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103)화 (104/186)

103화 추방 (3)

정글에는 만 명에 가까운 약탈자들이 몰려든 상태였다.

그들로서도 개방 직후 갑자기 정글에 떨어져 긴장한 상태. 살려면 뭉쳐야 했고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생각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이거 혹시 우리가 정글을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만 명이란 인원은 그만한 자신감의 원천이 되었다.

약탈자들을 이끄는 6급 죄수, 타르타스.

거대한 덩치의 죄수는 흥분한 약탈자 무리의 분위기를 읽고 있었다.

그들은 정글에 떨어지자마자, 마구 동쪽을 침략했고 생각 외로 정글 동쪽은 쉬이 무너졌다.

분위기에 휩쓸렸던 타르타스는 약탈자 무리를 이끌고 정글을 공격했다.

‘이미 이 녀석들은 승리의 환희에 차 있다.’

정글 죄수들이 전선을 형성하고 방어에 집중하자, 약탈자들은 적이 주춤거린다고 생각했다.

기세를 이어서 아예 정글을 점령할 기세였다.

‘확실히 전쟁은 흐름이야. 분위기라고.’

아무리 악마숭배자를 완전히 없애 버리고 새로이 정글의 주인으로 등극한 아겔이라지만, 이만한 숫자라면 해볼 만했다.

타르타스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겔이 두려운 존재라는 건 그도 익히 알고 있었다. 중급 죄수들이 그에게 학살당한 날에 그도 있었기에.

하지만 아직도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건, 아겔도 정글이 아닌 다른 지역에 떨어졌다는 이야기.

이 기상천외한 현상이 타르타스에겐 기회가 되었다.

‘정글을 점령한다면, 주인님께서 기뻐하실 거다. 개방마다 뜨거운 화산에 박혀 있는 건 이제 질렸다. 내가 정글의 주인이 되는 거야.’

약탈자의 간부인 그는 자연스럽게 무리의 수장으로 서서 죄수들을 지휘했다.

이제 곧 다시 한번 적들의 전선을 쳐서 무너뜨릴 계획이었다.

“타르타스 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지금 바로 공격을 시작할까요?”

족제비같이 생긴 인간 약탈자 한 놈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타르타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 당장 공격한다. 출발 준비 마치고 애들 대기시켜. 크라보크도 불러 놔라.”

“예!”

부관이 돌아가고, 타르타스는 자신의 갑주를 착용했다.

‘개방이 시작된 지 이제 이틀. 정글의 죄수들도 이 ‘사고’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 때, 휘몰아쳐야만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정글을 넘볼 시기가 올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법이다.

두꺼운 갑주를 착용하고도 수월하게 움직인 그는 가시가 솟아 있는 커다란 몽둥이를 들었다.

쿵.

타르타스가 걸어가자 약탈자들이 갈라져 길을 내었고, 그는 화산의 죄수들 가장 앞자리에 섰다.

뒤돌아선 약탈자의 간부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라, 나의 비열한 약탈자 형제들이여-!”

-우우-!

타르타스가 목청을 돋우자마자, 약탈자들은 한 번 응답하듯이 소리를 내고 잠잠해졌다.

“다시 공격에 앞서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간다. 이제부터 더 이상 이 이야긴 하지 않을 테니, 잘 들어라.”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어도 그 진중한 음성을 듣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법으로 증폭된 목소리가 약탈자들의 머리 위에서 울렸다.

“여긴 정글. 아겔라스토스의 영역이다.”

-…….

약탈자들도 알고 있었다. 이곳이 고독의 어둠, 아겔이 새로이 차지한 영역이란 걸.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놈이 우릴 보고 꽁지 빠지게 도망간 것이나 다름없다. 어제오늘 동안 아겔을 본 사람이 있나?!”

-아니!

-놈은 도망갔어!

-늙은 영감탱이!

몇몇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죄수들이 이곳저곳에서 소리쳤다.

약탈자들은 그에 반응하듯 점점 흥분된 기색을 띠었다.

“오늘부터는 크라보크가 나설 것이다!”

쿵……!

타르타스의 외침에 거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곧 나무들이 우지끈 부러지고 그 사이에서 나타나는 대단한 몸집의 괴물.

몸 전체가 단단한 바위로 되어 있는 커다란 골렘. ‘약탈자’가 기르는 괴물 중 하나였다.

단단하기가 이를 데 없어, 6급 죄수인 타르타스조차 흠집을 내는 게 고작이었다.

“약탈자님께서 직접 보내 주신 골렘이다! 늙은 할아방탱이는 우릴 막을 수 없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정글을 차지하면 누리게 될 풍요뿐이다.”

타르타스의 말에 약탈자들의 생각이 변화되었다.

