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끝섬 (6)
마지막 만월이 뜨는 열닷새째.
작은 만월과 함께 큰 만월도 함께 뜨는 날이건만, 날씨는 흐리기만 했다.
바다 위에 안개가 껴서 수평선은커녕 근해가 보이지 않는 상황. 배가 도착하지 못할 것을 염려해야 할 정도였다.
아겔은 바다에 안개가 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공기 중 습도가 장난이 아니구먼.’
안개가 끼는 날은 공기부터가 다르다.
평소엔 소금기 가득한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면, 지금은 더욱 축축하고 기분 나쁜 바람이 흐른다.
이럴 때의 바다는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분위기였다.
바위 절벽에서 시간을 보내던 아겔은 심심함을 느꼈다.
끝섬에선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입도 텁텁해지는 것 같은 게 대화가 하고 싶었다.
“홍아에게 가 봐야겠구먼.”
불렀다던 배는 어찌 되었는지 상황도 듣고 싶었다.
‘어쨌든 대륙으로 돌아가야 다음 개방도 기약할 수 있을 테니.’
지금 여기 끝섬에서 개방이 끝난다면, 다음 개방도 이 끝섬에서 시작할 것이다.
그리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이 조그마한 섬 하나에서 한 달을 버티려면 귀찮게 식량을 구하러 다녀야 할 테니.
정글로 돌아가면 알아서 먹을 것을 대령하는데, 굳이 이곳에 머물 필요가 없었다.
‘한데 다음 개방도 이런 식으로 되면 조금 곤란하단 말이지.’
아겔이 바다에 떨어지고 대륙에 있던 죄수들이 원래 있던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떨어진 일.
그냥 간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신입 교정관의 실수라 해도 이건 징계를 피할 수 없는 사항.
개방 때마다 죄수들이 임의로 대륙 아무 위치에나 떨어진다면, 남아나는 자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고독은 고통을 주지만, 쉽게 죽여 주는 곳도 아니었기에.
이 교도소가 움직이는 방침이 있었다.
최대한 오래 살도록 하면서 긴 시간 죄수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 고독이다.
푸슷.
아겔이 움직이려는 찰나, 마침 풀숲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무들 사이로 줄리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위령을 떠나보내고 나서 얼굴이 조금 달라졌다.
물론 잔 흉터가 많은 건 여전했지만, 이전보다 얼굴에서 독기는 사라지고 후련해진 듯한 느낌도 났다.
“때마침 잘 왔구나, 줄리안.”
“날 기다렸나.”
“그런 건 아닌데, 말동무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냐.”
“배가 오는 걸 보려고 높은 곳을 찾고 있었다. 이 섬에선 여기가 제일 높더군.”
확실히 아겔이 있는 바위 절벽은 끝섬에서 제일 높은 곳이었다.
배가 오고 있다면, 이곳에서 관찰하는 게 제일 나을 것이다. 그런 곳을 눈이 없는 아겔이 지키고 있었던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배가 보이는가?”
“……전혀. 안개 때문에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심하게 꼈나 보구먼. 때가 늦으면 좋지 않을 텐데.”
줄리안은 묵묵하게 바위 절벽에 걸터앉았다.
아마 배가 올 때까지 지켜볼 모양이었다.
아겔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 질문했다.
“줄리안. 물어볼 게 있다.”
“말해라.”
“이번 개방은 혹시 랜덤으로 떨어졌나?”
“……?”
줄리안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얼굴로 아겔을 돌아보았다.
“제대로 말해라.”
“그러니까 개방이 시작할 때, 원래 있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떨어졌냐는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줄리안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겔이 설명을 해 주었다.
이번 개방에 대륙의 죄수들은 이전 개방에 있었던 위치가 아닌 완전히 다른 위치에 떨어졌다고.
설명을 들은 줄리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랬군. 우린 아니었다. 만약 절지도 그러했다면, 그곳은 이미 초토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난 대륙으로 내려올 생각조차 못 했겠지.”
“그건 그렇구먼.”
아겔이 턱수염을 쓸었다.
