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다시 켜지는 방송?
* * *
프라와 친선전을 하면서 생각난 건데 프라는 볼 때마다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복싱 선수, 무에타이, 킥복싱, 레슬링, 주짓수 여러 무술을 익히고 그것을 또 끊임없이 시도하고 발전시키려는 그런 노력이 느껴졌다.
“프라… 항상 스타일이 달라지는데 이유가 있어..?”
“널 이기기 위해.”
“날…? 대회는..?”
“널 이긴다면 대회 우승을 걱정할 필요가 있나?”
[ㄷㄷㄷ]
[프라 피셜 최강자]
[맞긴 해ㅋㅋㅋ]
[나가 보면 또 모르지]
그런가?
그래도 따로 대회 연습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본인이 그렇다는데 내가 뭐라 할 필요는 없지.
한번은 내가 올라타니 넘어지지 않으려고 프라 스스로 무릎을 꿇고 버티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꺾어버렸다.
여러 방법을 강구하는 듯 보이네.
다시 시작된 싸움.
이번엔 아예 수비적으로 운영해보려는 듯 작정하고 가드를 올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 내가 먼저 공격을 하지는 않았었지.
조금씩 거리를 좁히니 프라도 물러서지 않고 나와 거리를 좁혔다.
우리는 서로의 사거리 안까지 접근했지만,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먼저 선공을 날리지 않았다.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는지 프라가 숨을 후욱 쉬며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몸을 꾸준하게 놀렸다.
내가 선공을 날리기 전까지 먼저 들어오지 않을 생각인지 계속 보고만 있으니 약간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먼저 선공을 날려볼까?
몸을 지면에 바짝 낮춰서 다리로 바닥을 쓸 듯이 휘둘러 프라의 다리를 차서 넘어뜨렸다.
내 움직임을 보고 황급히 하단을 방어하려고 했지만 내가 한참은 더 빨랐기에 뒤집어진 채 넘어져 등을 보이는 프라의 위에 올라타 마운트 했다.
내 몸무게로는 프라 정도의 힘이라면 내가 매달린 채로 벌떡 일어날 수 있으니 머리를 몇 대 주먹으로 후려치고 벌떡 일어났다.
상대방의 허리를 깔고 앉아서 상대를 제압하는 마운트는 사실 당하면 싸움의 승기를 거의 가져갔다고 봐야 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데 전문적으로 격투기를 훈련하는 선수도 마운트에 걸리면 빠져나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종격투전 성립 초기에는 마운트 포지션이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평가받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빠져나오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명실상부한 최고의 기술 중 하나다.
물론 치고받는 멋있는 격투 기술을 좋아하는 팬들은 개싸움으로 치부하긴 하지만.
그런데 크라이는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경기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지 마운트 포지션이 쉽게 풀리게 되어있더라.
패치에 대한 설명으로는 신규 유저가 마운트로 끝나면 접는 경우가 많아서 불가피하게 너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긴 했었다.
딱히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 같은 경우는 몸무게도 가볍고 팔도 하나뿐이라서 더 풀기 쉽겠지만.
일어나려는 프라의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니 견디면서 일어난 프라는 나의 하반신에 손을 뻗어오지만 느릿하게 다가오는 손길을 못 피할 이유가 없다.
“정말 정신 나간 속도군. 평소에 어떤 식으로 단련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음…”
단련…?
내 일상을 천천히 생각해봤다.
야뭉이랑 놀아주기, 냥지랑 장난치기, 밥 먹고 바로 눕기, 뒹굴뒹굴하며 예화, 정란이랑 통화하기, 게임을 하기 귀찮아서 저스트 채팅 방송하기
어…어떤 게 단련이지..?
이렇게 해도 근 손실이 없는 이유는 의수가 나노봇으로 관리를 해주고 있어서 그런 건데.
엄청난 노력파 앞에서 내 일상을 말해주려니 심히 양심에 찔려왔다.
“어… 평범하게…?”
“너도 농담을 못 하는군. 그 정도면 피나는 노력을 해왔을 건데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음… 그래..”
그렇다는데 할 말은 없네.
굳이 내가 아니라며 설명하기에도 모양새가 좀 이상하고 또 그렇게 힘 빼고 싶지는 않았다.
좋게 생각해준다는데 내가 자신의 이미지를 망칠 이유도 없고.
[밥 먹고 운동만 조지나?]
