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어이, 예씨 노래나 불러
* * *
뚜벅뚜벅
작지만 분명하게 들려오는 발소리.
화장실에 가는가 싶었지만, 자신의 방문 앞에서 발걸음이 멈추었다.
희미해진 정신이 또렷해진다.
들어올 거면 들어오고 아니면 말지 왜?
잠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앉아있다가 일어나 문을 열었다.
머리를 풀어헤친 채로 멍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예지가 눈앞에 보였다.
몽유병인가?
아니면 잠이 덜 깨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예지야?”
“응…”
“괜찮아?
“누구…”
잠이 덜 깬 건 아닌 거 같은데, 일단 침대에 앉혀 놓고 몽유병에 대해 검색해봤다.
몽유병에 대해서 모르니까.
치료 방법은 없고 깨우려고 하지 말고 다시 재우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예지가 몽유병이었다면 왜 나랑 사는 동안에는 몽유병이 잠잠했을까?
몽유병이 맞기는 한 걸까?
침대에 앉아 멍하니 나를 주시하는 예지를 살살 달래서 침대에 재우기를 시도했다.
“잘 시간인데 지금 자야지?”
“응..? 싫어…”
“지금 자야지. 그래야 내일 방송하지.”
“어…”
“그럼 자지 말고 우리 눕기만 할까?”
“응…”
토닥여주니 예지는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나도 다시 잠이 오기 시작하네….
“하암, 모르겠다. 내일 물어봐야지.”
창밖에 참새가 짹짹 지저귀는 소리에 잠이 깼다.
아침 햇살이 포근하게 나를 감싸고 있었고 내 옆에 잠든 예지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듯 눈을 감고 잠들어있었다.
속눈썹 길기도 하다.
얜 따로 피부 관리도 안 하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피부가 좋은 거야?
볼살을 손으로 비벼보니 부드러웠다.
머릿결도 부드럽네.
그 붉은 머리가 염색도 아니었어?
내가 계속 터치를 했지만, 예지는 겨울잠 자는 곰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잠이 많은데 얘는 어째 나보다 잠이 더 많은 거 같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더니 정말인가…?
나도 잠을 늘려야 하나?
예지 때문에 잠을 자다 깼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피로를 모르는 것처럼 엄청 개운하고 상쾌했다.
왜 그러지?
지난번에 같이 잘 때도 그랬는데 예지는 존재 자체가 피로 회복제?
아침밥을 준비하며… 아니지, 지금은 점심시간인가?
하여튼 식사를 간단하게 차려놓고 준비했다.
예지의 걱정과는 다르게 우리는 같이 사는 문제에 대해 잘 적응하고 집안일은 사로 분담해서 했다.
내가 잊었다면 예지가, 예지가 잊었다면 내가 대신하기도 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친해졌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아직도 말을 더듬긴 하지만 그건 더 친하고 말고의 문제보다는 습관이라고 보는 게 맞으니까.
과거에 안 좋은 일로 인해 생긴 문제라 억지로 바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이제 일어나!”
흔들어 깨워서 손을 붙잡고 데려오니 의자에 털썩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한다.
“나 오늘은 일찍 켤 거라 먼저 들어갈게.”
내가 그렇게 말하며 일어났지만, 예지의 반응은 평소와 달랐다.
평소의 행동대로면 대답을 하며 뒷정리를 하는 게 보통인데 아무런 대답 없이 앉아있었다.
“예지야?”
“예지..? 누구..?”
어..?
깜짝 놀라 예지를 돌아보니 무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쳐왔다.
평소에는 자신 없어 보이는 태도이기는 했지만, 살며시 미소 짓고 있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었다.
“나 냥지잖아.”
“응… 냥지…”
“이제 기억나?”
“응…? 몰라…”
내가 물으면 묻는 대로 순순히 대답해주고 내 손길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예지는 몹시 걱정되긴 하지만 꽤 귀여웠다.
“머리 묶어줄까?”
“어…?”
평소에는 부끄럽다 싶으면 은근히 피하면서 저항하는데…
그런데 계속 이런 상태면… 역시 병원에 가야겠지?
몽유병은 확실히 아닐 거고 영화에서 자주 나오던 이중인격 같은 걸까?
물컵을 톡톡 치는 야뭉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예지의 손을 잡아 침대에 일단 눕혀줬다.
이런 상태면 침대에 눕히기만 해도 잠을 잘 자니까.
내 주변 친구들은 왜 이렇게 아픈 친구가 많은 걸까.
정란이도 맨날 아프고 예화도 아프다면서 병원은 안 가고… 예지는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항상 불안하고…
예지도 상태가 심했는데 병원을 안 갔던걸 생각해보면 얘도 딱 예화과다.
예화도 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도 정말 아파서 못 버티는 경우가 아니면 병원에 안 가던데 딱 예화랑 똑같아.
언제 한번 날 잡고 두 명 손 꼭 붙잡고 병원에 데려가야겠다.
친구들아 제발 아프지만 말자…
****
어제 피곤하긴 피곤했구나.
