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끝섬 (5)
위령이 돌아왔다.
생전의 기억을 되찾은 혼령의 때와 같이.
물론 원혼인 상태인 건 그대로였지만, 고비를 넘기고 완전히 타락하진 않게 되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주저앉은 채로 아겔을 올려다보았다.
[영감님.]
[그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완전히 박살이 난 제단. 그리고 광풍이 불어닥쳐 무너진 숲.
위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주변 환경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걸리는 모양이었다.
아겔은 사실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자네가 한 일일세. 원혼이 되어 이성을 잃어버렸지.]
[그랬군요.]
위령은 자조적이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원혼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혼령으로 이승에 남은 이상 그 정도 일은 응당 각오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모두 위령의 선택으로부터 비롯한 일이었다.
[자넬 성불시키러 왔다네. 혼령이 되고 너무 오랫동안 이승에 남아 있었어.]
[결국, 제 욕심 때문에 결국, 이런 사달이 났군요.]
[이해하고 있네. 누군가를 돌보고 싶은 마음을 욕심이라고 보긴 힘들지. 다만, 조금 과도했을 뿐.]
위령이 혼령으로 끝섬에 남았던 이유는 활녀당을 위해서였다.
자신이 죽고 나서 이제 려홍의 지도를 받아 고독에서 생활하게 될 활녀당.
생존이 어려운 이 교도소에서 아직 그들을 두고 가기 염려스러워 주술의 힘으로 자신의 혼령을 붙잡은 것이었다.
조금 더 도와주고 조언을 건네주기 위해.
하지만 하나의 선택이 있으면, 꼭 좋은 영향만을 불러오진 않는다.
[려홍은 자네의 의지에 너무 휘둘렸어.]
[예…… 딸이 아닌 활녀당을 이끌 도구로만 봐 왔죠. 전부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
위령은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혼령으로 남아 려홍에게 활녀당을 위해 힘든 헌신을 하게 했다.
그녀의 의사는 신경 쓰지 않고.
아겔이 말했다.
[뭐, 그건 둘 사이의 문제이니 내가 왈가왈부하지 않겠네. 그나저나 수정구의 목소리는 잘 들렸나 보군.]
[예. 어느 때보다 생생하더군요.]
[기록해 놓은 목소리만 듣고 진짜 목소리는 듣지 못하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려홍이 지금 제 앞에 있습니까?]
아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아겔은 려홍에게 수정구를 넘겼다.
그녀가 건네받자, 위령의 눈에는 수정구가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산 사람인 려홍은 원혼인 위령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타락하여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대가였다. 본인의 의지가 아닐지라도.
려홍이 수정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걸 가져오셨군요…… 낙월궁에 들리셨던 겁니까?”
“이궁이란 친구가 안내해 줬지. 널 만나려다가 어쩌다 보니 가져오게 되었다. 네 음성 일기 덕분에 위령이 정신 차리게 되었구나.”
“아……”
려홍은 애잔한 눈빛으로 위령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똑똑히 위령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는 제 말이 들리십니까?”
“아니다. 들을 수 없단다. 귀어가 아니라면 대화할 수가 없어.”
“그런…… 저를 가르쳐 주실 순 없습니까.”
“귀어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자질과 같은 게다. 미안하지만, 나도 가르쳐 줄 수 없구나.”
원혼이 된 위령은 산 사람인 려홍과 대화할 수 없었다. 아겔처럼 귀어(鬼語)를 할 줄 아는 게 아니라면.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은 려홍뿐만이 아니었다. 줄리안조차 귀어는 할 수가 없다.
귀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
[려홍아…….]
두 사람은 서로를 부르며 손을 뻗고 있었지만, 혼과 육은 닿지 못했고 목소리를 허공에 흩어졌다.
아겔만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는 줄리안도 씁쓰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 있음에도 서로의 말을 듣지 못하는 두 사람.
