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94)화 (95/186)

94화 사고 (1)

페이든은 심각한 얼굴로 동력실의 한 부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력실은 거대한 공간이었다.

고독 전체의 기관을 담당하는 곳이니만큼, 모든 기관 장치를 다룰 수 있는 기계가 각 방에 자리하고 있었다.

페이든은 ‘개방’을 담당하는 기관 장치가 있는 방에 있었다.

각종 형형색색의 버튼이 빛나는 기관 장치. 아마넬에게 한 달간 배우긴 했어도, 페이든은 커다란 개방 기관 장치 앞에서 햇병아리나 다름없었다.

곧 개방이 시작된다.

시간에 맞춰서 버튼 몇 가지만 누르면 될 일이었다. 매뉴얼에 나와 있는 것과 이전에 아마넬에게 배운 것이 달라 헷갈리던 차.

어찌해야 할지 페이든이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개방 시간을 가까워졌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고독 파견 생활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그럴 순 없지.’

정석적인 것을 극도로 신봉하는 페이든은 결단을 내리고 거침없이 매뉴얼대로 버튼을 눌렀다.

삑.

개방이 정상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신호음.

화면에서 정상적으로 녹색빛이 흘러나오자, 페이든은 안도했었다.

한 10초 정도는 시작의 단추를 잘 꿰매었다고 자찬하는 페이든이었다.

띠링. 띠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링.

“뭐, 뭐야……?”

컴퓨터에 엄청난 수신음이 쏟아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개방이 시작되자마자, 동력실에 있는 컴퓨터로 어마어마한 양의 메일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모두 간수와 교도관이 보낸 것.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는 법이 없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차오르는 메일 속에서도 페이든은 하나의 제목을 볼 수 있었다.

[서기관님: 나 좀 보지.]

깔끔한 제목의 업무용 메일. 이내 다시 차오르는 메일 사이에 넘어가 버렸지만, 페이든의 날카로운 눈은 그 메일을 놓치지 않았다.

페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X됐네.’

그는 숙취와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이 느껴지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얼른 동력실 일을 끝내고 아겔이란 죄수를 추적해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은 밤잠을 줄여서라도 동력실 일에 익숙해지는 게 우선이었다.

‘인내하자. 천천히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그럼 그땐 놈을 추적해 볼 수 있겠지.’

희망적으로 생각한 페이든은 겉옷을 챙기고 서둘러 서기관실로 향했다.

* * *

바다.

광활하게 펼쳐진 이 대양의 초입, 해변에 아겔이 서 있었다.

오랜만에 오는 바다라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짭조름한 내음이 바람을 타고 실려 왔고, 갈매기형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주변을 메우는 듯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저번 개방 때, 아겔은 정글에 있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시작되어야 함이 옳은데, 아겔은 바다에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동력실에서 문제가 발생했나 보군.’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면, 신입 교정관인 페이든이 실수했다는 게 옳은 가설이었다.

어쨌든 그건 서기관이나 소장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 아겔은 거기서 신경을 껐다.

중요한 건 아겔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잘 되었구먼. 정글에서 바다로 걸어올 필요가 없어졌으니.”

고독의 주인에게 부탁받은 성물. 그것은 바다에 터를 잡은 ‘활녀당(活女黨)’의 주인, 위령이 가지고 있다.

굳이 귀찮은 발걸음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아겔은 그래도 운동은 해야지 생각하며 해변을 걸었다.

따스한 햇볕에 잘 달궈진 모래는 부드러운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느껴지는 분위기와 다르게 바다도 정글 못지않게 굉장히 위험한 곳이다.

해변에 사는 갑각류 몬스터와 바다의 어류 몬스터, 해변과 맞닿은 숲에 사는 몬스터들이 한가득 몰려 있는 곳.

그리고 아겔과 같은 불청객을 좋아하지 않는 활녀당도 있을 것이다.

‘내가 버젓이 걸어 다니는 데도 아무도 없구먼?’

원래라면 이 근처를 완벽히 장악하고 있어야 할, 활녀당 인원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문제가 생긴 건 아겔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개방이 시작되자마자, ‘대륙’ 곳곳으로 죄수들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쯧, 죽어 나가는 놈들이 많겠구먼.”

모든 죄수가 랜덤으로 대륙에 떨어졌다면, 치고받고 싸우기 딱 좋은 상황이 되어 버린다.

원래 대륙은 각기 주인이 있었다.

서쪽의 바다가 위령의 영토인 것처럼 동쪽의 ‘화산’은 약탈자들의 영토였고, 정글은 이제 아겔의 것이었다.

북쪽의 ‘산’과 ‘창공’은 델라무가 소속되어 있는 ‘운동 연합’이 장악하고 있었고, 남쪽의 ‘사막’은 그 어디에도 들지 못한 떨거지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각기 영토의 주인이 있는데, 죄수를 뒤섞어 버리면 완전한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영토에 남은 자들은 침략자를 쫓아내기 위해 분투할 테고, 멋도 모르고 이상한 곳으로 떨어진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설 것이다.

