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항해 (1)
해가 지는 시각이었지만, 항구 도시는 촛불과 랜턴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낸 불빛에 더해 해안가는 밝았다.
하늘에서 빛을 비추는 오묘한 연분홍 달빛. 작은 달 하나가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개방이 시작되고 열흘째에 모습을 드러내는 풀크라필리아, 일명 '작은 달'.
닷새 동안 떠 있는 작은 만월은 계속 쳐다보면 홀릴 듯이 아름다웠다.
‘이곳에선 위령의 곡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겔은 항구 도시에선 월야곡 주술이 발동되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원혼이 된 위령은 이곳은 피해서 주술을 펼친 듯했다.
이성을 잃은 원혼이 되었을지라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 도시를 아끼는 마음이 남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도 바다를 제외한 대륙 전체는 미쳐 날뛰고 있을 것이다.
원혼이 된 위령의 힘은 상급 죄수가 되었을 때보다 강력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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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이 신음하는 줄도 모르는 항구 도시는 활발했다.
파도가 휩쓸었다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었다. 오히려 한번 위기를 겪고 나서 더 활발해진 모양새였다.
특히 배가 정박한 항구 쪽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활발한 기색으로 각종 물자를 나르고 있었다.
아겔은 려홍의 안내에 따라 그 항구를 향해 걸었다.
“이쪽입니다, 어르신.”
“그래.”
려홍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아겔의 손을 잡고 앞으로 이끌었다.
아겔은 걷는 데 전혀 지장이 없지만, 그녀의 배려를 내치지 않았다.
줄리안만이 조금 불편한 얼굴로 두 사람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아겔이 질문했다.
“홍아야, 그런데 너도 끝섬에 갈 거라면 도시는 어떻게 지킬 생각이느냐.”
“저만큼 주술에 뛰어난 전사장이 있습니다. 호고라는 친구입니다. 제가 주술진을 만들어 두었으니, 닷새 정도는 버틸 것입니다. 리더십도 뛰어납니다.”
“그렇구나.”
아겔이 항구에서 자리를 비운 약 여드레.
그때 려홍은 파도를 제압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실로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위령의 재능을 닮아, 파도에도 굴하지 않는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위령처럼 자신이 없이도 항구 도시가 스스로 파도를 막아 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은 것이었다.
아겔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훌륭하구나. 위령보다 빨라.”
“과찬이십니다. 어머니에 비하면 저는 아직 멀었죠.”
“…….”
줄리안은 묵묵히 아겔과 려홍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가끔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으나, 그는 결국 입을 닫고 조용히 따라 걷기만 했다.
세 사람은 곧 항구에 도착했다.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
쉰 명은 너끈히 태우고 항해할 만한 크기를 가진 배가 세 척이 있었다.
배를 본 줄리안의 감상은 짧았다.
“작군.”
려홍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곳이 바다지만 오래 항해할 수는 없어서 항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작게 만들었습니다. 저희 조선 기술이 그리 좋지 않기도 하고요.”
“…….”
줄리안은 나란히 선 배들을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배였다.
위령이 그린 바다 그림에 나오는 그런 배 같았다. 그녀가 그린 배는 지금 눈 앞에 있는 것과 같이 조금 특이했다.
“왜 돛이 없지?”
“아, 이 배는 바람을 타고 항해하지 않습니다. 여기선 잔잔해 보이지만, 근해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거센 돌풍 때문에 돛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 배는 주술과 인력으로 나아갑니다.”
려홍의 말처럼 배 곳곳에 주술진처럼 보이는 문자들이 그려져 있었고, 양쪽으로 노들이 나와 있었다.
“주술력이 바닥나면 아마 항해하지 못할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하지?”
“그래서 노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바람이 거센데 노를 젓는다고 배가 앞으로 나아가나? 난파의 위험이 커 보이는데.”
려홍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도해야죠. 그러지 않기를 말입니다. 저희 힘으론 이게 다입니다.”
려홍은 위령을 떠올렸다.