줄리안의 대답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이번 개방에 랜덤으로 위치가 정해진 건 오직 대륙뿐이다. 절지는 그대로였어. 이것은 과연 우연인가.’
신입 교정관 페이든은 이전 교정관 아마넬에게 기관장 업무를 배웠을 터다.
어려운 업무를 맡기는 데 그만한 능력이 없는 자를 기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자가 실수로 절지는 제외하고 대륙의 죄수들만 랜덤으로 개방을 시작하게 했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고의가 있을 수도 있다.’
실수라고 보기엔 아겔의 촉이 크게 반응했다.
신입 교정관 페이든은 이제 막 부임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자. 오히려 이때이기에 사고나 실수처럼 보이기 알맞은 시점이었다.
“소장에게 주의하라 일러야겠구먼.”
“뭐?”
줄리안이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뭘 주의하란 말이지?”
“애송이는 알 것 없다.”
“……애송이인지 아닌지 한번 시험해 볼까.”
“놀아 주기엔 내 몸이 너무 늙었다. 팔 한 짝도 없는 놈을 상대하는 것도 꺼림칙하지.”
“팔 하나쯤은 핸디캡이다. 그 치사한 어둠의 술수 같은 건 빼고 싸워 보지.”
“끌끌, 온갖 더럽고 야비한 수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놈이 뭐라고 지껄이는 게냐. 가진 능력을 쓰는 게 치사한 게냐.”
“사기적인 능력이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줄리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절지에서 세력의 우두머리가 되는 자들은 웬만하면 정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약탈자, 강탈의 탈라스.
원탁, 주술사 카흘탁.
운동 연합, 챔피언 이소케.
육체 능력만으로는 정상에 설 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구에게 정신을 빼앗겨 허수아비나 종노릇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줄리안은 정신 능력은 없었지만, 약물로 대체하는 편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든, 누군가를 조종하든 그가 제조하는 약물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아겔의 것은 달랐다.
“당신은 괴물이야. 아니, 악마다.”
“끌끌, 진짜 악마는 나처럼 강제적으로 하지 않는단다. 반드시 유혹받는 자가 선택하도록 만들지. 그게 더 고단수인 게야.”
“머리 아프게 수 싸움하는 것보단 당신처럼 단번에 치는 게 낫지.”
“아주 한마디를 안 지는구나.”
줄리안과의 대화가 질린 아겔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놈과 이야기할 바엔 려홍과 대화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때, 줄리안도 같이 일어섰다.
아겔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따라올 생각이냐.”
바다 쪽을 바라보던 줄리안이 말했다.
“배가 왔다.”
* * *
아겔은 줄리안과 함께 해변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려홍과 살아남은 전사들이 모여 있었다.
“어르신, 오셨습니까.”
“그래. 배가 왔다고 들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가시죠.”
배에서 내린 보트 몇 개가 해안가로 다가왔다.
아겔은 보트에 올라타 출렁거리는 파도의 물결을 느꼈다.
옆에 탄 줄리안은 벌써 멀미를 느끼는지 눈을 감았다.
“제길…… 힘이 봉인만 되지 않았어도 멀미 따위는…….”
“부탁이니 여기서는 토하지 말아라, 줄리안.”
“닥쳐…… 흠흠.”
잠시 아겔을 쏘아보던 줄리안은 헛기침을 하며 려홍의 눈치를 살피곤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딸이 있는 자리에서 욕지거리를 내뱉기는 불편한 모양이었다.
보트를 통해 배에 올라탄 아겔은 잠시 갑판에서 바닷바람을 쐬었다.
그 곁으로 려홍이 다가왔다.
“홍아야, 오늘이 열닷새째가 아니더냐.”
“예, 그렇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조금 험하겠구나.”
오늘 마지막으로 작은 만월과 함께 큰 만월이 떠오른다.
바다의 몬스터가 빛에 압박을 받는 마지막 날. 배가 항구 도시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이틀은 걸렸다.
“죄송합니다. 배가 늦은 탓이라…….”
