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169)화 (170/186)

169화 악마를 믿는 자들 (2)

“네, 네가 누군지 몰라도 여긴 어둠의 사도께서 머무시는 곳. 난 절대로 신전이 있는 곳을 알려 주지 않을 것이다…….”

경비 대장인 마물 인간은 두려워하면서도 과장되게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봐라…… 이 광야를. 끝없이 펼쳐진 이곳에서 넌 길을 찾지 못하고 영원히 헤맬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이 행성은 오로지 광야뿐이었다.

아겔은 턱수염을 가다듬었다.

꽤 강단이 있는 친구였다. 그저 사로잡혀 와 신도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악마를 숭배하는 듯했다.

강자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을 수 있는 건 악마를 신앙하기 때문이리라.

문제는 없다. 가르쳐 주지 않으면, 강제로 알아내면 그만이니까.

“내 평생 길치였던 적이 없지. 길도 못 찾고 방황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 없다네. 그러니 날 좀 도와주게.”

“엇…….”

눈 깜짝할 새, 아겔의 손이 그의 목을 쥐게 되었다.

마물 인간은 주름진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손가락 하나 떼어 낼 수도 없었다.

“컥… 컥……!”

순식간의 그의 내면을 파고든 아겔은 신전으로 가는 길을 찾아냈다. 거기에 이 행성에 관한 정보도 조금.

경비 대장의 기억을 읽은 아겔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호오. 이래서 가르쳐 주지 않으면 못 간다고 한 게군.”

“끄으으으…… 안… 돼…….”

마물 인간은 숨을 다해 축 늘어졌고, 아겔은 시체를 옆으로 툭 던졌다.

“알려 줘서 고맙네.”

길을 알아낸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아겔은 바로 신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날개로 날아가진 않았고, 일단 걸었다. 빨리 간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

아겔의 눈에 이 행성의 풍경이 들어왔다.

눈을 되찾고 새로운 곳에서 본 풍경은 썩 마음에 드는 모습은 아니었다.

“삭막하구먼.”

흔히들 말하는 마계가 있다면, 바로 이 행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한 곳이었다.

거뭇하게 죽어 척박한 땅과 생기가 있는 풀은 거의 보이지 않는 광야. 항성의 빛도 잘 비치지 않는지 어두컴컴한 행성이었다.

마물 인간의 기억을 돌아보면,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긴 했다.

음행의 사도가 납치해 온 사람들. 그들은 자력으로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악마를 찬양하다가 제물이 될 운명에 갇힌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악의적이게도 행성 대부분이 광야일지언정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 만한 기온이 유지되는 행성이었다.

그들은 성좌를 믿는 이들과 달리 소망 따윈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겔은 광야 군데군데 솟아 있는 작은 언덕들을 돌아보았다.

그사이 혹은 언덕 위에서 자신을 슬쩍 훔쳐보고 물러나는 기척이 느껴졌다.

아마 음행의 사도가 이 행성으로 납치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에게선 싸우려는 의지도, 적의도 보이지 않았다.

신경 쓰지 않고 걸었다. 싸움을 걸어올 것도 아닐 테니, 딱히 저들과 엮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아겔의 생각과는 다르게 저쪽에서 먼저 접근해 왔다.

광야에 듬성듬성 자라는 식물들로 엮은 옷을 입은 자들. 초췌하고 퀭한 모습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마을을 지키는 전사들이어서 그런지 독기가 있었다.

그중 제일 큰 전사가 아겔에게 다가왔다.

“멈추시오.”

아겔은 그의 말대로 멈추었다.

“무슨 일인가?”

“이곳은 우리 마을의 영역이오. 어서 나가시오.”

“가는 곳이 있는데, 꼭 지나가야만 한다네.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을 테니, 날 보내 주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는 아겔이었지만, 전사의 태도는 강경했다. 

“안 되오. 두 번 다시 말하지 않겠소. 나가시오.”

아겔은 잠시 턱수염을 가다듬으며 전사들을 돌아보았다.

