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수련 (2)
강탈의 탈라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약탈자 죄수들의 정점이자, 고독을 아우르는 삼대 거두 중 하나.
줄리안조차 위명으로만 따지면 한 수 접어 줄 정도였으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내인지 알기 어렵지 않았다.
아겔의 말에 탈라스는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그 모습에 노인은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내 정신을 조종하려는 건가?”
“…….”
“자네 세뇌 능력은 내게 전혀 통하지 않아.”
탈라스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겔. 후회할 소리 말고 내 요구를 받아들여라. 지금 내 수하들이 절지에서 남하하고 있다. 화산에 있는 죄수들도 이곳 정글로 향하고 있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전면전이다.”
협박성이 짙은 목소리에도 아겔은 전혀 영향이 없는 듯 뒷짐만 지고 서 있었다.
“우습구나, 우스워. 상황을 파악할 5년이란 시간이 있었는데, 이리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는가.”
고독은 5년 전부터 완전히 뒤바뀌었다.
새로운 죄수들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시스템도 사라졌다. 거기에 눈치가 있는 자들이라면, 고독의 직원들도 누군가의 편의를 확실하게 봐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바로 이 앞에 앉아 있는 노인이 자명했다.
협박이 통하지 않자, 탈라스는 실력 행사를 하려는 듯 검은 조끼 안에서 단검들을 꺼내 들었다.
“뭐, 어차피 그냥 보내 주리라곤 생각하지도 않았다.”
ㅡ.
소리가 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탈라스의 단검이 아겔의 목 앞으로 와 있었다.
타앙.
동시에 줄리안의 권총에서 나간 총알이 탈라스의 관자놀이를 뚫고 지나갔다.
전신이 개조된 듯 기계로 만들어진 탈라스의 신체가 철그럭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세뇌 능력으로 복종시킨 수하 중 한 명이었을 뿐. 죽은 자는 탈라스가 아니었다.
아겔이 혀를 찼다.
“뭔 친구들이 이렇게 분신술을 좋아하는지. 직접 나타날 배짱도 없는 겁쟁이들이구먼.”
아겔은 줄리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줄리안. 놈들이 몰려올 게다.”
“알았다.”
해가 천천히 지고 있었다.
아겔은 줄리안을 먼저 보내고, 몰려올 죄수들에 대비할 수 있도록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갔다.
.
.
.
.
해가 없어진 시각, 아겔과 줄리안은 높은 곳에 올라와 싸움이 벌어지는 곳을 구경했다.
줄리안의 마피아 클랜이 동쪽 화산에서 밀려오는 약탈자들과 맞붙고 있었고, 이오베를 위시한 정글을 관리하던 자들이 죄수들을 이끌고 절지에서 내려오는 자들 막아서고 있었다.
아겔은 정글 전체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에서 마치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영감.”
텁텁한 목소리가 아겔을 불렀다.
“왜 그랬는지 알고 있나?”
“…….”
줄리안의 질문을 아겔은 이해했다.
주술사 카흘탁과 격전을 치른 지 5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고독엔 파격적인 변화가 생겼다.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우선 고독의 죄수들을 괴롭히는 시스템이 없어졌고, 새로운 죄수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만 해도 평상시에 끔찍한 죽음이 가득한 고독에서 거의 탈바꿈했다고 봐도 좋았다.
문제는 약탈자 놈들이 왜 이제야 움직였냐는 거였다.
“아무 생각이 없진 않았을 텐데.”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구나.”
아겔도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이려면 진작 움직일 수도 있는 자들이 5년이나 지나 갑자기 싸움을 걸어온다.
그 어떤 심계가 담겨 있든 아겔의 입장에서는 사실 환영의 감정이 들었다.
그동안 쭉 아이들을 훈련해 놨는데, 그 성과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
아겔이 입을 열었다.
“줄리안. 너도 알겠지. 시간이 오면 전쟁이 날 게다.”
궐련을 입에 문 그는 드물게 잘생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어. 당신이 일으킬 전쟁이잖아.”
“아주 참혹하겠지. 난 그때도 네가 살아남길 바란다. 전에 내가 살려 주었던 것처럼.”
