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180)화 (181/186)

180화 공좌 (2)

마물의 역겨운 육체가 점점 그 크기를 부풀려 나갔다. 끝도 없이 커지는 몸체에 아겔은 빛의 날개를 펼쳐 하늘로 물러나야만 했다.

파아앗……!

크록투스의 몸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솟아오른다. 빛의 사도들이 사용하는 날개처럼 찬란한 그 날개는 몇 번의 날갯짓으로 그의 몸을 하늘로 띄웠다.

쿠구구구궁……!

몸만 커지는 게 아니라, 무게와 질량도 변해 갔기에 대지가 진동했다. 거대하게 솟아오른 놈의 육체가 땅을 후려쳤다.

콰가가강……!

날개로 날아올라 피하지 않았으면, 더러운 진흙의 파도처럼 밀려오는 놈의 육신에 깔려 버렸을 것이다.

놈의 육신은 끝도 없이 크기를 부풀렸고, 광야와 같은 대지를 완전히 집어삼킬 듯 끊임없이 커졌다.

아겔은 잠자코 놈이 팽창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기본적으로 공좌는 ‘암계(暗界)’에 머문다. 놈이 지금 몸을 부풀리는 이유는 암계에 있는 본체의 힘을 끌어 올리지 못하기에 초장부터 전력을 다하려는 것이었다.

아겔이 검은 쇠사슬로 현세에 강림한 녀석의 영혼이 암계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았으니, 이게 놈의 최선의 수였을 것이다.

크록투스의 몸을 차지한 아겔은 대기권 근처로 날아갔다.

멀리서 내려다보니, 벌써 행성의 반을 뒤덮은 마물의 역겨운 육신이 눈에 들어왔다.

공좌가 억지로 만들어 낸 육체는 가히 악의적이었다.

팔다리가 제멋대로 달려 있고, 남녀의 중요 부위도 이곳저곳에 끔찍한 모습으로 돌출된 마물의 육신.

마물의 뿔과 머리, 손가락, 발가락, 쩍 벌려진 입과 탐욕스러운 혓바닥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구토를 자아내게 만들 수도 있는 광경이었으나, 아겔은 담담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잠시 놈이 커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아겔은 크록투스의 몸 상태를 살폈다.

반딧불 같던 내면의 빛이 이제는 전구보다는 커져 있었다.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이것이 나흘만의 성과라면, 크록투스는 정말로 이 행성에서 보냈던 순간마다 끔찍한 고통을 견뎠을 것이다.

고통을 견뎌야만 그에 걸맞게 강해지는 법이니까.

'내 영혼 보는 눈이 아직 괜찮구먼.'

일찍 오길 잘했다. 하루만 늦었어도 이 괜찮은 녀석을 악마에게 빼앗길 뻔했으니.

그럼, 이제 그 성과를 확인해 볼 시간이었다.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냐.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 줘야겠느냐.”

아겔의 말에 검은 사슬에 구속된 한 여인의 형상이 역겨운 마물 육신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만 해도 아파트만 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살의가 감도는 붉은 눈으로 아겔을 쳐다보았다.

[입 닥쳐라, 기만자여. 이제부터 시작이다.]

쿠우웅……!

마물의 육신에서 빠져나온 아파트 건물만 한 촉수들이 아겔을 향해 솟구쳤다.

아겔은 크록투스의 몸이 완전히 자신의 통제 아래 들어온 감각을 느끼며, 그 거대한 촉수들을 피했다.

빛의 날개는 공중에서 신속하게 방향을 전환하여 몰려오는 촉수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생각 외로 날개로 움직이는 게 즐거운지 아겔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

고독에 있을 땐, 매일 복도의 어둠만을 걸어가야 했는데.

아겔은 눈앞으로 다가오는 촉수를 피하지 않고 아래로 화살처럼 날아갔다.

그의 몸이 천천히 빛에 휩싸이며 타올랐다. 화살에서 하나의 유성으로 변한 아겔의 전신이 촉수와 그대로 충돌했다.

퍼버버버벅!