그녀가 직접 나선 항해는 실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들었다.
당시 6급 죄수 같지 않던 그녀의 힘은 배가 부서질 만한 폭풍우를 만나도 손쉽게 흩어 버렸다고 했다.
하나 지금은 위령이 없었다.
줄리안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대단한 항해가 되겠군. 한 번 나갈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돌아오는 시간만 맞추면 문제없을 것인데, 뭘 그리 자꾸 캐묻나.”
아겔이 줄리안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이놈 성격이 원래 좀 깐깐하니 이해하거라, 홍아야. 이제 가자꾸나.”
“예.”
“지금 누가 깐깐하다고…… 안전을 챙기는 게 비정상인 거냐.”
줄리안이 뭐라고 하려는 듯했지만, 아겔은 듣지도 않고 려홍과 함께 배를 향해 걸어갔다.
결국, 홀로 분을 삭인 줄리안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배에 오르자, 려홍이 전사들에게 명령했다.
“출항한다.”
-출항이다-!
덩치 큰 여전사가 큰 목소리로 말하자, 선원들이 후창했다.
항구에 남은 전사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출항하는 배를 지켜보았다.
.
.
.
철렁이는 얕은 파도.
그 위로 세 척의 배가 항해 중이었다.
밤이 깊었지만, 선상 위에 누구도 잠드는 이는 없었다.
밤바다는 굉장히 위험한 곳이니.
괜히 만월이 뜰 때만 항해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때가 아니라면, 무서운 괴물들이 수면까지 찾아와 모조리 삼켜 버리곤 했다.
돛이 없는 배는 파도를 헤치고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주술의 힘으로 움직이는 배는 줄리안이 지적했던 것이 괜한 우려라는 듯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줄리안이 멀미를 할 만큼.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욱……!”
배가 나아가는 속도 따위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는 있었지만, 파도의 출렁거림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줄리안은 한쪽 난간에 기대어 한참이나 구역질을 해 댔다.
검은색 토사물을 잔뜩 내뱉는 그에게 아겔이 다가왔다.
“그러게 환약을 작작 먹었어야지. 몸에 안 좋은 걸 먹으니까 뱃멀미를 하지 않는가.”
“닥…… 쳐. 내가 이딴 뱃멀미 따위에…… 우욱……!”
려홍이 작은 도자기 그릇에 시원한 마실 것을 담아 가지고 왔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바다는 좋아하셨지만, 항해를 할 때는 뱃멀미 증세를 보이셨다고 했습니다.”
“…….”
“홍솔초를 달인 음료입니다. 이걸 마시면 조금 나아질 겁니다. 그냥 마시기에도 향이 좋은 차에요.”
줄리안은 조금 경계하는 눈으로 려홍이 내민 음료를 바라보았다.
독을 탄 건 아닌지.
상급 죄수들의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암살의 위협에 몇 번 시달린 줄리안이었다.
특히 독은 자주 쓰이는 도구였다.
때마다 시의적절하게 암수를 피해 간 줄리안은 독을 사용한 암살자들만은 집요하게 추적해 반드시 죽여 버렸다.
“걱정하지 말고 마셔라. 나도 한 잔 마셨으니.”
아겔의 말에 줄리안은 경계하는 태도는 지우지 않았어도 도자기 그릇을 낚아챘다.
단숨에 음료를 비워 버린 그는 던지듯 려홍에게 도자기 그릇을 주었다.
그는 청아하고 푸릇한 음료의 맛을 느끼고 인상을 찌푸렸다.
쓴맛과 텁텁함이 들끓는 자신의 속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료였다.
“맛없군…….”
그 표현에 아겔이 혀를 찼다.
“차 맛도 모르는 무지렁이 같은 놈. 이런 놈은 두고 우리끼리 즐기자꾸나. 가자, 려홍아.”
“아……. 네, 어르신.”
“넌 뱃멀미나 하고 있거라. 끝섬에 도착하려면 이틀은 걸릴 게다.”
“끄응…….”