침대에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2시였다.
근데 왜 밥을 먹은 듯이 배가 부른 걸까.
그리고 머리는 왜 사이드 포니테일로 묶여있지?
난 평소에 대충 묶은 포니테일로 다니는지라 뭔가 어색했지만, 포니테일이랑 비슷하게 편한 느낌이네.
냥지가 묶어줬나?
냥지의 방문에 노크를 했다.
“들어와도 돼!”
문을 슬며시 열고 안쪽을 살펴보니 저챗 방송 중으로 보인다.
“돌아왔구나.”
“응…?”
돌아와?
무슨 소리일까.
“돌아와..?”
“아… 들어왔다는 것을 잘못 말했나 봐. 이제 마이크 켠다?”
잠시 꺼두었던 마이크를 냥지가 다시 켜며 말했다.
“예지가 이제 일어났네요. 노래 한 곡 할래?”
[예하~]
[모하~]
[예지 이제 일어났다고? ㅋㅋㅋㅋ]
[미인은 잠꾸러기~]
[한 곡 제발 불러줘]
[ㄹㅇ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안 불러줌]
[음원 제발 음원 제발 음원 제발]
[어이, 예씨! 노래나 불러.]
“얘 진짜 잠 많다니까요? 나도 잠 많은데 얘는 더하더라.”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어제 피곤해서 그렇지 않을까..?”
“아니, 넌 그냥 잠이 많아.”
“남 말 하네….”
“뭐? 야! 너 지난번에 일찍 잔다고 10시에 누워서 다음날 3시에 일어났어! 잠꾸러기가 아니라 완전 고양이야!”
[생긴 건 고양이상 맞잖아 ㅋㅋㅋ]
[개냥이인가요?]
[아뇨. 토낀데요?]
자기도 잠 많으면서… 툴툴거리면서 항의하니 바로 진압되어 버렸다.
고양이까지는 아닌 게 야뭉이가 나보다 더 늦게 일어나는데…?
고양이들은 종일 잠만 자더라.
근데 냥지가 오늘따라 힘이 매우 넘쳐 보인다.
오늘 컨디션이 좋은가?
“노래나 한 곡 불러.”
“꼭 불러야 해..?”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닌데… 부르면 난 좋지?”
초롱초롱해진 눈이 나를 빤히 쳐다보길래 부담감에 결국 부르기로 했다.
냥지도 이제 슬슬 나에 대해서 잘 알아서 그런지 나를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거절 못 하는 나…!
사실 친구가 노래 좀 불러달라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기도 하네.
요즘 내 시청자들도 노래 좀 하라고 눈치를 많이 주기는 했다.
음원 내는 법도 모르는데…!
의수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불러봤다.
항상 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평가는 비슷했다.
신비롭다, 들어본 적 없는 언어다, 어느 때나 듣기 좋다.
내 노래가 아닌데…
그냥 여기 노래나 따라불러 볼까?
[두려움의 이유 이해 불가. 여기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과 저작권. 다른 차원의 일이기에 저작권 의미가 없음. 차원을 넘는 기술 앞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움. 앞으로도 차원을 넘은 존재는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예상]
그런가…
그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면 음원 수익으로 기부하면 되겠지.
돈이야 지금도 충분히 벌고 있고… 방송 수익이나 밸보에서 신 캐릭터 로열티..?
지금도 스스로 놀랄 만큼 많이 벌고 있으니 음원 수익으로 좋은 일이나 하자..!
“진짜 잘 부르긴 하네. 나중에 강의해도 되겠는데… 어때? 나한테 가르쳐줄 수 있어?”
“가..갑자기..? 어… 나중에?”
“고마워! 땡큐!”
[도강해도 되겠습니까… 선생님들…]
[교수님 수강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셔야죠]
[혼자 듣는 건 아니지..?]
[기대된다.. 안 오면 바닥에 누워서 땡깡 부림]
시청자들까지…?
갑자기 부담감이 확 느껴졌다.
너희의 기대가 나에게는 정말 무겁게 느껴져…
내 말에 정말 기뻐하며 웃는 냥지에게 언젠가 하자며 넘어갔다.
언젠가는 가르쳐줄 수 있겠지… 근데 난 내 실력이라 치기도 애매한 편인지라.
모든 건 의수가 알아서 해주겠지…!
슬슬 의수한테 모든 걸 맡기는 글러 먹은 인간이 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괜찮겠지?
의수야… 고마워…!
[항상 감사하십시오. 휴먼.]
일단 음원 문제는 의수한테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고 방송을 켰다.
그런데 그냥 기계라고 생각하기에는 의수랑 항상 함께해서 그런가?
그냥 친구가 항상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계속 의수야라고 부르기도 좀 그렇고 이름을 지어줘야 할까?
괜찮은 이름을 생각해봐야겠다.
그런데 의수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ai한테 성별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괜히 이름 지어줬는데 사실 여성체라고 하면 좀 그렇잖아.
테일리 Just Chatting
오늘 노래에 대해
[오늘 노래 잘 들었어요!]