강대한 적 아겔을 두려워하는 것에서, 이기면 얻을 이 풍요로운 땅, 정글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비스트 클랜은! 그 자식들은 어떻게 하죠?!

약탈자 중 하나의 목소리가 타르타스에게 들려왔다.

그의 말에 동조하듯 약탈자들이 수군거렸다.

타르타스는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전에 큰 목소리로 외쳤다.

“사람 흉내를 내는 멍청한 짐승들이 우릴 배신했어도 상관없다! 죽음으로 갚아 주면 되니까! 놈들은 우리가 차지한 풍요로운 이 땅에서 시체가 되어 거름이 될 거다! 배신자에겐 죽음을!”

-아우-!

-옳소!

-감히 배신을……!

‘약탈자’에서 벗어나 정글로 그 자리를 옮긴 비스트 클랜.

약탈자들은 배신한 그들을 고운 감정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이제는 가야 한다. 우리가 정글에 떨어진 이 순간은 하늘이 준 기회! 형제들이여, 언제까지 뜨겁고 척박한 화산에만 박혀 있을 것인가! 이 풍요롭고 나태한 낙원을 공격해 우리의 것으로 삼자!”

-오우-!

-좋아-!

약탈자들의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타르타스는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거대한 몽둥이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나와 함께할 형제는 어디에 있나!”

ㅡㅡㅡㅡㅡㅡㅡ!!

엄청난 함성이 정글을 진동시켰고, 타르타스가 씩 웃으며 몸을 돌렸다.

“쿠우우우…….”

전쟁 병기라 불릴 만한 크라보크. 타르타스의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이걸 제대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정글을 집어삼키는 것쯤은 전혀 문제가 없다.

‘6급 죄수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고 하셨지.’

화산에 두고 있었던 ‘약탈자’의 골렘. 지금 이때가 아니면 언제 쓴단 말인가.

타르타스가 족제비처럼 생긴 수하를 불렀다.

“무탕가! 종이와 붓을 가져와!”

“예!”

곧 수하가 챙겨 온 종이에 붓으로 글자를 휘갈긴 타르타스.

‘큭큭, 놈들은 이 제안에 넘어올 수밖에 없을 거다.’

종이를 접어 화살에 묶은 후, 비열한 미소를 지은 그가 외쳤다.

“전진하라!”

약탈자 죄수들이 정글의 전선을 향해 나아갔다.

* * *

아겔은 이오베와 쿠라스크가 겨우 사수하고 있다는 정글 동쪽의 전선에 도착했다.

산을 끼고 숲 지대에서 몰려오는 약탈자들을 방어하는 모양새.

아겔은 잠자코 이오베의 말을 들었다.

“숫자는 얼추 비슷하지만, 저희가 열세입니다. 놈들은 화산에서 산 놈들이라, 죄수 하나하나의 힘이 강하지만, 저흰 아닙니다.”

정글의 죄수들은 화산에 사는 자들처럼 강하지 않았다.

이오베의 직속 수하들이나 쿠라스크의 비스트 클랜과 달리, 이들은 그저 정글에 떨어졌을 뿐인 죄수들.

영역을 지배하는 이오베와 쿠라스크의 명령에 끌려 나온 것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징집병 수준이었다.

아무리 지형이 좋아도, 적 정예가 파고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는 쿠라스크의 수인들이 앞장섰고, 이오베와 신도들이 서포트해 줘서 겨우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전쟁에 아겔이란 변수 하나가 나타났다.

“걱정하지 마라. 오늘은 전쟁하러 온 게 아니니.”

아겔의 말에 이오베는 고개를 끄덕였고, 쿠라스크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뭘 하러 왔는데.”

“그야, 내 땅을 침범한 놈들을 추방하러 왔지.”

“캬앗, 그게 그거잖아. 전쟁한다는 말 아니야?”

“전쟁은 힘이 비슷한 집단끼리 붙는 게지.”

아겔의 얼굴은 약탈자들이 몰린 숲 지대를 향하고 있었다.

마침 약탈자들이 산 가까이 나아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정글의 죄수들은 불안감에 시달렸다.

-으으, 저놈들이 또…….

-싸우기 싫어…….

지배받는 죄수들이 저들과의 전투를 반길 리가 없다.

아겔도 처음부터 이들의 힘은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기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서로 얼굴이 보일 거리까지 약탈자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약탈자 무리 쪽에서 뭔가 날아왔다.

쉬이이익……! 퉁.

나무에 박힌 화살 하나. 이오베가 화살에 묶인 종이를 풀어 내용을 살폈다.

“뭐라고 적혀 있는가.”

“……자신이 있다면 정글의 중앙에서 한번 보자고 하는군요. 타르타스. 약탈자의 간부입니다.”

“호오, 도전장과 같은 겐가.”

