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악마숭배자 (2)
악마숭배자.
세상에 알려진 일곱의 공좌(空座)를 따르는 고독의 죄수 집단.
마력으로 흑마법을 연마하고, 악마에게 제물을 바치고 힘을 얻어 내는 등, 사악한 일을 하는 자들이었다.
사실 흑마법사들은 집단으로 뭉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같은 공좌를 따른다고 하더라도 서로를 믿기 힘들뿐더러, 강력한 구심점이 없는 이상 아귀다툼만 일어나니까.
그런 죄수들을 모아 하나의 집단으로 만들고, ‘정글’을 영역으로 삼은 자가 있었다.
악마의 종, 다르키스.
그는 시기의 공좌를 따르며, 악마를 믿는 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집단에 받아들였다.
‘순탄치는 않았지만.’
그는 과거를 회상했다.
고독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다르키스조차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이 감옥의 세력 구도가 어떤 식으로 펼쳐져 있는지 파악해야만 했다.
살아야 했으니까. 힘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굉장히 중요했다.
그렇게 조용히 사람을 제물로 바치며 살아가고 있던 다르키스에게 고독의 누군가가 찾아왔다.
-악마를 숭배하는 이들을 모아라.
형체조차 알 수 없는 목소리만이 다르키스의 머리를 울렸다. 그러나 악마의 것은 아니었다.
상대방은 다르키스와 똑같은 인간이었고, 고독의 죄수였다.
주술사.
그러나 그는 다르키스와는 격이 다른 존재.
상급 죄수 중 하나인 그는 다르키스에게 여러 도움을 주며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아겔을 잡으라 한 것도 그의 지시였지…….’
고독의 상층부에 사는 그가 왜 아겔을 잡으라 지시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직접 부딪치고 나서야 알았다.
이곳에서 그 늙은 죄수는 이레귤러.
도무지 정체조차 알 수 없는 배재해야만 하는 놈이었다.
‘이제 되었다. 이 일만 끝나면 놈도 이제 내게 대항하지 못해.’
주술사의 도움을 받아 강력한 카리스마와 힘, 그리고 비전을 얻고 흑마법사들을 모은 다르키스.
지금 그는 자신이 6년 동안 고독에서 해 온 일의 결실을 마주하기 직전이었다.
“마침내…….”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그는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던 생명력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피라미드 주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시체들에서 생명력이 흘러나온다. 붉은 빛깔을 띠는 생명력은 다르키스 앞에 있는 검은 구체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조용히 백만 명분의 생명력이 구슬에 흡수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거점이 2개나 파괴되고 도움을 얻어 개발한 괴륙까지 손상되었지만, 괜찮다. 그가 건네준 구슬 여분이 하나 더 있었고, 다시 완성한 괴륙이 있었으니.
괴륙이 2마리만 있어도 의식은 시행할 수 있었다.
……! ……!
저쪽에서 소란스러움이 감지되었다. 다르키스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번제를 마치는 데 집중했다.
설사 아겔이 찾아왔다 할지라도 이 의식은 멈춰선 안 된다. 갑자기 중단되면 그의 주인인 공좌께서 노할 수도 있으니.
오히려 집중해야만 했다.
‘이 순간, 나는 새로운 어둠 위로 발을 내디딘다……!’
그는 확신이 있었다. 이 백만 번제가 끝나고 나면 자신은 7급 죄수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아겔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발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백만 번제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악마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피라미드 주변에서 들려왔다. 물리 공간을 넘어선 영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악귀의 형상 같은 것들이 피라미드 주변을 날아다녔고, 정글이 더욱 어두워졌다.
회색을 넘어 더욱 거뭇한 구름에 해는 이미 가려진 지 오래.
악마의 기운이 피라미드 위를 한가득 감싸고 있었다.
저벅.
그때,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피라미드 위를 오르는 미약한 발소리.
저벅.
다르키스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굳이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돌아보는 대신, 계속해서 번제에 집중했다.
저벅.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살의가 느껴지는 발걸음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숨겼을 것이다.
그는 일부러 자신이 다가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세르붐 툼, 다르키스, 옵세크로, 엥크 오브레쇼넴 수시페…….”
마지막 주문까지 마친 다르키스는 그제야 몸을 돌렸다.
콰릉……!
