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늙은 죄수는 고독에 산다 (182)화 (183/186)

182화 공좌 (4)

근처에 해가 없어서 고독의 정글은 어둑했다.

오랜만에 혼자 남게 된 아겔은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렸다. 복잡한 감정이 이리저리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적막한 바다처럼 이내 출렁이던 물결은 잠잠해졌다.

냉정함을 되찾은 아겔이 눈을 떴다.

“왜 숨어 있는 겐가. 이미 들켜 놓고.”

“이런…….”

빙긋 미소를 지으며 나무 그늘 속에서 나타난 헤페만은 무도회장에서 봤던 것처럼 격식 있는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들켰군. 깜짝 등장 같은 걸 좋아해서 말이지.”

헤페만이 다가와 아겔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댔다.

“어디 아픈가? 손님 대접이 융숭치 못하군. 집도 어둑한 것이 귀신 들겠어.”

아겔은 고요히 눈을 뜨며 말했다.

“언행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좋을 걸세.”

“뭐……?”

그제야 평소와 미묘하게 분위기가 다른 분위기를 느낀 헤페만의 얼굴이 싹 굳어 버렸다.

사도의 권능 중 하나인 '악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시꺼멓게 물든 주변을 볼 수 있었다.

현실에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눈에는 찰랑거리는 검은 물결이 자신의 목 끝까지 차올라 있었다.

본능이 보내오는 위험 경고에 헤페만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이거 찾아오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군…….”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락날락하는 걸 좋아할 사람도 드물지.”

“하긴 그것도 그렇군.”

그는 손을 휘저어 더러운 오물로 만든 의자를 가져와 아겔 앞에 앉았다.

헤페만이 아예 자리를 잡고 앉자, 아겔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래도 그냥 돌아갈 순 없지. 용건 없이 찾아온 건 아니다. 볼일이 있어서 왔지.”

“용건?”

“그래.”

헤페만의 눈에 한순간 빛이 스쳤다.

“주인님께서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다.”

그가 말하는 주인이란 다른 게 아니었다.

공좌. 악마가 그를 만나길 원했다.

헤페만이 아겔의 의사를 확인했다.

“어때. 괜찮나?”

악마를 만나게 해 준다는 무시무시한 말에도 아겔은 별 감흥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르게.”

우득……! 우드득!

아겔이 허락하자마자, 변화가 시작되었다.

헤페만의 눈동자가 사라지며 정수리가 바닥을 보도록 목이 180도 돌아갔다. 백색의 눈동자는 혼탁한 잿빛으로 물들었고, 모든 사지 또한 반대로 꺾였다.

기괴한 현상에도 아겔은 잠자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사아아아…….

검은 물결로 차올랐던 세상이 헤페만을 중심으로 혼탁한 잿빛에 물들어 갔다.

눈으로 보는 현실은 마치 모든 정기를 흡수당하는 듯, 땅이며 풀 같은 것들이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우드드드득!

꼭두각시 인형처럼 멋대로 몸을 움직이던 헤페만은 이윽고 고개를 들어 아겔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끈적한 점액질이 피부에 스치는 듯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나왔다.

탐식의 공좌가 헤페만의 몸에 강림한 것.

마기로 인해 그가 발을 붙이고 있는 땅이 시커멓게 죽어 갔다. 잿빛 아우라가 주변을 탐하듯이 뻗어 나가자, 아겔이 주의를 주었다.

“못된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구나.”

굴라는 먹이를 보는 개처럼 입에서 침이 질질 흘렀다. 거꾸로 된 눈가를 스치고 바닥에 떨어지는 침은 치이익 소리를 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현세에만 오면 식욕이 동해서 말이죠. 아버지께서 우릴 처박아 넣은 암계에는 맛있는 것도, 배를 채울 만한 것도 없으니까요.”

그가 잿빛 기운을 거둬들였다.

아겔은 팔짱을 꼈다.

“무슨 용건으로 온 게냐?”

“궁금한 것이 생겨서 말입니다.”

잠시 아겔의 눈치를 살피던 굴라가 입을 열었다.