수년을 함께 했던 사이였지만, 고독 생활이라는 어려운 과정 때문에 모녀지간의 정조차 나누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저 목걸이를 통해 의사를 나누고 활녀당을 위해 헌신하길 오랜 시간.
그것도 마지막엔 악인의 손길에 위령이 타락해 버려, 서로의 신뢰도 어느 정도 무너진 삶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두 사람은 가족이었다.
어머니를 향한 존경, 딸을 향한 무한한 애정. 그것이 두 사람의 사이를 붙잡고 있었다.
줄리안이 착잡한 얼굴을 하고 아겔에게 다가왔다.
“아겔…… 방법이 없나. 정말 귀어가 아니라면 대화할 수 없는 건가.”
“혼령이었을 적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안 되지. 자네도 알지 않나.”
“빌어먹을…… 혼에 대한 법칙은 엿 같군.”
“혼에 대해서는 성좌조차 예외 사항을 만들기 힘든 법일세. 또 공좌들도 마찬가지지.”
“제길…….”
줄리안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강한 무력(武力)이 있으면 무엇 하는가. 겨우 다시 만나게 된 아내와 대화조차 할 수 없는데.
무력감(無力感)에 휩싸인 줄리안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아겔은 잠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 더 오래 함께 있을 순 없다.
죽은 자의 혼은 저승으로, 산 자는 이승에서 그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뭐, 성불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까.’
위령을 저승으로 보내려면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녀의 소원을 딸과 다시 만나는 것. 아직 제사는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대화 정도라면 내가 힘 좀 써 보마.”
아겔의 말에 려홍과 줄리안이 그를 쳐다보았다.
“일을 끝마치려면 나도 감당할 부분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그럼, 어머니와 대화할 방법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어르신?”
“방법이 있다고.”
“그래.”
려홍의 얼굴이 환해졌고 줄리안도 어두운 기색이 조금 가셨다.
아겔이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단호한 목소리에 려홍은 침을 삼켰고, 줄리안은 뚫어지게 그를 응시했다.
“거래하는 건 아니지만, 이거 하나는 지켜 줬으면 좋겠군.”
“무엇이든지요.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조건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말해라.”
“끌끌.”
아겔이 팔을 휘둘렀다.
["모두 절대로 아래를 바라보지 말아라."]
.
.
.
어둠.
어둠만이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방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공간에 작디작고 빛나는 알갱이가 수없이 많이 새겨져 있었다.
“아…….”
“여긴…… 어디죠?”
세 사람은 마치 물에 부유하듯이 붕붕 떠 있었다.
목까지 차오른 물.
주변은 마치 우주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들은 투명한 물을 유영하는 것처럼 목만 빼놓고 숨을 쉬고 있었다.
“어, 어머니?”
“려홍아…….”
위령.
려홍의 곁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위령도 물에 떠 있었다. 그녀는 밝은 녹색의 저고리와 하늘색 길고 너풀거리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려홍은 당장 헤엄쳐 가 어린아이처럼 위령의 품에 안겼다.
“어머니, 흑흑…….”
“그래그래, 우리 딸, 이제 다 커서 이제 품 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구나.”
“죄송해요, 어머니. 그런 상황이란 걸 눈치채고, 빨리 끝섬으로 돌아왔어야 했는데.”
“네 탓이 아니란다. 다 내 잘못이지.”
두 사람은 오랜만에 정겨운 해후를 나누었다.
위령은 려홍을 놓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줄리안이 있었다. 줄리안은 착잡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줄리안…….”
“위령…….”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가 끌어안았다.
려홍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일단 물러나 벌어지는 입을 막았다.
“설마…….”
위령과 줄리안이 포옹을 풀고 려홍을 바라보았다.
“몰랐겠구나. 네 아버지란다.”
려홍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으나,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이해가 갈 만했다.
그녀의 눈은 어머니를 닮았고, 일자로 내려온 코는 줄리안의 것이었으니.