사실 안개가 심하게 낀 지금 기상 상황에서 끝섬을 제대로 찾아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첨단 항해 장치가 있는 교도소 바깥과는 달리 이곳은 그런 것이 없었다.
기술력을 갖춘 자가 고독에 갇혀도 그만한 물건을 만들 수 없음은 필요한 재료를 다 모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고독에서 항해하려면 옛날 사람처럼 나침반과 밤에 빛나는 별자리를 참고해야만 했다.
“네 탓이 아니다. 다만, 준비할 필요는 있겠지. 여기서 정산을 해 보자꾸나.”
“정산…… 말씀이십니까?”
잊고 있었던 려홍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아, 죄송합니다. 바로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를 풀어 아겔에게 건넸다.
아겔은 흡족한 얼굴로 목걸이를 받았다.
“그래. 이거면 준비는 되었지.”
옆에서 보고 있던 줄리안이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다가왔다.
“그걸 왜 당신이 받는 거지.”
아겔과 려홍이 했던 거래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줄리안의 반응은 이해할 만했다.
그도 려홍이 건네준 목걸이가 위령의 성물이란 것쯤은 알고 있었으니.
려홍이 설명하려 했다.
“아버…… 크흠…….”
아직 아버지라 부르는 게 어색한 건지 려홍은 헛기침했다.
“어머니를 성불하는 것을 돕는 대가로 어르신과 거래하기로 했습니다.”
“위령의 유품을 거래하다니.”
줄리안은 려홍을 힐난하기보다는 아겔만을 쏘아보았다.
“그게 유품인지 당신은 알고 있었겠지. 일부러 이것을 요구했나.”
“넘겨짚는 의심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구먼. 내가 요구한 것이 맞다.”
“당신이 왜 이 목걸이에 관심을 두지?”
“난 성물에 관심을 두면 안 되는가.”
“당신 같은 사람이 성물 따위에 눈독을 들일 리가 없다는 걸 아니까 물어보는 거다.”
줄리안은 아겔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괴물 혹은 능구렁이 같은 노인. 그는 가지고자 하는 건 반드시 손에 넣는다.
그러나 그가 손에 넣고자 했던 건 대개 물건이 아니었다.
사람이었지.
성물을 따위라 칭하는 것을 보고 놀람을 감춘 려홍은 짐짓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목걸이 따위라니요.”
“아, 그러니까 위령의 유품으로서 큰 가치가 있는 이걸 왜 가져가려 하냐는 말이었다.”
줄리안의 말에 아겔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기에 아겔이 질문했다.
“솔직하게 말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구먼. 들어도 괜찮겠나?”
“말해라.”
“저도 궁금하긴 합니다. 왜 어머니의 유품을 요구하셨는지요. 말씀해 주실 수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어르신.”
아겔은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위령이 남긴 유품. 이 둘에겐 천금보다 비싼 가치이겠지만, 애석하게도 아겔은 돈으로 세상을 보는 자에게 이 물건을 넘겨야만 했다.
“고독의 주인이 이 물건을 원한다.”
“……!”
그가 누군지 아는 줄리안은 이를 악물었고, 려홍은 의아한 얼굴이었다.
“고독의 주인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고독은 은하 정부와 성좌 교단의 공동 소유 아니었습니까?”
고독이란 행성이 만들어진 속사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의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고독은 '기업가'가 주인이며, 은하 정부와 성좌 교단은 관리·감독을 할 뿐이란 걸.
대외적으로는 두 거대 집단이 소유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고독이 은하 정부의 영역에 있지 않다는 것만 보아도 작은 의문 정도는 가질 수 있었다.
줄리안은 납득하기 싫은 표정이었지만, 아겔에게 큰 소리를 내진 못했다.
아겔이 그 기색을 눈치챘다.
“네 마음은 이해한다, 줄리안. 그놈은 겨우 컬렉션이나 만들자고 이걸 가져오라고 했을 테지.”
“……그걸 알면서 수락했나.”
아겔과 기업가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걸 이해한 줄리안이었다.
“그래. 알면서 수락했네. 일전에 내 독단으로 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부부를 구했지.”
