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격돌 (3)
특수 감방 한쪽 복도로 슬며시 나온 코르브스.
그는 죄수들간의 다툼이 시작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분신체 하나로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는 아겔의 명에 따라 안톤과 아리스를 보호하는 한편, 그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하고 특수 감방 쪽으로 왔다.
기회를 엿보던 코르브스는 근방으로 돌아다니던 죄수 하나를 붙잡아 기절시킨 뒤, 그 모습을 똑같이 따라 했다.
둔갑술.
코르브스의 장기 중 하나.
이렇게 죄수의 모습으로 변해 놈들 사이로 돌아가 이간질할 틈을 보곤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
둔갑술과 분신체라는 능력이 이럴 때는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크랙슨의 주먹에 맞고 분신체가 죽었긴 했지만, 힘을 좀 사용하면 금방 부활시킬 수 있었기에 선동이 통하고 말았다.
‘더 큰 효과를 보긴 어렵겠군. 원탁놈들이 너무 세.’
특수 감방에서 풀려난 죄수들보다 원탁의 죄수들이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훨씬 뛰어났다.
그들은 곧장 해방된 죄수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는데, 죽이는 것보다 사로잡는 게 더 어려운 일이란 걸 감안하면, 원탁의 죄수들이 더욱 압도적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특수 감방 죄수들은 여태껏 갇히고 굶주려 있었던 터라 저항할 힘이 없었다.
기껏 싸움을 붙여 놨는데, 이대로 끝내긴 아쉬웠다.
‘지금 놈들에게 타격을 입히면 좋을 텐데. 주술을 써 볼까.’
주술사 카흘탁만큼은 아니더라도 코르브스도 주술의 조예가 깊었다.
그가 여태껏 단신으로 주술사를 막아 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이유 덕이었다.
‘주인님께 위협이 되는 것들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때가 올지 몰라.’
결심을 굳힌 코르브스는 곧바로 움직였다.
푸륵.
둔갑했던 죄수의 모습에서 본모습으로 돌아온 코르브스.
까마귀 가면이 그의 얼굴을 가렸고, 신비로운 깃털이 팔에서 우수수 솟아났다.
검은 깃털로 온몸이 휩싸인 그는 곧 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의 의지에 따라 검은 깃털이 무수히 날렸고, 깃털은 바람을 탄 것처럼 특수 감방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퍼져 나간 검은 깃털들이 특수 감방에 있는 수없이 많은 죄수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검은 깃털?
-이상한 느낌인데?
죄수들은 하늘하늘 내려오는 깃털들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주술이다! 적이야!
그때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죄수들을 일깨웠다.
그들은 허둥지둥 방어하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깃털에 휩싸인 순간부터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힘들 테니까.
검은 깃털들이 음울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하며 죄수들의 감각에 혼동을 주었다.
어느 죄수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누구는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후각이나 촉각에 이상이 온 자들도 있었다.
감각을 혼동시키는 주술. 혼란에 빠진 죄수들이 소리를 질렀다.
-감각을 차단하는 주술이다!
-누구 주술사 없냐! 좀 풀어 봐!
-여기에 주술사가 어디에 있어! 제길, 이 주술을 펼친 놈을 찾아 죽여야 해!
그들은 애타게 주술사를 찾았지만, 이 주술을 풀 사람도 펼친 사람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푸확!
결국, 시각을 잃은 죄수들이 인내심을 잃고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옆에 있는 죄수를 공격했다.
청각을 잃은 죄수들은 급작스러운 공격에 무력하게 당하기만 했다.
-컥!
-우리끼리 공격하면 안 돼!
-원탁놈들이 우릴 공격한다!
-지랄! 싸우지 마! 우린 공격 안 해!
거기에 잘못된 정보로 인해 집단은 패닉에 휩싸인다.
코르브스는 자신의 주술이 통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 주술은 아겔의 권능을 흉내 낸 것.
그는 처음 아겔의 권능을 보았을 때 느꼈던 전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중급 죄수 수천 명을 학살하셨지. 손 하나 까딱이지 않으시고.’
엄청난 무술이나 힘으로 죽인 게 아니었다.
그저 눈을 멀게 하는 권능 하나. 그것으로 아겔은 군중의 심리를 완전히 공포로 장악하고 손쉽게 물리쳤다.
