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107)화 (108/186)

107화 마피아킹 (1)

검은 연기가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피아킹이라 불리는 남자.

고된 삶을 살아온 듯, 그는 얼굴에 이리저리 흉터가 나 있었다.

그러나 맹수 같은 주황빛 눈동자는 어두운 정글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겔과 마피아킹은 처음 인사를 나눈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니었다.

“커헉……!”

곁에 있는 피에트로는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중압감에 한쪽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수, 숨 쉬는 게 힘들다…… 이게 무슨……!’

보이지 않는 기류가 두 사람 사이에서 맞부딪치고 있었다.

마피아킹이 내는 중압감은 모조리 짓눌러 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듯했고, 아겔은 마치 부드러운 물살처럼 그 압박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피에트로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마피아킹의 목을 바라보았다.

붉은색 낙인이 찍혀 있는 왼쪽 목. 원래 ‘7’이라고 적혀 있어야 할 그곳은 까맣게 ‘6’이라고 적혀 있었다.

‘절지’에서 ‘대륙’으로 넘어온 페널티였다. 상급 죄수가 대륙으로 넘어오면 그 봉인의 강도도 더욱 강해진다.

지금은 자신과 같은 급수일지라도 차원이 다른 힘을 내는 마피아킹을 보며, 피에트로는 전율에 휩싸였다.

‘역시 줄리안 형님. 나와는 차원이 다르신 분…….’

또 한편으로는 이 막강한 압박을 견뎌 내는 아겔에 대한 놀라움도 들었다.

피에트로 자신도 호흡하기 힘들 정도인데, 아겔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만약 두 사람이 붙는다면…….’

피에트로는 염려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현재 마피아킹은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으니.

탓.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겔과 마피아킹이 동시에 움직였다.

아겔이 먼저 귀신처럼 사라졌고, 줄리안은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아겔을 쫓았다. 순식간에 쫓고 쫓기는 공방전이 시작되었다.

아겔은 단검을 꺼내 바닥을 긁어 흙을 날렸고, 줄리안은 가소롭다는 듯이 권총을 든 팔로 쳐 냈다.

펄럭…….

그가 격렬하게 움직이자 코트가 바람에 휘날렸고 그 안에 있는 팔이 드러났다.

피에트로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혀, 형님……! 팔이……!”

“소란 떨지 마라, 피에트로. 집중에 방해가 된다.”

줄리안의 오른팔이 사라져 있었다.

언제 잘려 나갔는지, 측근인 피에트로조차 몰랐던 사실. 상처를 입었다는 건 알았어도 그게 팔의 손실일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마피아킹이란 존재를 이렇게 궁지로 몰고 갈 존재는 피에트로가 알기로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줄리안은 괴물 같은 움직임으로 아겔을 쫓았다.

팔 한쪽이 없다면 달릴 때 중심이 흔들릴 수도 있었으나, 줄리안은 마치 원래 없었다는 듯이 적응한 모습이었다.

물론 그 균형을 찾는 일은 그만큼 끔찍한 노력을 요구했다.

아겔은 그를 따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혀를 찼다.

속도에서 밀렸다.

“쯧, 팔이 아니라 다리가 없었으면 좋았겠구먼.”

“다리 한 짝이 없어도 당신보단 빠를 거다.”

쨍!

권총과 단검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단순히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넘어서, 주변에 유리가 있었다면 깨질 수도 있는 충격파가 터졌다.

힘에서 밀리는 아겔이 내려찍는 권총을 막아 내며 무릎을 꿇었다.

그대로 줄리안의 힘을 흘려보내고 위로 팽그르르 몸을 회전시키는 아겔.

팔을 회전시켜 단검을 휘둘렀지만, 줄리안은 코트를 입은 어깨로 막아 내고 그의 가슴을 향해 권총을 휘둘렀다.

뻐억!

아겔이 두 팔을 들어 올려 막아 냈다.

팔이 박살 나는 건 막을 수 없었지만, 어차피 부러진 뼈 정도는 몇 초 안에 붙는다.

팔을 회복시킨 아겔이 다시 줄리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힘의 차이는 극명했다. 한 번 부딪쳐 본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페널티를 입은 상태로도 최소한 안톤보다 2배 이상은 강한 힘.

지금 아겔로서는 육탄전으로 그를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줄리안은 무자비하게 아겔을 몰아쳤다.