촉수의 중앙을 관통하자, 마물의 육신은 힘없이 갈라져 불타올랐다.

땅으로 쿵쿵 떨어진 마물의 육신은 단단한 광야의 땅을 박살 낼 만큼 무거웠지만, 크록투스의 빛을 견디지는 못했다.

[참으로 하찮은 빛이구나!]

이제 겨우 촉수 하나를 뭉개 놨을 뿐. 아겔이 다시 하늘로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촉수들이 몇 개나 자라나 그가 솟아오르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두꺼운 촉수들이 옆으로 쫙 펴지며, 아겔을 가두려는 듯 돔 형태로 전개되었다.

텅……!

아겔이 촉수 사이를 통과하기 전, 구체의 마지막 입구가 닫혔다. 그리고…….

쩌적……! 쩌저저저적! 

마물의 육신에 점점 금이 갔고, 그 깨진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역겨운 돔 정중앙을 가르는 위태로운 균열이 생겼고, 그곳에서 빛이 폭발했다.

------------!!!

폭발은 근방 수십 킬로미터를 크레이터처럼 만들어 버렸다. 터져 나간 공기가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보다 빨라 지상을 쓸어 버린 뒤에야 천둥 같은 소리가 땅 위를 내달렸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지상이 초토화되는 와중, 작은 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다시 하늘로 돌아온 아겔은 아래에 있는 놈의 상태를 살폈다.

‘역시 이 정도로는 무리인가?’

한 번의 폭발로도 아직 음행의 공좌가 만들어 내는 육체는 건재했다.

아파트만 한 더러운 음녀는 이죽거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날파리 같은 것에 빙의하더니, 이게 끝인가? 본체는 어디에 있느냐, 아겔라스토스. 내가 무서워서 꼭꼭 숨겨 두고 있나?]

“주제도 모르고 나불거리는구나.

아겔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곧 눈을 뜨고 바라보기도 어려울 정도의 광원이 떠올랐다.

마치 태양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겔은 빛났다. 태양은 지상으로 추락했다.

음행의 공좌는 황급히 육체를 끌어 올렸다. 마물들로 이루어진 진흙 같은 육체가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태양의 속도는 아까보다 현저히 느렸다. 그러나 그 무게감만큼은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푸화아아악---!!

음녀의 형상을 보호하기 위해 몰려든 육신의 파도를 집약된 빛 에너지의 밀도만으로 파헤쳐 버리고, 방어막 없이 그대로 노출된 공좌의 육신을 태양이 내리찍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생각 외로 고통이 심했는지, 음행의 공좌가 비명을 내질렀다. 주위에 이 비명을 듣는 생명체가 있었다면 머리가 터져 나갈 수준의 정신적인 비명이었다.

한 차례 비명만으로 땅의 먼지가 일어났다. 

아겔은 빛을 거두고 다시 물러났다.

완전히 짓눌린 마물-육신의 파도. 이번엔 마물의 육신을 복구하기 조금 어려운지 회복이 더뎌 보였다.

군데군데 불길에 휩싸인 육신은 꿈틀거리며 방금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뒷짐을 진 아겔은 음행의 공좌를 내려다보았다.

“보여 줄 재주가 몸을 부풀리는 것밖에 없는 게냐. 탐식이랑 다를 게 없구나. 그나마 탐식은 말이라도 잘 들었다.”

뭉개진 얼굴을 한 여인의 형상이 한껏 타오른 마물 육신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붉어진 눈에는 광기가 휘감겨 있었다.

[킥킥킥, 킥…… 내, 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쾅! 콰아앙-!

아직 멀쩡한 거대한 마물의 육체가 땅을 뚫고 깊숙이 들어갔다. 촉수들이 땅을 뚫고 들어가니, 광야가 쩍쩍 갈라지며 낭떠러지들이 생겨났다.

쏟아져 내리는 마물의 육신은 먹이를 탐하듯 게걸스럽게 행성 내부로 침투했다. 행성의 핵을 먹어 치우려는 것이었다.

“음…….”