특수 감방에 갇혀 있던 상급 죄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감방에서 시청각을 차단당한 경험이 있었을지라도, 그땐 주변에 적이 될 만한 자들이 없었기에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옆자리에 비수를 든 자들이 있다면 패닉하기 마련이었다.
-기로 전신을 감싸면 주술을 파훼할 수 있다!
그때 들려온 어느 죄수 하나의 외침.
혼란에 빠졌던 죄수들이 이내 주술의 효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코르브스는 혀를 찼다.
역시 흉내 낸 것이라 그런지 아겔의 것보다 완벽하지 않았고, 적이 금방 파훼하기 시작했다.
아겔의 권능은 상대가 아무리 뛰어난 강자라 해도 시야를 절대로 회복할 수 없다.
따라 하고 싶었지만, 그 경지만큼은 코르브스가 감히 넘보지 못하는 영역에 있었다.
그러나 얼추 따라 한 것에 불과해도 효과는 훌륭했다.
이미 죽은 죄수가 수십 명을 넘어갔으니.
물론 아직 남아 있는 죄수가 거의 천 명에 가까웠지만, 코르브스는 더 욕심내지 않고 물러날 준비를 했다.
과욕은 화를 부르는 법이니까.
자리를 뜨려던 코르브스는 문득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무언가의 소리를 들었다.
팡.
공기가 작게 터져 나가는 소리.
그와 동시에 코르브스의 고개가 틀어졌다.
콰아아앙……!
날개를 퍼덕이며 공격을 피해 낸 코르브스는 습격자를 바라보았다.
양 수인 크랙슨.
그가 근육을 부풀린 채로 코르브스 앞에 나타났다.
“너였구나. 이 짓거리를 한 게.”
핏발이 선 눈이 웬만큼 분노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코르브스는 여유롭게 키득거렸다.
“들켰네. 큭큭. 오랜만이야?”
두 사람은 아는 사이였다.
그동안 코르브스는 수많은 분신체를 이용해 원탁의 죄수들을 사냥했고, 크랙슨이 직접 그것을 막아 왔다.
자주 싸워 봤으니 상대의 능력을 어느 정도 알 정도였다.
“까마귀 새끼. 네가 정녕 죽고 싶어서 여기에 직접 나타났구나. 그동안 본체를 찾으려 했는데, 이렇게 나타나 주다니 참 고맙군.”
그는 이곳에 있는 코르브스의 몸이 본체라는 걸 눈치챘다. 본체인지 분신체인지, 간파할 만한 눈은 있는 모양이었다.
코르브스가 커다란 날개를 펼쳤다.
“너 혼자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내 분신체나 겨우겨우 상대했던 놈이.”
뿌득.
크랙슨이 이를 갈았다.
확실히 그의 말은 사실이다. 코르브스는 분신체만 해도 같은 7급 죄수를 가지고 놀 정도의 강자였으니.
하지만 지금 크랙슨은 자신이 있었다.
“멍청한 놈. 난 혼자가 아니다.”
타다다다닷.
크랙슨 주위로 원탁의 죄수들이 몰려들었다.
코르브스의 주술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 그만한 저항력과 힘은 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넌 혼자지. 이제 어쩔 거지, 코르브스. 또 도망칠 건가.”
“큭큭, 내가? 난 혼자도 아니고 도망도 안 가.”
코르브스의 깃털이 떨려 왔다.
검은 깃털이 터져 나가듯 사방으로 비산했고, 깃털 하나하나가 코르브스의 분신체가 되기 시작했다.
“도망갈 필요가 없거든.”
수백 마리의 까마귀 분신과 상급 죄수들이 맞부딪쳤다.
* * *
아겔은 지금 방금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거대 개미를 멈추었다.
“흠, 위치가 바뀌었군.”
시스템 ‘변환’이 있으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아겔은 원래 있던 곳이 아니라 다른 공간으로 이동되었다.
이는 페이든이 동력실을 임의로 조작해 자신의 위치를 바꾸었다는 뜻.
아겔은 침착하게 현재 자신의 위치를 가늠했다.
‘특수 감방? 바로 앞에 있구먼.’
페이든이 아겔이 있는 공간을 특수 감방 앞으로 붙여 버린 것 같았다.
목적지에 빨리 오게 해 줘서 고맙다고 말해야 할지.
물론 그의 의도는 아겔의 감사 인사를 받으려 한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날 죽이려고 이곳에 보내 버린 거구먼.’