자줏빛 번개가 피라미드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번개에 의해 어두운 세상이 한번 밝아졌고, 누군가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겔라스토스.
그가 자신을 마주 보고 있었다.
다르키스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아겔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 괴물 같은 노인.
자신의 수하 만 명을 뚫고 이 피라미드 위까지 단신으로 올라온 것이었다.
“헛된 걸음을 했구나, 아겔라스토스. 이미 의식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공좌는 백만 명분의 생명력을 거의 다 흡수해 가고 있었다. 이제 그 대가로 다르키스에게 힘을 내어 줄 것이다.
“…….”
아겔은 그에 관해선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르키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왜 아리스를 공격한 거지?”
“아리스?”
아겔의 물음에 다르키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이름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다르키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뼈와 살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안에서 누군가 솟아났다.
피라미드는 그 자체로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비록 구성 재료는 죽은 것이었지만.
뼈로 된 팔에 두 사람이 잡혀 있었다.
“이것들이라면 몰라도.”
다르키스가 씩 웃었다.
한 손에는 세로의 형 루카스가, 다른 한 손에는 백작 인듀라스가 잡혀 있었다.
루카스의 상태는 아직 멀쩡해 보였다. 반면에 백작은 망토와 레이스 셔츠가 찢어져 있었고 피를 잔뜩 흘린 모양새였다.
“이때를 위해 준비했다. 하나는 네 상품의 혈육이고, 하나는 날 배신한 비겁한 모기 새끼지. 안타깝게도 백작은 내 거점을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큭큭큭.”
제1거점으로 보냈던 백작이 사로잡혀서 돌아왔다.
아겔은 조금 놀랐다. 설마 백작이 다르키스를 직접 상대한 게 아님에도 패배했을 줄이야.
하나 상관없었다. 그가 배신한 게 아니란 사실을 알았으니. 백작과 했던 약속은 아직도 유효했다.
다르키스가 두 사람을 잡은 뼈를 뒤로 물렸다.
“넌 아무것도 못 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약한 놈들이나 죽이면서 구석에 숨어 있지. 백작은 널 두려워했지만, 난 아니다. 힘을 얻고 나면 너 따위는…….”
“아리스를 왜 공격했지.”
장황하게 이야기하던 다르키스는 말이 끊기자, 눈가가 씰룩였다.
그는 가늘게 뜬 눈으로 아겔을 바라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난 그딴 이름을 가진 놈은 모른다.”
“아리스는 나의 친구이지.”
다르키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 푸하하하핫, 웃기는구나! 너에게도 친구가 있다니……! 오랜만에 유쾌한 농담을 들은 것 같군.”
혼자서 웃던 다르키스는 이내 미소를 지우고 아겔을 바라보았다.
“죽이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보지.”
다르키스는 아겔에게 몇 가지 석연찮은 점을 느끼고 있었다.
64년이라는 최장기간 고독에서 생존한 단 한 명의 죄수.
51번이라는 가장 짧고 기이한 죄수 번호를 지니고 있으며, 고독의 간수 전원이 그에게 협력하는 듯한 미묘한 관계.
도대체 이 노인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까.
다르키스조차 이 의문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넌 도대체 뭐냐. 어떻게 이 고독에서 60년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지?”
“자네도 결국 그게 궁금한 거로구먼.”
다르키스는 조용히 아겔의 반응을 관찰했다.
“말이 되지 않는다. 내 주변에 가장 오래 생존한 놈이라고 해 봤자, 인듀라스 이놈뿐이지. 이 녀석도 17년이다. 의문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니겠나?”
그리고 무엇보다 다르키스는 아겔에서 알 수 없는 친근함을 느꼈다.
마치 인듀라스에게서 느꼈던 그런 느낌을.
“결정적으로 네게선 어둠이 느껴진다. 나에게 어둠을 주신 시기의 공좌님과 비슷한 그런 어둠이…….”
“용케도 알았구먼.”
아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르키스가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시인할 줄은 몰랐다.
자신이 흑마법사라는 것을 말이다.
다르키스는 온몸을 차고 흐르는 전율의 짜릿함을 느끼며 아겔을 바라보았다.
“역시…… 넌 흑마법사였어.”
