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141)화 (142/186)

141화 격돌 (6)

콰가가강……!!

갈라진 대지 아래에서 솟구치는 거대한 지네들.

그 압도적인 크기와 물리력에 상급 죄수 수십 명이 대항해 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지네 형상의 크기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코끼리 몇 마리를 모아 놓은 듯한 두께의 지네가 길다란 몸체를 늘어뜨리고 하늘에서 꿈틀거렸다.

지네에게 정통으로 치인 자들은 예외 없이 즉사했고, 조금 스친 자들은 중상을 입고 나가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공격.

갑자기 벌어진 일에 상급 죄수들은 혼란을 겪으면서도 눈에서 기이한 광기를 띄었다.

상급 죄수들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숨이 멎을 때까지 카흘탁이 건 광기의 주술은 풀리지 않았다.

주술사가 아직 주술을 통제하고 있었기에.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아겔!’

카흘탁의 입가가 찢어지며 손이 떨려 왔다.

저 구렁이 같은 늙은이가 뭔가를 준비한 건 틀림없었다.

엇보기에는 폐쇄 구역에 틀어 앉은 벌레 임금의 힘 같았다.

하기야 그가 들고 있는 단검부터 벌레 임금이 준 선물이었는데, 저런 힘을 쓸 수 있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저 늙은이가 뭔가를 감추고 있지 않은 게 더 이상했다.

카흘탁이 소리쳤다.

“달라진 건 없다! 놈은 겨우 하나야! 몰아쳐라!”

주술의 힘이 담긴 목소리에 물러나 있거나 쓰러져 있던 상급 죄수들이 반응했다.

다리가 부러졌든, 팔이 달랑거리든, 내장이 드러날 만큼 큰 상처를 입었든.

죽지 않은 자들은 일어났다. 마치 네크로맨서가 부리는 언데드처럼.

그들의 눈에는 오직 아겔을 죽이려는 열망만이 차올랐다.

-크아아아악……!

-죽여! 죽여 버리자!

-갈기갈기 찢어 버리자!

죄수들이 달려드는 사이, 하늘에 솟구쳤던 지네 형상 몇 개가 다시 땅으로 추락했다.

상급 죄수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땅을 부수고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남은 지네 형상은 땅으로 내려와 지면을 휩쓸어 버렸다.

상급 죄수들은 어마어마한 진동에 서 있기도 어려워했고, 결국 지네의 몸 위로 올라가거나 하늘로 솟구치는 수밖에 없었다.

위로 뛰어오르는 죄수들은 2마리의 지네가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하나씩 무참하게 잡아먹었다.

콰득! 콰드득!

-끄아아아악!

-맞설 방법이 없어!

-지네를 공격해!

몇몇 용감한 죄수들이 지네의 몸을 두드렸으나, 단단한 껍질에 생채기를 내는 게 고작.

[키에에에에엑-!]

오히려 지네의 성정을 건드린 자들은 무참히 살육당했다.

비에 푹 젖은 광야가 끔찍한 살육의 장으로 변했는데도 카흘탁은 나서지 않고 그 장면을 바라보기만 했다.

전장에 갇혀 시야가 넓지 못한 상급 죄수들과 달리, 카흘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과연 아겔. 목숨은 지독히도 챙기는군.’

지네들이 움직이는 방향은 아겔의 통제 아래 있었다.

상급 죄수들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는 형국으로 지네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지면을 휩쓸고 땅을 뚫고 들어가고 나오고 하늘을 돌아다니는 지네들.

어마어마한 공세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실은 방어에 초점을 둔 움직임이었다.

그렇기에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음에도 아직 상급 죄수들이 4분지 3이나 넘게 남아 있었다.

카흘탁은 지네의 숫자를 가늠했다.

숫자는 땅속으로 들어간 것까지 총 일곱. 그중 지금 보이는 넷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되는지만 확인해 본다.’

보라색 안광이 빛을 발하고 카흘탁의 시선이 지네들을 향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지네 형상들.

그 위 허공에서 보라색 사슬들이 셀 수 없이 뿜어져 나왔다.

촤르르르륵……!

사슬들은 자유 의지를 가진 것처럼 매끄럽게 움직이면서 지네들의 몸을 감쌌다.

지네의 전신을 감싸진 못했지만, 움직일 수 없도록 머리와 꼬리, 배 부분을 감싸며 땅에 고정되었다.

[키에에에엑!]