잠시 후, 요동치는 가슴을 가라앉힌 려홍이 한숨을 내뱉듯이 말했다.
“한 번도 말씀해 주신 적이 없어서 놀랐어요. 전 아버지가 없는 줄로만 생각했는데…….”
“미안하구나. 이 또한 내 잘못이란다.”
“아니야, 위령. 네 잘못이 아니야. 그때의 내가 쓰레기였지.”
줄리안은 이제는 위령이 자신에게서 려홍을 숨긴 이유를 이해했다.
지금 봐도 작고 연약한 아이인 려홍이었는데, 갓난아기 때는 어땠겠는가.
폭력과 약물을 일상의 벗으로 삼고 살아가던 줄리안은 려홍의 유년 시절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이야기해서 미안하구나, 홍아.”
“괜찮아요.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위령과 똑같은 검술로 해일을 갈랐을 때부터 려홍은 자신도 모르게 줄리안을 보고 뭔가를 느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때의 줄리안은 위령의 모습과 겹쳐 보이지 않았을 테니.
려홍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뭐, 그럼 일단 잘해 봐요, 아버지. 어쨌든 우리 둘은 아직 살아 있으니까.”
“…….”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던 줄리안은 이내 위령의 재촉으로 손을 뻗었다.
“어서요, 줄리안. 잡아 줘요.”
“아, 음. 그래.”
려홍을 딸로 받아들이고 말하는 건 처음인지라 줄리안은 어색한 기색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맞잡은 두 손은 굳건했다.
손을 놓은 려홍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긴 어디죠? 분명 우주 같은데, 어르신이 이곳에 우리를 데려온 걸까요?”
위령과 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은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단다. 여긴 아겔 영감님의 내면이 맞을 거야.”
“할아비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지.”
“풉…… 마음속인데 어떻게 냄새가 나요.”
려홍이 웃자, 줄리안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겔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정답이다. 이곳은 나의 내면이다. 근데 그렇게 냄새가 나면 넌 내쫓아 주랴, 줄리안.”
고개를 돌리니, 한쪽에서 아겔이 걸어오고 있었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세 사람과 달리 아겔은 멀쩡하게 걸어왔다.
마치 땅을 걷는 것처럼.
“어르신. 정말 신기한 곳이네요, 여긴.”
“그래. 사람의 내면은 신기하지. 내 것뿐만 아니라, 네 것도 마찬가지란다.”
공중을 유영하듯이 헤엄친 려홍은 문득 아래를 보려고 고개를 내렸다.
그러나.
“읏.”
어느새 다가온 아겔이 그녀의 눈을 손으로 가렸다.
“그만. 아래는 보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아, 죄송해요.”
려홍은 아래를 바라보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아겔이 말하지 않는 것이라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없다. 제사가 충족되었으니, 위령이 저승으로 돌아갈 때가 올 게야. 그러니 지금이라도 대화를 많이 나눠 두어라.”
“아, 네.”
려홍은 다시 위령에게 돌아갔고, 줄리안은 그 둘이 시간을 갖도록 잠시 떨어져 나왔다.
아겔이 말했다.
“네가 아비라는 건 밝혔느냐.”
“이렇게 셋이서 남은 상황인데, 숨길 수도 없지. 위령의 도움을 받아 말한 셈이 되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네 존재만으로도 홍아가 의지할 수 있는 한구석이 생긴 게야.”
아겔의 말에 줄리안은 헛웃음을 지었다.
고독의 잔인한 거두 중 하나이며,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 자신이 누군가에겐 기둥이 된다는 말.
클랜 식구들에겐 항상 그랬지만, 딸이란 존재 앞에선 처음 겪는 일이었다.
줄리안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누가 알려 준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자식과 부모라는 건. 그저 생긴 대로 살아가는 게지.”
“생긴 대로 산다라.”