“예. 대장전을 요청했습니다. 자신들을 이기면 물러가 주겠다고 하는군요.”

“놈들이 이기면?”

“써 놓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오베의 말에 쿠라스크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캬앗, 함정이야. 절대로 가면 안 돼. 저 새끼들을 어떻게 믿고. 흔한 수법이야. 나오면 덮쳐서 죽이려는 거야.”

“자네도 많이 해 봤나?”

“당연하지! 멍청하게 속아 넘어간 놈들이 잘못……! 흠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그런 건 왜 물어봐?”

아겔의 질문에 쿠라스크는 헛기침을 했다.

“그냥 궁금해서 그랬다네.”

앉아 있던 바위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몇 번 턴 아겔은 걸음을 옮겼다.

“가세. 불러 주는 데 안 가면 섭섭하겠지. 안톤, 따라오거라.”

“예.”

아겔과 안톤이 산 아래로 내려가자, 쿠라스크가 머리를 박박 긁어 댔다.

“캬앗, 진짜 미친 노인네! 가면 안 된다니까!”

“…….”

조용히 아겔의 뒷모습을 살펴보던 이오베는 수하들에게 말했다.

“가자. 영감님을 쫓아간다.”

수백 명의 새하얀 사제복을 입은 신도들이 기도문을 외며 산에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쿠라크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미친 거냐, 광신도? 가서 따라서 뒤지게?”

“여기에서 적을 막는 것보단 가서 싸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리고…….”

이오베는 아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어느 곳도 아겔의 곁보다 안전한 곳은 없었다.

“우리가 죽을 일은 없을 거다.”

짧게 대답한 이오베는 신도 수백을 데리고 아겔을 뒤쫓아갔다.

“끄으으응……!”

신음을 내며 머리를 굴리던 쿠라스크는 이내 침을 탁 뱉고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오늘 죽으면 전부 영감 탓이야. 애들아, 가자!”

““예!””

결국, 쿠라스크와 비스트 클랜도 아겔을 따라나섰다.

산에는 무력한 정글의 죄수들만이 남게 되었다.

.

.

.

.

산 밑에는 약탈자들이 나무를 베어 놓았는지, 좁지 않은 공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약탈자 무리의 수괴로 보이는 놈들이 몇몇 나와 있었고, 그 뒤로 헤아릴 수 없는 약탈자 죄수들이 있었다.

아겔은 개미 떼처럼 모인 그들의 기척을 느꼈다.

“자, 불러서 왔다네.”

아겔이 선두에 나타나자, 약탈자 무리는 술렁였다.

타르타스가 나아와 말했다.

“아겔, 네가 직접 나타나다니. 첫날에는 무서워서 정글 구석에라도 숨어 있었던 거냐?”

다분히 도발적인 어투에 안톤이 반응했다.

“이런 버릇없는…….”

아겔이 안톤을 막았다.

“그만. 이야기를 들어 보지. 대장전을 원한다고 했나?”

“눈도 없는데, 잘도 내가 보낸 글을 읽었군. 그렇다. 너희 중에 가장 강한 놈을 데려와라. 우리 쪽과 일대일로 붙어 보자.”

갑자기 아겔이 등장해, 타르타스는 긴장했지만, 상황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위 골렘, 크라보크.

정글의 죄수 중에 아무리 강한 놈이 있어도 이 파괴 전차 같은 놈을 일대일로 이길 수 있는 녀석이 있을 리가 없다.

타르타스가 대장전을 요구한 이유였다.

일이 틀어지더라도 곧장 놈들의 수뇌부를 덮치면 되니, 아겔과 수하들이 이곳까지 나온 것부터 그의 책략에 말린 것이 되었다.

아겔이 질문했다.

“너희 쪽에서 내보낼 놈은 누구인가.”

“큭큭, 너희가 먼저 나오면 보여 주지.”

타르타스의 말에 안톤이 아겔에게 속삭였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누가 나오든 박살을 내 주겠습니다.”

이오베도 적극적인 모습으로 말했다.

“제가 나가면 시간을 끌 수 있습니다. 혹시 후퇴할 상황이 생기면, 역시 제가 나가는 게…….”

이오베가 말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아겔의 얼굴이 쿠라스크를 향했다.

쿠라스크의 눈이 커졌다.

“날 왜 쳐다봐? 난 안 나가. 괜히 객기 부리다가 뒤지고 싶진 않다고.”

“자네답구먼. 어차피 자넨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네.”

아겔의 얼굴이 다시 약탈자들을 향했다.

“내가 나설 생각이었으니.”

안톤과 이오베, 쿠라스크의 눈이 커졌다.

“어르신께서 직접……?”

“위험합니다, 영감님.”

“노망났어? 아님, 묫자리는 여기로 정한 거야?”