“누이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

“인간의 몸에 가두었다.”

그 말에 굴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벌을 주신 거로군요.”

“그래. 지금은 목만 잘라 놔서 주둥이만 나불거릴 수 있는 처지란다.”

“…….”

“나머지 두 녀석도 그렇게 될 거다.”

그 두 놈이 누군지 굴라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자신은 그들과 같은 죄를 짓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미 죄를 한 번 지어 악마로 타락한 자신이긴 했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었다.

“그런데 네 누이가 잡힌 걸 꽤 금방 알았구나.”

아겔의 지적에 굴라가 동의하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암계에 있는 누이의 본체가 마치 영혼만 끄집어내진 것처럼 굳어 버렸길래 눈치챘습니다.”

“그럼, 두 놈도 알았겠구나.”

“예. 사도들을 아주 멀리 숨겨 두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음행 누이처럼 되고 싶진 않나 봅니다. 온 김에 형제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씀드릴까요? ‘분열’과 ‘방탕’은 꼬리에 불붙은 개새끼처럼 우왕좌왕하고 있고, 오히려 ‘주술’과 ‘시기’가 잠잠하더군요.”

“네 형은 어떠 하느냐.”

“여전히 자살 중입니다. 미련을 못 버린 것 같습니다.”

“쯧. 아직도 그러고 있는 게냐.”

“예. 어차피 스스로 목숨도 끊지 못하는 처지인 데도요.”

아겔은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그래도 ‘분노’는 악마 중 첫째이자, 가장 총기가 있는 녀석이었는데.

타락하여 악마가 되고 제정신을 유지했던 건, 100년 전 사도 전쟁 때 이외엔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목숨을 끊어 내려는 시도는 아마 타락하여 악마가 된 것에 대한 속죄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진정 영원한 형벌을 끝낼 만한 연민을 이끌어 내진 못한다.

굴라가 입을 열었다.

“저희 둘을 암계에서 영원히 꺼내 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나름 적응이 되더군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이제야 본론을 꺼내는구나. 말하거라.”

눈을 감은 굴라가 마치 옛 기억을 음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한번 뵐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형님을 위한 마지막 부탁입니다.”

둘은 잠시 침묵했다.

짧은 적막이었지만, 오만 가지 감정이 두 존재의 가슴에 사무쳤다.

아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허락의 뜻을 받은 굴라의 얼굴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대신 눈에는 어떤 감정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후회나 집착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유순한 무언가가.

그 감정의 빛은 굴라의 눈동자에서 금방 사라져 버렸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주술과 시기, 두 녀석이 뭔가를 꾸미고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오냐.”

“또 뵙겠습니다, 아버지.”

헤페만의 육신에 강림한 굴라는 그대로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뒤늦게 뭔가 이상하단 걸 눈치챘는지, 크록투스가 마법진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겔 어르신! 헉! 이건…….”

그는 완전히 말라 버린 주변 땅을 보고 단숨에 마기의 흔적이란 것을 알아냈다. 근처를 훑어보던 크록투스는 아겔에게 다가왔다.

“누가…… 이곳에 왔었습니까, 어르신?”

“못난 자식 놈이 이제야 한번 얼굴을 비춰 줬네.”

크록투스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예……? 그게 무슨…….”

“아닐세. 신경 쓰지 말게.”

악마들은 전부 암계에 영원히 유폐되었다. 그것은 아주 머나먼 과거. 지금까지. 그들은 아겔을 보러 올 수 있었음에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100년 전. 반란이 시작되었다.

주술, 시기, 음행은 아비를 죽일 생각만 했고, 분열과 방탕은 방관했으며, 탐식과 분노만이 아겔을 도왔다.

아겔은 방금의 대화로 인해 마음이 좀 평온해진 것을 느꼈다.

죄를 짓고도 반성이 없는 딸에겐 벌을 주었지만, 그래도 아들놈 하나는 죄를 지었다는 인식이 있는 게 다행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아겔은 크록투스를 바라보았다.

“자넨 좀 괜찮은가. 악마도 직접 봤으니, 마음이 심란할 텐데.”

