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65)화 (66/186)

65화 재회 (2)

바를라가 안도한 표정을 하고 아겔에게 다가왔다.

성자는 저번보다 조금 수척해진 얼굴이었다.

“때마침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꽤 곤란한 처지였나 보군.”

“예…….”

아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치료해 달라고 나타난 ‘비스트’ 서클.

원래라면 바를라도 군말 없이 치유해 줬을 테지만, 상대가 상대였다.

“비스트 서클은 ‘약탈자’ 소속이라서 말입니다.”

‘약탈자’.

악마숭배자들과 비슷하게 고독의 한 기둥이 되는 거대한 세력.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그리 친절한 자들이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는 이들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죄수에 의해 고독을 유린하는 조직이었다.

그런 자들을 치유해 줬다간 역으로 칼날을 들이밀 수도 있었다.

누가 강도를 믿겠는가.

성자도 그러한 우려 때문에 이들을 치료해 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겔은 바를라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이오베를 찾지 못했나 보군.”

“예……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할 일은 아닐세. 정글은 넓으니.”

이오베가 마을에 상주하고 있었다면, 쿠라스크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력’이 존재하니, 그들이 배은망덕하게 마을을 습격해도 이오베가 막아 주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바를라의 마을엔 이들을 막을 만한 무력이 없었다.

실상 쿠라스크가 무력으로 마을을 점거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쿠랴스크는 답답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말했잖아! 우린 이제 약탈자가 아니라고. 그 빌어먹을 놈 아래에서 나왔다니깐?”

그러나 성자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들이 전의를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쉽게 믿을 순 없었다.

“믿기 어렵습니다. 치료해 주고 우리 마을을 습격하지 않는다란 보장이 없습니다.”

“씨발, 또 원점이야! 언제까지 앵무새 새끼마냥 똑같은 말만 지껄일 거냐!”

쿠라스크의 말에 그의 조직에 있던 앵무새 수인이 시무룩한 표정을 했다.

그러나 하이에나 수인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안 공격한다니까. 진짜 내 말 좀 믿어 봐.”

아겔은 잠시 쿠라스크의 말을 곱씹었다.

한 조직의 수장이며, 고독에서 ‘송곳니’란 위명을 떨치고 있는 쿠라스크.

하물며 비스트 서클은 고독의 수인들을 전부 포용하는 집단이니 규모가 작지도 않다.

그런 거대 서클의 수장이 자존심을 버려 가며 다른 이들에게 부탁하는 모습.

아겔은 거기서 무언가를 느꼈다.

‘흑마법에 당해서 온 것이구먼.’

아까 쿠라스크의 수하들에게서 느꼈던 흑마법의 기운.

아마 악마숭배자들과 부딪친 것 같았다.

원래라면 약탈자와 악마숭배자들은 불가침 조약을 맺었기에 부딪칠 일이 없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 약탈자 밑에서 나왔다면, 그들과 부딪칠 만도 했다.

아겔이 말했다.

“자네, 수하들을 치료해 주고 싶나?”

쿠라스크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부터 그걸 말하고 있는 거다! 도대체 내 말을 어디로 듣는 거야! 너희 인간은 항문으로 말을 듣냐?!”

“어르신께 무례하다.”

안톤이 검을 들었지만, 쿠라스크는 전혀 위협이 안 된다는 얼굴로 오히려 목을 가져갔다.

“휘두르면 진짜 전쟁이야.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살벌한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죄수들이 동요했다.

아겔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안톤이 검을 내렸다.

“그렇다면 하나 제안을 하지. 바를라가 특별하니 할 수 있는 제안일세.”

“제안?”

쿠라스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바를라의 치유력은 대단하지. 목이 잘리지 않는 이상, 사지가 잘려도 원상복구 할 수 있을 수준이네.”

“그, 그 정돈가?”

쿠라스크는 자신의 수하들을 돌아보았다.

흑마법에 당해 저주에 걸린 자들도 있지만, 사지가 멀쩡하지 않은 수인이 대다수였다.

“몰랐나 보군. 여하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간단하네.”