아겔은 자신의 정글을 생각해 보았으나, 각기 우두머리가 어디에 떨어져도 혼자 살아남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안톤은 이 일이 생기자마자, 아겔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었다.

이어진 어둠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시이이이이인-!]

왜인지 어둠을 통해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아겔은 무시했다.

오랜만에 혼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치고받고 싸우며 서로를 죽이든 말든 아겔은 태평했다.

아겔은 느긋한 걸음걸이로 관절을 풀며 해변을 거닐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걷는 데 문제는 없었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방향을 잡을 필요도 없다.

발바닥이 따스함을 넘어 슬슬 뜨뜻해질 무렵, 아겔은 고개를 옆으로 피했다.

피잉!

그의 얼굴 옆으로 화살 하나가 지나갔다.

대나무로 만든 화살을 피한 아겔은 살이 날아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딱히 대화할 생각이 아닌지, 연이어 화살을 쏘았다.

팍!

아겔은 거동하기 쉽지 않은 모래사장에서 뛰쳐나와 숲의 단단한 흙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뻥 뚫린 모래사장보다 나무가 있는 숲이 화살을 피하고 적을 따돌리기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겔이 뛰자마자, 공격자들은 놓칠세라 속사로 압박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화살들. 아겔은 상대가 누군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숲속으로 내뺐다.

화살을 쏘던 이들은 아겔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숲으로 뛰었다.

파밧……!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해 아겔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겉모습은 늙은이였는데, 얼마나 빠른지 숲의 흔들리는 잎 소리에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귀신 같았다.

“헉헉…… 놓쳤어요?”

“후우…… 그런 것 같네.”

고대의 무관처럼 울긋불긋한 철릭을 입은 두 여성은 숨을 돌리며 나무에 몸을 기대었다.

활녀당 소속 전사인 두 사람은 자신들이 누군가를 놓쳤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나이가 더 어려 보이는 여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아, 이궁 언니. 도대체 이게 뭔 일이래요. 다들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려홍 님도 사라지셨으니…… 찾으러 가야 하는 거 아녀요?”

“…….”

아겔이 뜬금없이 바다에 떨어진 것처럼 활녀당의 여전사들도 바다가 아닌 다른 곳에 떨어졌다.

다행히 바다에 떨어진 이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서둘러 불청객들과 경계선을 형성했다.

두 사람은 그 안쪽에 있는 불청객을 사살하는 중이었다.

이궁이라 불린 여전사는 려홍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려홍의 오른팔로 불리는 전사였다.

그녀는 려홍의 빈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활녀당이 자리한 바다를 지켜 내지 못하면, 그녀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궁이 말했다.

“후, 기다리자. 려홍 아씨께서는 반드시 돌아오실 거야.”

그녀가 어깨에 멘 죽궁(竹弓)을 손에 잡고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때, 메마른 목소리가 나무 뒤에서 들려왔다.

“가기 전에 잠깐.”

“컥……!”

나이 어린 여전사의 나무 뒤에서 억세고 주름진 손이 그녀의 턱을 콱 붙잡았다.

거기에 날카로운 단검이 여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언제부터 뒤에서……!’

이궁은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겔의 팔을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호고를 놔줘!”

“내 질문에 대답해 준다면, 놔주겠네.”

“이, 이구 언니…….”

이궁은 침묵하고 더욱 시위를 세게 잡아당겼다. 아겔은 그녀가 허튼짓하지 못하게 단검을 여인의 목에 조금 찔러 넣었다.

주륵…….

붙잡힌 여전사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호고는 발버둥 치고 싶었지만, 단검이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단 걸 느끼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아겔은 이궁이란 여자를 살살 달랬다.

“어린 친구에게 희생을 강요할 생각은 아니겠지.”

시위를 붙잡은 이궁의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아겔을 꿰뚫듯이 노려보던 그녀는 이내 활을 내렸다.

“현명한 선택일세. 몇 가지 물어보고 싶구먼.”

말하라는 듯이 이궁이 고개를 까닥였다.

아겔이 말했다.

“혹시 바다에 침입한 사람이 나 말고 더 있나?”

“……”

이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아겔의 의문은 확신으로 변했다.

‘그랬구먼.’

자신에게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 대륙에 머무는 죄수 전원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어찌 보면 참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기회로 여겨질 수도 있었다.

특히 제대로 대륙에 자리 잡지 못하고 사막에 있던 죄수들에겐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일일 테다.

‘뭐, 나와는 상관없지만.’

아겔은 이윽고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려홍은 어디에 있지?”

“……그걸 내가 말할 것 같으냐.”

이궁은 아겔이 려홍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놀랐지만, 역시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조차 려홍의 위치를 알 수 없었고, 안다고 해도 적에게 아씨의 위치를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겔은 혼자서 추론을 이어 갔다.

‘그래도 활녀당이 불청객을 몰아내고 있단 건 지휘 체계가 남아 있다는 뜻이겠구먼. 근처엔 저 친구만큼 강한 사람은 없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 눈썹을 진하게 그린 여전사가 이곳의 임시 대장 역할을 맡은 것 같았다.

