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큰 거 온...?
* * *
테일리는 흑역사를 만들어줬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방송 중 갑자기 몸이 바뀌기도 냥지랑 소파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는데 바뀌기도 했다.
심지어 맛있는 파르페를 먹으려고 하는 찰나에 테일리가 쏙 빼먹어버리고…
이대로는 안 돼…
요즘 냥지가 날 귀여운 여동생으로 보기 시작했다.
친구 겸 여동생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우, 우리 동갑이지..?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해진다.
그러면서 컴퓨터에 메모장을 켜놓고 미안하다고 적은 게 압권이었다.
미안하다면서 자기도 방송하고 싶으니까 방송 시간을 1부 2부로 나눠서 2부는 자기가 해보고 싶다는 주장까지.
이 뻔뻔한…!
밑에 조그마한 글씨로 희망 사항임…하트라고 적혀 있지만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상당히 귀찮게 굴 것 같아.
사실 과거에 그렇게 고생했으니 웬만하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고 싶었지만, 애교를 배운 뒤로 걸핏하면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애교를 부리면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고 방송에서 특히 친구들 방송에 자꾸 찾아가 애교하며 자꾸 놀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억울한 점은 얜 내가 깨어있는 동안 내가 뭐 하는지 아는데 난 왜 몰라?
어쨌든 친구들은 오히려 좋다고 하지만 방송을 방해하는 것만 같아 마음에 걸렸다.
마냥 사고만 치는 건 아니고 임뿌, 이차향, 쥬벳트님이랑 친해지기도 했다.
다만 귀여웠다고 오늘도 올 거냐고 놀려서 그게 문제지.
상당히 부끄럽다고…!
[쥬벳트 : 님님 오늘도 애교 하러 오나요?]
[무슨 소리예요! 안 가요!]
[쥬벳트 : 그러면서 맨날 오잖아 ㅋㅋ]
[갸아아악]
[임뿌 : 누나 오늘 합방 할 거야?]
[ㄴㄴ]
[임뿌 : 아니 그러면서 이이잉… 예지는 놀고 싶어요… 난 친구들이 좋은데 이럴 거잖아요 ㅋㅋㅋ]
[…..]
[쥬벳트 : ㄹㅇㅋㅋ]
차향 언니는 한술 더 떠서 나도 애교 머신으로 만들려고 시도를 했었다.
[차향 : 예지.]
[네?]
[차향 : 이쯤 되면 너도 사실 애교 좋아하는 거 아니야?]
[???????]
[차향 : ㅋㅋㅋㅋㅋㅋ]
[차향 : 아니 왜 부끄러워해~ 귀여운데 ㅎㅎ]
[그만 놀려요 ㅠㅠ]
[차향 : ㅎㅎㅎ]
[정란이 : ㅎㅎ 귀여웡]
[수양이 : 너 귀여워! 근데 오늘도 우리 같이 노는 거지?]
[예화 : 이 정도면 적응할 때가 되지 않았어? ㅋㅋ]
[예화 : 맞다. 너 오늘 합방 온다면서?]
[ㄴㄴ 오늘 방송 쉴 거야…]
[예화 : ㅋㅋ 네가 쉬고 싶다고 쉴 수 있을 줄 알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응애 나 아가 예지….
우우웅
[초야 : 모야. 어제는 왜 나한테 안 왔어!]
[저도 몰라요…]
[초야 : 그럼 너도 와서 빨리 애교 부려줘!]
[힝…]
[초야 : 어떻게 이중인격인데 둘 다 귀엽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냥지에게 상담하기로 했다.
“응? 뭐가 문제인데?”
“어..? 응?”
“어쨌든 둘 다 너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도 신경 안 쓰고 걱정할 이유가 있어?”
“부끄러워… 그리고 다른 사람 방송에서 실수하면 어떻게 해….”
“누구나 실수해. 너도 실수할 수도 있잖아. 오히려 친해진 사람도 늘었다면서 뭐가 문제야.”
“그..그런가..?”
“자, 내가 하는 말 따라 해봐. 저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예지예요!”
“사..사랑스럽고… 야아..!”
소파에 앉아 내 몸이 기댄 채로 늘어진 냥지의 몸을 밀어냈다.
요즘 나보고 인간 테라피 인간 치료제 타령하면서 자주 달라붙어 오는데 물어보니 옆에 있으면 이상하게 몸에 피로가 싹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나.
나노봇 때문인가..?
역류성 식도염도 나은 것 같고 몸도 건강해진 기분이라며 엄청나게 좋아하더라.
특히 내 옆에 있으니 더 그런 것 같다고.
