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동거 그리고 노래
* * *
친구들이 합방 준비를 하느라 세팅을 하는 동안 난 소파에 앉아있었다.
돕고 싶었지만, 강제로 소파에 앉혀져서 야뭉이가 사고 치지 않게 데리고 있으라고 하던가.
물컵을 떨어트리거나 컴퓨터 코드를 물어 뜯는다고…
눈을 게슴츠레 뜨며 게으르게 늘어져 있는 야뭉이의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니 귀찮은지 쏙 빼버린다.
이 고양이 근데 뱃살이 어마어마하다.
아닌가? 임신한 건가?
야뭉이의 뱃살을 살짝 잡으니 꼬리로 내 손을 탁탁 때린다.
심기가 불편한가?
야뭉이와 놀면서 생각해봤지만, 아직도 내 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당연하겠지만.
나 근데 동거는 처음인데..
갑작스러운 동거는 날 놀라게 했지만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친구끼리 동거는 둘 중 하나라고 했었는데 아주 친해지든지 아니면 사이가 아주 나빠지던가.
친구로서 잘 맞는 것과 동거인으로서 잘 맞는 것은 다르다고 하더라.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걱정이 파도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검색해볼까…?
싸움…절교…. 10명 중 8명이 친구와 동거하고 사이가 멀어져…
이제는 불안해진다.
나중에 이거 설명하고 짐 받고 돌아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씩 마음이 편해져서 소파에 기대 늘어졌다.
내가 늘어진 자세가 마음에 드는지 야뭉이도 내 옆에 축 늘어진다.
게으름으로 우린 하나가 되어 친해지는 거야.
“곧 방송 시작이야.”
“응… 알았어.”
식탁 의자를 가져와 냥지의 방 안에 들어간다.
어.. 의자 이미 가져다 놨네.
머쓱…
가져다 놓고 자리에 앉으니 큼직한 마이크가 눈에 띈다.
노래방 프로그램 같은 것도 켜놓고…
“저기…냥지야..”
“응? 왜?”
“내가 검색을 해보니까… 그 동거를 하면 사이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대… 나도 처음이라… 우리 사이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게..”
냥지가 묘한 웃음으로 날 흐뭇하게 바라봤다.
뭐지…?
“에구 귀여워라.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쪄?”
“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부터 우린 잘 지낼 수 있다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내 머리를 쓰다듬는 냥지의 손길에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
나 너무 찐이었나..?
“나 좀 그랬나…?”
“귀여운데?”
키 차이도 좀 있는데 너무 귀엽게 보는 거 아닌가…?
아무리 거울을 봐도 귀엽다 보단 멋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뭐야! 나 화장실 간 동안 무슨 이야기 했어!”
“예화야, 나 갈아타려고.”
“야! 안돼!”
괜찮겠지…?
근데 이제 의수랑 대화하기 힘들지 않나.
[뇌파를 통한 대화 가능]
아! 그렇군!
너무 고성능이야.
고마워요. 의수위키!
[항상 감사함을 느끼십시오. 휴먼]
아, 근데 그러면 얘가 내 생각을 읽고 있다는 뜻인가?
갑자기 대답이 없어지는 거 보니 불안해지네.
냥지 Just Chatting
친구들과 잡담
냥지가 도스코드로 정란이를 초대하자마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오오오~~ 피곤해...”
“쟨 들어오면서도 오오오오 하면서 들어와.”
[오오오오오~]
[너무 귀엽네 ㅋㅋㅋㅋㅋ]
[참하]
[냥하]
[다들 냥지집에서 방송하는 거?]
[ㄴㄴ 정란이는 요새 피로해서 못 갔다더라]
[ㅋㅋㅋㅋㅋㅋㅋ]
“왜 나만~ 어어엉”
“야이씨 그럼 좀 오라고!”
“그렇지만 너무 멀잖아요…”
“왜 제일 머세요.”
“예?”
“좀 가까이 와. 이사해.”
“앗…!”
“그거 좋네!”
“생각 좀 해보고요…”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글쭈글]
[귀엽]
“그래도… 우린 인터넷에서 함께야..”
끼어들어 살짝 도움을 줘보지만, 같이 갈굼 당해버렸다.
“아니… 내 친구들은 다 인터넷에서만 만날 수 있어. 방에서 나오질 않아.”
“아핰하하핳하하핳”
“너도 똑같아 이예화! 맨날 만나자고 하면 둘이서 어…음… 이 지랄! 이거부터 나와!”
[친구가 아싸 밖에 없음 ㅋㅋㅋ]
[환상의 포겟몬 ㄷㄷ]
[그래도 최근엔 예지 때문에 좀 나오더니만 ㅋㅋㅋ]
[ㄹㅇㅋㅋㅋ]
“난 왜 안 만나줘! 나도 만나줘!”