아겔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크록투스의 힘으로는 놈이 행성을 먹어 치우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당장 놈의 몸도 단숨에 쪼갤 정도는 아니었기에.

방금의 일격으로 크록투스의 힘은 거의 소진하였기에 빛의 날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한계였다.

“그럼…….”

아겔은 크록투스의 내면에서 빠져나왔다.

본체로 돌아온 아겔은 점점 가까워져 가는 행성을 바라보았다. 크록투스의 몸을 조종하면서도 고독에 있는 본체를 이곳으로 가져온 것이다.

의식을 되찾은 크록투스가 기겁을 한 표정을 했다.

“허억……! 어르신? 여긴……?

가파른 숨을 내쉬는 크록투스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상태였다.

자신이 빛의 날개를 펴 대기권까지 올라왔다는 것과 옆에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아겔이 서 있는 것에 놀란 모양이었다.

거기에 힘이 거의 소진되어 있기도 했고.

아겔은 태연하게 물었다.

“잠은 잘 잤나?”

“헉헉…… 제가 꾼 꿈이 다 실제였나 보군요.”

빙의를 당한 상대방은 꿈처럼 현실을 인식하곤 했다. 아겔이 크록투스의 몸을 조종할 때 겪었던 일들이 꿈처럼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빛의 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른 것도, 하나의 작은 태양이 되어 공좌의 육신을 불태워 버린 것도 선명하게 보았을 것이다.

크록투스는 제 손을 쥐락펴락했다. 그 손바닥 위에서 빛이 깜빡거렸다.

“제게 이런 힘이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잘 다루는 연습만 하면 될 걸세. 더욱 정진하게나.”

안색이 좋지 않긴 했지만, 크록투스는 조금 밝아진 얼굴을 했다.

“그럼, 시험은 통과한 겁니까?”

“시험?”

아겔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크록투스가 설명했다.

“닷새 동안 이 행성을 정화하라고 했잖습니까.”

딱히 할 말이 없어서 크록투스를 미끼로 던져 두기 위해 해 본 말이었는데, 이 친구는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아겔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지.”

“가, 감사합니다……!”

크록투스는 감격한 듯 두 주먹을 쥐었다. 격하게 기뻐하는 것을 보니, 사실 넌 미끼였다고 사실대로 말하진 못할 것 같았다.

아겔은 머리를 긁적였다.

쿠웅……!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밑에서 커다란 소음이 들렸다.

크록투스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나저나…… 저게 바로 진짜 악마인 겁니까?”

“본체는 아닐세. 그건 암계(暗界)에 갇혀 있거든. 지금은 약한 상태라고 보면 되네.”

“저게…… 약해진 상태라고요?”

질량 보존의 법칙을 무시하는 것처럼 마물의 육신이 끊임없이 불어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형태가 역겨운 슬라임처럼 보이기도 했다.

거대한 슬라임은 행성 전체를 뒤덮을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커다란 지각을 부수고, 그 안으로 제 육신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고.

크록투스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얼굴로 말했다.

“놈은…… 제가 선망하는 빛의 사도님으로 위장하여 제게 접근했습니다. 하마터면 당할 뻔했습니다.”

“음행의 공좌는 환영과 정신 조작이 주 능력이라네. 아마 그녀를 좋아하는 자네 마음을 이용해 보려 한 것이겠지.”

크록투스는 조금 얼굴이 붉어졌지만, 굳이 부정하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군요…… 과연 음행의 악마답습니다. 그럼 공좌마다 그런 능력들이 있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각자가 전부 다르다네. 몰랐나?”

“악마마다 주 능력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음행의 공좌가 환영과 정신 조작에 능숙하단 건 몰랐습니다.”

크록투스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저 괴물을 막을 수 있는 겁니까?”

“일단 자네는 돌아가게. 휘말릴 수 있으니.”

크록투스에게서 조금 아쉬워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물론 그는 자신이 더 이상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건 아니었다.

상대가 누군가? 바로 악마다.

빛의 사도도, 어둠의 사도도 아닌 악마. 감히 덤벼들 상대가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아직도 자신의 힘으로는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것이다.