페이든과 한패가 된 원탁이라면 특수 감방의 죄수들을 해방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군대를 모아 아겔을 죽이려는 속셈.
그러나 아겔도 간단히 당하지 않을 만한 힘은 있었기에 두렵진 않았다.
아겔은 거대 개미에서 내려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개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멀리 도망가거라. 네가 할 일은 끝났다.”
“키이이익…….”
개미는 아겔의 말을 이해했는지, 천천히 복도 안쪽으로 물러났다.
죽기는 싫었는지 그동안 아겔을 태운 정이라도 있을까 생각했지만, 몇 걸음 물러나자마자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개미였다.
“쯧쯧, 그렇게 살고 싶었을꼬.”
아겔은 그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 걸어온 아겔은 자세를 낮추었다. 우선 상황부터 살펴야 한다.
조심스럽게 특수 감방 구역으로 발을 디딘 아겔은 양옆으로 펼쳐진 특수 감방들을 살폈다.
이미 열려 있는 문도 있고 아직 닫혀 있는 것들도 있다.
생각보다 열려 있는 감방 문이 많은 것으로 보아, 원탁이 꽤 많은 죄수를 풀어 준 모양이었다.
숫자만 해도 수백 명은 해방시켰을 듯한 모습.
쉽지 않은 싸움을 되리라 생각하며 아겔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익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코르브스?’
앞에서 그의 기운이 느껴졌다. 싸우고 있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고.
가까이 접근할수록 밀도 높은 전투의 소음이 앞쪽에서 물밀 듯 밀려오고 있었다.
은밀하게 다가간 아겔은 격렬한 전투의 현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검은 깃털이 사방에 휘날리고 피와 살이 난무하는 격전지.
그 한가운데서 코르브스의 분신체들이 날뛰고 있었다.
ㅡㅡㅡㅡㅡ!
어마어마한 굉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와서 청각만으로는 적의 위치를 판단하긴 어려웠으나, 다행히 코르브스의 분신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가늠할 수 있었다.
‘내가 싸우라고 명령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가 왜 여기서 싸우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냥 두고 보기만 할 순 없었다.
아겔은 단검을 꺼내 들고 싸울 준비를 했다.
코르브스도 그가 가까이 다가온 걸 느꼈는지, 슬슬 전투의 양상을 바꾸어 난전에서 조직적인 전투로 이어 갔다.
갑자기 까마귀 수인들이 전선을 형성하자, 상급 죄수들이 그에 대응했다.
-선을 무너뜨려!
-본체만 죽이면 끝이다!
맞는 말이었지만, 분신체들을 해치우고 본체에 도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급 죄수들이 무더기로 모여도 분신체들의 벽을 뚫기 어려웠다.
“내가 간다.”
크랙슨이 나섰다.
근육을 부풀린 그는 단숨에 벽을 형성한 분신체들을 휩쓸어 버리려 했다.
그의 감각이 미지의 경고를 보내오지 않았더라면.
‘음?’
뒤쪽에서 느껴지는 섬찟한 느낌.
마치 한 걸음만 더 걸어가면 포식자가 자신을 덮칠 것만 같은 감각에 크랙슨은 재빨리 소리쳤다.
“흩어져라! 뭔가 이상……!”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뒤쪽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녹색 지네의 형상이 밀집된 상급 죄수들을 향해 돌진했다.
[키에에에에엑--!]
지네는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상급 죄수 너다섯 명을 씹어 버리고 그들을 지나치며 수천 개가 넘는 다리로 짓밟고 갈기갈기 찢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수십 명의 죄수가 당해 버리자, 그 자리에 있는 자들은 기겁하며 물러섰다.
-이게 뭐야!
-지, 지네? 엄청 크잖아!
그들은 단숨에 지네의 형상이 누군가의 기운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깨닫고 뒤로 돌아 새로 나타난 적을 경계했다.
그들이 주시하는 어둠 속.
그곳에서 노인이 걸어왔다.
“안녕들하신가. 바빠 보이는구먼.”
……!
아겔의 등장에 상급 죄수들이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아겔. 이렇게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는지, 상급 죄수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아겔라스토스…… 푸르르릉.”
크랙슨이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며 그를 노려보았다.
아겔이 말했다.
“내게 적대적인 죄수들을 풀어 주고 있었더군.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을 걸세.”