사슬에 묶인 4마리의 지네 형상은 발버둥 쳤으나,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카흘탁이 소리쳤다.

“지금이다!”

상급 죄수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으나, 아겔은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위로 올려 벴다.

촤악!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죄수의 목이 잘려 나가며, 남은 지네 3마리가 땅속에서 위로 솟구쳤다.

콰아아아아앙-!

달려들던 죄수 수십 명을 갈아 버린 지네 3마리.

아겔의 인도에 따라, 한 마리는 사슬을 끊을 수 있는지 물어뜯어 확인하고, 나머지 2마리는 아겔과 함께 공세에 들어갔다.

여태껏 방어에 힘쓰던 모습이 아닌 확실한 공격 태세.

강력한 무기인 지네 형상이 속박되었음에도 과감한 판단이 빛을 발했다.

아겔을 그 거대한 몸으로 감싼 2마리의 지네는 서로의 몸에 달라붙어 어마어마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카가각……!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각!

드릴처럼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지네의 무식한 육탄 공격은 효과적이었다.

단단한 몸에 죄수들이 뻗은 공격은 하나도 타격을 주지 못했고, 빠른 속도의 회전 공격을 피하지 못한 자들은 말 그대로 전신이 갈려 나갔다.

-피해!

-가까이 가면 죽는다!

카흘탁의 주술에 걸렸어도 죽음의 공포에 대한 감각은 남아 있는지 상급 죄수들은 자리를 피했다.

그 모습을 본 카흘탁은 이를 갈았다.

‘제길. 기를 형상화할 수 있을 만한 놈은 여기서 아겔과 나밖에 없는 것 같군.’

아겔이 사용하는 지네 형상.

그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내재되어 있는 자신의 기를 끌어내어 실체를 갖추게 하는 기술이다.

최소한 8급 각성자는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끝자락에 도달한 7급 각성자라면 몰라도, 이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아 놓은 집단이 그런 어려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나 카흘탁은 포기한 기색이 아니었다.

‘결국, 시간은 나의 편. 지치는 건 네가 될 거다, 아겔.’

그는 한쪽으로 물러나 다른 주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아겔은 베르미스의 지네들과 하나를 이루는 감각을 느꼈다.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지네 형상들은 아겔의 뜻을 따랐다.

복종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지네들은 섬세하게 움직여 주었다.

‘베르미스가 전해 준 힘이 아니었다면.’

아겔에게 맞춰 자신의 힘을 전한 친우.

모든 걸 전해 주지 못했음에도 여기에 있는 자들을 압살할 만큼의 파괴력을 가진 힘이었다.

‘네가 바란 건 자유였구나.’

벌레 임금이 복역한 기간은 35년.

고독의 시간으론 210여 년이 된다. 그 시간 동안 벌레 임금은 오직 폐쇄 구역에만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아겔은 그가 진정으로 바라던 게 자유였음을 느꼈다.

지금 그와 함께하고 있는 지네 형상들은 그 무엇보다 자유로웠으니.

지네들을 묶었던 사슬들은 어느새 힘을 잃고 끊어져 있었고, 다시 7마리의 지네가 전신을 회전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죽여!

-저 지네들이 못 움직이게 해!

죄수들은 서서히 지네들의 공격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기를 형상화하진 못해도 어느 정도는 활용하며 지네의 움직임을 막는 자들이 나타났다.

거대한 지네 앞에 개미와 다름없는 크기의 죄수들이었지만, 몇몇 기 사용자들이 달려들어 지네의 다리를 붙들었다.

-움직이지 못하게만 하면 승산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마어마한 수의 다리로 가하는 회전력을 버티지 못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지네를 붙들려는 시도가 보이면, 그 족족 아겔이 가차 없이 다른 지네로 하여금 그곳을 쓸어버리도록 하기도 했고.

전세는 아겔에게 유리했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시간을 끌면 불리하다.’

천천히 죄수들을 잡아먹는 지네들이었지만, 상급 죄수들의 수가 너무 많다.

처음엔 대략 1천의 숫자였던 게 지금은 대략 반 정도.

아겔은 7마리의 지네 형상을 통제하느라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승부수를 던져야만 한다.’

아겔이 검을 들고 앞으로 달렸다.

그러자 땅 아래에서 기고 있던 지네가 천천히 지면 위로 올라와 자연스럽게 아겔을 태우고 하늘로 솟구쳤다.

동시에 솟구치는 7마리의 지네들.