대부분 마른 잔근육만 남아 있는 몸에 광야의 회색 흙을 덕지덕지 바른 자들이었다.

이곳은 광야이기에 농사로 생존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이들은 마물을 사냥해 식량으로 섭취했을 것이다.

마물 사냥에 나서는 전사들마저 퀭하고 마른 모습이니, 마을 사람들은 얼마나 더 참혹한 상황일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까 읽었던 마물 인간의 기억으로 보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환경에 놓여 있었다.

식량과 생존 경쟁.

마을 단위로 영역을 두고 있는 이들은 각 마을을 습격해 식량을 빼앗기도 한다.

음행의 사도가 이들을 납치해 온 이유 중 이들이 살기 위해 싸우고 서로를 죽이는 처절한 삶의 고통을 보고 즐기기 위한 것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겔이 말했다.

“그럼 이건 어떤가. 나와 거래하는 걸세. 내가 먹을 만한 마물을 잡아다 주겠네.”

“뭐라……?”

대장 전사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었고, 뒤에선 전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 늙은이. 마물을 잡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전사 수십 명이 덤벼도 멧돼지 마물 하나 잡을까 말까인데, 늙은이가 어떻게…….

어수선한 분위기를 대장 전사가 목청을 높여 정리했다.

“입 다물어라!”

-…….

그래도 기강은 확실히 잡고 있는지, 전사들이 한순간에 닥쳤다.

대장 전사는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은 흔들리는 모습.

성정이 대쪽 같아 보이는 그가 흔들릴 정도면, 마을의 상황이 타인의 손을 빌려야 할 만큼 처참한 듯했다.

이윽고 경계의 눈빛을 한 대장 전사가 아겔을 바라보았다.

“좋소. 만약 우리 마을 전체를 배 불리고도 남을 마물을 잡아 온다면, 지나가게 해 주겠소.”

아겔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럼, 그 내용으로 나와 거래한 걸세. 나는 마을 사람 전체를 먹일 수 있을 마물을 사냥해 오고, 자네들은 내가 이곳을 지나가도록 허락하는 것. 약속을 어기지 않길 바라네.”

왠지 모르게 날카롭게 정리하는 아겔의 말투에 대장 전사는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아겔은 그대로 뒤돌아 걸어온 곳으로 다시 발을 옮겼다.

찬찬히 걸어가는 모습에는 여유가 느껴졌다.

그 자리에 남은 전사들이 대장에게 다가와 수군거렸다.

-대장. 이상한 자입니다.

-믿을 수 없어요.

-그냥 습격해서 죽이죠.

대장 전사는 고개를 저었다.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 눈이 검은 자다. 저런 눈을 가진 자는 처음 본다. 그리고 노인이다.”

이 행성엔 노인 따윈 없다.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이 된 자들은 이미 전부 제물이 되어 버렸으니.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저 노인이 누군지 파악해야 한다. 두카, 실립스. 추적해라.”

-예.

명령을 받은 전사 두 명은 곧바로 땅에 엎드려 빠른 속도로 기어갔다.

거의 달리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나아가는 두 전사를 보며 대장 전사는 팔짱을 꼈다.

.

.

.

아겔은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음행의 신전으로 가는 길을 전사들이 막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면, 아겔은 주저 없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그들을 밀어내고 나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악마의 신전은 그렇게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신전이 어딜 가는 것도 아니니.’

초조해야 할 자는 아겔이 아니었다.

검은 눈동자에 광야의 모습이 한가득 담겼다.

넓은 광야에서 마물을 어떻게 불러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아겔은 단검을 꺼내 자신의 팔목을 죽 그었다.

뚝. 뚝. 뚝.

팔목을 타고 흐르는 피.

충분한 양의 피가 흐르게 둔 아겔은 손으로 상처를 훑었다. 핏자국은 남았지만, 단검으로 그었던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아겔은 흙바닥에 피를 뿌리고 조용히 기다렸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벌써 마물들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작지만, 수많은 개체가 무리를 이룬 것부터 제각각 영역을 가진 힘 있는 놈들까지. 생김새도 놈들이 지닌 굶주림도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마물들은 쉽사리 아겔에게 달려들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위험을 감지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마치 뭐가 더 올 것이 있는 건지.