그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튼튼한 권총을 휘둘러 아겔의 전신을 거침없이 타격했다.

아겔은 맞으면서도 날카로운 반격을 해 봤지만, 이미 속도에서 밀려 한 박자 느린 공격을 뻗을 뿐이었다.

뻐억!

줄리안이 항거할 수 없는 속도로 달려들어 아겔의 복부를 걷어찼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겔이 발차기에 맞고 날아가는 그 짧은 시간, 권총을 쏘기 위해 아겔의 복부를 겨누었다.

‘……?’

찰나의 시간, 그는 아겔이 총을 피할 생각이 없음을 깨달았다.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확 풍겼다.

입술을 깨문 줄리안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퍼엉-!

권총에서 대포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겔의 복부에 어마어마한 구멍이 생겼다.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은 아겔은 아름드리나무에 부딪혔다. 나무의 허리가 나뭇가지처럼 박살 날 정도의 위력.

푸스스스…….

먼지가 일어났고, 일순간 아겔의 생사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흙먼지가 가라앉을 무렵, 부러진 나무 사이로 늙은 죄수는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우드드득. 우득. 치이이익…….

뼈와 살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그로테스크한 소리가 났다. 복부의 커다란 상처는 마치 새로 창조되는 것처럼 원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피에트로는 경악을 감추었고, 줄리안은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끌끌, 늙은이에게 총을 쏘다니, 제정신인 게냐.”

우득. 우드득.

마지막으로 목뼈를 맞춘 아겔은 벌레 단검의 독 분사구를 닫았다.

그와 동시에 줄리안은 서둘러 코트를 부욱 찢어서 집어던졌다. 외투에 닿은 독이 몸에 닿지 않도록.

아겔이 줄리안의 일격에 당하는 순간, 독을 뿌린 것이다.

아쉽게 줄리안의 코트에 가로막혔지만,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한 수였다.

벌레 단검의 독은 줄리안도 익히 아는 바였다.

줄리안은 그가 살수를 썼다는 것에 전혀 불만이 없었다. 자신도 ‘기’를 담아 그의 복부에 권총을 갈겼으니까.

그러나 강한 일격에도 불구하고 아겔의 상처는 마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아물어 있었다.

줄리안의 부드러운 눈썹이 꿈틀거렸다.

“빌어먹을 알약. 아직도 먹고 있나.”

아겔은 태연하게 품에서 약통을 꺼내 보여 주었다.

“내 나이가 있어서 말이야. 늙었더니 챙겨 주는 사람이 있지 뭔가.”

“늙었으면 곱게 죽지.”

“끌끌, 피차일반이야, 줄리안. 너도 여기서 150년은 살았지? 늙은 건 너도 마찬가지야.”

“……25년이다.”

줄리안은 아겔을 조준하고 있던 권총을 내렸다.

그를 죽일 수 없다는 걸 다시 확인했기에.

어차피 그가 진심이었다면, 총을 쏠 기회 따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랜만에 한 수 겨뤄 본 것은 인사에 불과했다.

아겔이 팔을 털고 삐걱거리는 허리를 두드렸다.

“많이 약해졌구나, 줄리안.”

약해졌다는 말에도 마피아킹은 전혀 부정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아겔의 전신을 한번 훑었다.

“……그러는 당신은 옛날보다 날카로워졌군.”

아겔은 어깨를 으쓱하고 한쪽 바위를 찾아 털썩 주저앉았다.

“누구에게 당한 게냐. 네 팔을 잘라간 놈이 궁금하구나.”

“……신경 꺼.”

“그러기엔 너무 흥미롭구나. 팔도 없이 대륙으로 내려오다니, 살해당하고 싶은 게냐? 이젠 약에 취해 아예 정신이 나가 버렸나보구먼.”

“입 닥쳐, 영감탱이.”

줄리안은 아겔을 무시하고 몸을 돌려 곧장 피에트로에게 다가갔다.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 모습에 피에트로는 조금 움츠러들었다.

“읏…….”

피에트로의 멱살을 잡은 줄리안은 눈을 부릅뜨고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에게 외상은 없었다.

아겔은 피에트로를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줄리안이 피에트로에게 질문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피에트로. 어떻게 아겔에게 들킨 거냐. 정글을 지나갈 절호의 기회였거늘.”

“아, 예…… 많은 인원이 움직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도 저 노인이 벌써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화산을 차지하고 있는 약탈자의 마피아 클랜.

