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불쌍한 사람 아니라고-39화 (39/78)

〈 39화 〉 반응

* * *

레딧즈

R/gaming (게임 관련 서브 게시판)ㄹ

Jmod

지금 제작 중인 신작 RPG 게임이랑 크라이 스캐빈저 콜에 나온다고 하는데 크라이에서는 플레이블 캐릭터 스토리 모드 스캐빈저 콜에서는 보스 이렇게 등장인 건가?

난 일단 안 해봤는데 크라이에서 성능은 어때?

AAA

아무도 성능은 관심 없어!

­>Jmod

무슨 소리야. 성능은 정말 중요한 사항이야.

Dooooo

지금 스토리 모드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서 테일리에게 5시간 동안 잡기를 당하고 있어 :D

­>S­type

이런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나 스토리 모드 이제 출시했는데 안타깝네

­>Dooooo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지금 대전 따위를 하는 놈은 없다고!

Lopo

평소에 테일리의 방송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번 스토리 모드가 그런 날 충족시켜줬어.

Pz

미친! 그녀는 모델을 해야 했어. 그녀의 굴곡을 보고 난 할 말을 잃었다. 근데 크라이 스토리 자체는 전형적인 격투 게임 스토리었어.

Noobking

테일리 왜 이렇게 센 거야? 난 하워드가 아니라고.

­>Dot

그럴 수 밖에 없지. 하워드는 말이 너무 심했어.

Yee

테일리는 너무 멋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얼마나 멋있는지 난 그녀를 1시간 동안 보기만 했어. 그리고 밸보팀 개발자들은 패션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 그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어.

­>Enta

정말 멋있어서 본 거야?

­>Yee

이봐. 조용히 넘어가 줘.

Pink

테일리의 연기력은 상당한 것 같아. 평소의 그녀와는 완전히 달랐어. 근데 친구들 대전 좀 돌려줄래? 아직도 행복 잡기 당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Dp

왜 아니겠어! 젠장! 너도 빨리 와서 당해봐! 그녀의 허벅지는 국보급이다. 시발!

Xcoad

[영상]

숨어서 가만히 있으면 예지는 혼자서 포즈를 잡다가 부끄러워한다. 이스트에그?

­>thefall

넌 나의 은인이야.

OoOoOooOO0

스캐빈저 콜에서는 고증으로 총알을 피하면서 유저 머리에 구멍을 내주고 있어. 그녀의 체력은 낮지만 정말 어려워.

[스토리 모드에서 전부 예지랑 팬미팅하고 있어요.]

[초야님 오늘은 뭐 하심?]

[예지가 평소의 자신이랑 아주 다르다고 하더니 진짜 정반대임 ㅋㅋㅋ]

[개발자가 직접 안전장비를 착용해서 기술 걸려가며 구현해낸 촉감이라고 하던데 ㄹㅇ임ㅋㅋㅋ]

[그거 예지가 살살 안 했으면 큰일 났을 거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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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의 눈빛 예지 눈나ㅏㅏ

“아, 진짜? 나도 한번 해볼까? 예지는 근데 돌아왔어요? 휴방 한다고 하지 않았나.”

[돌아옴 ㅇㅇ]

[썰 풀었는데 진짜 꿀잼이었음ㅋㅋㅋㅋ]

“그래? 나중에 다시 보기로 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크라이 스토리 모드 한번 해봐야겠다. 나 근데 일 년 전에 두 달쯤 하다가 접었는데 지금 시전 동작도 기억 안 나.”

사실 예지가 휴방하긴 했었지만 나는 카톡으로 자주 대화해서 그런지 예지가 휴방했다는 사실 자체를 까먹고 있었다.

궁금해서 찾아가 볼까 했었는데 예지가 기겁하며 극구 말려대서 찾아가지 못했었다.

얘는 왜 그렇게 부끄럼이 많나 몰라.

나중엔 놀러 가야지.

크라이에 접속해 스토리 모드를 누르니 여러 캐릭터가 뜨길래 예전에 내가 해봤던 하워드라는 캐릭터를 골라서 시작을 눌렀다.

[앗 ㅋㅋ]

[ㅎㅎ]

“응? 왜 그래?”

[ㄴㄴ]

[ㅋㅋㅋㅋㅋ]

[스토리 모드 기대되네요 ㅎㅎ]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안 해본 사람들이 아직 많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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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모드 클리어 100,000원 후원

“엥? 그렇게 어려워?”

[ㄴㄴ]

[^^]

[알려드렸습니다]

“살짝만 말해줘. 아니 그래야 도전을 하든 말든 하지! 이 사람들아!”

