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라디오 방송
* * *
요즘 내 인기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 캐릭터한테 종일 맞고 있다는 것도 이유가 좀 그렇기는 한데 납득은 됐다.
내가 남자였어도 그랬을 거니까!
그쪽에서는 다들 전화로 대성공이라고 크라이에 거의 없던 여성 유저들의 신규 유입도 늘었다고 좋아하는 것도 알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기뻐하기에는 상황이 조금 애매했다.
인지도도 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많이 늘었는데 이건 틀림없이 기뻐해야 할 이유는 맞다. 열심히 만들었던 캐릭터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 유입이 늘었다는 것도 기뻐해야겠지.
근데 동인지는 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상적인 동인지 내용이 좀 있었는데 그냥 평화로운 분위기로 나와 친구들과 노는 내용도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성인용 동인지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일본에서 나를 소재로 동인지나 일러를 그리는 게 유행을 타버렸는데 심히 부끄러워 이걸 못 본 척 넘겨야 할지 아니면 막아야 할지 고민이다.
사실 왜 그러는지 내 외모만 보면 확실히 이해되고 인기 있는 게임에서 좀 야한 복장을 하고 등장했으니까 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고.
일단 이 일은 뒤로 미루자.
부끄럽기는 하지만 이해는 되고 딱히 나한테 피해가 오는 일도 없어서 급할 이유도 없었다.
“예지. 배고픈데 우리 뭐 먹지?”
“카레 남았으니까 데워서 먹어…”
내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야뭉이한테 냥냥펀치를 맞고 있는 정란이가 배고프다길래 어제 끓인 카레나 먹으라고 말했다.
정란이는 김밥이랑 카레 그리고 우동을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얼마나 좋아하는지 삼시 세끼 그걸 먹고도 질리지 않고 먹더라.
본인은 김밥이랑 카레는 건강에 좋다며 나름 건강식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정란이의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보면 왜 건강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의수가 원래 몸이 엄청 약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더 안 좋아지게 만들고 있는 건 정란이의 생활 패턴이야!
예화는 나노봇을 넣어주니 예전보다 더 활기차고 목소리도 우렁찼다.
피곤한 게 그거였어..?
엄청난 텐션이다.
이제 수양이랑 초야 언니만 남았나?
요즘 차향 언니도 나노봇을 줄까 고민하는 중이다.
부쩍 친해지는 중이어서 나와 친한 사람들은 챙겨주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예화처럼 눈치가 좋지 않길 바란다.
예화는 눈치가 생각보다 아주 좋았는데 나노봇을 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
그리고 내 근처에 있을수록 몸 상태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눈치챘고 예화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기긴 했지만 나는 깜짝 놀랐었다.
거의 탈인간급 감지 능력이 아닌가…?
예화도 이제 우리 집에 자주 오기는 하지만 그게 항상 우리 집에 온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았다.
예화는 인맥이 엄청나게 넓어서 방송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기 바빴으니까.
하루의 활동이 끝나면 우리 집에 와서 뒹굴고 있긴 하더라.
최근 정란이와 냥지의 내 침대 쟁탈전이 벌어지자 예화가 궁금했던 건지 가끔 끼어들었는데 다른 이유는 없고 아직 한 번도 그 둘을 이긴 적이 없어서 오기가 생긴 듯 보인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같이 자려고 하는 거냐고 묻지만 내가 뭐라고 대답할 수가 있나.
그냥 모른다고 하니 호기심이 폭발했는지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었고 테일리는 기분이 좋아져 아무나 이기라고 응원하고 있었다.
얘들아… 다들 자기 집이 있잖아…
아, 그런데 친구들이 전부 월세로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엿한 본인 소유의 집이라고 해야 하나?
이쪽은 사람들이 조금만 노력해도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집값이 비싸지가 않았다.
물론 비싼 곳도 당연히 있었지만 그런 곳들도 할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 생각보다 비싸진 않았다.
월세로 사는 것은 정말 인기 없는 선택지가 되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인지 곤경에 처한 사람이나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이 월세로 사는 경우가 좀 많다고 들었다.
지금은 일자리도 많고 여유로운 시대라서 웬만하면 상황이 좋아진다고 하더라.
당연한 소리겠지만 정 맞는 일자리가 없으면 요즘은 해외에 가서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단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본인 소유의 집이 다들 있는데 왜 자꾸 여기에 와서 자냐고!
원래부터 몇 년 뒤에 다 같이 모여서 살기로 서로 약속했다고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지 않나요?
거의 같이 산다는 듯 말했지만, 정란이와 예화는 방송하러 가거나 무언가 진지하게 작업할 때 집에 가끔 돌아가곤 했다.
방송이나 해야겠다.
오늘 내가 준비한 회심의 콘텐츠가 있는데 이걸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
테일리 Just Chatting
오늘은 라디오!
[ㅎㅇ]
[테하]
[라디오???]
“안녕…! 오늘은 내가 준비한 회심의 콘텐츠! 시청자들의 고민을 듣는 라디오 방송…!”
[올ㅋㅋㅋ]
[어떤 식으로 진행해요?]
[선착순인가?]
“토게더 개설했는데 이제 됐네요…! 거기에 올려줘…!”
“아, 그리고 이상한 거 올리면 안 돼..!”