아직도 멀리 증세를 보이는 줄리안을 내버려 두고 아겔은 려홍을 따라 선실로 들어왔다.
선실은 그리 크지 않았다. 배가 대단히 큰 편은 아니었기에 려홍이 머무는 방도 크지 않았다.
“미리 차를 내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사과할 일이 아니다, 홍아야.”
후륵.
아겔은 만족스럽게 려홍이 끓여 온 차를 마셨다.
이제는 미각을 거의 잃어 가는 와중이지만, 후각만은 남아 있어 차의 향을 느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 차를 마실 때면, 같이 마시던 위령이 떠올라 그녀를 추억하기 좋았다.
“줄리안, 그 녀석이 틱틱거려도 네가 이해하거라. 원래 성정이 그런 놈이라서 말이다. 옛날보다 성격이 많이 죽은 거란다. 어렸을 땐, 삵 같았지.”
“그랬군요. 처음 뵌 분이라 잘 몰랐습니다. 그래도 낯선 사람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으신 분이란 건 알겠습니다.”
“그래도 제 사람은 잘 챙기는 놈이란다.”
“어르신과는 어떤 관계입니까?”
“음…….”
아겔은 턱수염을 만지며 잠시 대답을 보류했다.
차를 한번 홀짝인 그가 말했다.
“내 종 같은 놈이다. 놈은 어렸을 때 고독에 들어왔는데, 그때는 우연히 만난 내게 살려 달라고 아등바등 달라붙었지.”
“정말입니까?”
려홍의 눈이 커졌다.
지금은 줄리안의 음험하지만 거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에 전혀 그럴 것 같지가 않았지만, 아겔의 말도 거짓말은 아닐 것 같았다.
“얼굴이 저래 봬도 나이가 꽤 있는 놈이지. 백 수십 년은 살았지.”
“맙소사. 그렇군요…….”
“대가리가 크고 나선 저 혼자 살겠다고 날 두고 떠나더구나. 고얀 놈. 살려 줬더니, 은혜도 모르는 놈이 되었어.”
“그래도 원수로 갚진 않았나 보군요.”
려홍의 말에 아겔이 빙긋 웃었다.
“그렇지. 그랬으면 내가 직접 멱을 따 줬을 게다.”
살벌한 소리를 하는 아겔이었지만, 려홍은 빙긋 웃었다.
평소엔 말도 잘 꺼내지 않는 노인이었지만, 한번 깊은 대화로 들어가면 즐겁게 말하는 아겔이었다.
잠시 차를 즐기기 위한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적막함을 즐기던 아겔이 문득 려홍의 기척을 느꼈다.
멍하니 한쪽을 바라보고 있는 려홍.
마치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미를 떠올리느냐.”
“…….”
“물어보고 싶은 게 있구나.”
“말씀하세요, 어르신.”
“위령을 성불시키면, 더는 만나지 못할 게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
려홍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혼으로 남은 위령.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만질 수도 없지만, 만나서 대화하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모른다.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놓아줘야만 한다.
원혼은 절대로 원래대로 돌릴 수 없으니.
저승으로 보내는 것만이 혼령을 위한 유일한 해답이었다.
“어머니의 주술이 대륙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씀하셨죠.”
“그래.”
“그럼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어머니라도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주먹을 굳게 말아 쥔 려홍의 손은 이미 결심을 한 모습처럼 보였다.
“어르신께서 하신 약속을 깰 생각은 없습니다. 처음 말씀하셨던 것처럼 어머니를 성불하는 것을 도와주세요.”
“물론이야. 나는 절대로 약속을 깨지 않는다. 상대방이 깨지 않는 한 말이다.”
아겔이 만족스럽게 차를 홀짝였다.
“같이 가서 위령이 왜 원혼이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자꾸나.”
“예, 어르신…….”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조용히 차를 즐겼다.
누군가 급하게 려홍이 있는 선실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려홍 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려홍이 문밖의 전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파, 파도가……! 해일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해일이요?”