친구랑 같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알아서 착각해주니 다행이지만.
다행히도 시청자들 반응이 좋았지만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나.
냥지가 좀 이따가 보자면서 합방을 하러 방 안에 들어갔다.
방종하고 보자는 소리겠지…?
****
“오늘 예지 진짜 안 와? 어제 온다고 했는데.”
“몰라. 오늘은 쉰다고 하던데? 다른 예지랑 합의가 안 됐겠지.”
“곧 올 것 같은데? 응흐흐흐흫”
“어, 곧 올걸? 아까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데.”
보통 예지가 잘 시간에 많이 오긴 하더라.
냥지의 말에 모두가 수긍한 듯 잡담을 하며 기다렸다.
예지가 안 낄 리가 없지!
어제도 한껏 기대하며 자신의 방송에 찾아와서 몇 번이고 시간을 물었는데 늦을 리가 있겠어?
최근 부쩍 친해진 예지를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응흐흐흫
“늦었어…! 미안해…!”
“봐. 오잖아.”
“안 오신다면서요~”
“아, 아닌데..? 그건 내가 아닌데..?”
“맞는데? 맞는데?”
“응하핳핳”
임뿌와 예지가 투닥투닥 말싸움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아니, 예지야 언니도 이렇게 먼저 와서 기다리는데 지각을 하다니.”
“미안해…”
“애교 한번 하고 시작하자.”
“예지는 언니가 좋아요…!”
초야가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서로 옆에 있었다면 친자매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지 않았을까.
“자, 오늘은 역사 문제를 내고 많이 맞추는 사람이 우승하는 게임입니다! 질문 있는 사람?”
“저요! 저요!”
“저요!
“질문 끝났습니다.”
“뭐야?”
정란이와 예화가 질문하려고 말하지만 못 들은 척 넘어갔다.
“그냥 퀴즈 내고 맞추는 건데 질문이 어디 있어.”
“궁금한 게 있을 수 있죠!”
“맞아!”
“혹시 팀전은 아니죠?”
“또 비령이 버스 탈 생각만 가득하네.”
“아닌 거든!”
“야! 이정란! 네가 물어볼 게 그거 아니면 뭔데!”
“팀전이요…”
“내가 먼저 물어볼 거야!”
정란이와 예화 그리고 쥬벳트의 대화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제법 괜찮았다.
“아아! 들려?”
“어, 언니 무슨 일이야?”
“나 마이크 꺼진 줄도 모르고 계속 말하고 있었어.”
아, 어쩐지 초야의 목소리가 안 들리더라.
여태 마이크를 끄고 말하고 있었구나.
스트리머들이 한 번씩 하는 실수지.
“팀전인데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팀 짜주는 게임이라서 그냥 시작하겠습니다!”
“제발! 비령이는 안돼!”
“내가 어때서!”
“차향이도 안돼!”
“엥? 난 이런 거 잘하는데?”
내가 못하는 게임은 대전 게임이나 피지컬 게임 아니었나…?
아닌가?
나에 대한 인식에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웃어 넘겼다.
생각해보니 못하긴 하네!
“응하핳핳”
“근데 임뿌는 여기 왜 왔어? 오늘 합방 멤버 아니잖아.”
“대리 출석이요. 모두 수고!”
“뭐야, 쟤 이상해.”
쥬벳트의 중얼거림이 웃겨서 또 웃고 말았다.
“응핳하하핳”
A팀 악여화 참게비령 테일리 이차향
B팀 냥지 유초야 쥬벳트
“저기요! 한 명 부족한데요?”
“어? 그러고 보니 수양이 어디 갔어?”
“노쇼?”
“에바지~”
또롱
“늦었어요! 시간 잘못 봤네…”
“노쇼 하셨네요?”
“아니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어허~ 빨리 들어오기나 하세요.”
띠링
화면에 글자가 나오며 문제가 나오기 시작한다.
A팀!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날은?
1. 30년 전 2. 5년 전 3. 50년 전 4. 20년 전
에이, 이건 너무 쉽다.
설마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겠어.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있었다.
다들 1번을 외쳤는데 혼자 4번이라고 자그맣게 말한 예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네…”
“이 정도 문제는 여유 부릴 수도 있지!”
예지의 분위기를 보니 아닌 거 같은데…
“헤헤..”
그 후로도 예지는 맞추는 문제 하나 없었지만, 우리와 농담을 하며 잘 어울리며 놀고 있었다.
B팀! 가상현실 게임을 만든 회사는?
1. 밸보 2. 밸부 3. 블리자도 4. 호널드
“1번! 1번!”
A팀! 이 마크의 부대 이름은?