[어렵긴 함]

[세기는 센대 예지 본인만큼 강하지는 않음]

[그러면 못 깨지 ㅋㅋㅋ]

[할만하다고 하던데 누군가는]

“그래? 그럼 한번 해봐야겠다. 도전!”

할만하다는 소리가 보여서 바로 도전을 했다.

설마 못 깰 정도로 냈겠어?

로딩이 끝나고 주변에는 습한 비 냄새가 맡아지며 검은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는 천둥번개가 번쩍이고 폭우가 쏟아졌다.

눈을 뜨기조차 힘든 폭우 속에 정체 모를 누군가가 보였다.

쏴아아

그 빗속에서 예지는 무릎을 꿇은 채 누군가를 부둥켜안으며 울고 있었다. 얼굴 가득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을 흘리며 오열하던 예지가 천천히 나에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워..드…!”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심무극도… 실망스럽군. 명망 높은 격투 가문으로 들었기에 찾아왔는데 이렇게 형편없다니. 너의 부모는 나약하기 그지없구나.”

“죽…일 거다…! 이번 일은 뼛속 깊이 새겨 놓고 잊지 않겠다아아!”

번뜩이는 안광을 뿌리며 노려보던 예지가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주변 공기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했고 내가 정말 예지의 철천지원수로 느껴졌다.

인상을 구기며 노려보는 예지에게 내 캐릭터는 정말 마음에 든 듯이 기꺼워하며 말했다.

“넌… 자질이 있군. 한국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더니 그 말이 진실이구나. 너의 그 눈빛 넌 네 부모 따위보다 더 쓸모가 있겠군. 강해져서 와라.”

빨간 선으로 만들어진 눈동자 형태의 뱃지를 바닥에 툭 던지며 뒤를 돌았다.

“아아아아아아악!”

마치 바닥없는 무저갱에 빠진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던 예지와 주변의 비 냄새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난 도로 위에 서 있었다.

찌르르 우는 벌레 소리만이 주변에 들려왔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만 없었다면 제법 평화로운 풍경이었겠지만 이내 불청객이 나타나 이 정적을 깨버렸다.

세련되고 멋들어진 검은 오토바이를 브레이크를 밟으며 내리는 예지의 눈은 차갑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모순되지만 그만큼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특이한 발걸음으로 걸어왔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예지는 분명 무서웠지만, 매력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히라다 그는 신인가!히라다 그는 신인가!히라다 그는 신인가!히라다 그는 신인가!히라다 그는 신인가!히라다 그는 신인가!]

[바스트 모핑 ㅓㅜㅑ]

[몸매 돌았네 ㅋㅋㅋㅋ 진짜 와]

[헤으응... 눈나... 분위기 미쳤어...]

같은 여자가 봐도 매력 덩어리로 느껴질 정도로 예지의 얼굴과 몸매는 너무 압도적이었다.

이...이게 유전자의 힘..?

“오랜만이네?”

“누구였더라?”

“난 하루도 널 잊은 적이 없는데 이거 섭섭하네.”

“이건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를 잊다니 실례. 그래서 무슨 볼일이지?”

“난 그날을 아직 잊지 못하는데 넌 잊었겠지만 말이야.”

“오, 그렇지. 그 아가씨였군.”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죽어라!”

예지 연기 진짜 잘하는데?

평소의 소심한 태도가 혹시 컨셉인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예지가 갑자기 나에게 약진하며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발등으로 내 정수리를 찍어 누르듯 휘둘러왔다.

뭐야! 갑자기 시작하는 게 어디 있어!

허둥지둥 어설프게 손을 들어 올렸지만 체력이 움푹 깎이며 나는 바닥을 뒹굴었다.

“끄앙.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어? 이제 입이 마음대로 움직여지네.

[ㅋㅋㅋㅋㅋㅋㅋ]

[개발자 : 하워드로 도전할 경우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예화, 정란이, 수양이는 진작에 박살났음ㅋㅋ]

“얘들아 할만하다며! 이게 어딜 봐서 할만하다는 거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뛰어올라 드롭킥을 차는 예지를 피하려고 했지만 내 어깨에 올라타 허벅지에 내 머리를 끼워 그대로 바닥에 내려 찍었다.

와… 허벅지가 무슨…

“헤으응… 눈나… 아니, 이게 아니고!”

연이어 날려오는 발차기를 볼품없이 구르며 피하며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아니, 난이도가 뭐 이래..!

“꾸아아악! 예지야! 언니야! 언니한테 이러면 안 돼! 타임!”

누운 채로 예지가 걸어오는 트라이앵글 초크에 걸려 허벅지에 목이 끼워져 졸려지고 나는 꼼짝도 못 하고 목이 졸려 게임 오버를 당했다.

너…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잡기 기술 엄청 많더라.]