“……그래. 기껏 당신이 준 목숨인데, 죽을 때까진 살아야지.”
아겔의 메마른 목소리가 한순간 날카로워졌다.
“악마의 힘 없이 탈라스를 찾아내 죽일 수 있겠느냐?”
줄리안에게 내던져진 시험.
아겔의 지도를 받은 건 안톤과 아리세이아뿐만이 아니었다.
려홍, 이오베, 쿠라스크, 인듀라스, 심지어 바를라까지.
각자의 방법으로 아겔의 조언을 흡수하여 성장했고, 거기엔 줄리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기려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줄리안은 아겔의 지도를 받기를 자처했다.
악마의 힘이 다룰 수 없게 된 줄리안은 이전보다 훨씬 약해졌으니까.
하나 5년의 끈질긴 시간을 견디니, 과연 그때보다 약하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궐련을 떨어뜨려 발로 비벼 끈 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거면 되나?”
“고작 그거라고 말할 자신이 있느냐? 사흘 주마.”
“너무 짧아. 놈은 세뇌 능력자라서 분신이 많지. 일주일은 줘야 해.”
“닷새 주겠다.”
줄리안은 자신의 리볼버를 살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면 먹게 밥이나 준비해 놔.”
“고얀 놈. 늙은이에게 밥이나 차리라고 하다니. 얼른 가기나 해라.”
탓.
발이 한 번 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줄리안이 사라졌다.
아겔은 혼자 남아 조용히 정글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악에 받쳐서 뿜어져 나오는 비명. 거친 호흡과 흙바닥이 패는 소리.
사람이 죽는 소리.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아겔에겐 모두 생생하게 들려왔다.
기나긴 시간 들어온 이 소리가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 거야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굳이 서로를 향해 검과 창을 빼 들 땐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위대한 무언가가 이 세상에서 조금씩 사라졌다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되돌리면 그만이지. 되돌리면 그만인데…….’
고요히 생각하던 아겔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떠올랐다. 혼자서 너무 많은 짐을 지고 가는 것 같다던 아리스의 말.
같이 짐을 질 순 없어도 가끔은 털어놔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문득 그를 괴롭혔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짐에 관해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말해 주지 않았던 아겔이었다.
왜 그랬을까.
베르미스처럼 믿을 만한 벗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저도 모르게 생겨난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그랬을까.
그 어느 쪽이든 아겔은 자신에게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도움을 청할 생각은 못 하고. 혼자서 이리 멀리 왔구나.’
어차피 지나 온 시간은 돌이킬 수 없지만, 가끔은 짐을 나눌 사람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강하든 약하든 무언가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건 꽤 심적인 안정이 드는 일이었으니.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지쳤던 걸까. 지나 온 시간은 찰나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여태껏 힘을 위해 달려왔지만, 사실 그를 괴롭혀 온 건 능력이 없음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나도 나 혼자 존재했던 게 아니었거늘.”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되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사지에 뛰어드는 건 자신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아이들이 걸어 나갈 길에 짐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니.
저들끼리 서 가는 법을 배워야 할 차례였다.
아겔은 조용히 싸움이 일어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 * *
“…….”
탈라스는 이틀째,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내던지는 놈들은 시간 벌이에 불과한 것들. 아겔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그의 할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병력 소모가 심했다.
이틀째 되는 날 저녁 즈음부터 갑자기 나타난 거대 지네 형상이 약탈자들을 말 그대로 박살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10만에 달하는 죄수들이 정글을 치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오직 한 명의 능력에 가로막혔다.
하늘을 지배하는 저 흉측한 지네들에게.
“빌어먹을.”
8급을 앞두고 있는 탈라스였고, 마음만 먹으면 지네 형상들을 물리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직접 나서서 싸우는 성격이 아니었다.
굳이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일을 정면에서 부딪혀 피해를 볼 생각은 없었다.
하늘을 점거하다시피 나돌며 수천 명의 약탈자 죄수를 한 번의 부딪침으로 쓸어버리는 지네들.
탈라스가 해야 할 일은 아겔과 직접 부딪치는 게 아니었다.
오직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빨리 와야 할 텐데. 이대로 가다간 또 아겔이 어디로 숨을지 모른다.’