[어제 프로틴 먹고 하체 조지고 온 입장에서 저 말은 맞다]
[갑자기 땀 냄새 남;]
[방송 끄면 바로 운동하는 거 아님? ㅋㅋㅋ]
[ㄹㅇㅋㅋ]
애써 채팅창을 무시하고 프라를 마무리하고 의자를 생성해 앉았다.
대기룸의 물건을 가져올 수 있는 기능이었는데 난 사놓은 게 없어서 그냥 기본적인 가구들뿐이더라.
그냥 다 사버릴까.
프라도 정신적으로 지쳤는지 의자를 만들어 앉았다.
“나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문제?
딱히 없지 않나?
그렇게 대답하려고 했지만 프라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해서 그 말이 입안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다.
대충 대답하면 화낼 것 같은 얼굴인데 내가 이런 걸 어떻게 알아.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느린 것 같은데…”
“느리다? 흠, 난 내가 어느 정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기술은 괜찮은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좀 느려서..”
총알도 느리다고 피하는 나를 맞추려면 레일건은 가지고 와야 하는 걸까.
주먹이 총알보다 빨라질 리는 없으니 내가 하는 말은 그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말이라서 말을 급하게 정정했다.
“느…. 느리다기 보다는 그냥 내 눈에만 그렇다는 소리라서… 그냥 평소 프라가 하던 대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내 말을 듣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고민하던 프라는 고맙다고 말했다.
들은 거 맞겠지..?
오…! 예지. 크라이 접속했다. 나를 가르쳐줄 시간이 있는지?
어제의 팬이었다.
프라도 있긴 한데 쉬고 있으니 상관없겠지?
“프라… 내 팬이 크라이 프로 선수로 데뷔하고 싶다는데 잠깐 여기로 불러도 돼..?”
“음? 네가 인정할 정도라니 궁금하군.”
그건 아닌데…?
정정해주려고 했지만 빨리 불러보라며 보채기 시작하는 프라의 태도 때문에 그냥 그 사람을 초대했다.
어제는 엄청 두꺼운 옷을 입어서 몰랐는데 나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근육이 두터워 보였다.
프라보다는 덜하지만, 이 사람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네.
금발을 나처럼 포니테일로 묶은 그 여자는 쑥스러워하는 얼굴로 나에게 인사했다.
“테일리. 안녕하세요?”
프라에게 소개해주니 그 여자는 깜짝 놀란 얼굴로 비명을 지르듯 말했다.
“프라까지! 이건 꿈이 아닐까? 나 심장이 너무 뛴다. 부정맥?”
그 여자는 우리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이름을 말했는데 이름은 베로니아 마케니라고 하는데 베니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어쨌든 프라는 자기가 관여해도 되는지 나와 베니에게 물었고 나는 상관없음 베니는 좋아하며 그래도 좋다고 말했다.
일단 나와 하기 전에 프라가 자신과 경기를 해보자며 제안했고 베니는 받아들였다.
내 눈에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인데 프라는 감탄하며 생각보다 꽤 훌륭하다고 평가하며 손뼉을 쳤다.
난 일단 아는 게 없으니 프라가 손뼉을 치면 나도 옆에서 따라치며 프라가 했던 말을 조금 바꿔서 말했다.
“느리기는 한데 힘이 제법…”
“느리다? 아… 너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이해되는군. 너처럼 움직이는 사람은 거의 없어.”
“제가 느리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테일리 한 수 부탁해요.”
납득이 가지 않은 듯한 얼굴로 베니가 그렇게 말했다.
나야 뭐 딱히 피할 이유는 없으니까.
프라보다 훨씬 빠르게 끝장을 냈다.
경악한 얼굴로 누워있는 베니를 이해한다는 표정의 프라가 손을 뻗어 일으켰다.
정말 이런 식의 연습이 도움이 되는 거야…?
“정말 대단해요! 마치 유령을 상대로 싸우는 기분이다.”
“그렇기는 하지. 그보다 베니 우리 팀에 들어와라. 감독을 설득 하겠다. 너라면 쉽게 통과하겠지.”
프라가 베니를 스카우트했고 결국 감격한 베니가 들어가는 것으로 대화는 끝이 났다.
자신이 만약 우승한다면 인터뷰에서 꼭 테일리 덕분에 우승했다고 말하겠다고 했지만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말렸다.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 불안하긴 하지만 이해해주겠지.
솔직히 불러와서 해준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내 도움에 우승했다고 말한다면 쪽팔려 죽을 것 같았다.