1. 고스트 2. 가스트 3. 델타보스 4. 윙널스
해골의 이마에 총알이 박힌 그림.
예전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서 게임에도 자주 나오고 있지.
“나… 이거 알아…!”
간만에 아는 문제가 나와서 기쁜지 크게 외치며 말하는 예지에게 다들 한발 뒤로 빼서 양보하는 모습이었다.
워낙 유명한
아직 맞춘 문제가 하나도 없는 예지가 자신 있다니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정말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던데 컨셉일까?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고스트…! 저 마크… 있었어…! 근데 여기에도 있어…?”
무슨 말일까.
그 말뜻을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여기에도 있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정답!
제3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요인 암살 작전을 수행하며 활약했던 공식적인 부대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 부대였습니다. 이들의 존재는 미국의 최고 기밀 사항이었고 2051년 세계 평화조약을 위해 부대 폐지를 약속하고 정보를 공개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대원들의 존재는 2030년 암살당한 대통령 존 크로우와 콘래드 오클렛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 그런 거 아닌데…흐으으”
점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던 예지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말이 없어졌다.
우리는 일부러 틀리면서 분위기를 장난스럽게 만들었지만, 갑자기 터져 나온 예지의 울음소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울어! 문제 모를 수 있지.”
“그래~ 나도 별로 못 맞췄어.”
[ㄴㄴ 그게 아님]
[ㅇㅇ 저 방송에 지금 왠 이상한 애들이 들어왔음]
[멘탈 터진 것 같은데 ㅠㅠ]
[분위기 이상해 진다;;]
“잠시만…”
냥지의 마이크에서 문을 벌컥 열고 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예지의 마이크에 희미하게 냥지가 달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냥지야. 예지 왜 울어?”
“어라?”
****
예지가 문제를 하나도 맞추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예지는 그저 우리와 함께 놀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었으니까.
문제가 사실 맞든 틀리든 아무 상관 없었다.
이렇게 우리끼리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웃고 노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즐거워하던 예지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기 전까진 분위기가 좋았지.
“잠시만..”
예지의 울음소리에 방문을 열고 예지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펑펑 울고 있는 예지를 감싸 안고 예지의 방송 화면을 훑어보고 있었다.
“괜찮아. 누가 그랬어. 응?”
“흐으으”
뭔가 이유가 있을 건데.
채팅창을 보자 대충 어떤 느낌인지 감이 왔다.
[갑자기 이상한 놈들이 도네했음;]
[냥지님 얘들 다 벤 해주세요!]
[저거 어디서 본 닉들인데]
시청자들이 10명 정도의 닉을 추려서 알려주었다.
사실 알려주지 않아도 지금도 도네로 욕을 하고 있으니 알 수 있었다.
컨셉역겹네님의 1,000원 후원!
컨셉 역겹게 잡았네 ㅋㅋ 이런 상식들을 모를 수가 있나?
얘낳고미역국님의 1,000원 후원!
……!
그것은 노골적인 악의였다.
누군가를 해하고 싶다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예지가 힘든 애인 걸 알면서도... 아니, 아니까 죽으라고 후벼 파는 것이다.
서둘러 밴을 했지만 이미 예지에게 그 말들은 날카로운 송곳처럼 예지의 마음을 찔렀겠지.
다른 사람들한테 나중에 설명해주겠다고 말하고 급하게 방종을 했다.
“예지야. 힘내!”
“네가 우니까 나도 슬프잖아. 어어엉…”
“나중에 찾아갈게.”
“냥지야. 나중에 전화 줘?”
"누가 울렸어! 이 시...ㅂ"
이번에 연관된 놈들을 반드시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레기… 처..]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는데?
울다 지친 예지를 재우고 다음 날 아침 경찰서에 찾아가려고 햇던 나에게 먼저 경찰의 연락이 왔었다.
놀랍게도 신고했던 10명의 신원을 모두 파악하고 불구속 입건 했다는 소식이었다.
신고도 안 했는데?
여태 우회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수많은 사람을 괴롭혀왔는데 이제 잡혔다는 소식이다.
델레그램을 이용해 10명이 조직을 구성해 개인 방송하는 사람들을 악의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요즘 세상에 정말 보기 힘든 놈들이라며 혀를 차는 사람에게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뭐야..?
보내준 증거들이 너무 확실하다고 감사의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어제 잔뜩 화가 나서 끝을 보겠다고 다짐했던 내 결심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건은 쉽게 끝이 나고 말았다.
신고를… 다른 사람이 했나?
이번 일은 갑자기 벌어지고 갑자기 끝이 나버리네.
* *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