[프라도 ai인데 예지 오리지널 기술 개수가 많아서 짐작도 못 하고 3번쯤 졌었음 ㅋㅋㅋㅋ]

[프라 : 3번쯤 져보니 할만하다.]

[근데 옵션에 난이도 조절이 있음]

[기본이 익스트림 난이도 ㅋㅋ]

[이러고 뉴비가 오길 바라는 히라다! 지랄 났다!]

“눈나… 나 죽어…. 아니, 진짜로…. 언니 죽는다고…!”

“예지야? 악!”

끝없이 목이 졸려졌다.

****

가끔 이 모든 게 꿈이 아닐까 그런 무서운 생각이 나서 두려워질 때가 있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정도로 상냥한 사람들과 친구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노동자에게 호의적인 기업들이나 국민과 나라를 걱정하는 부패 없는 정치인.

아, 딱 한 번 뉴스에 보긴 했는데 그냥 징역 먹고 가시더라.

현실성이 없어도 너무 없게 느껴졌다.

아니면 내가 살았던 그 세계가 너무 미쳐버린 세계일지도.

몸 하나 바뀌었다고 좋은 친구들이 생기고 무슨 일을 해도 일이 잘 풀리고 재능이 넘치기도 하고 그것도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의수까지 있지.

꿈이라고 하기에는 내 상상력이 이렇게 풍부하지는 않아서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는 낡고 곰팡내가 풍기는 그 방에서 여전히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는 이야기다.

의수와 테일리 그리고 친구들이 내 뇌내망상 친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여튼 너무 행복해서 고민이라는 배부른 소리였다.

테일리나 나의 기억이 아닌 이곳 세계에 살던 서예지의 기억이 조금 흘러 들어온 적이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우울증 때문에 집 안에 박혀서 울고 있는 기억이 떠올라서 슬프면서도 동질감을 느껴졌다.

신기하게 우리 세 명은 고통 받는 삶을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네.

어떻게 이렇게 모일 수 있었을까?

내 옆구리를 푹 찔러오는 손톱에 화들짝 놀라 옆을 바라보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정란이가 살포시 웃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응..? 별거 아냐…”

“또 그런다! 방송에서 그때처럼 말하자니까?”

친구들이 그때 다시 보기로 평소의 내 말투가 아닌 모습을 봤었는지 이렇게 눈치를 줄 때가 있었다.

“근데 부끄러운 이유가 도대체 뭐야? 어제 크라이에서 너한테 수십번은 목이 부러졌는데 연기로 잘만 말하더니만.”

“맞아! 어제 내가 쉬움 모드로 해도 목이 수십번은 부러졌겠구만! 어제 내가 너한테 까인 것만 3시간이거든요?”

예화가 소파에 앉아 툴툴거렸고 정란이가 맞장구치며 예화의 말에 힘을 보탰다.

서로 죽이 얼마나 잘 맞는지 사람들한테 왜 처갈 듀오로 불리는지 잘 알 것 같았다.

아니, 꼭 이럴 때만 죽이 잘 맞는다!

평소에는 둘이 투닥투닥 싸우다가도 이런 기회만 생기면 둘이 힘을 합쳐서 득달같이 달려드니까.

여태 당해온 내가 보증할 수 있다.

“딱 한 번만 그때처럼 말해주라. 응? 이렇게 빌게!”

“리얼 크크~”

눈을 감으며 절실한 태도로 부탁하는 예화가 신기하기만 하다.

딱 한 마디 들으려고 이렇게까지 해..?

“어떤 대사…”

“예화야 사랑하라고 한 번만!”

[예화야 사랑해! 난 진작 말하고 있었는데..?]

넌 좀 빠져!

“야! 나는!”

“넌 가만히 있어! 평소에도 자주 자고 가는 게!”

“으으… 알았어…”

예화는 사랑한다는 말을 진짜 좋아하는구나.

“예화야. 사랑해.”

얼굴이 화끈화끈했다.

왜 자꾸 이런 거 시키는 거야!

냥지가 이런 거 잘 받아주던데 냥지랑 하면서 놀지…

[이게 왜 부끄러운 거야? 좋은 거 아닌가?]

“으흫읍…”

“야, 너 침 흘려! 침…! 악! 침 묻었어!”

“너 친구가 더러워?”

“침은 더럽지! 그러면 넌 내 침이 깨끗해?”

“아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투닥투닥 싸우는 둘을 내버려 두고 점심이나 시켰다.

나중에 예화한테 나노봇이나 넣어줘야지.

예전의 조용했던 분위기와 달리 최근 우리 집은 정말 시끌벅적해졌지만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용하든 시끄럽든 이 평온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테니까.

나중에 쉬면서 내가 만든 테일리 반응이나 한번 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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