“조만간 날 잡고 만나자. 나 근데 요즘 피곤해서 다음 달에나 가능할 듯?”
“아오씨. 됐고 노래나 부르자.”
“예지부터!”
“저는 예지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노래 다 들어봤지만, 예지는 아니잖아. 그치?”
[ㄹㅇㅋㅋㅋ]
[못 부를 듯 ㅋㅋㅋㅋ]
[바이브레이션 달인일 듯 나…아…는….~]
[바이브레이션 달인 ㅇㅈㄹㅋㅋㅋㅋㅋㅋ]
[게임을 할 때처럼 노래도 잘할지 모르지.]
[기대 중 ㅋㅋㅋ]
[예지 창법 ㄷㄷ]
“어..?”
갑자기 나한테…?
듣는 건 좋아하는데 불러본 적은 한 번도 없지 않나.
“나 안 불러봐서…”
“안 하시겠다?”
“아 너무하네!”
“에바지~”
[?]
[해명해]
[다 같이 노래방 왔는데 안 부르는 친구가 가끔 있지 ㅎ]
[이러기야?]
결국 사람들의 강요와 친구들의 갈굼에 부르기로 했다.
냥지와 자리를 바꿔 의자에 앉아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무슨 노래를 부르지…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음. 연방의 3021년의 인기곡 추천.]
그…그래 그거라도 틀어봐!
따라 부르게.
긴장해서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머리에서 들려오는 가사를 따라 불렀다.
내 몸이 익숙한 듯 알아서 부르기 시작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분위기는 엄청 좋았다.
ai가 노래를 틀어주자 갑자기 나도 모르게 능숙하게 노래를 불렀고 내가 듣기에도 훌륭한 노래였다.
시청자들도 대만족으로 보이고 친구들도 재미있었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무슨 노래냐길래 연방이라는 다른 평행세계의 지구의 국가에서 나온 노래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라서 내가 자작했다고 했다.
라틴어냐길래 내가 만들었다고 했다…!
원작자분…! 미안해요…
[의문. 이 노래의 원작자는 쏜 크로우. 테일리가 아님.]
알고 있다고…
[테일리의 저작권 의식 부족.]
네가 추천했잖아… 놀리니까 재미있어?
[사용자를 놀리는 것이 ai의 사명. 매우 즐거움]
아! 그래!
나가는 예화를 냥지와 내가 마중 나가서 보내고 이제 내 방인 곳에 들어와 둘러봤다.
푸른 벽지가 도배된 방은 책상과 게이밍 의자 그리고 고풍스러운 원목 옷장이 있었다.
모션 베드 침대랑 탁자도 보였는데 남는 방에 왜 침대까지 놔뒀을까?
이유야 어찌 됐든 내 방보다 좋으니까 감사할 뿐이지.
친구랑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가방을 열어 달력을 꺼내 옷장 옆에 걸었다.
오늘은 냥지 집에 온 날…
냥지랑 예화가 설치해준 컴퓨터는 일단 켜두고… VR 기기는 모션베드침대 탁자 옆에 올려두었다.
옷은 옷장에 넣고 잠옷을 꺼내 화장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냥지한테 일단 물어봤다.
“샤워해도 돼..?”
“그런 거로 허락을 왜 받아. 그냥 하고 싶으면 해.”
“알았어.”
샤워기를 틀어 따뜻한 물을 온몸에 받으니 몸이 노곤해졌다.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 공기가 후덥지근 해졌지만, 피로가 풀리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젠 익숙해진 가슴을 손바닥으로 받치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정도면 제법 무거운 것 같은데 평소에는 이 무게감이 안 느껴진단 말이지.
의수에 물이 닿으면 부식되거나 녹스는 거 아냐?
[그 정도로 저급한 재료 사용되지 않음.]
그렇구나.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고 잠옷을 입고 나와 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쉬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
갑자기 예지가 굳은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안절부절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걸까?
친구끼리는 그냥 편하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생각이 많단 말이야.
“저기…냥지야..”
“응? 왜?”
“내가 검색을 해보니까… 그 동거를 하면 사이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대… 나도 처음이라… 우리 사이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게..”
아, 여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나와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예지가 너무 귀엽게 느껴져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앗… 머리 만지는 거 안 좋아할 텐데… 머리 흐트러져서… 신경 안 쓰는 기색이라 다행이네.
머리 엄청 부드럽다.
“에구 귀여워라.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쪄?”
“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부터 우린 잘 지낼 수 있다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서서히 얼굴이 밝아지는 예지.
얜 역시 웃는 게 더 예뻐.
“나 좀 그랬나…?”
“귀여운데?”
정란이를 초대하면서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노래를 부를 시간이 되었네.