그가 손을 뻗어 특수 감방의 벽을 매만졌다.
그러자 푸른색 문양이 떠올랐고 열렸던 감방이 하나둘씩 닫히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소장이 직접 아겔에게 준 특수 감방을 다루는 권한.
교정관 페이든뿐만 아니라 아겔도 특수 감방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그러나 크랙슨은 그게 뭔 대수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미 충분한 숫자는 확보했으니 상관없다. 그나저나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보군. 이곳에 나타나다니. 아무리 너라도 이만한 숫자의 상급 죄수들을 단신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
아겔이 나타나자 풀려난 죄수들도 원탁의 죄수들의 편에 섰다.
아겔에게 죽고 싶지는 않은지 지금은 협력해야 할 때라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노인은 단검을 숏소드로 변환시켰다.
촤악.
전혀 겁먹지 않은 노인의 모습에 죄수들이 움찔했다.
“한 천 명은 되어 보이는구먼.”
그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천천히 검을 움직여 기운을 이끌어 내기 시작했다.
복도 위에서 무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방금 죄수들을 스쳐 지나간 지네.
거대한 녹색 지네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에에에에…….
크랙슨이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겨우 한 마리뿐이라면, 지금 실수하는……”
그러나 말하던 그의 입이 금방 다물어졌다.
하나.
지네 뒤에서 지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둘.
양옆에서 또 지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셋, 넷, 다섯.
마지막으로 제일 위에서 나타난 녀석까지.
언제부터였는지 아겔은 이미 다섯 마리의 지네 형상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정밀함만 더 낮춘다면 숫자는 몇 마리나 더 늘릴 수 있었지만, 통제해 볼 만한 숫자는 다섯이었다.
흉측한 지네들의 모습과 가공할 만한 압박감에 죄수들이 긴장하여 몸을 떨었다.
방금 지네 형상이 보여 준 위용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제 다섯이네만.”
“크읏…… 겨우 지네 따위에 겁먹지 마라! 저 노인만 죽이면 된다!”
크랙슨의 외침이 상급 죄수들을 일깨웠다.
공포를 지우고 오직 싸울 수 있도록 사기를 올리는 외침.
크랙슨의 능력 중 하나였다.
그 모습도 가지각색인 상급 죄수들은 각자 힘을 일깨우며 싸울 준비에 들어갔다.
-크으으…… 겨우 지네일 뿐이야.
-죽이면 돼. 죽이면.
-아겔을 죽이자. 저 노인만 죽이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
사기 충전을 넘어 거의 세뇌가 된 듯한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렇게 지네들과 상급 죄수들이 맞붙으려 할 때.
갑자기 발밑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파앗……!
개방 때와 똑같은 현상에 상급 죄수들은 당황했으나, 크랙슨과 아겔만은 상황을 이해한 얼굴이었다.
아겔이 눈살을 찌푸렸다.
“수작질을 하는구먼.”
동력실에 있는 페이든이 한 일이다.
크랙슨이 씩 웃었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아닌 모양이야, 노인네. 하지만 곧 주술사님께서 널 찾아오실 거다. 기다리고 있어라.”
“…….”
파아아앗……!
먼저 크랙슨을 위시한 상급 죄수들이 모습이 사라졌고, 아겔도 빛에 삼켜졌다.
“주인님……!”
코르브스가 그를 붙잡기 위해 쏜살같이 날아왔지만.
파앗.
이미 아겔의 모습도 사라져 버렸다.
.
.
.
“여긴…….”
본관에서 빛을 통해 이동한 아겔.
이곳이 복도가 아니란 걸 후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복도에 널린 시체 썩는 냄새와 오물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대신 황량한 텁텁함이 감도는 곳이었다.
“절지군.”
원탁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곳.
물론 나머지 두 세력도 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 절지에 있는 사람은 오직 아겔 한 사람뿐이었다.
개방 기간이 아닌데, 이곳으로 떨어졌으니 누가 있겠는가.
아마 주술사는 이것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세력을 최대한 모아 동력실을 장악하고 숨어 있는 아겔을 끄집어내는 것. 거기에 인질까지 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는 아겔을 절지로 끌고 와 죽일 속셈이었다.
주술사의 계획을 이해한 아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숏소드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다면 여기가 결전지가 되겠구나.”
쿠릉……!
햇빛이 보이지 않는 하늘에선 천둥소리만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