“착각은 자유일세.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겔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나 다르키스는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그게 아니면 주술사께서 네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 친구도 자네만큼 집착이 심한 친구지. 그것이 잘못된 집착이란 것도 모르고.”
“크크큭, 어쨌든 네 정체는 드러났다, 아겔라스토스. 흑마법사인 이상 나에게 이기진 못한다.”
흑마법사는 철저한 위계 주의로 돌아간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도 자신보다 윗줄에 있는 흑마법사를 죽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같은 급수라도 흑마법사들은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그럼 이 자리에서 확인하면 되겠구먼.”
아겔이 단검을 들었다.
“누구의 어둠이 더 진한지 말일세.”
다르키스가 광소했다.
콰릉……!
자줏빛 번개가 검은 먹구름을 가르고, 이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
쾅……!
피라미드에서 솟아난 뼈로 이루어진 팔이 아겔의 단검을 막아 냈다.
노인의 공격을 막아 낸 것임에도 굉음이 들렸다. 뼈가 산산조각이 나고, 다르키스는 뒤로 물러섰다.
‘놈은 일반적인 흑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다르키스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저주로 자신의 몸을 강화했다. 검은 기운이 그의 몸에 스며들고 피부가 거뭇하게 변했다.
“크읏…… 끄아아아아악……!”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로브가 찢겨 나가고, 전신에서 뿔이 솟아났다. 키는 머리통 두 개는 더 커지고, 단단한 손발톱이 자라났다.
머리엔 커다란 뿔 2개가 솟아나고, 이빨이 날카로워졌다.
다르키스는 마체화(魔體化) 계열 흑마법사는 아니었지만, 그의 경지 정도면 다른 계열 흑마법도 손쉽게 익힐 수 있었다.
“크르르르…….”
마치 괴인의 형상처럼 변한 다르키스가 아겔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도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내 앞에서 넌 한낱 고기덩이와 다름없다. 흑마법과 신성력을 무시하는 것도 내 앞에선 잔재주에 지나지 않는다!”
쾅!
다르키스의 몸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아겔의 앞에서 주먹을 내리찍었다.
노인은 허리를 최대한 꺾어 주먹을 피하고 다르키스에게 힘을 집중했다.
사아……!
다르키스의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었지만, 그는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었다.
“크하하하……! 이게 네 능력인가! 눈을 어둡게 하는 것?!”
쾅!
시야가 사라졌을 텐데도 다르키스는 아겔이 있는 곳을 금방 찾아내고 공격했다.
“나의 시야를 가려도 소용없다!”
다르키스의 수준은 눈이 없어도 상대방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이곳은 그의 홈그라운드. 다르키스는 아겔이 딛고 있는 곳이 어딘지 피라미드의 살점을 통해 느끼고 있었다.
쾅!
아겔은 피할 수 없는 다르키스의 주먹을 단검으로 받아 냈다.
그는 아래로 굴러떨어지다가 역수로 쥔 단검을 피라미드의 살점에 박아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아겔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쯧. 알약을 하나 더 먹어야겠구먼.’
이제 3개 남은 알약. 나중을 위해서라면 최대한 아끼는 게 좋겠지만, 지금 아끼면 그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차피 죽으면 쓸모없을 테니.
아득.
아겔은 알약을 꺼내 한 번 씹고 삼켰다.
금방 힘이 차오르는 게 느껴지고, 잠깐 굴러떨어지느라 날카로운 뼈에 베였던 몸이 다시 회복되었다.
꾸드득…….
피라미드의 살점을 밟고 일어난 주름진 발에 핏줄이 솟아났다.
아겔은 그대로 다르키스에게 달렸다.
다르키스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아겔의 움직임에 근육을 긴장시켰다.
허나.
촤악……!
아겔의 단검이 그의 팔을 훑고 지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몸을 조금 긴장시켰던 다르키스마저 아겔의 움직임을 잠깐 놓칠 정도였다.
“크으……!”
단검이 스침과 동시에 피가 촥 튀어 오르고, 악마 같은 팔이 푸르죽죽하게 변했다. 다르키스는 중독된 왼팔을 잘라 내었다.
서걱……! 꾸륵꾸르륵…….
피라미드의 살점이 끈적하게 올라와 다르키스의 왼팔을 재생시켰다.
역겨운 고름이 쏟아지는 왼팔을 가지게 된 괴인은 씩 웃으며 싸움을 재개했다.