행성 수십 개를 먹어 치우던 음행의 공좌를 말함이었다.

크록투스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게…… 예. 사실 아직도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악마의 모습이 그런 식일 줄은…… 그것도 본체가 아닌 게 그 정도이니.”

그는 그때 행성을 삼키던 마물의 육신을 떠올렸다. 육신 곳곳에 난 붉은 눈이 인상적이었다.

“몸 이곳저곳에 눈동자가 있었는데, 마치 증오와 살의가 억겁의 세월에 걸쳐서 응축된 감정이 담긴 것 같았습니다. 마치 아직도 화가 난 것처럼…….”

“모든 악마가 다 그런 건 아닐세.”

“그렇습니까?”

“그래. 여하간 오늘은 조금 쉬어 두게. 나도 좀 쉬어야겠으니.”

“아…… 예, 알겠습니다.”

크록투스는 터덜터덜 정글 깊숙한 곳으로 걸어가는 아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돌아서는 그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왠지 아겔과 자신 사이에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어떤 간극 하나가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과거라는 이름의 간극 말이다.

* * *

다음 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정글은 여전히 어둑했다.

아겔은 눈을 뜨며, 다음엔 적절하게 태양 빛이 닿는 곳에서 고독을 자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독의 생태는 아겔이 관리하기에 해가 없어도 여전히 생물이 살아 숨 쉬지만, 역시 억지로 하는 것보단 자연스러운 게 낫다.

기업가의 경비 함선들이 고독 위를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송수신기로 카라이스만을 부르려던 아겔은 하늘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저렇게 함선이 많았나?'

누군가 접근하는 것만 파악하는 경비 함선들은 굳이 많을 필요가 없는데, 지금 하늘은 수백 대가 넘는 함선들로 뒤덮여 있었다.

땅 저쪽에서 급하게 하늘로 부상하는 카라이스만의 함선들도 눈에 보였고.

부르지 않아도 곧 연락이 오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송수신기가 울렸다.

띡.

아겔은 수신 버튼을 누르자마자 질문했다.

“손님이 왔나?”

카라이스만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보셨군요. 예. 그리 달갑지 않은 친구들이 왔습니다. 

“친구라 하면 적은 아닌 건가?”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습니다. 전 그리 마음에 들진 않지만요.

카라이스만의 목소리가 왜 좋지 않은지 아겔은 알 수 있었다.

아마 뭔가를 원해서 온 세력인 것 같은데, 협상을 위한 테이블에 총 수백 정, 혹은 나이프 수십 개를 들고 온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수틀리면 바로 전쟁으로 이어져도 좋다는 의미. 확실히 괘씸한 놈들이었다.

아겔이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 줘야 하나. 난 오늘 출발하려고 했는데.”

-3분……도 투자하고 싶지 않지만, 이 녀석들이 떼를 쓸 것 같아서 안 되겠군요. 우선 대화할 장소로 정글을 써도 되겠습니까?

“유쾌한 질문은 아니구먼.”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 보겠습니다.

“알겠네.”

.

.

.

급작스럽게 고독을 찾아온 자들은 카라이스만이 싫어할 만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상대측에서 대화하러 온 자들의 행색은 눈 뜨고 봐 주기 어려운 정도였다.

꺼무죽죽한 땟국물이 흐르는 피부와 썩어 빠진 이빨.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떡진 머리와 눈만은 희번덕거리는 녀석들이 열댓 명이나 몰려왔다.

특히 중앙에 대장 같아 보이는 놈은 키가 작아도 카리스마만큼은 탁월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크기를 작게 만든 사람의 목을 구슬처럼 꿰어 목걸이로 걸고 있었다. 특이하게 어깨에 옛날 선원처럼 앵무새를 태우고 있기도 했고.

그에 반해 쉬고 있는 소장을 제외하고 카라이스만이 대동한 인원은 라반뿐이었다. 물론 아겔도 옆에 있었다.

놈들은 수적 우위에 있어 안심한 듯했지만, 카라이스만도 아겔이 있어서 마음이 편안한 모양이었다.