아겔이 말했다.

“언젠가는 자네 힘을 유용하게 쓸 날이 있을 테니, 상심하지 말게. 그러니 내가 정진하라고 말한 것일세.”

그 말에 크록투스는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빛의 날개를 펴고 순식간에 행성을 벗어났다.

더는 걸리는 부분이 없어진 아겔은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악마에게 침식당하는 행성을 내려다보았다.

* * *

카라이스만은 곁에 라반을 두고 아겔이 내려간 행성을 바라보았다.

이름 모를 행성은 이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였다.

카라이스만은 행성을 내려다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외계는 미탐사 지역이 많은데, 세크레툼이라 이름이 붙여진 행성이 있다. 음행의 신전이 그곳에 있었기에 이름이 붙여졌겠지. 아마 정부 내에도 배신자가 한둘이 아니겠군.’

상식적으로 외계에 있는 모든 행성에 이름을 붙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숫자나 알파벳으로도 말이다. 아직 미발견 행성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도 이름이 붙었다면, 그곳을 다녀간 누군가가 그 이름을 붙였다는 뜻. 그 정보가 버젓이 돌아다닌다는 건, 인류 안에도 악마의 하수인이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곁에 선 라반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것이 악마……”

카라이스만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악마를 처음 보는 겁니까, 라반?”

“마물은 예전부터 많이 봐 왔지만, 예. 악마는 처음입니다. 저런 형태이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저건…….”

라반이 솔직하게 자신의 감상을 말했다. 

“상상했던 것을 완전히 초월하는 그런 건 아니군요.”

“그래 봤자, 겨우 마물들의 육신으로만 이루어졌으니 그런 것 같네요.”

라반은 동의한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압도적입니다.”

이름 없는 행성을 악마는 먹어 치우고 있다. 땅을 부수고 들어가 그 안에 있는 핵을 삼키려는 모양이었다.

카라이스만이 질문했다.

“원래 저렇게 행성을 먹어 치우려는 게 일반적인 건가요?”

라반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용병으로 활동했을 시절에…… 마물들을 사냥했는데, 그중에서는 저렇게 뭐든지 먹어 치우려는 놈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놈들은 일반적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오랜 기간 활동해서 용병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붙은 녀석들이었죠. 이른바 ‘네임드’였습니다. 네임드 중에서도 전설적인 마물들이 행성을 먹어 치웠다는 기록도 있죠. 그런데…….”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행성은 아겔이 내려간 행성뿐만이 아니었다.

이곳 항성계의 모든 행성에 거대한 마물의 육신들이 슬라임처럼 자라나 행성을 침식하고 있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카라이스만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이거…… 후퇴해야 할까요? 조금만 더 있으면 고독까지 저 구역질 나는 마수가 뻗쳐 올 것 같은데.”

“고독을 옮길 방법이 없습니다, 주인님. 아겔라스토스가 아끼는 것 같던데…….”

“그럼, 응원하는 방법밖에 없군요.”

위태로운 미소가 기업가의 입꼬리에 걸렸다.

라반은 조금 떨떠름한 심정이었다. 비싼 가치를 위해라면 영혼이라도 걸린 도박을 할 사람이 바로 자신의 주인이었다.

그는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말이다.

카라이스만의 집착스러운 눈이 빛났다.

“파이팅입니다, 아겔. 악마를 잡을 정도라면, 내 모든 것을 당신에게 건 것이 후회로 남진 않겠죠.”

그의 응원을 들은 것일까.

그 순간, 아겔이 내려간 행성에서 검은색 거대한 무언가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형태는 가까이서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멀리서 보는 두 사람은 알 수 있었다.

“검……?”

“…….”

색깔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거대한 암흑의 검(瞼)은 질량 같은 게 없다는 듯이 빠른 속도로 휘둘러졌고, 악마에게 침식당한 행성을 두 동강 내버렸다.

폭발도, 눈부신 섬광도 없었다.

그저 두부 자르듯 행성을 반으로 뚝 갈라 버린 검은 아예 갈아 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남은 행성의 잔해를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