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불쌍한 사람 아니라고-57화 (57/78)

〈 57화 〉 오클렛

* * *

심장이 쿵쿵 뛴다.

마치 터질 것처럼.

냥지는 자리를 비웠다.

걱정은 고맙지만 이번 일과 아무 상관 없는 냥지가 마음고생 하는걸 원치 않았기에 자리를 잠깐 비워주길 부탁했다.

스스로가 통제되지 않아서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화낼 일은 아니잖아.

내가 아닌 테일 리가 피해 본 거고 심지어 고스트나 과거 일도 이쪽 세계가 아닌 테일리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니 여기 사람들한테 죄를 물을 자격도 없지 않나.

내가 하는 짓은 단순한 화풀이나 다름없어.

진정하자.

그냥 그 사람들이 오면 오해였고 사과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자.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은 다해봐야지.

그런데 내가 테일리잖아?

그럼 화내도 되는 거지?

아, 아니야.

진정하자고 서예지.

쿵쿵쿵

크지도 작지도 않은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정중함이 느껴질 정도로 느리고 규칙적인 박자의 두드림.

그 두드림이 여태 내 복잡했던 머릿속을 하얗게 물들여버린다.

시간이 지나자 다시 들려오는 두드림.

쿵쿵쿵

그래.

간단해.

우선 문을 열고 나는 고스트 대원이 아니며 오해라고 밝힌 뒤 냥지를 다시 불러서 평소처럼 사는 거야.

속으로 다짐을 하고 문을 열었지만, 나의 다짐은 얼마 가지 못했다.

문을 열자마자 정복을 입고 서 있는 무뚝뚝한 인상의 사람들이 보였다.

내 속에 무언가 부글부글 끓는 느낌.

명백한 분노의 감정.

내 속에서 쉼 없이 몰아치는 분노의 소용돌이가 느껴졌다.

아….

“서예지씨 맞습니까?”

“다 알고 오신 거 아니에요?”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말을 거는 사람의 말에 실수로 삐딱하게 말해버렸다.

내가 말하고도 깜짝 놀라 움찔했지만, 곧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다시 노려봤다.

나는 피해자니까.

기억들이 마구 뒤섞여 머릿속을 헤집는다.

잊고 싶었던 기억들 묻어두었던 기억들 새로 떠오르는 기억들이 뒤죽박죽 나를 괴롭혀왔다.

“생각하신 게 맞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들어오세요.”

식탁에 앉아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서로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두 사람의 얼굴을 훑어보니 나이가 제법 있어 보였는데 나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은 3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그는 얼굴에 잔주름이 가득하고 눈에 다크서클이 조금 짙었는데 얼굴 중앙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그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굳게 다물린 입은 그가 말이 많지 않은 성격임을 짐작하게 해주었고, 말이다.

이런 신중해 보이는 사람이 나를 고스트 대원이라고 확실할 만한 무언가가 나한테 보였다는 건가?

딱히 외부활동은 하지 않았는데 내 방송에서 행동들을 보고 판단한 걸까?

그 옆의 덩치 큰 남자는 마찬가지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그 덩치가 산처럼 거대하고 근육으로 덮여있어 곰처럼 보였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것을 보면 이런 상황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는데 그 행동이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듯 보여서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배려했다면 그때… 아니.

결국, 먼저 입을 열은 건 나였다.

“차? 커피?”

“네? 아, 감사합니다. 둘 다 커피…”

냥지가 미리 끓여놓았던 커피를 가져와 그들에게 건네주었다.

우리들은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폭풍전야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겠지.

이 고요함은 곧 이어질 소란에 의해 깨질 것이니까.

매우 높은 확률로 나 때문에 깨질 분위기다.

“육군성 장관님…”

“결론만 말하자면 헛수고하셨습니다. 전 고스트… 흠.. 대원이 아니니까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말을 내가 고의로 끊은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래도 내 말을 들었으니 이제 이 일은 끝이 나겠지.