아겔이 조용히 있자, 보다 못한 이궁이 말했다.

“호고를 놔줘라. 난 질문에 답했다.”

“그러지.”

아겔은 지체하지 않고 호고를 풀어 주었다.

그와 동시에 이궁은 활을 들어 아겔에게 화살을 쏘았다.

아겔은 화살을 피하지 않고, 단검으로 쳐 냈다.

이궁은 그가 더 이상 피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입술을 씹었다.

‘아뿔사…….’

그녀는 6급 죄수.

이궁이 쏜 화살은 바위도 두부처럼 뚫는 힘이 있었다. 그런 화살을 지근거리에서 막아 냈다.

적이 이궁보다 뛰어난 강자라는 뜻이었다.

물론 아겔은 아무 생각 없이 화살을 쳐 낸 것이었다. 그는 손이 찡 하고 울리는 감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의미 없는 다툼은 그만하지. 려홍에게 빚도 있으니, 자네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네.”

“아씨에게 빚이 있어? 무슨 헛소리를!”

이궁은 호고를 뒤로 물리며 시위에 화살을 먹였다. 이번엔 그녀가 담아 놓은 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강력하게 담긴 화살이었다.

아겔이 자신의 왼쪽 목을 드러냈다.

“난 아겔일세. 자네 대장이 6개월 전에 날 찾아왔다는 걸 모르는가?”

“아겔라스토스 님……?”

시위를 당기던 이궁이 팔에 힘을 풀었다.

그녀는 아겔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기에, 앞에 있는 노인이 아겔이란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확실히 늙은 죄수는 왼쪽 목에 51번이라는 기이한 죄수번호만을 가지고 있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이궁은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이궁의 태도에 호고는 놀란 얼굴로 이궁을 바라보았다.

“언니……?”

“고개 숙여라. 정글의 주인이시다.”

그녀의 말에 호고 또한 화들짝 놀라 머리를 숙였다.

아겔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동안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

.

.

세 사람은 활녀당의 본거지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아겔은 이궁에게 바다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불청객 놈들이 활녀당의 대부분이 없는 틈을 타, 저희 본거지를 점령했습니다. 인원을 모아 다시 탈환하기 전에 주변에 있는 적을 사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궁은 면목이 없다는 기색이 목소리에 만연하게 묻어 나왔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본인은 자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겔은 려홍을 떠올렸다.

‘빚도 있는데, 이때 한번 갚아 주는 게 좋겠구먼.’

그가 악마숭배자의 다르키스를 쓰러뜨리고 난 뒤, 려홍이 찾아왔었다.

그녀는 위령에게 어떤 명령을 받고 왔는지 모르나, 아겔에게 적대적이지 않았다.

아겔이 남은 악마숭배자 잔당을 처리해 달라고 말했을 때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녀는 그 말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듯이, 정글에 남아 있던 악마숭배자의 잔당을 전멸시켰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야 하는 아겔의 무리로선 고마운 도움.

여기서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동 중 아겔이 말했다.

“본거지를 점령한 놈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게.”

“……녀석들은 머리가 꽤 좋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마자, 그들끼리 뭉쳤죠.”

다른 영역 출신이더라도 손을 잡고 살아남기 위해 오히려 적의 본거지를 습격하는 판단.

과감하고 훌륭한 결정이었다. 놈들을 하나로 결집한 놈이 누군지 몰라도, 머리가 좋고 리더로서의 자질도 있는 것 같았다.

“정면으로 맞서면 피해가 클 것 같아서 본거지에서 철수했습니다. 놈들의 숫자가 더 많았습니다.”

으득.

이궁은 이를 갈며 점점 가까워지는 빼앗긴 본거지를 바라보았다.

침입자들은 활녀당 소속 전사들을 죽였다. 그녀의 감정이 고울 리가 없었다.

활녀당의 본거지는 커다란 항구 마을처럼 형성되어 있었다.

최소 수천 명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구역. 활녀당 소속, 그리고 적어도 그 아래에 굽히고 들어간 자들에겐 풍요로운 곳이었다.

저런 곳을 빼앗겼으니, 울분을 토할 만했다.

“다 왔습니다.”

이궁의 신호에 아겔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잠깐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가늠했다.

‘혼자서도 가능하겠구먼.’

그는 품속에 느껴지는 약통을 붙잡았다.

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약을 이렇게나 받으면 권능을 어느 정도 사용해도 몸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겔은 곧장 마을을 향해 나아갔다.

“나 혼자 하지.”

그러자 이궁이 놀란 얼굴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혼자서는 힘들 겁니다. 흩어진 전사들을 모으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면…….”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은 마음은 없구먼.”

아겔은 이궁의 손을 치우고 말했다.

“멀리 떨어져 있게. 눈먼 공격에 맞지 않도록 말일세.”

“예?”

아겔은 말을 마치고 곧장 마을을 향해 뛰었다.

이궁은 그가 자살하려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지만, 아겔 정도 되는 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눈먼 공격?’

처음엔 아겔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10초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아겔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궁을 포함한, 마을 근방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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