그들이 무슨 말을 하건 아겔은 신경 쓰지 않았다.

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참에 안톤에게 보여 주기에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안톤. 이번 싸움을 잘 지켜보거라. 지금 네 한계를 뛰어넘으면 뭘 할 수 있는지 보여 주마.”

아겔의 말에 안톤의 외눈이 커졌다. 곰 수인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겔은 몸을 돌려 약탈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걸어오자, 타르타스의 눈도 자연스럽게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네가 직접 싸우겠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그쪽에선 누굴 내보낼 겐가.”

아겔의 말에 타르타스는 아쉬움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수하들에게 아겔을 공격하라 말하고 싶었지만, 일단 기회를 봐야 할 것 같았다.

‘차라리 크라보크와 싸우는 틈을 보자. 아겔만 쓰러뜨리면, 정글은 거의 점령한 것이나 다름없다.’

타르타스가 고갯짓했다.

그러자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숲을 울렸다.

쿵……! 쿵……! 우지끈……!

나무를 부러뜨리며 일자로 걸어오는 거대한 덩치의 골렘.

장엄한 위용에 아겔 쪽의 죄수들이 탄식을 터뜨렸다.

-저런 괴물이…….

-키가 건물처럼 크잖아.

정글의 키 큰 나무와도 견줄 수 있는 키. 바위로 이루어진 골렘의 팔은 아름드리나무만큼 두꺼울 정도였다.

타르타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어디 한번 발버둥 쳐 봐라, 아겔라스토스. 크라보크를 이기면 물러가 주겠다.”

쿠우우우우……!

골렘이 위협적인 기세를 흩뿌리며 아겔에게 다가왔다.

아겔은 단검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안톤과 이어진 어둠에서 그가 지닌 푸른 불꽃을 끌어왔다.

화륵……!

아겔의 전신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죄수가 갑자기 타오르는 아겔을 보고 놀랐다.

가장 놀란 건 안톤이었다.

자신은 주먹과 무기에만 불꽃을 붙일 수 있는 반면, 아겔은 전신에서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으니.

이어진 내면을 통해 아겔의 목소리가 안톤에게 들려왔다.

[잘 보거라.]

푸화악--!!

불꽃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더니, 이내 아겔의 모습이 푸른색에 가려져 아예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자리에 푸른 불꽃의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네가 한계를 넘어서고 거머쥘 힘이다.]

불꽃의 거인이 나타나자, 크라보크가 반응했다.

“쿠오오오오오……!”

집채만 한 골렘이 불꽃 거인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왔다.

쿵!

파랗게 타오르는 손이 돌주먹을 막아 냈다.

콰앙-!

푸른 불꽃 거인은 팔꿈치로 크라보크의 가슴 부근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것 같던 단단한 바위 가슴이 쪼개졌다.

거인은 만족하지 않았는지, 크라보크를 밀어 넘어뜨리고 계속해서 가슴 부근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쾅-! 쾅-! 쾅-! 쾅-!

항거할 수 없는 압도적인 폭력.

그 모습을 보는 약탈자 무리는 덜덜 떠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정글의 죄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오베와 신도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격하게 기도문을 외웠고, 쿠라스크는 헐레벌떡 뒤로 도망쳤다.

안톤은 무릎을 꿇고 멍한 얼굴로 불꽃 거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아, 저게…….’

한계를 뛰어넘은 힘. 아겔이 지금 그에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었다.

“쿠오오오……!”

크라보크가 두 팔을 들어 주먹을 막아 보려 했지만, 푸른 불꽃 거인은 깍지 낀 주먹으로 두 팔을 박살 내고 머리까지 부숴 버렸다.

콰아아앙ㅡㅡㅡ!!!

결국, 그 충격에 가슴 안쪽에 안치되어 있었던 골렘의 핵이 드러났다.

불꽃의 손이 핵을 잡고 그대로 으스러뜨렸다.

콰드득……!

쿠우우우우…….

크라보크가 순식간에 당하자, 약탈자 무리가 심하게 술렁거렸다.

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끝인가.]

“…….”

타르타스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겔이 이런 괴물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거인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건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런 괴물일 거라고는……!’

푸른 불꽃의 거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타르타스를 비롯한 약탈자들을 내려다보았다. 새파랗게 타오르는 맹렬한 눈빛에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 없나 보군. 그럼 이제 모두 추방이다.]

불꽃의 거인이 제자리에서 하늘로 뛰어올랐다. 거체가 뛰어오르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약탈자 무리의 중앙으로 떨어진 거인은 땅을 향해 두 주먹을 내리찍었다.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콰아아아아앙---!!

그가 내리찍은 곳을 중심으로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땅 틈새로 셀 수 없이 많은 죄수가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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