“자네의 이빨, 손톱, 발톱을 모조리 뽑게. 그러면 수하들을 치유해 줘도 문제없을 것 같구먼. 우리도 보험은 들어 놔야 하지 않겠나. 치료가 끝나고 그쪽이 떠날 때, 자네도 치료해 주지.”

……!

충격적인 말을 듣자, 쿠라스크의 수하들이 요동쳤다.

-무, 무슨 개소리를……! 대장님의 이빨을 전부 뽑으라니!

-개소리라고 하지 마 이 닭대가리 새끼야! 어쨌든 저도 반대입니다, 대장!

-그냥 이 새끼들 다 쓸어버리죠! 도저히 말이 안 통해요!

아겔의 제안에 쿠라스크는 입을 꽉 깨물었다.

그는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지 못했다.

바를라마저 우려스러운 얼굴로 아겔에게 귓속말을 했다.

-어르신, 괜찮겠습니까? 자존심 강한 비스트 서클의 수장입니다.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기다려 보게.

아겔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과연 저 기회주의자 하이에나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궁금했다.

-화가 나서 큰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전부 죽이면 되지 않겠는가.

-어르신…… 그건 너무 잔인합니다.

성자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핏기가 조금 가신 얼굴로 대답했다.

하나 바를라는 아겔의 말을 거역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목숨은 아겔의 것이었으니까.

이내 고개를 든 쿠라스크가 말했다.

“어떻게…… 믿지? 사지가 잘려 나가도 원상복구 할 수 있다는 말…… 어떻게 믿냐고.”

딱.

아겔이 손가락을 튕겼다.

“호루크. 나와 보게.”

근처 수풀에서 누군가 쭈뼛쭈뼛 모습을 드러냈다.

조그마한 꼬마와 참수리 수인.

특히 참수리 수인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쿠라스크의 수하 중 조류 수인들은 부리를 쩍 벌렸다.

-맙소사…….

-맹금류가 발톱이 전부…….

-날개도 잘렸다니.

호루크는 그들의 시선을 묵묵히 견디며 아겔에게 나아갔다.

“이 자를 치료해 주게. 이 친구는 비스트 서클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아는 자라네.”

“알겠습니다.”

바를라의 손이 호루크에게 향했다.

호루크는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편안히 그의 머리에 얹힌 손길을 느꼈다.

-소망의 성좌시여. 가엾은 죄인이 다시 창공을 날 수 있도록 허락하시옵소서.

푸른 기운이 바를라의 손에서 흘러나왔다.

그 기운이 따스함을 자리에 있던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따스한 기운이 호루크의 전신을 감쌌고, 빛이 사라질 무렵 참수리 수인이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

호루크의 감탄사 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장내.

잠시 후 누군가 읊조렸다.

-맙소사…….

호루크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재생된 자신의 날개를 바라보았다.

힘이 넘쳐 흘렀다.

마치 원래 그랬다는 듯이.

그는 서둘러 팔을 퍼덕여 하늘로 올라가 보았다.

참수리가 창공을 활공하고 다시 내려올 동안 죄수들이 술렁였다.

-아아……!

-지, 진짜다.

-저 정도는 되어야 진짜 성자구나…….

-소문보다 더했어…….

고독에서 소문은 부풀려지거나 축소되기 마련이었다.

바를라에 대한 소문을 들었어도 실제로 만나 보지 않는 이상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활공을 마친 호루크가 바를라에게 연신 감사하다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자님……!”

“감사는 성좌님께 하시면 됩니다.”

아겔이 쿠라스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떤가. 이제 믿겠는가?”

“…….”

하이에나 수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러면 내 부하들을 치료해 주는 거냐?”

“속고만 살았나. 이게 바로 신뢰를 쌓아 가는 방법일세. 먼저 믿어 주는 것. 우릴 공격하지 않겠다는 모습만 보여 주면 된다네. 난 적절한 방법만 제시해 봤을 뿐이고.”

“…….”

이제껏 약탈자로 살아온 쿠라스크였다.

남을 속이는 일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

그러나 신뢰란 것을 처음 접하는 지금은 낯설기 이를 데 없었다.