아겔이 마물들에게 말했다.

“아니다 싶으면 가거라, 미물들아.”

핏물이 떨어진 주위로 아겔이 설렁설렁 걸어 다니자, 마물들은 유지했던 거리에서 슬슬 물러났다.

그리고 진짜가 모습을 드러냈다.

쿵쿵…….

코끼리 세 마리는 합쳐 놓은 듯한 덩치를 가진 마물이 피 냄새를 맡고 다가왔다.

크르르르르…….

악어, 민물고기, 표범. 머리가 총 3개 달린 괴물은 사자 같은 하체로 이족 보행을 하는 놈이었다.

놈이 등장하자 근처에 있던 마물들은 줄행랑을 쳤는데, 아마 이 구역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마물인 듯했다.

덩치도 적당하고, 꽤 괜찮은 놈이 나왔기에 아겔은 싸울 준비를 했다.

“놈. 참 꼬치 해 먹으면 맛있겠구나.”

“크르르륵……!”

제 구역을 침범한 인간에게 화가 잔뜩 났는지, 마물이 달려들었다.

아겔은 놈이 달려드는 순간, 로드먼과 싸울 때를 떠올렸다.

수많은 빛의 창을 소환해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쏟아붓는 공격.

아겔은 반대로 해 보기로 했다.

“엉덩이 조심하거라.”

푸확!

주름진 손을 까닥거리자, 거대한 어둠의 창 하나가 땅을 뚫고 솟아올라 달려오던 마물을 꿰어 버렸다.

-키에에에엑……!

마물은 비명을 지르며 창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어둠의 창은 땅에서 솟아오른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전신이 아래에서 위로 관통된 것치고 수십 초는 버티는 마물이었지만, 결국 철철 흘러내리는 출혈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과연 이 영역의 주인 노릇을 하는 놈이라 즉사하진 않았지만, 아겔에겐 그리 감흥 있는 싸움은 아니었다.

사냥은 딱히 취미가 아니었기에 단번에 끝내 주었다.

어둠의 창을 소멸시킨 아겔은 철퍼덕 쓰러지는 마물 시체를 잠깐 살피다가 말했다.

“이 정도면 되겠는가? 구경 잘했으면, 와서 마을까지 옮겨 주게. 늙은이 혼자서 옮기기엔 벅차구먼.”

“…….”

땅을 기어 아겔을 추적해 왔던 전사 2명이 말없이 일어났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미약한 경외심이 서려 있었다. 두 전사 중 하나가 길게 휘파람을 불었고, 저 멀리서 전사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아겔은 뒷짐을 진 채로 전사들을 따라 마을로 입성했다.

* * *

“이거 참 경사 났군, 경사 났어!”

마을 촌장쯤 되는 젊은 중년 남자가 마물을 익히는 커다란 불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마을의 젊은 청년들도 익어 가는 고기 앞에서 춤을 추었는데, 아겔은 딱히 흥겹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저 그들이 준 음료만 홀짝였다.

“맛이 어떻소, 노인장. 이 광야에서 구하기 참 어려운 음료요.”

“괜찮구먼. 목을 축이기에 좋네.”

“껄껄, 좋아해 주니 나도 기분이 좋소. 모두 더 즐겁게 춤춰라!”

촌장의 말에 따라 청년들은 더욱 열성적으로 춤을 췄다.

아겔은 음료를 홀짝이며 마을을 둘러보았다.

어린아이들은 마을에서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늙었다고 생각할 만한 노인들도 마찬가지. 이곳에는 대략 남녀 관계의 절정의 때를 이루는 나이대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이유는 몰라도 아마 다른 마을들도 마찬가지일 테다.

촌장이 춤을 멈추고 아겔이 앉아 있는 통나무 곁에 와 덩달아 앉았다.

“참으로 고맙소. 우리 마을을 괴롭히던 아주 못된 마물이었는데, 이렇게 잡아서 식량 삼게 될 줄이야. 외지인이지만, 극진히 대접할 테니 편하게 지내시오.”