“그래도 사람 새끼라고 너도 많이 키워 보지 않았느냐. 그리 온건한 목적은 아니었겠지만.”
아겔의 말대로 줄리안은 수없이 많은 식구를 책임지는 리더였다.
절지에 있는 그의 도시. 마피아 클랜.
전쟁을 위해 세력을 불리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줄리안은 많은 사람을 받아 주었다.
“하지만 난…… 저 아이와 살아온 길이 다르다.”
줄리안은 잔혹한 마피아킹으로서 살아왔다.
피와 폭력, 힘이 모든 것이 되는 현실 속에서.
려홍 또한 지도자였지만, 자신이 이끄는 활녀당을 힘으로 굴복시키진 않았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라. 여태껏 살아왔던 그대로 살아가면 될 테니.”
“그럼 난 저 아이와 함께 살아갈 수 없다.”
“부모와 자식이 떨어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너 없이도 홍아는 잘 살아왔고. 그저 관계만 세우면 될 일인 게야.”
“그런가.”
원래라면 아겔의 말을 잔소리라고 생각했을 줄리안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귀담아듣는 줄리안이었다.
그는 아겔의 말을 단 한 글자도 놓치지 않았다.
모녀지간의 해후가 끝나고 드디어 줄리안의 차례가 왔다.
위령이 그에게 다가가 안겼다.
“줄리안…….”
“위령. 미안하다. 내가 너무 늦었다.”
“괜찮아요…… 지나고 보니 한순간이었으니까요.”
“내가 원망스럽진 않던가…….”
“단 한 순간도 당신을 원망해 본 적 없어요.”
“왜지…… 날 원망해야 맞는 게 아닌가.”
“그냥…….”
위령의 눈이 물기로 젖었다.
“사랑하니까.”
“…….”
줄리안은 말없이 위령을 안아 주었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는 지금.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포옹이 표현으로 알맞다고 생각했다.
화아아아…….
곧 아겔의 내면에서 위령의 모습이 빛으로 화하기 시작했다.
저승으로 돌아가려는 것.
려홍과 줄리안을 만났으니, 성불을 위한 조건은 충족된 상태였다.
줄리안은 꽉 안고 있던 위령을 놓고 한걸음 물러섰다.
해야 할 말은 다 마쳤다.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위령은 마지막으로 빙긋 웃으며 아겔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영감님.”
“오냐. 또 보자꾸나.”
아겔의 인사에 위령이 미소를 지었다. 죽어 저승에 돌아가는 데도 아겔은 다음을 기했다.
“예.”
사아아아…….
그렇게 어둠 속에서 위령의 빛이 사라졌다.
“우리도 돌아가자꾸나.”
* * *
끝섬에 머물 수 있는 마지막 날.
저녁이 지난 시간. 해가 지고 있었다.
려홍과 줄리안은 섬에서 따로 시간을 보냈다.
아직 아버지로서 딸로서 설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각자 위령을 추억하고 보내야 했으니.
돌아갈 배가 부서졌기에 낙월궁으로 연락해 활녀당의 남아 있는 배를 불렀다.
그때까지는 각자 끝섬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아겔은 한쪽 바위에 걸터앉아 파도 소리를 듣고 있었다.
위령이 자주 들었던 파도 소리.
또 하나의 별이 저승으로 넘어갔다.
‘사람 일생이란 게 역시 파란만장하구먼.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야.’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바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지옥 같은 교도소지만, 이런 이야기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이런 일을 겪게 되니 조금 기분이 싱숭생숭해졌을 뿐.
지금은 이 여운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하늘로 손을 뻗었다. 보이지 않는 밤하늘이지만, 손에 별이 잡힐 듯했다.
다시 아내와 재회한 줄리안. 왠지 그가 부러워지는 듯한 아겔이었다.
“아마레…….”
누군가의 이름을 되뇌던 아겔은 뻗은 손가락을 굽혀 주먹을 쥐었다.
“곧 데리러 가겠소.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