일단 안전을 확보하려는 본능이 그의 몸을 움직였다. 탈라스는 전투를 지켜보던 숲에서 떠나 절지로 돌아가려 몸을 돌렸다.
탕 소리와 함께 날아온 총알이 관자놀이를 노리지만 않았다면.
쾅!
기로 이루어진 탄은 탈라스가 빠르게 휘두른 단검과 부딪쳐 폭발을 일으켰다.
흙먼지가 우수수 솟아났고, 탈라스는 그 속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장신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줄리안.”
“생각보다 금방 찾았군. 너답지 않았어, 탈라스.”
주황색 눈동자가 흙먼지 속에서도 빛났다.
“숨는 건 영감과 비슷한 지경인 네가 이렇게 대놓고 있을 줄이야. 5일이 아니라 영감 말대로 3일이면 충분했겠군.”
탈라스의 본체를 아는 몇 없는 죄수 중 하나인 줄리안이었기에 제대로 그를 찾아내었다.
그가 자신을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탈라스가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낫을 들었다.
세뇌 능력을 가진 탈라스는 자신이 복종시킨 대상으로도 줄리안이 접근하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탈라스의 심경은 복잡해졌다.
낫을 들고 싸움을 대비하는 모습에 줄리안이 헛웃음 소리를 냈다.
“쥐새끼가 도망갈 생각은 안 하고 날 물려고 하는구나.”
“큭큭, 날 쥐새끼라고 말하는 건 오직 너밖에 없을 거다.”
탈라스의 진짜 몸은 그리 키가 크지도 않고, 싸움에 특화되어 보이지도 않았다.
오직 강력한 세뇌 능력과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만한 무력 수준만으로 고독의 정점에 오른 사내.
겉모습은 키가 작고 허리가 구부정해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외형으로 판단할 수 없는 남자였다.
백색의 눈을 한 탈라스가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오랜만에 겨뤄 볼까, 줄리안. 그동안 너만 강해졌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란 걸 가르쳐 주지.”
탓.
자기 몸보다 기다란 낫을 두 손으로 들고 덤벼오는 탈라스.
줄리안은 일단 뒤로 물러서면서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세뇌 능력이 치중된 힘을 가진 탈라스라도 낫에 한 번 걸리면 몸이 두 동강 나는 건 똑같았다.
작고 구부정한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리볼버에서 불이 뿜어졌다.
쾅! 쾅! 쾅!
탈라스는 요리조리 폭발을 피하며 빠르게 접근했다.
“악마의 힘이 있었을 때도 나와 결판을 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과연 어떨까?”
“…….”
“어떻게 살아났는지 모르지만, 약탈자에서 탈퇴한 이상 넌 내가 직접 죽여 주마. 사지 하나하나 뜯어서 고통에 몸부림치게 해 주마.”
“혓바닥이 길다.”
접근 속도가 빠른 탈라스는 낫으로 줄리안의 전신을 그어 버렸다.
채앵-!
귀가 찌르르 울리는 듯한 금속성이 들렸다.
리볼버를 들어, 낫을 쳐 낸 줄리안은 그대로 근접전을 이어 갔다.
탈라스가 따라붙는 속도를 역이용해 가슴에 팔꿈치를 찔러 넣었고, 탈라스는 몸을 틀어 회피하는 동시에 한 손으로 줄리안의 눈을 노렸다.
비겁한 수였지만, 줄리안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고개를 숙여 손가락을 피했다.
발로 탈라스를 밀어 떨어뜨린 줄리안은 그대로 다시 숲을 향해 내달렸다.
근접전에선 줄리안에게 승산이 높지 않았다. 놈의 세뇌 능력은 가까울수록 효과가 증폭하기도 했으니.
줄리안이 멀어짐에도 탈라스는 여유롭게 그를 쫓아갔다.
숲의 전경에서 모습이 사라졌음에도 탈라스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찾아왔다.
“네가 나에게 홀로 찾아온 것부터가 실수다, 줄리안. 이미 시작되었어.”
흠칫 놀란 줄리안이 자리에서 멈춰 섰다.
오른쪽 허벅지가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힘이 들어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따라붙은 탈라스의 낫이 그의 머리 위를 베고 지나갔다.