그저 프라 옆에서 맞장구쳐주고 연습 경기 한판 해준 게 다인데 왜 우승한다면 나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연습은 자기들끼리 성공적이라 말하고 둘은 일이 있어서 나가버렸다.
내게 감사함을 표하지만 난 그저 두들겨 패다가 아무 말이나 했던 것이 전부인데…?
시청자들을 더하길 원했지만 나는 오늘 게임 자체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저스트 채팅으로 바꾸고 시청자들을 위해 QNA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살짝 불만을 표하던 시청자들도 QNA 시간을 가진다고 말하니 좋아해 주었다.
채팅창으로 질문을 받기에는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글이 빠르게 올라와서 후원으로 받기로 했다.
황금썬님의 10,000원 후원!
평소에 운동을 얼마나 하시나요?
[ㅋㅋㅋㅋㅋㅋ 금태ㅇ…]
[종일 하나?]
“그냥 적당히..? 체질이 그런 건지 조금만 운동해도 유지가 되던데요…?”
[?]
[?]
[????]
무수한 갈고리를 수집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설명할 길이 없어!
빌의증명님의 1,000원 후원!
피부가 굉장히 좋아 보인다 평소에도 관리를 열심히 하는지?
“피부..? 전 그냥 아무것도 관리 안 하고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노는 그런 사람이에요…”
[????]
[구라ㄴ]
[ㅋㅋㅋㅋㅋ]
[ㄹㅇ?]
[유전자 차이]
아싸님의 5,000원 후원!
친구는 몇 명?
이렇게 내 가슴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다니…!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며 세어봤다.
정란이, 예화, 냥지, 초야 언니, 수양이, 이차향 언니도 포함해야 하나?
차향 언니는 딱 하루 밖에 안 만나 봐서 끼우기 좀 그렇네.
아니… 내가 왜 자연스럽게 언니라고 호칭하는 거지?
어차피 여자가 됐는데 익숙해지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심각한 고민 끝에 그냥 언니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차피 여태 언니라고 실컷 부르고 다녔는데 지금 다시 고민해봐야…
정우님은 애매한데…
“6명…!”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시는군요 ㅋㅋ]
[그 와중에 손가락 하나는 까딱까딱하는 것 봐서는 애매한 사람도 끼울까 고민하는 듯ㅋㅋㅋㅋㅋㅋ]
[저 6명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인가?]
[정상입니다]
영차님의 1,000원 후원!
비령이, 예화, 냥지, 초야, 수양이, 이차향?
“아…아니야…!”
[반응 보니 맞네 ㅋㅋㅋ]
[확실하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최근에 사귄 6명뿐이라니…
이제부터 많이 사귀면 되겠지.
“다..다음 질문..!”
음원조아님의 1,000원 후원!
앞으로도 노래 계속 부를 예정?
[제발]
[ㄹㅇ 이제 예지 노래 없으면 못 살아~]
[예지 노래 못 참지 ㅋㅋ]
“어… 아마..?”
[와!]
[개꿀 ㅋㅋㅋ]
"자주 부르지는 않을 것 같고 생각날 때마다..?"
[계속 생각나게 해드림]
[심심할 때마다 말한다]
[ㄹㅇㅋㅋ]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테바~]
[드디어 엔딩 곡 ㅋㅋㅋㅋ]
[언제 하나 싶었음]
[난 안 쓰는 게 컨셉인 줄 알았는데? ㅋㅋ]
[내일 봐요.]
엔딩 곡으로 내가 불렀던 노래를 재생했다.
난 원래 그냥 방종했었는데 친구들이 이렇게 방종 하라고 시키더라.
엔딩 곡이 끝나고 방송을 종료했다.
냥지는 끝나려면 멀었나 싶어서 문에 귀를 대보니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소파에 누워서 기다렸다.
눕자마자 잠이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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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리 Just Chatting
와줘?
[??]
[방종한 거 아니었음?]
[뭐임 이거 ㅋㅋㅋㅋ]
[????]
[갑자기 왜 다시 켰음?]
[방제 왜 갑자기 불안하냐]
“나…”
[??]
[지금 방송 하는 애 없음? 빨리 불러와 봐]
[냥지 하고 있던데]
“나ㄷ…..ㅂ..”
[나도?]
[잘 안 들림]
“나도… 방송할래…!!”
[ㅋㅋㅋㅋㅋㅋ]
[???]
[원래 방송하셨잖아요]
[뭐임?]
“나도 QNA…? 이거 할 거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