려홍은 급히 전사와 함께 갑판으로 나갔고, 아겔도 슬슬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파도는 항해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잔잔한 편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저 멀리서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고 있었다.
전사들은 분주하게 해일에 대비했고, 려홍은 몇몇 전사장과 함께 선수에서 해일을 보고 있었다.
아겔은 턱수염을 만졌다.
‘달이 있어서 바다 몬스터들이 수면 쪽엔 없을 텐데, 갑자기 해일이라.’
원래도 바다의 날씨는 극히 변덕스러웠지만, 이런 건 또 처음이었다.
잔잔한 바다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해일이라니.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누군가 바다를 항해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금은 아겔도 손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항상 곁에 있던 안톤도 정글에 두고 왔으니, 기를 빌릴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힘을 쓸 수 있는 건.
“줄리안.”
“왜…….”
멀미에 시달리던 줄리안은 그나마 조금 회복되었는지, 척척 아겔에게 걸어왔다.
아겔의 얼굴은 선수를 향해 있다.
그곳엔 다가오는 해일을 주술과 기를 사용해 갈라 버리려는 려홍이 있었다.
“네가 좀 도와주거라.”
“……저딴 것도 막지 못하는 건가.”
“너도 저럴 때가 있었다.”
“…….”
점점 바다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수면은 언제 잠잠했냐는 듯이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세 척의 배도 위태롭게 흔들렸다.
콰우우우우우……!
비가 내리고 천둥이 쳤다. 어느새 달빛은 사라지고, 사위가 어둠으로 잠겨 들어갔다.
“이런…… 비까지. 빨리 폭풍우를 갈라내지 않으면, 심해의 몬스터들이 몰려오겠구나. 위령이고 뭐고 도착하기도 전에 배가 뒤집혀서 다 죽겠구먼.”
아겔의 말에 줄리안은 입을 꽉 다물었다.
그는 일부러 줄리안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었다.
“죽기 전에 꼭 내게 말해라. 당신 목숨은 반드시 내가 끊어 줄 테니.”
“끌끌, 내가 너보단 오래 살 게다.”
파도가 철썩여 갑판은 빗물과 소금물로 뒤범벅이 되었지만, 줄리안은 척척 선수를 향해 나아갔다.
전사장들 가장 앞에서 검에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려홍.
날씨가 좋지 못하고, 배가 흔들리는 상황이라 고전하는 모양이었다.
컨디션도 안 좋은지 자세가 자꾸 흐트러졌고, 기의 순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으윽…….”
어떻게든 해일을 갈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려홍을 줄리안은 짧은 순간 바라보았다.
‘위령…….’
생각을 떨쳐 낸 그는 려홍에게 빌린 코트를 벗어 바닥에 집어 던지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빠르게 다가가 려홍의 검을 빼앗았다.
“엇……!”
“위령은 그렇게 검을 들지 않았다.”
검술에 조예는 없지만, 위령이 검무를 추는 모습은 자주 지켜봤던 줄리안이었다.
그때의 위령은.
이 지옥 같은 교도소의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딱 한 번만 보여 주겠다.”
줄리안은 왼팔로 검을 잡았다.
오른팔이 없었지만, 검을 휘두르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그는 전신의 작은 근육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움직이는 실력자였으니.
스으으으…….
빼앗은 검에 검은 기운이 올라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줄리안과 위령은 사용하는 기의 근본부터가 달랐지만, 검술을 펼쳐 내는 건 상관이 없었다.
그건 기에 달린 게 아니라, 한 사람이 평생을 연마한 검로(劍路)일 뿐이니.
줄리안의 망막에 생전 위령의 모습이 비치는 듯했다.
그는 그녀를 똑같이 따라 검을 내리그었다.
물론 검술은 똑같은 것이었지만, 앞으로 폭사되는 검은 기운은 줄리안을 닮아 사납고 거칠었다.
ㅡㅡㅡㅡㅡ!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폭풍우를 가르고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굉음 사이에서 조용한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그래. 바로 그거지.”
뒤에선 어느새 다가온 아겔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