“정말입니까?”

“네.”

빨리 가줬으면 좋겠는데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걸까?

아니면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걸까?

내가 볼 때는 후자로 보였다.

그들은 내 말을 듣고도 믿지 못하는 눈빛으로 내 눈치만 살폈는데 그 모습 때문인지 내 심기가 점점 불편해지고 있었다.

“제 말 안 들려요? 가시라고요.”

“제대로 찾아왔습니다. 말을 들어주십시오.”

“싫은데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인간을 실험체로 보는 새끼들이 뭘 말한다고! 쓰레기 같은 새끼들아! 듣기 싫다고! 여기서 꺼져! 또 목숨 걸고 죽어줘?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희들의 욕심에 죽어야 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내 속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낼 뿐.

헉헉거리다 내가 사고 친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됐는데 잠깐의 분노로 속이 잠깐이나마 시원해졌지만 일을 좀 더 복잡하게 꼬아버렸고 그들의 짐작을 확신으로 바꿔버렸다.

“그게 아닙니다. 사죄드리기 위해 온 겁니다.”

“거짓말하지 마.”

“당연히 믿지 못하는 이유 잘 압니다. 하지만…”

그를 뚫어지도록 노려보자 잠시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계속 설명하지만, 일부러 듣지 않았다.

아까처럼 또 화낼까 봐.

제발 빨리 나가주길 바라며 화를 꾹꾹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아까 한번 폭발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훨씬 참기 어려웠다.

“사실 고스트 부대를 만든 건 제 아버집니다. 그리고 제 말을 듣고 만드신 거고요.”

“뭐?”

“콘래드 오클렛이 제 아버지란 말입니다. 존 오클렛이 제 이름입니다.”

“이봐. 그걸 굳이…”

수많은 생각이 모래사장의 모래처럼 파도에 부딪혀 사르르 흩어진다.

행복과 평온함 속에 묻어두었던 케케묵은 감정들을 사라졌다고 멋대로 착각하여 무시했나 보다. 테일리로서의 나는 아직 보내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 유리 파편처럼 깨져버렸다.

그 유리 파편은 내 속을 완전히 헤집어 놓았으며 피가 흐르도록 아프게 찔러오는 느낌이 들었다.

더 내 마음의 불길을 억누를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신 차렸을 때는 식탁이 산산이 조각나면서 커피잔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진 유리 조각을 흩날리며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주먹은 존이라는 남자의 얼굴을 향해 뻗었지만, 옆의 곰 같은 남자가 손을 펼쳐 막아냈다.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신음을 흘리며 손을 감싸 쥐었다.

“어떻게 이런 힘이…”

기억난다.

존 오클렛이라는 사람의 이름이.

****

새하얀 눈이 쏟아져 내리듯이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얼어붙은 나무 위에 눈꽃이 피어나고 그 밑엔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눈밭이 보였다.

그렇게 펼쳐진 백색 세상은 아름다웠지만 그만큼 여린 한 생명에겐 가혹했는데 그때의 나는 그 눈밭에 파묻혀 어느 한 건물 앞에 쓰러져있었다.

그 건물은 보육원이었고 나는 그곳의 원장에게 주어져 간신히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든다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에게 입양되었지.

노인에 가까운 중년의 이름은 존 오클렛.

내 양아버지였다.

그는 좀 이상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처럼 굴었다.

나도 약간의 불만이 있었지만, 그와 퍽 친해져서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자마자 그는 실험실에 나를 집어넣었다.

그때의 나는 어리석게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가 속삭인 말은 나에게는 너무 달콤했으니까.

“사랑하는 나의 딸아. 여긴 고스트를 만드는 곳 이 아버지는 이곳에서 고스트가 되었단다.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것을 거쳐야 하는데 참을 수 있겠니?”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의 나는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았다.

“기특하구나. 이 모든 게 우리 조국을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야.”

고작 이런 말에 속아 넘어갔었다.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에게 확실히 사랑으로 키워졌으니까.