“어차피 내일 떠날 테니, 신경 쓰지 말게.”

이곳에도 밤은 있는지, 광야가 굉장히 어두워졌다.

아무리 밤눈이 밝은 사람이라도 지도가 없다면 길을 찾기 어려울 만큼 어두웠다.

물론 아겔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간청으로 딱 하루만 머물고 가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 밤, 마을의 구역을 지나간다고 해도 신전에는 도착하지 못할 테니 이곳 분위기나 살피려는 셈이었다.

“그나저나 노인장은 도대체 어디서 오신 분이시오? 이 근처에서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아겔은 턱수염을 만지며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대충 짐작했겠지만, 난 이 행성 사람이 아니라네. 외계의 행성들을 돌아보는 게 취미라 둘러보고 있는 게지.”

“아하, 그렇군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지만, 촌장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듯했다.

아겔도 딱히 그가 속아 넘어가리라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어차피 대놓고 추궁하진 못할 테니.

마을 촌장이 웃음을 지었다.

“노인장은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으실 테니, 적당한 때에 아무 데나 들어가서 잠을 청하시오. 우린 오랜만에 있는 경사라 밤을 새울 것 같소.”

“배려해 줘서 고맙네. 늙어서 젊은 친구들과는 세대 차이가 난다는 건 알고 있지. 방해하지 않을 테니, 마음껏 노시게.”

아겔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자, 마을 청년들이 전부 감사 인사를 했다.

주름진 손을 들어 휘휘 저은 아겔은 정말 아무 집 중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촌장이 마을의 젊은 처자 중 하나를 불렀다.

그녀는 살짝 두려운 얼굴로 촌장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촌장이 그녀의 목을 붙잡고 조용히 귓가에 말했다.

“노인의 밤 시중을 들어라. 그리고 죽여라.”

“……알겠습니다.”

여자는 긴장했는지 심하게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한쪽으로 물러갔다.

그녀가 물러가는 동시에 대장 전사가 다가와 촌장에게 말했다.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무려 스락스손을 잡은 노인입니다. 이 근처 전사 중에 스락스손, 혹은 그에 준하는 마물을 잡은 전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촌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라. 저런 걸 잡아다 제물로 바쳐야 사도께서 더욱 즐거워하시지 않겠느냐. 너는 신전 수호자들에게 연락해라. 큰 제물이 왔는데,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말이다.”

대장 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촌장님.”

.

.

.

짚 같은 것이 대충 깔린 집안에 아겔은 편하게 누웠다.

잠. 그런 건 힘을 되찾은 이상, 필요 없는 일이었다.

내면의 어둠도 끝까지 걸었으니, 사실상 아겔은 잠잘 시간에 딱히 할 만한 일이 없었다.

그저 내면으로 들어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구경하는 게 전부였다.

부스럭.

누군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아겔은 상체를 일으켜 들어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젊은 여인. 그것도 노골적인 의상을 하고 들어온 여인은 긴장한 듯이 아겔 앞으로 다가왔다.

식은땀도 조금 흘리고 있었다.

“밤 시중 들러 왔습니다.”

아겔이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네. 피곤하니 나가게.”

짧고 싸늘한 축객령에 심장 소리가 들릴 만큼 그녀가 긴장한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밤 시중을 들지 못하면 죽거나, 해코지를 당하는 듯했다. 그러나 아겔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젊은 여인은 허겁지겁 다가와 아겔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드, 들어주세요, 노인장. 마을 사람들이 저를 죽이려 합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흑흑…… 저 좀 살려 주세요…….”

갑자기 오열하며 아겔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젊은 처자.

아겔은 손을 들어 그녀의 뒤통수를 쓸어내렸다.

“쉬이…… 진정하게.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도 있으니.”

“흑흑…….”

아무래도 오늘 밤에는 이 여인을 내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고 말이다.

결정적으로 이 여인.

젊은 여인이 내뱉는 숨에서 아겔은 거짓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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