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었다.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

아니,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쿠라스크는 자신의 부하들을 둘러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좋아…… 대신 손발톱만 뽑아. 이빨은 말하는 데 써야 하니까.”

이제 그의 부하 중 누구도 그의 말에 토를 다는 이가 없었다.

아겔은 그의 대답에 만족을 느꼈다.

“안톤, 도와주거라.”

“예.”

커다란 곰 수인이 움직였다.

하이에나는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손톱과 발톱을 뽑혔다.

촤악……!

맹수의 무기가 전부 뽑혀 나가는 동안.

장내는 적막했다.

* * *

태양이 침몰한 밤.

비스크 서클이 바를라에게 치료를 받는 동안, 쿠라스크와 아겔은 따로 자리를 가졌다.

하이에나 수인은 두 손과 발을 어디서 주워 온 옷가지로 칭칭 감고 있었다.

지혈하기 위함이었다.

아겔이 그에게 질문했다.

“악마숭배자들과 부딪쳤나.”

쿠라스크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우릴 습격했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들…… 언젠간 전부 죽여서 갈기갈기 찢어 먹어야겠어.”

비스트가 약탈자 소속에서 나오자마자, 공격한 것이리라.

인듀라스가 말했듯이 놈들은 생명력을 모으고 있었다.

사람을 사냥하면서.

‘수인은 놈들 입장에서 아주 좋은 제물이겠지.’

평범한 인간과 달리 수인들은 강인하다.

그만큼 생명력도 넘쳐 흐르니, 흑마법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도 당연하다.

아겔은 사실 이들이 흑마법사와 부딪쳤다는 사실보단 다른 것에 흥미가 동했다.

이 하이에나가 왜 약탈자 무리에서 나온 것일까.

그게 더 궁금했다.

아겔이 팔짱을 낀 모습에 뭔가를 눈치챘는지, 쿠라스크가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해. 뜸 들이지 말고.”

“그러려고 했네. 자네, 왜 약탈자에게서 도망쳤지?”

“…….”

스스로 나온 것이 아닌, 도망쳤다는 표현.

자존심 상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쿠라스크는 이번에도 부정하지 않았다.

“약탈자…… 그놈이 요즘 이상해. 미친 것 같아.”

“약탈자는 언제나 미친놈이었다네.”

“적어도 선은 있었어. 이젠 그런 게 없어. 자신 곁에 있는 자들은 모조리 ‘세뇌’하고 있어.”

아겔은 약탈자와 부딪쳐 본 적이 있기에, 그의 능력이 뭔지 알고 있었다.

바로 ‘세뇌’.

강력한 정신력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복종케 만드는 능력이었다.

“난 세뇌당하기 싫었다. 그래서 뛰쳐나온 것뿐이야.”

“후환이 두렵지 않나? 약탈자가 자네 서클을 이 잡듯이 잡을 텐데.”

쿠라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섭지. 근데 세뇌당하는 게 더 무서워. 그건 진짜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니까.”

아겔도 그 말에 동의했다.

세뇌.

약탈자라 불리는 고독의 거두(巨頭)는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한다.

그에게 세뇌당하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다.

하이에나 수인은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빠져 지혈해 놓은 주먹이 피로 물들었다.

“내가 비스트 서클을 만든 건, 쓰레기 같은 놈들이 감히 우릴 건드릴 수 없게 하기 위해서야. 원래는…… 누군가의 밑에서 빌어먹으면서 살려고 만든 게 아니라고.”

서클의 형성 목적은 그러했으나, 고독에서 힘을 무시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내 서클을 지키기 위해선 뭐든지 할 거야.”

쿠라스크는 하이에나라는 겉모습처럼 약삭빠르고 악랄한 성정일지언정, 자신의 무리는 소중히 여겼다.

“맞다. 아까 치료한 그 참수리 놈. 그 녀석 내가 가져간다.”

“마음대로 하게. 그게 그 친구에게도 좋을 테니.”

수인이라는 종족에게 한없이 관대한 비스트 서클이었다.

호루크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쿠라스크가 주먹을 꽉 쥐었다.