미움받을까 두려웠던 것 같았다.

꽤 오랜 시간 나는 개조를 받으며 피폐해졌을 때쯤에 꺼내어졌다.

그리고 존은 약속을 확실히 지켰다.

적어도 그는 진짜 아버지처럼 나를 사랑으로 대해줬었다.

나는 전쟁에 투입됐고 전우들과 함께 연방의 영웅이 되었다.

점점 커지는 영향력을 아버지의 주변 인사들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만은 기뻐해 줬다.

그때의 나는 왜 아버지가 이런 작자들과 함께 다니는지 궁금했지만 의심하지는 않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를 모함하기 바빴지만, 아버지는 나를 끝까지 믿어줬으니까.

내 변치 않는 신뢰는 그 쓰레기들과 아버지의 대화를 종종 엿들은 적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년이 얼마나 악랄한지 아십니까? 쓸모가 없었다면 진작에…”

“허허. 입을 조심하시오.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자랑스러운 내 딸이오.”

그는

“개돼지들이 감히 우리에게 시위합니다. 싹 쓸어버려야 합니다.”

“어떻게 국민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오! 우리의 목표를 혼동하지 마시오. 우리가 지켜야 할 국민을 우리 손으로 쓸어버린다니! 못 들은 거로 하겠소.”

자랑스러운

“전세가 불리해지고 있습니다. 포로들에게 정보를 빨리 얻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고문하겠단 말이오?”

“필요하다면 우리가 점령한 도시의 민간인을 이용해서라도..”

“그만! 내가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은 이상 절대 허락할 수 없소. 그리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겠지.”

아버지였다.

오랜 전쟁은 내 친구들과 전우들을 앗아갔지만 버틸 수 있었다.

아버지는 더 힘들게 분명하니까.

연방을 위해 지금도 고생하시고 계시는데 내가 엄살을 피울 수야 없었다.

아버지가 나를 위해 붙여준 ai 수집가도 함께하고 있으니까.

[신호 감지. 경고. 보안 프로토콜 가동.]

“땡큐.”

우린 서로 잘 맞는 파트너였다.

아버지를 오해하고 있는지 가끔 아버지에 대한 험담이나 말을 했지만 이해한다.

아버지 옆에 쓰레기들이 항상 붙어있는데 그것만 보면 아버지도 한패로 보이기도 하니까.

오해할 수밖에 없지.

[당신을 이용할 생각밖에 없음. 그와 사용자의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다름.]

“오해하고 있다니까. 하기야 누구라도 그 쓰레기들이 아버지 옆에 모여있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하긴 하겠지.”

[오해? ]

그때부터였을까?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작은 의심의 씨앗이 심어졌다.

어쩌면…

임무는 점점 위험해지고 이상해졌다.

“민간인을 학살하라고요?”

[그래.]

“무슨…? 아버지한테 다시 확인해주세요. 정말 이게 아버지가 지시하신 거라고요?”

[그곳은 제국의 개들이 위장하고 있다. 민간인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싹 다 밀어버려.]

“알겠습니다…”

힘없이 통화를 끊은 나에게 수집가가 말을 걸어온다.

[이래도?]

“무슨 오해가 있을 거야. 거짓 정보를 흘려. 이건 명백한 전쟁범죄야.”

[조작한 증거 영상 전송.]

작은 마을의 민간인을 모두 다른 곳으로 내보냈다.

정교한 홀로그램으로 폭격이 오는 것처럼 비추니 감쪽같이 속아 작은 마을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들의 말과 달리 제국의 병사들은 하나도 없었다.

있었다면 이 홀로그램에 속을 일이 없었으니까.

“아버지! 어째서 그런 작전을 허용한 거죠?”

“내 사랑하는 딸아. 슬프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곳에는 우리의 지브롤 도시를 습격할 제국의 개들이 숨어있었어.”

“알겠어요.”