죄수들은 닭 쫓던 개처럼 멍하니 그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겔이 검을 휘두르자 지네들이 아가리를 쫙 벌렸다.

입 근처에 있는 독발톱. 거기서 극독이 뿜어져 나와 죄수들에게 쏟아졌다.

-크하악……! 피해!

-으아아아악!

죄수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독에 조금이라도 닿은 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을 뒹굴었다.

고통을 느끼는 데서 끝나지 않고 독에 닿은 자들은 서서히 죽어 나갔다.

비가 내렸기에 아쉽게도 쏟아진 독은 운무(雲霧)가 되진 않았다.

그래도 지네 형상들이 내뿜은 독은 빗물에 씻겨 나가긴 했지만 충분한 효과를 내었다.

피하지 못한 죄수들이 무더기로 죽었고, 피할 수 없는 중상을 입은 자들은 확실하게 죽었다.

방금의 피해로 대략 200여 명이 죽었다.

이제 남은 건 2~300명의 죄수.

더 이상 독을 쓸 순 없었지만, 아겔은 개의치 않았다.

‘해볼 만하다.’

지네의 더듬이를 잡은 아겔이 검으로 땅을 가리켰다.

거대한 일곱 지네가 죄수들이 있는 땅을 향해 쏜살같이 추락했다.

* * *

“쓸모없는 것들.”

고독 본관에 있는 코르브스는 자신이 지켜보는 자들에게 한심함을 느끼며 혀를 내둘렀다.

아겔을 돕고자 하는 이들 중에 이토록 능력 있는 자가 없다니.

물론 그들이 무위가 달리는 건 아니었지만, 코르브스가 생각하는 능력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말함이었다.

“멍청한 것들이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분신체로 본관 곳곳을 지켜보는 코르브스는 우선 벌레 종족의 무식함에 감탄했다.

이들은 인질로 잡힌 아겔의 수하들을 구해 내기로 했으면서 그들이 절지로 이동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많은 수로 복도를 점령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는 이쪽도 대단하긴 마찬가지야.”

동력실을 움켜쥔 페이든을 쫓는 고독의 교정관들.

8급 집행관 멜커와 9급 서기관 베믈리오가 주도하는 데도 이들은 동력실의 끝자락도 잡지 못했다.

코르브스가 혀를 찼다.

“쯧쯧, 힘이 세면 뭐 해. 머리가 안 되는데.”

보다 못한 코르브스는 당장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지금 절지에서 아겔이 생사를 건 전투를 하고 있을 텐데, 이대로 흐름이 막히도록 둘 순 없었다.

어떻게든 주인님을 도와야 했다.

코르브스는 분신체 까마귀에 의식을 두고 교정관들을 따라갔다.

수천 개의 분신체 중 가장 가까이 있는 녀석이 곧 교정관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야 이, 멍청한 새끼들아! 잠깐 서 봐!]

갑자기 말하는 까마귀가 나타나자, 교정관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그 기척을 감지할 수도 없이 은밀하게 접근한 상태였으니.

서기관과 집행관만이 빠르게 그가 누군지 떠올렸다.

“코르브스?”

[진짜 답답해서 못 봐 주겠네. 아겔 주인님을 도와준다면서 그딴 식으로 할 거야? 도대체 머리를 쓰는 놈이 하나가 없네, 하나가 없어.]

“…….”

7급 죄수가 독설을 내뱉자, 교정관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베믈리오도 조금 열이 받는 표정이었지만, 감정은 가라앉혔다.

지금은 7급이지만, 어쩄든 코르브스는 봉인만 아니었으면 자신과 같은 9급 각성자이니.

“우린 지금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불러세운 이유가 뭐지, 까마귀.”

[당연히 도와주려는 거지. 동력실 찾느라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럴 때일수록 협력해야 해.]

집행관 멜커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누구와 협력할 수 있단 말이지.”

[당연히 죄수들이다. 여기에 있는 게 너희 직원들이랑 죄수들밖에 더 있어?]

“같잖은 헛소리를 하는군, 까마귀. 우리가 죄수들 따위와 협력을 한다고?”

언뜻 오만함이 보이는 말에도 코르브스는 화를 내진 않았다.

[아니면 이곳에서 천년만년 동력실 꼬랑지나 쫓던지. 너희가 헛수고할 때, 우리 주인님께선 죽을지도 모르지만.]

“…….”