언젠간 수인들이 고독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 때까지 그는 서클을 지킬 것이다.

그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아겔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행운을 비네.”

아겔의 무덤덤한 말투에 쿠라스크가 웃었다.

“큭큭, 내가 지금 이런 꼴이지만, 나중에 다시 한번 도전하러 오겠어, 영감. 그땐 내가 왜 졌는지도 기억이 안 나.”

한 무리의 수장이면서 그는 무인이었다.

싸우고 상대방을 무릎 꿇리는 걸 좋아하는 싸움광.

다만, 그는 아겔에게 ‘결투’를 신청하진 않는다.

누구보다 본인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하이에나였으니까.

“언제든 오게.”

대답을 들은 쿠라스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딱히 더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앉아 있던 바위에서 일어선 쿠라스크가 몸을 돌렸다.

그는 몇 걸음 걸어가더니, 잠시 자리에 멈춰 서 물었다.

“아,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영감.”

“말하게.”

“저 성자랑 친해 보이던데. 왜 영감 눈은 안 고치는 거야?”

팔다리를 원래대로 돌릴 정도의 치유력이라면, 아겔의 눈도 원래대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당연한 의문이었다.

아겔이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다음에, 날 이기면 가르쳐 주겠네.”

잠시 멍한 얼굴을 하던 쿠라스크는 킥킥 웃으며 자리를 떴다.

“비밀 많은 노인네, 킥.”

홀로 남은 아겔.

정글의 밤이 깊어 갔다.

* * *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쿠라스크의 무리는 마을을 떴다.

마지막으로 치료받고 손발톱을 원래대로 돌려받은 그는 뽑아낸 손발톱을 자랑스럽게 들고 갔다.

자신의 서클을 지켜 낸 증거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언젠가 도움이 필요하면 꼭 한 번 도와주지!

그렇게 말하고 떠나가는 하이에나였다.

도움 따윈 딱히 필요 없지만, 아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흑마법사의 무서움을 아는 그들은 다시 흑마법사와 부딪칠 의지가 없었다.

두려움을 느끼는 데 맞서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니.

호루크도 비스트 서클과 함께 떠났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과 비슷한 무리에 있을 테니 외로움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아겔은 점심 즈음에 바를라에게 찾아갔다.

“이오베는 찾았나?”

성자가 고개를 저었다.

“……발 빠른 죄수들을 보내 보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겔은 턱수염을 쓸었다.

악마숭배자들을 쓸어버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게 이오베와 같은 성직자와 싸우는 것이다.

바를라만으론 충분치 않다.

그가 아무리 치유와 방어에 능해도 이오베와 같은 무력을 낼 수는 없다.

아겔의 심중을 이해했는지, 바를라가 질문했다.

“혹시 언제 출발하실 겁니까?”

“사흘 뒤 출발일세.”

개방이 시작된 지 스무날이 되는 때.

그때부터 열흘간 악마숭배자들을 토벌할 것이다.

놈들이 벌이는 기괴한 의식도 막을 겸.

바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요. 그래도 사흘은 더 환자를 돌볼 수 있어서 말입니다. 요즘 흑마법사에게 당한 죄수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놈들의 탐욕은 끝이 없다.

흑마법사에게 당해 마을을 찾아온 죄수들이 벌써 수만을 헤아렸다.

“적당히 치료해 주게. 자네도 가서 힘을 많이 써야 할 테니.”

“끄떡없습니다. 일에 지장을 끼치지 않을 겁니다.”

“그래.”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의 장막 밖에서 누군가 헐떡이며 말했다.

-헉헉……! 성자님! 또 환자들이……!

“나가겠습니다.”

바를라는 서둘러 장막에서 나갔고, 아겔이 그 뒤를 따라 천천히 나왔다.

늙은 죄수는 몰려오는 다친 죄수들에게서 흑마법의 기운을 느꼈다.

이번에도 흑마법사들에게 당한 이들이었다.

‘이 기운은…….’

그리고 아주 익숙한 한기도.

죄수들 가운데서 또렷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아겔은 서둘러 다친 죄수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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