그들에게 바다는 언제나 자원의 보고이며 이름만 들어도 탐욕을 불러일으키는 땅이었다.

뜨거운 불길과 시스템 ‘화산 폭발’로 인해 생존이 극악할 정도로 어려운 그들은 바다를 차지하기 원했다.

그러나 아겔이 막아섰다.

이제 바다를 넘볼 수 있는 기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줄리안이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글 이곳저곳에 죄수들과 마피아 소속 인원들이 한데 엉켜 쓰러져 있었다.

“동생들은 왜 전부 누워 있지?”

“제가 재웠습니다.”

“그건 나도 안다. 그러니까 왜 눕혔냐고 묻는 거다.”

추궁하듯이 묻는 줄리안에게 피에트로는 침을 꼴깍 삼키고 말했다.

“광증이…… 동생들이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미쳐 날뛰어?”

줄리안의 눈이 자연스레 아겔에게 향했다.

그가 아니라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아겔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니란다, 줄리안.”

“헛소리. 이제 정글의 주인이 되었다고 감히 내 동생들에게 텃세를 부린 건가. 그리고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타당한 의심이긴 하다만…….”

아겔은 한순간 고개를 들었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진 밤하늘. 그래도 달빛은 어렴풋이 땅을 비추고 있었다.

“너도 알잖느냐. 누가 그럴 수 있는지.”

아겔의 말을 듣자 줄리안이 몸을 움찔거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단숨에 미치게 만들 수 있는 사람. 고독에서도 몇 명이 가능하지만, 줄리안은 아겔이 특정 인물을 가리켜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줄리안의 눈이 분노로 가득 떨려 왔다.

그의 입에선 분노를 대변하듯 검은 연기가 새어 나왔다.

“거짓말하지 마…….”

퍼엉-!

줄리안이 다시 권총을 쐈다.

그러나 이번엔 맞을 생각이 없었는지, 아겔은 고개를 옮겨 피해 냈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마피아킹의 분노. 그러나 아겔은 그의 분노를 마주하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겔의 얼굴에 드물게 미세한 일그러짐이 엿보였다.

“멍청한 녀석. 제 반려조차 지키지 못한 쓰레기 같은 놈이 감히 누구에게 총을 겨누는 게냐.”

“…….”

아겔의 폭언에 피에트로는 입을 쩍 벌렸고, 줄리안은 여전히 분노한 얼굴로 아겔을 바라보고 있었다.

“팔 하나 잃은 걸 다행인 줄 알거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네 사지를 잘라서 내 벗의 밥으로 줬을 테니.”

아겔이 앉아 있던 바위에서 일어나 서쪽을 바라보았다.

“쯧쯧, 들리지 않느냐. 네 반려의 울음소리가.”

“…….”

줄리안의 고개가 서쪽을 향했다.

희미하게 곡소리가 들려오는 듯도 했다. 그러나 정확히 들리진 않았다.

아…… 아아…….

반면에 아겔은 정확하게 듣고 있었다. 위령의 울음소리를. 원한이 서린 곡을.

감정이 없고 덤덤한 아겔조차 마음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네 아내가 널 부르고 있구나. 남편이란 놈이 그래도 아내가 부르면 오긴 하는구먼.”

줄리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의 아내, 위령.

그녀가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주술이며, 이명으로 ‘월야곡’이라고도 불린 아내는 줄리안이 만난 여인 중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이제는 죽었지만.

줄리안은 10년이나 후회와 회복의 시간을 가졌지만, 위령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쾌락도 그녀를 지워 내진 못했다.

줄리안의 주먹이 떨려 왔다.

아겔이 말했다.

“네 아내는 원혼이 되었다. 너를 잊지 못해서. 남편이란 게 아내가 원혼이 되도록 놔두고 있는 게 부끄럽지 않으냐. 왜 이리 늦은 게냐.”

“닥쳐…….”

뿌드드득…….

어금니가 갈려 나갈 듯 입을 꽉 깨문 줄리안이 아겔을 노려보았다.

그럼에도 아겔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넌 항상 위로 올라서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지. 욕심이 과했어. 처음엔 살아남기도 바빴던 녀석이 탐욕과 쾌락에 사로잡힌 게야. 강한 녀석을 짓눌러서 얻는 쾌락이 아내의 사랑보다도 달콤했느냐.”

“닥치라고 했어…….”