양팔로 X를 만들며 캠에 보여주었다.
[고민 상담소 ㄷㄷ]
[여자 친구가 없어요.]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하나 골라서 읽어볼게요…!”
『안녕하세요
테일리님 좋은 하루입니다.
저의 고민은 15년 사귄 친구가 뒤통수를 친 문제에 대한 고민입니다.
15년 동안 친하게 사귄 친구가 프로그래머였는데 저에게 같이 게임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길래 둘이서 같이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친구가 대표로 등록하고 1년 동안 같이 고생해서 만들어서 완성했는데 그동안 심의비나 제작 비용을 제가 자주 내기도 했었고요.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저와 3년 동안의 수익을 6:4로 나누기로 계약서를 쓰고 출시하기로 했는데 게임을 완성했는데도 불구하고 1년을 넘게 이상한 이유로 출시도 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끌더군요.
게임을 완성하고도 1년 동안 질질 끄는 이유가 귀찮다 거나 까먹었다는 이상한 이유를 대면서 1년을 넘게 질질 끌길래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하겠다고 확답을 받고 왔는데 여전히 출시하지 않는 겁니다.
화가 나지만 참았습니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게임만 하던 친구가 같이 한판 하자고 하길래 만나서 게임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카톡으로 이상한 말을 하더군요.
그 판에 자기 킬을 뺏어 먹었다느니 친구끼리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킬을 먹고 그렇게 당당하냐고 말이죠.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이유로 저에게 진지하게 화내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엄청나게 싸웠죠.
고작 게임 따위로 그렇게 화를 내는 거냐.
킬이 뭐라고 그렇게 화를 내는 거냐고 싸우다가 저에게 사회생활 좀 배우라며 욕을 하길래 멘탈이 터졌었습니다.
그리고 사과 하겠거니 기다렸지만, 아예 연락을 끊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같이 만든 게임 이야기는 아예 안하고 말이죠.
그래서 고소까지 생각하다가 일단 전화를 해서 네가 먼저 같이 게임을 만들자고 해놓고 나한테 심의비랑 투자까지 받아 가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게 맞는 거냐?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출시를 미루는 것을 1년간 기다려줬는데 고작 게임 킬 따위로 나에게 그렇게 화를 내느냐고 말했습니다.
사실 좀 길게 말하긴 했죠.
결국, 항복하고 올린다고 말하면서 계약 이야기는 말 안 하길래 제가 계약서 다시 쓰자고 그리고 계약서 내용에 언제 어떻게 지급할 것이며 이런저런 내용 다 추가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다음날 자기는 그 게임 저작권에 손 뗄 거고 네가 가져가서 처벌라고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말하길래 있던 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비록 게임은 별거 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1년 동안 열심히 만들고 어떻게 이렇게 내팽개칠 수 있는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2년이나 지나고 게임이 저에게 왔지만 기쁘지 않네요.
정말 제가 잘못한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처음부터 이런 어려운 고민이라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콘텐츠구나.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더 좋은 친구를 만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예전에는 정란이 말고는 친구 한 명도 없었는데요..! 그 게임 나중에 무슨 게임인지 알려주세요. 나중에 한 번 해보겠습니다!”
[ㄹㅇㅋㅋ;;]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법이지…]
[파이팅!]
[토붕아…]
[난 걸러서 다행이라고 생각함]
[ㅋㅋㅋㅋㅋ 예지 제대로 당황했네]
“파… 파이팅! 다음 글 읽어보겠습니다..!”
괜찮은 콘텐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힝… 그래도 한 사람을 위로했으니 나쁘지는 않아…!
『눈나ㅏㅏㅏ
예지님 앞으로도 밸보 게임에서 계속 나오시나요?
진짜 팬인데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아마…? 크라이에 가끔 나오거나 나중에 신작 RPG에도 나와요..! 아마 나중에 부를 것 같네요…”
[ㄷㄷㄷ]
[아ㅋㅋ 예지로 꿀 달달하게 꿀 빨았는데 놓아주겠냐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여태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감이 아예 안 잡혀요.
어떻게 해야 사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데이트 코스나 선물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 그걸 알면 저도 예전에 친구가 많지 않았을까요…?”
[ㅠㅠ]
[그렇게 말하지 마…]
『고스트 부대는 어떻게 아셨나요?
기본적인 상식은 없으셨는데 고스트 부대 하나만 알고 있었던 게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정말 별다른 의도는 없어요.』
고민 상담이랑 QNA가 섞인 것 같은데…
“과거의 기억이 하나도 없어서 그래요..! 정란이랑 고스트 그것만 기억이 나서 그렇습니다!”
이번 콘텐츠를 끝내고 방송을 종료하니 갑자기 의수가 이상한 말을 했다.
[감지.]
응?
[누군가 사용자의 뒷조사를 시작.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주의 필요.]
누가 날 뒷조사 한다는 거야?
그럴만한 사람은 없지 않나?
난 누구한테 원한을 산 적도 없는데…
[신경 쓸 필요 없음. 보고했을 뿐 처리는 알아서 하겠음. 상대의 의도가 파악되지 않아 극단적인 생각을 할 필요 없음.]
어… 알아서 해줘.
갑자기 나에 대한 뒷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니 긴장이 된다.
첩보물의 주인공이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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