누가 죽는다는 건지 되묻는 자는 없었다.

아겔이 지금 절지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자는 없었으니.

베믈리오가 입술을 씹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 여기에 있는 친구들은 다 동력실을 열 권한이 있는 거지?]

코르브스는 교정관들을 훑어보았다.

순찰자 주암과 사육사 타이룽을 제외한 3명의 교정관, 오드리, 톨먼, 소류아가 있었고, 집행관 멜커와 서기관 베믈리오가 있었다.

총 다섯 명. 적지 않은 인원이었다.

베믈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닿을 수만 있다면 각자 동력실 문을 열 수 있다.”

[그럼 됐어. 이제부터 흩어지자.]

코르브스의 말에 멜커가 눈을 부라렸다.

“이런 멍청한 까마귀놈. 우리가 왜 흩어지지 않았는지 모르는 거냐.”

[왜 아직도 멍청하게 다 같이 몰려다니면서 찾는 건데?]

“원탁 놈들이 우리 발목을 붙잡아서다. 각개격파를 당할 우려도 있고.”

원탁의 죄수들은 정말 작정했는지, 이동하는 교정관들을 습격하기도 했다.

그들이 동력실에 닿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는지, 죽을 걸 알면서도 달려드는 죄수들이었다.

창백한 얼굴의 멜커가 가는 눈을 했다.

“애초에 흩어지자는 말부터 의심스럽군. 우리가 널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나?”

거대한 사형집행용 칼을 움켜쥔 멜커가 그것으로 코르브스를 겨누었다.

“우릴 방해하는 녀석들이야말로 바로 너희 죄수들이다. 그럴진대 너흴 믿을 수가 있겠나.”

[참으로 편협한 사고방식이군. 나도 원탁놈들과 똑같은 죄수이니까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없단 말이야?]

“물론이지.”

베믈리오가 한숨을 내쉬며 검을 든 멜커의 팔을 내렸다.

“우리끼리의 다툼은 여기까지. 우리 쪽 이유도 알았으니, 이제 흩어지자고 말한 이유를 듣고 싶군.”

멜커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얼굴로 베믈리오를 바라보았다.

“서기관님.”

“그만, 멜커. 아겔이 죽고 나면 주인님께 뭐라 변명할 생각이지?”

“…….”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할 건가. 주인님이 그런 걸 용납할 분이신가?”

교정관급 이상은 모두 기업가와 계약한 몸.

기업가는 무조건적인 성과주의였다. 명령에 있어서 단 하나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았다.

“누구의 도움이라도 우린 절실한 상황이다. 고독에서 근무한 긴 세월 동안 난 이토록 내가 무능력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우리의 처지를 기억해라.”

“죄,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멜커를 설득한 베믈리오가 말없이 코르브스를 바라보았다.

설명해 보라는 듯한 눈빛.

코르브스는 당당하게 말했다.

[너희 달리기가 느려서 동력실 못 따라잡는 거잖아. 내가 태워 줄게.]

교정관 중 하나가 신음을 냈다.

하지만 코르브스의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이었으니.

이 자리에 있는 자들 모두 인간의 한계를 돌파한 육체였지만, 넓디넓은 고독의 본관에서 동력실 하나를 찾아 헤매기엔 부족한 감이 있었다.

“네가 우릴 태워 준다고?”

[그래. 그리고 원탁 놈들이 가로막는 것도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야.]

현재 벌레 종족이 복도를 뒤덮고 있었다.

그걸 어느 정도 이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말만 따라서 해. 그럼 동력실을 점령할 수 있다.]

“서기관님…….”

멜커가 정말 저 까마귀 말대로 할 거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베믈리오는 더 이상은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네 말대로 해 보지.”

[탁월한 결정이야. 그럼 준비해. 분신체를 더 가져올 테니. 벌레들에게 협력도 요청해야 하고.]

“벌레들?”

[걔네가 여기 다 먹고 있는데, 아직도 못 만난 모양이네. 하긴 이 복도가 여간 넓은 곳이 아니니.]

푸드덕!

까마귀 분신이 베믈리오의 어깨에 올라앉았다.

.

.

.

코르브스의 분신체 중 후삭의 근처에 놓았던 분신체가 반응했다.

까마귀 한 마리가 후삭의 머리 위로 내려오면서 소리쳤다.

[야이, 벌레 새끼야! 내 말 좀 들어 봐!]

후삭은 깜짝 놀라 검을 휘둘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