“버러지 같은 놈. 그러니 너는 죄수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항상 남을 방패로 세워 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네 아내를 방패로 세웠구나. 그렇게까지 남들 위에 올라서고 싶었던 게냐.”

더 참지 못한 줄리안이 주먹으로 땅을 후려쳤다.

콰아아앙ㅡㅡ!!

폭발하듯 비산한 흙먼지 사이로 맹수 같은 주황 눈동자가 빛났다.

“난…… 가능한 한 최대한 빠르게 온 것이다.”

“아내가 죽은 지 10년 만에 움직이는 남편이라니. 령아도 참 모자란 남편을 두었구나.”

“그 입 닥쳐라. 당신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냐…….”

줄리안의 몸이 분노 때문인지 부르르 떨려 왔다.

“지옥 같은 ‘절지’에서 여기까지 내려오는 게 쉬운 줄 아나. 난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다.”

확실히 절지에서 ‘산’을 넘어 대륙으로 넘어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겔은 줄리안을 탓하긴 했어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알고 있었다.

절지에선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상급 죄수 간의 크나큰 전쟁은 강자의 목숨도 손쉽게 앗아가니.

절지를 지나 산을 넘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아겔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위령의 혼이 바다에 있다는 건 들은 모양이구나. 죽은 네 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게냐.”

“물론이다. 원혼이 되었다는 건 몰랐지만…….”

“그래 놓고 동생들에겐 바다를 공격하라고 했구먼. 머저리 같은 놈. 위령이 바다를 좋아한다는 걸 몰랐더냐.”

“당연히 알고 있었다. 내가 그걸 모를 것 같나.”

마피아킹은 코웃음 쳤다.

“그저 내 아내를 보는 데 걸리적거리는 건 모조리 치울 생각이었다. 더불어서 바다도 점령하고.”

아겔이 비웃듯이 말했다.

“그래, 네 더러운 성깔을 보면 그럴 만하지. 그런데 바다에 네 딸이 있다는 건 몰랐느냐?”

“……!”

줄리안의 눈이 커졌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 딸은 죽었어. 살아 있을 리가…….”

줄리안은 자신의 딸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고독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 그러나 위령과 줄리안은 아이를 갖기로 했고, 실제로 위령은 임신했다.

그러나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행방불명이 되었다.

고독에서 태어난 자 또한 죄인.

부모와 같이 있을 순 없었다. 개방이 끝나고 본관으로 돌아갈 때, 떨어진 것이다.

지극히 참혹한 이 교도소의 시스템에 의해서.

우습게도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죄수 번호가 새겨졌다.

“바보 같긴. 네가 멋대로 할까 봐, 위령이 숨긴 것이다.”

위령은 위대한 주술사 중 하나.

아이를 숨겨 줄리안 몰래 키웠고, 지금은 활녀당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었다.

줄리안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멋대로 할까 봐, 숨겼다고?”

“과연 위령이 쾌락에 젖은 아버지의 모습을 딸에게 보여 주고 싶었을까.”

“…….”

“매일 같이 환약을 씹어 대는 네 곁에 아이를 두고 싶겠냐는 말이다.”

줄리안은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다.

아이를 낳기로 한 건 분명 두 사람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위령은 줄리안에게서 아이를 숨겼다.

“위령…… 대체 왜…….”

충격을 받은 것인지, 줄리안은 휘청이며 나무에 머리를 기대었다.

아겔은 그가 복잡한 가슴을 식히도록 잠시 내버려 두었다.

차 한잔을 마실 시간이 지났을 때, 아겔이 입을 열었다.

“네 아이를 보고 싶으냐.”

“…….”

“날 따라와라. 머저리처럼 가는 곳마다 말썽 일으키지 말고.”

아겔이 걸레짝이 된 죄수복을 찢어서 버렸다.

마피아 죄수 한 명의 옷을 벗긴 아겔은 그것으로 갈아입고 정글 한쪽으로 걸어갔다.

어둠에 잠긴 정글.

피에트로는 망설이는 눈빛으로 줄리안을 바라보았다.

“형님…….”

“…….”

말없이 서 있던 줄리안은 곧 아겔이 사라진 쪽을 향해 걸어갔다.

“피에트로. 동생들을 수습해라.”

“예.”

“돌아올 때까지 무사해라. 죽지 마라. 안 그럼 죽인다.”

“예…….”

줄리안도 아겔이 사라진 정글의 어둠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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