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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나의 자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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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큰 사단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하길 바란다.'
편지의 끝에는 '추기경 오를란도'라는 끝맺음과 함께, 그분의 인장이 찍혀있다.
"추기경 님도 걱정이 많아지셨다니까."
나는 들고 있던 편지를 곱게 접어, 읽고 있던 성서에 집어넣었다. 격식 차린 말과 미사여구를 집어 넣어 몇 백 줄 분량의 정성 어린 편지를 만들어 냈지만, 요는 하나다.
"아, 여기 있다!"
"오셨습니까, 신시아 양."
이 꼬마 아가씨가 엇나가지 않게 잘 보살펴라, 이런 내용이다.
"한참을 찾았어! 조금만 눈을 뗐다 싶으면 사라지고, 신부님은 아직 손이 많이 간다니까!"
"고맙습니다, 신시아 양. 제가 당신을 돌보는 입장이지만 말이에요."
로렌스. 로렌스 프랑. 내 이름이다. 어린 나이에 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지금은 이 한적한 시골 동네의 성당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 이거! 신부님을 위해 만든 거야!"
이 활기찬 아이보리색 머리의 꼬마 아가씨의 이름은 신시아. 내가 아직 혈기가 넘쳤을 무렵, 어느 고아 시설에서 거둔 어린 자매님이다. 그녀의 성격 덕분에, 이 작은 마을에서도 매일이 지루할 틈이 없다.
"이건, 빵... 인가요?"
"후후, 맞아!"
신시아에게 받아 든 빵, 아니 반죽을 옅게 구운 무언가는 기묘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식으로 실패할 수 있는 걸까.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뭘 가방에 집어넣는 거야! 지금 여기서 먹어 줘."
"지금은 조금 배가 불러서요. 나중에 새로 들여온 홍차와 맛있게 먹도록 하죠."
"지금 안 먹으면 의미가 없는데... 만들자마자 바로 먹어야 한댔는데..."
신시아가 울먹이는 표정을 보자, 머리맡에서 영문 모를 죄악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곱 신이시여, 저를 지켜주소서.'
하압.
......
우웁. 간신히 목구멍으로 반죽이 넘어가는 과정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아, 먹어줬어...! 어때? 로렌스 신부님, 맛은 어때?"
"어떻게 빵에서 비린 맛... 아니, 아주 좋았습니다. 다음부터는 설탕을 좀 더 넣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맛있었다는 뜻이지?"
"... 일단은요."
"헤헤, 헤헤헤헤."
신시아의 뺨이 발갛게 물들어 간다. 물론 그럴 수밖에. 그녀 나이 때의 소녀들은 자신의 성취에 크게 기뻐하는 것이 당연하다. 비록 약간의 거짓말이 섞였지만, 신께서도 이 정도의 죄악은 구원해주시리라 의심치 않는다.
"얘, 신시아!"
그때, 멀리서 한 명의 수녀가 이곳을 향해 달려왔다. 이사도라 자매님. 이 성당에 소속된 자매님들 중 한 분이다.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거, 너지!?"
"아, 아니야! 그런 적 없어..."
"너 정말! 아, 죄송합니다, 로렌스 신부님. 신시아가 또 신부님을 귀찮게 하고 말이에요."
이사도라의 얼굴이 붉어진다. 신시아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것일까. 하지만 넓은 마음과 통제력을 갖는 것은 신부의 기본 조건이다.
"괜찮습니다, 자매님. 어린 자매님이 절 위해 빵... 을 만드려고 했다는군요. 본디 바다로 나가지 않으면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법. 지금은 신시아를 북돋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자, 신시아. 요리는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야. 언니랑 가서 청소하자, 청소."
이사도라가 시선을 돌린다. 설교가 너무 과했던 것일까. 것보다 청소라니, 신시아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을...
"응, 가자, 언니."
음. 예상외의 상황이다. 오늘은 신시아의 기분이 괜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기, 로렌스 신부님. 혹시 내 얼굴, 달라지지 않았어?"
"음, 머리핀을 바꿨나요?"
"아니아니! 나 말고, 신부님 말이야! 뭔가 조금 부끄러워졌다던가,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던가, 아니면 내 눈을 똑바로 못 보겠다던가!"
"하늘 위의 일곱 신께 맹세코, 저는 타인에게 고개 숙일 만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아, 그러고 보니 얼굴이 조금 뜨거워지긴 했네요."
아까 먹은 반죽 덩어리가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그, 그래? 헤헤, 헤헤헤헤."
보다 못한 이사도라가 신시아의 손을 강하게 낚아챘다.
"자, 자, 그만 가자, 신시아!"
"아, 신부님, 또 봐!"