“……그게 누구지.”
“교정관 아마넬과 쉬카. 두 사람일세.”
“……!”
“자네에게도 익숙한 자들일 테지. 두 사람은 사랑 때문에 고독을 배신했고, 내가 고독에서 안전하게 내보냈네. 기업가의 마음을 풀어 주려면 어쩔 수 없었네.”
“…….”
줄리안은 옅은 좌절을 느꼈다.
성물.
영험한 효과를 내는 성물은 그만한 가치를 지닌다. 아주 귀한 값에 팔리는 물건이었고, 웬만하면 일반인은 거들떠볼 수도 없는 물건이다.
그러나 줄리안은 성물이라는 데 가치를 두지 않았다.
위령의 유품이라는 사실 하나가 천금보다 비싸다.
그런 물건이 성물을 수집품 따위로 취급하는 놈에게 넘어가야만 하는 이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미안하다, 줄리안. 나도 도리가 없었다.”
“…….”
아겔은 줄리안의 분노를 예상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아온 이전이었다면, 분명 줄리안은 극도로 분노하여 다시는 아겔을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그래…… 그렇게 되었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원래 이 세상엔 쓰레기 같은 일은 가득했으니까. 당신조차 도리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라면, 나도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
아겔은 조금 놀라움을 느꼈다. 줄리안이 이렇게 반응할 줄이야.
죽은 아내를 저승으로 보내고 생각에 큰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구나.’
안타까움이 가득했던 줄리안의 눈이 다시 빛을 발했다.
“대신 심성이 거지 같은 그놈에게 주기 전에 한 번은 써 봐야겠다.”
아겔이 씩 미소를 지었다.
려홍은 처음, 줄리안조차 까마득히 오래전에 보았던 아겔의 확실한 미소였다.
“물론이지.”
아겔은 선수를 향해 걸어갔다. 두 사람은 그 뒤를 따랐다.
가장 앞에선 아겔은 단검을 꺼내 자신의 팔뚝을 그었다. 가볍게 살을 가르고 지나간 자리에 핏물이 뚝뚝 바닷물 위로 떨어졌다.
아겔은 기다렸다.
만월이 비취지 않는 이 시각. 바다 몬스터들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아겔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모르는 려홍은 긴장한 얼굴이었고, 줄리안은 묵묵히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출렁.
바닷물이 크게 움직였다. 드디어 기다렸던 시간이 왔다.
거대한 그림자가 배 밑으로 스윽 지나갔다.
아겔은 손안에 있는 별빛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폭풍 전의 고요함처럼 적막함이 감도는 이때, 메마른 목소리가 선상 위에 울려 퍼졌다.
“위령은 만월이 뜨지 않는 날에도 성공적으로 항해를 이끌었다. 그 방법을 바로 이 목걸이에 담아 두었지.”
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웅…….
기이한 바다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선상 위에 있던 전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심해의 몬스터들은 그 크기부터 평범함과 거리가 멀었으니까.
“항해의 두 가지 위험. 변덕스러운 날씨와 몬스터. 위령은 날씨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었고, 몬스터를 쫓아낼 방법 또한 가지고 있었다.”
쿠궁……!
배가 흔들렸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툭툭 배를 치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다 몬스터, 특히 밤에 모습을 드러내는 심해 속의 몬스터는 빛에 약하다. 만월이 보이지 않는 날은 위험하지.”
배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으나, 아겔은 흔들림 없이 말을 이었다.
“수없이 많은 자가 고독의 바다를 점령하려 했다. 위령 말고는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지. 만월의 빛이 없다면, 바다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러나.”
쿠오오오오오…….
거대한 무언가가 바닷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려홍은 전투를 준비하라 지시하려 했고, 줄리안조차 움찔해서 허리의 권총을 붙잡았다.
“그 어떤 빛도 없다면, 스스로 빛이 되면 되는 게야.”
아겔이 별빛 목걸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화아아아아악--!!
그의 손에서 시작된 더없이 밝은 빛이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배 위에서 만월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