예의 키 작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기업가. 처음 인사하겠소. 난 반정부 연맹의 간부, 쟝이오.”

“우주 대해를 다스리시는 분 중 하나시군요. 반갑습니다, 쟝.”

“아니오.”

카라이스만은 일단 겸손하게 손을 내밀었다. 쟝은 땟국물이 흐르는 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흰 장갑이 더러워지자, 카라이스만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더러워진 장갑을 버리고 새것을 꺼냈다.

쟝의 어깨에 타고 있는 앵무새가 떠들었다.

“샌님~ 샌님이다~ 머저리~ 머저리다~“ 

카라이스만이 얼굴이 잠시 굳었고, 쟝이 껄껄 웃었다.

“신경 쓰지 마시오. 점치는 앵무새인데. 항해하는 데 꽤 도움이 되곤 하오. 말하는 것도 재밌지.”

겨우 표정을 관리한 카라이스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보다 용건이 있다면, 간단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전 바쁜 몸이라.”

카라이스만의 말에도 쟝이란 남자는 제 할 말만 했다.

“이리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소. 당신은 영역 밖으로 도통 나오질 않으니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감옥 행성을 정부에서 탈취해 외계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오게 되었소.”

아겔은 가만히 그를 지켜보았다.

반정부 연맹. 현 은하 정부의 통치에 불만을 가진 자들, 혹은 외계로 쫓겨난 이들이 모여서 결성된 집단이었다.

카라이스만은 원래 정부와 교단, 양쪽과 거래하고 있긴 했지만, 지금은 아예 아겔 쪽으로 노선을 갈아탄 상태였다.

물론 거대 세력의 거래라는 게 쉽게 끊고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카라이스만은 정부의 편은 아니었다.

'카라이스만이 정부에 대항한다고 생각해서 찾아온 게로군.'

아겔이 생각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쟝은 계속 떠들었다.

“우리 자랑스러운 연맹과 자리한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아시오? 우리는 외계에 있는 악마교도 건드리지 못하는 집단이오. 폭정과 탄압, 착취만 저지르는 현 정부의 유일한 대항마이지.”

카라이스만이 웃으며 말했다.

“아, 예예.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본론만 간단히.”

“흠흠,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우리 연맹장께서는 무려 대해의 지도를 완성하신. 그러니까 유일한 우주 대해 지도를 만드신 분이란 말이오. 참 멋있지 않소?”

반정부 연맹의 간부라 소개한 쟝은 카라이스만의 말은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며 한참이나 자신들이 누군지에 대해 떠들어 댔다.

말이 끊이지 않았기에 적어도 격식을 차리는 카라이스만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아겔의 눈에는 떠드는 쟝의 눈빛도 보였다.

탐욕으로 가득한 눈. 그런 이들이 이곳을 찾아왔다면, 반드시 무언가를 원해서 찾아온 것일 테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평화롭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곁에서 듣고만 있던 아겔은 답답함이 치밀어 입을 열었다.

“거참 말 많구먼.”

“……?”

아겔이 입을 열자, 쟝과 뒤에 있는 수하들의 시선이 아겔에게 꽂혔다.

“귀하는 누구시오?”

“내가 누군지는 알 것 없네. 자네가 방금까지 떠벌린 자기 자랑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닐 테니. 그런데 이거 하나는 말해 주고 싶구먼. 자기소개가 조금 틀린 게 아닌가?”

쟝이 조금 붉어진 얼굴을 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내 소개를 잘못했단 말이오, 노인장?”

아겔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다른 사람들이 자네들 같은 이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혹시 알고 있는가?”

쟝이 팔짱을 끼고 한번 말해 보라는 듯 고갯짓했다.

“뭐라고 부르는 데 그러시오.”

아겔이 미소를 짓고 말했다.

“해적. 어디 빼앗을 것 없나 침이나 질질 흘리며 다니는 머저리들이란 말일세. 알겠나? 자기소개하려면 정직하게 해야지, 안 그런가.”

순간, 그 자리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싸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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