서 말했다.

“눈이 충혈되어 있습니다. 정신 착란 상태인 것 같은데, 취한 것 같진 않습니다.”

“흠. 가 보거라.”

“예.”

안톤이 수풀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거대한 덩치의 수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가 질겁했다.

“히이이익……! 너, 넌 누구야! 나, 날 잡으러 온 거냐?!”

4급 죄수인 그는 곰 수인을 보고 잠깐 공포에 질린 듯하다가, 이내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다시 잡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날 쫓아올 거야?! 이번엔 확실히 죽여 주겠어!”

“…….”

4급 죄수는 그대로 안톤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목에 뻔히 6급의 낙인이 새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안톤의 말대로 정신 착란이 분명했다.

미친 듯 떠드는 말도 상황에 맞지 않았다.

“일단 붙잡거라.”

“예.”

안톤은 달려오던 죄수의 손에서 가볍게 나뭇가지를 쳐 내고 두 팔을 붙들었다.

“끄아아악……! 이,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난 체포당할 수 없어!”

“누가 자넬 체포한단 말인가.”

“너희 은하 경찰들이 날 찾아온 이유가 뭐가 있어! 체포하러 온 거지!”

아겔은 제이콥의 말을 떠올렸다.

죄수들이 미쳐서 서로 죽인다는 말.

아마 이 죄수를 보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죄수는 마치 환영을 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정글에 정신 착란을 일으킬 만한 건 딱히 없다. 흑마법의 기운도 아니다. 그렇다면.’

놈이다.

놈이 근처에 있는 게 분명했다.

아겔은 안톤의 어깨에서 내려와 4급 죄수의 목을 잡았다.

“읏……!”

“환영에 계속 시달리는 것보단 이게 나을 걸세.”

푹.

벌레 단검을 꺼낸 아겔은 남자의 목을 찔러 죽였다.

시체를 땅에 버리고 안톤이 말했다.

“불로 태울까요, 어르신.”

“아니, 그럼 들킬 거다.”

놈이 근처에 있는 걸 안 이상, 은밀하게 행동해야 한다.

신중한 놈이다.

자신이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면 도망쳐 버릴 것이다.

아겔은 세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보는 느낌을 받자, 소년이 움찔했다.

“미끼를 놔야겠구나.”

아겔이 세로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 * *

괴물은 피 냄새를 맡았다.

근처에서 흘러오는 피 냄새는 괴물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맛있는 냄새.’

사육시설의 유리통 안에 들어있을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맛있는 것들이 이곳에 가득했다.

육체가 강한 편이 아닌, 괴물은 오직 하나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상대방에게 환영을 보여 주는 것.

괴물이 능력을 발하면 미쳐 버린 죄수들은 알아서 서로 죽였고, 괴물은 그들의 시체를 차지하기만 하면 되었다.

‘아직 부족해. 더. 더. 더.’

포식할수록 힘이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첫날 마주친 그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선 더 많은 먹이를 먹어야만 했다.

괴물은 자유를 얻자마자 도망쳐야만 했던 그때의 굴욕감을 잊지 않고 있었다.

‘괴물. 반드시 사냥한다.’

놈의 기척을 느끼자마자, 괴물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달려들면 죽을 것이라는 걸.

죽는 건 공포스러웠다.

사육사의 유리통에 갇혀 죽어 가는 다른 실험체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자신은 그렇게 폐기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괴물’을 보자마자 도망쳤다.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놈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다행히 놈을 따돌릴 수 있었다.

‘멀리 왔다. 괜찮다. 이제 잡아먹기만 하면 된다.’

괴물은 자신이 한 차례 능력을 발휘했던 장소로 다시 찾아갔다.

수십의 죄수가 머물던 작은 공터.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듯 보였지만, 괴물의 능력 한 번에 눈이 돌아가 버렸다.

그들이 서로를 죽이는 동안, 괴물은 잠깐 변을 보고 왔다.

‘이제 잡아먹으면 된다.’

괴물은 현장에 돌아와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고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서로 의지하던 자들이 배신하고 격렬한 감정을 느끼며 서로를 죽였을 거라고 생각하니 짜릿한 느낌도 들었다.

변을 보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 살육의 장면을 관람했을 것이다.

이제 곧 먹이가 될 것들의 재롱을.

“끄흐으윽…….”

?

괴물은 신음이 들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직 하나가 살아 있었다.

하긴 서로 죽고 죽였으면 하나 정도는 살아남을 법하다.

가서 죽이면 된다.

괴물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음을 느끼고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히익……!”

살아남은 것은 꼬마였다.

다리에 큰 상처를 입은 모습.

도망갈 수조차 없어 보였다.

괴물은 원래 이런 꼬마가 있었나 싶기도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꼬마라 위협이 되지 않는다.

처음 소환되었을 때보다 갑절 이상은 강해진 괴물이었기에 이런 꼬마 따윈 단숨에 처리할 수 있었다.

“츠르르르…….”

괴물은 능력을 사용해 꼬마에게 환영을 보여 줬다.

가장 끔찍한 기억을 돌아보게 하는 환영.

아마 기절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괴물은 꼬마에게 다가갔다.

우득.

“츠릇?”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꼬마의 상태가 이상했다.

생각한 것과 달리 꼬마는 환영에 고통받는 게 아니라,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우득. 우드드드득.

꼬마의 몸이 순식간에 변하기 시작했다.

괴물은 자신보다 키가 커진 꼬마를 올려다보았다.

“츠릇……?!”

당황스러웠다.

녀석의 냄새가 평범한 인간 같진 않았지만, 설마 이렇게 몸을 변형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완전한 늑대의 형상으로 변한 세로가 괴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폐부에서 시작된 거친 숨결이 퍼져 나왔다.

“크르르르…… 찾았구먼.”

노란색 짐승의 눈동자가 괴물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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