쾅!
리볼버를 바닥에 쏴 폭파시킨 줄리안은 흙먼지 속으로 몸을 숨겼다.
탈라스의 말대로 그의 세뇌 능력이 줄리안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의 세뇌 능력은 몸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
그나마 줄리안이라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약자들은 몸의 주도권을 전부 빼앗기고 정신까지 탈라스의 손아귀에 잡혀 버린다.
혹은 육체의 주도권만을 가져가고 정신은 멀쩡히 놔둔 채로 상대방을 괴롭히기도 하는 탈라스였다.
자신의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탈라스의 명을 수행하다 보면, 정신은 망가지고 결국 인형과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린다.
탈라스는 그렇게 사람을 망가뜨리길 좋아했다.
줄리안의 시선이 탈라스에게 고정되어 있을 때, 나무 사이에서 커다란 도끼가 날아왔다.
째앵-!
리볼버로 도끼를 쳐 냈지만, 뒤로 밀리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줄리안은 나무 사이에서 나오는 거구를 노려보았다.
“안톤…….”
무기술사 안톤. 아겔의 수족인 그가 탈라스에게 세뇌당한 채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당한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쩌저적.
차가운 한기와 함께 아리세이아가 나타났고, 눈이 돌아간 쿠라스크와 이오베까지 나타났다.
그들의 눈은 전부 백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짧은 시간, 탈라스가 혼란한 싸움을 틈타 약탈자들 속에서 그들을 세뇌한 것이었다.
낫을 든 탈라스가 씩 웃었다.
“내가 괜히 너에게 덜미를 잡힌 줄 알아? 다 믿는 게 있으니까 그렇지.”
그는 앞으로 나오는 4명의 죄수 뒤로 몸을 숨겼다.
줄리안이 든 권총은 변함없이 탈라스를 겨냥하고 있었다.
“호오, 쏠 수 있겠어? 그럼 이놈들이 죽을 텐데?”
“내가 못 죽일 줄 아나.”
탈라스는 확신하는 표정을 지었다.
“넌 절대 이놈들을 못 죽여. 그 나약해 빠진 정신 때문에 마피아 클랜이라는 짐 덩이들을 짊어지고 있는 거니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저딴 쓰레기들은 그냥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라 생각하면 간단한 것을.”
“한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자조적인 웃음을 지은 줄리안은 자신의 죄가 적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속죄할 길은 없다.
그저 그 사실을 가르쳐 준 노인 한 명만이 지금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영감을 다시 만나고 나서 자신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다는 걸 아는 줄리안이었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거지. 그러니까 네게 진정한 친구가 없는 것이다, 탈라스. 친구 하나도 없는 불쌍한 녀석.”
“…….”
주황색 눈동자에 동정의 빛이 어리자, 탈라스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감히 네가 날 동정해……? 그 누구도 내게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없다. 찢어 죽여 주마.”
극도로 분노한 탈라스가 손을 들자, 4명의 죄수가 줄리안에게 달려들었다.
세뇌당한 안톤과 쿠라스크가 전면에서 그를 압박하고, 아리세이아와 이오베가 절묘한 각도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해 왔다.
“이런 멍청한 것들…….”
아겔의 지도로 이제 막 7급에 올라선 이들이었지만, 정신적으로 나약하기 그지없다.
고독의 정점에 오르려면 단단한 정신력은 필수. 이들은 아직 그런 부분에서 훈련되지 않았다.
선배로서 후배들을 교육할 필요성을 느끼는 줄리안이었다.
“힘이 세진다고 다가 아니다, 멍청이들아. 영감탱이가 말 안 하던가?”
이제 7급으로 올라선 이들과 줄리안의 사이에는 아득한 격차가 있었다.
같은 급수라고 간단히 무마할 수준이 아니다.
문득 줄리안은 왜 아겔이 자신을 여기로 보냈는지 예상이 갔다.
확실친 않지만, 요즘 이놈들이 하는 수련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줄리안의 주황색 눈동자가 빛났다.
“영감을 대신해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마. 이제 실전이다.”
악귀 같은 얼굴을 한 줄리안이 네 사람에게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