오해일 거라고 나 자신을 애써 속여왔지만 이제 깨달았다.

아버지는 악취 나는 쓰레기였다.

[이곳을 떠나기를 권유. 테일리는 이제 쉬어야 함.]

“고마워…”

[작전명 행복을 찾아서]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고 나는 수집가와 도망갈 계획을 세웠다.

이 전쟁에서 최대한 멀리… 어딘지 모를 평화로운 나라를 찾아서 떠나기로 말이다.

적어도 하나쯤은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그날 밤 나는 제국의 포로가 되었다.

쓰레기지만 딸이 위험해 처했으니 약속한 헬기를 보내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품은 게 잘못이었다.

“어째서!”

[딸아… 수고했다. 슬프지만 넌 연방의 영웅으로서 역사에 쓰이게 될 것이다.]

“아버지!”

[넌 참 쓸모가 있었어. 덕분에 내 계획이…]

휘둘러오는 검과 방망이들을 피해내며 퇴로를 찾지만, 방법은 없었다.

[사용자 위험. 플라즈마 배리어 가동… 여유 에너지 3% 불가. 나노 입자 배리어… 잔여 나노… 치지직… 불가.. 과부하… 더 이상의… AI 손상 위험… 경고. 경고. 경고]

희미하게 펼쳐진 막은 결국 깨지고 말았다.

****

모든 기억이 떠올랐을 때 내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진정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내 감정의 불길은 사그라들고 그와 동시에 나는 공허했다.

그는… 존 오클렛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같지만 다른 사람이다.

저쪽 세계의 존과 이쪽 세계의 존은 다른 사람이니까.

다만 좀 슬퍼졌다.

그냥 좀 슬펐다.

“당신이 어떤 말을 했길래 고스트 부대가 만들어진 건지 이야기해 줄래요?”

“괜찮으십니까? 지금 감정의 변화가 너무…”

“미친년인가 보죠. 해주세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진정하기 위해 커피에 손을 뻗었지만 잡힐 리가 없었다.

내 손에 부서져 식탁과 커피잔은 바닥에 뒹굴고 있으니까.

어지간히 화난 모양이었다.

우스워져서 피식 웃었다.

“제가 아직 어릴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참 전쟁 중 전세가 조금 불리해졌을 때 아버지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죠. 금방 끝나리라 생각했던 전쟁이 길어지던 것도 아버지의 예상 밖이었거든요. 그때의 미국 본토는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아버지는 반드시 전쟁에 질 것이라는 망상에 시달렸었죠.”

“아버지는 당분간 집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며 연락이 왔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응원하며 아버지의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이상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혹시 예전에 네가 말했던 말을 기억하느냐고 말이죠.”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히어로 영화에 푹 빠진 제가 구상하던 소설을 아버지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말씀하신 거죠.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습니다.”

“맞습니다. 그걸 현실 속에 꺼내 재현한 겁니다. 그 미친 망상증에 걸린 작자는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만 겁니다.”

“그게 어째서 당신 잘못이라는 거야?”

너무 허무해졌다.

“제가 아버지에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에겐 죄가 없어. 그냥 당신의 아버지는 원래 그 미친 짓을 하려고 했었고 비겁하게 아들한테 뒤집어씌워 합리화한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제가 원망스럽지 않습니까?”

“멍청하긴. 고스트 부대 같은 프로젝트가 정말 당신의 말에서 탄생한 거라고 생각해? 당신의 아버지라는 작자는 꽤 오랫동안 이 일을 계획한 거야. 미국의 수준이 그 정도로 멍청해 보여?”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이딴 병신 같은 이야기에 내가 고생했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지금 이 세계의 존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이곳의 존은 단순히 피해자다.

그저 아버지의 죄에 짓눌려 그것이 자신의 죄라고 생각하는 미련한 피해자.

차라리 저쪽 세계의 존 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안녕.

내 불쌍한 과거여.

우린 그저 망상증 환자에게 당했던 것 뿐이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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