[?]
[방송 방금 켰는데 무슨 노래?]
[아ㅋㅋ 못 들은 놈들은 인생의 절반 손해 봤지~]
[냥지 방송에 잠깐 나와서 한 곡 불렀음 ㅋㅋㅋ]
[ㅡㅡ]
[시청자는 우리인데 왜 냥지 시청자가…?]
“막 일어났는데 노래 한 곡 부르라니까… 정신이 없었지…”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한 곡… 부탁드려요….]
“놀리지 마라….”
[거절한다. 예지 놀리는 것 재미있다. 이는 내가 증명한다.]
[치즈도 아는 예지 타격감ㅋㅋ]
“맞다… 그동안 음원 이야기가 좀 많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음원을 낼까 싶은데….. 너희들은 어때? 투표로…”
[와! 개꿀]
[이걸 투표한다고? ㅋㅋ]
[굳이 결과가 나왔는데 투표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예지특) 눈치 없음]
[ㄹㅇㅋㅋ]
[바로 사야지~]
[어디서 삼?]
“몰라..? 되면 말해줄게…”
[예지 한국에만 판매하다? 이건 섭섭한 소리예요. 예지의 팬 한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 당연히 해외도 생각하고 있지…!”
[참게비령 : 내가 제일 먼저 사야지 ㅋㅋ]
[수양이 : 나도나도! 내가 제일 먼저 사야지~]
[악여화 : 예지야. 딱 정해 내가 먼저야 쟤들이야?]
[ㅋㅋㅋㅋㅋㅋ]
“그걸 어떻게 알아… 일단 얘들아 고마워…”
[수양이 : 나 노래 엄청나게 못하는데…. 냥지랑 같이 들어도 돼..?]
[참게비령 : 무슨 이야기임??]
[악여화 : ??]
[수양이 : 냥지한테 노래 가르쳐준다던데…? 나도 같이 들어도 되냐고 물으니까 자기는 괜찮은데 예지한테 물어보래서…]
[참게비령 : 아ㅋㅋ 나도 못 참지. 나도~ 나도~]
[악여화 : 그걸 왜 나한테 말 안 해!]
냥지한테 해주기도 좀 부끄러운데… 그렇다고 거절하기에는 냥지만 해줬다고 뭐라 할 수도 있고…
결국 다 같이 해주기로 했다.
나 근데 음악의 음도 모르는 사람인데… '언젠가'라고 말했으니 괜찮겠지?
이래서 약속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건가…!
그런데 나 요즘 바쁜 것 같네.
오늘은 별일 없이 수다나 떨고 끝이 났다.
<예지 음원="" 낸다="" ㅆㅅㅌㅊ=""/>
아ㅋㅋ 딱대~
새싹 : 드디어…
Fzasd : 예지 노래. 좋다. 드디어 내 스마트폰에서 들을 수 있다.
흑우단 : 진짜 이날만을 기다렸다 ㄹㅇ
이이잉 : 오늘 노래? 아니면 지난번 노래?
얍시 : 바보가 아닌 이상 둘 다 내지 않을까?
예바징보 : 너의 상상을 초월하는 게 예지다 ㅋㅋ
<도강 준비="" 중…=""/>
냥지한테 가르쳐줄 때 내가 도강해서 배운다 ㅋㅋ
흑우단 : 방송 켜서 가르쳐준다고 안 했지 않음?
새싹 : 어..?
이이잉 :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방송하면서 시청자 모으지 않겠음?
예바징보 : 아직도 예지를 모르네 ㅋㅋ 부끄럽다고 지 친구들만 모아서 따로 한다 100%
테일단 : 설득…력 있어..!
<예지 근데="" 진짜="" 잠="" 많네=""/>
오후 2~3시까지 자면 하루에 반을 자는 거 아님?
예스맨 : 야뭉이랑 용호상박 ㄷㄷ
금태양 : 야뭉이랑 좋은 승부가 되겠네요
초도 : 예지랑 같이 살고 싶어…
<오늘 냥지가="" 머리="" 평소랑="" 다르게="" 묶어="" 주었다고="" 하던데=""/>
왜 캠 안 해!
크르르르르르르르 못 참겠다! 서예지!
두동강오리알임 : 이성을 잃었네 ㄷㄷ
Asdzxc : 나도 보고 싶긴 했음 ㅋㅋㅋㅋ
쪼잉 : 예지 피셜로는 방종 전에 캠 깜빡했다고 ㅇㅇ
쭈아압 : 레딧즈에서도 노래 나온다니까 반응 좋더라
예쥐 : 애초에 요즘은 해외에서 예지 인기 장난 아니라서 ㅋㅋ 서양에서 저런 노래에 환장하잖음
<그런데 노래="" 어느="" 나라="" 말임?=""/>
처음 들었음
예쥐 : 자작 ㅇㅇ
츄즈밍 : 언어 만드는 거 원래 엄청 힘든데 확실히 언어 맞다고 하더라 ㅋㅋ
냥도 : 나도 술 마시면 저런 거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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