사실 이 노래 콘텐츠는 예지가 부르는 노래가 궁금하기도 하고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듯 보여 풀어주려는 목적이기도 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안 하려고 했지만, 정란이와 나 예화 그리고 시청자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압박하니 부르겠다고 했다.
차분하게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는 예지의 분위기가 바뀐 느낌이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언어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의 노래.
아련하고 쓸쓸한 분위기.
어느 나라의 노래일까?
고요하게 속삭이듯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절로 입이 벌어지며 나도 모르게 손뼉을 치고 있었다.
아직도 여운이 남아 그 노래가 생각난다.
얜 진짜 가수를 해도 성공했을 거야.
방종을 하고 예화를 예지와 함께 배웅했다.
그리고 잠시 쉬려고 소파에 누워 TV를 틀었는데 예지가 방에서 나와 샤워를 해도 되냐고 나에게 허락을 구하기에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이제 같이 사는데 굳이 허락을 구할 필요가 있어?
살짝 들려오는 물소리.
나도 예지 나오면 샤워나 할까.
살짝 땀이 나는 것 같기도 하네.
예지가 화장실에 나와 방에 들어가자 그 뒤에 나도 옷을 챙겨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집에 아무 소리 없이 조용했다.
뭐지? 예지 벌써 자나?
오늘 꽤 많이 자는 것 같은데 잠이 많구나.
시간을 보니 아직 10시였다.
닫히지 않은 예지의 방에서 빛이 살짝 새어 나왔다.
불은 켜져 있는데?
들어가니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예지가 보였다.
속눈썹 길기도 하다.
옷장에 붙은 달력을 보니 아기자기한 글씨가 눈에 띈다.
정란이랑 예화와 친구가 된 날, 방송 기념일, 냥지와 친구, 오늘은 냥지 집에 온 날…
귀여워.
불을 끄고 나가려니 켜져 있는 컴퓨터가 보였다.
얜 컴퓨터를 왜 켠 거지?
컴퓨터를 끄려는 찰나에 뭔가 이상한 아이콘이 보였다.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게 제목의 뜻이 너무 좋지 않았으니까.
아니, 섬뜩했다.
눈
어깨
뭐지..?
밑바닥이 보이지 않은 심연 속에 빠지는 느낌이..?
분명 열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열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근데 누구 노래야?
ㅇㅇ : 아니 ㅋㅋㅋ 자기가 만든 노래라고 말했잖아 ㅋㅋㅋㅋ
금태양 : 말해줘도 모르냐 ㅋㅋ
부왁 : 아니다 듣고 화장실 급해서 뛰어갔지 ㅋㅋㅋㅋ 와 근데 작곡 능력 쩌네
ㅇㅇ : ㄹㅇㅋㅋ 이런 애가 왜 그러고 살았냐
무슨 언어임?
새싹 : 그것도 자기가 만들었대 ㅇㅇ 그냥 만들어 봤다던데
예쥐 : ㄷㄷ 재능충 무엇…
이이잉 : 예전에 가끔 게임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언어가 이런 느낌 비슷하던데
쪼는닭둘기 : 게임 OST에서 가끔 비슷한 느낌 노래 나오던데 이번에 예지 노래는 여태 들었던 노래 중 제일 좋음
내 친구들은 전부 인터넷에서만 만날 수 있다. ㅋㅋㅋ
왜 자기랑은 안 만나주냐고 땡깡 부리는 거 귀여움 ㅋㅋㅋㅋ
라쿤이아니라너구리 : 예지도 비슷한 성격인데 이제 같이 살아서 해결~
개 : ㅋㅋㅋㅋㅋ 참게비령도 이제 이사 오나?
얍시 : 걔 성격에 오려나 ㅋㅋㅋ
배고프다 : 환상의 포겟몬들 ㅠㅠ
팩트빌런 : 정보) 악여화, 참게비령, 테일리 전부 밖에서 보기 힘든 아싸 중에 아싸다.
쿵쿵이 : 팩트) 안다
조금씩 끼어들어서 말하려는데 겁나 귀엽 ㅋㅋㅋ
우린 인터넷에서 함께야…
태극팔권도 : ㅋㅋㅋㅋㅋ 맞는 말이지 ㅋㅋ
쥐아악 : 참게비령도 비슷한 말 하다가 혼나던데 ㅋㅋ
흑우단 : 친구 만나기 참 힘든 냥지씨
너무 불쌍하긴 하다.
나도 모르던 부분이 있었네.
앵무새 : 수양이는 예지에 대한 일 듣고 울더라
왜구루냥 : 숲속 위키에 예지 글 읽고 우는 애들이 한둘이 아닐걸 ㅋㅋ
밸보 : 꽃길만 걷자…
그래비톤 : 냥지랑 같이 살아서 다행이다… 근데 스트리머들끼리 같이 사는 일이 있었나?
예지는토끼야 : 있긴 있었는데 좀 불미스러운 일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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