“여기까지 온 건 인정하지! 하지만 여긴 나의 성소……! 그 늙은 몸으로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
피라미드는 다르키스가 직접 만든 건축물. 수많은 시체로 쌓아 올린 이 괴륙은 다르키스의 의념에 따라 움직였다.
피라미드 곳곳에서 날카로운 뼈와 고름과 피가 섞인 살점이 솟아났다.
푸슛……! 파바바바바바박……!!
“…….”
전의를 상실할 만한 광경이었지만, 아겔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다르키스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할 기회를 노렸다.
피라미드에서 솟아오르는 무수히 많은 날카로운 뼈와 다르키스의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아겔을 스쳐 지나갔다.
아겔은 독이 든 단검 하나만을 들고 괴인에게 맞섰다.
촤악……!
벌레 단검으로 놈의 몸을 훑는다. 독으로는 놈을 죽일 수 없지만, 최소한 일정 시간은 놈도 중독당한 부위를 사용할 수 없었다.
두 다리를 훑어 버린 아겔은 그가 피라미드의 살점으로 다리를 교체하는 사이, 등 뒤로 올라탔다.
“크르르르……! 저리 꺼져……!”
다르키스가 몸부림을 치며 아겔을 떨쳐 내려 했지만,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아겔은 다르키스의 몸에 난 가시에 찔리면서도 기어이 벌레 단검을 놈의 목에 꽂아 넣었다.
푸욱……!
“커헉……!”
확실하게 목을 쑤시고 물러나는 아겔.
다르키스의 몸에 자란 가시에 찔린 상처가 회복되며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는 신음 하나 내지 않고 억지로 참아 냈다.
다르키스는 목을 감싸고 피라미드 위에 주저앉았다. 곧 썩은 살점이 올라오며 다르키스의 목을 덮었고, 중독당한 부위가 회복되었다.
회복은 순식간이었다. 이전과 같이 쌩쌩해진 모습으로 일어난 다르키스가 냉소를 흘렸다.
“큭큭큭…… 아무리 발악해도 소용없다. 그게 무슨 독인지 모르겠지만, 이 몸에겐 통하지 않아. 이제 넌 끝이다.”
그가 피라미드 위의 구슬을 가리켰다.
“번제가 끝났다.”
백만 명의 생명을 탐하는 악마의 식사 시간, 백만 번제.
몇 시간에 걸쳐 기다리던 그것이 이제 끝이 났다.
두근……!
피라미드 위에 있는 검은 구슬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
피라미드가 요동쳤다. 아니, 정글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다.
하늘에선 끊임없이 번개가 쳤고, 검은 구름에서 끔찍한 무언가의 형상이 언뜻 보였다.
마치 악마의 형상 같은 무언가가 정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르키스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아……! 고, 공좌시여……! 시기의 공좌시여-!! 나에게 힘을……!”
피라미드에 있던 구체가 하늘로 둥실 떠올랐다. 검은 먹구름이 악마의 입처럼 벌려지고, 구체가 그 안으로 삼켜졌다.
구체를 삼킨 거대한 입은 다시 입을 벌렸다. 그곳에서 흘러나온 역겨운 기운이 피라미드 쪽으로 스멀스멀 내려왔고, 다르키스의 전신을 감쌌다.
“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다르키스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 기운을 만끽했다. 괴인으로 변한 그의 모습이 더 사나워지고 흉측해졌다.
키는 3미터로 자라났고, 몸의 가시가 더욱 많아졌다.
피라미드 주변에 저주의 기운이 감돌았다. 제대로 된 방비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살점을 썩게 만드는 종류의 것이었다.
“쿠워어어어어어어---!”
----!!
다르키스의 포효가 피라미드 위에서 울려 퍼졌고, 악마숭배자의 본거지가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크르르르르…….”
이전보다 더해진 흉포한 기세. 마치 악마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 낸 생명체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죄수 번호가 변했다.
‘7’.
그의 목에 있던 붉은 숫자가 6에서 7로 변했다. 상급 죄수가 된 것이다.
노란 눈에 짐승의 눈을 가지게 된 다르키스가 아겔을 내려다보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아겔은 말없이 단검을 들었다.
피라미드 위에서 괴물이 노호를 내질렀고, 키 작은 노인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