대답의 대신으로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 서투른 면이 있어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신시아는 평범한 소녀다운 삶을 누리고 있다. 썩 좋지 못하던 고아 시설의 상태를 보았을 때도, 이 성당에 몸담은 건 그녀에게 신의 축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시계를 본다. 벌써 오후 두 시. 신시아의 청소가 끝나면, 오랜만에 같이 시장이라도 보러 가야겠다.
* * *
"알겠지, 신시아? 청소는 요리의 마무리야. 다음부터는 나나, 아니면 다른 자매님에게 먼저 얘기하도록 하렴."
"......"
"왜 아까부터 말이 없는 거야."
신시아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이사도라는, 로렌스 신부가 눈 앞에 사라지자 급격히 태도가 변하는 신시아를 눈치챘다.
이 아이, 처음 성당에 왔을 때부터 상태가 이상했다. 헝클어진 머리와 누더기진 옷. 로렌스 신부의 발령 첫날, 그의 옆에 거지 차림의 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 여간 당황했던 것이 아니다.
"신시아, 네가 아직 우리들에게 마음을 못 여는 거 알고 있어."
그래, 그날도 그랬다. 로렌스 신부의 손을 꼭 부여잡고, 마치 낭떠러지에 매여진 동앗줄마냥. 이 소녀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 그건 지금에 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직, 로렌스 신부의 곁에 있을 때만 제외하고는.
"하지만 로렌스 신부님은 바쁜 몸이셔. 언제나 그분 곁에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잖니?"
어느 정도 신시아가 성당에 적응했다고 생각했을 무렵, 처음으로 로렌스 신부의 방이 아닌, 신시아만의 방에 그녀를 혼자 재웠다. 그리고 그날 밤은... 생각하기도 싫다.
"로렌스 신부님은 네가 독립해서 훌륭한 숙녀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 거야. 계속 로렌스 신부님의 방에서 같이 자면, 나중엔 시집도 못 간다?"
"아니야."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신시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신시아는, 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릴 자신이 있어."
"그래그래, 그렇고 말고. 그러니까 일단 신부님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신부님의 품에서? 벗어나? 어째서?"
신시아의 눈빛이, 깊고, 어두웠다. 하지만 공허하지는 않았다.
"신시아?"
"이사도라 언니는 신부님을 좋아하지?"
"뭐, 뭐?"
"신부님을 보는 표정, 너무 이상했어. 그런 건 세 살짜리 꼬마라도 알아챌 거야. 우리 둔감한 신부님만 빼면."
"신시아, 너 정말...!"
"하지만 늦었어."
신시아가 손을 들어 손가락을 굽혔다. 그러고는 마치 소중한 보물, 명예로운 훈장을 바라보듯 자신의 손가락을 응시했다.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반창고가 감겨 있었다. 요리할 때 다친 건가.
"로렌스 신부님, 나만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그런데... 빵을 만들 때 칼을 사용하던가?
"로렌스 신부님, 로렌스, 오빠를,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내가 제일 크니까."
"신시아, 너...?"
이사도라의 머리에 섬광이 스쳤다. 서고 정리를 하던 중, 의뭉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다. 분명 깔끔하게 정리해뒀을 서고에 책 한 권이 빼내져 있었다. 공식적으로 금서로 지정되어 있던 걸 텐데, 그 내용이 분명.
"사랑의 주술이야."
"신시아? 너 신부님께 무슨 짓을."
신시아는 앙증맞게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지금쯤 신부님의 몸속엔 내가 들어있는 거야. 내 피가 식도를 타고, 장에 녹아들어, 이윽고는 혈관 구석구석... 아앗...!"
신시아가 몸을 부여잡고 움찔거렸다. 저 표정. 소녀가 지을 수는 없는 표정. 이사도라는 저 표정을 너무나도 잘 안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표정. 그녀가 로렌스 신부를 생각할 때면 드러나는 그 표정.
하지만 저 표정은... 다르다. 사랑보다 더 짙고 끈적하고 혼탁한, 마치 약에 중독된 듯한.
"신부님께, 신부님께 말씀을...!"
"그건 할 수 없어, 언니. 이 기억도 곧 잊게 될 거야."
이제야 깨달았다. 그 부자연스러운 공기를. 이 아이는, 아니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신부님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이사도라에게 닿았을 무렵.
"이사도라."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신부님! 신부님!"
신시아의 모습이 다시 활기찬 소녀로 돌아갔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그 칠죄종의 짐승은 온데간데없이.
"로렌스 신부님! 신시아의 상태가, 뭔가 이...상?"
성큼 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로렌스가 이사도라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가까이서 느껴지는 그의 눈빛에, 이사도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사도라 자매님. 당신은 꿈을 꾼 겁니다."
"네? 으, 으읍!"
로렌스가 이사도라의 입을 틀어막았다. 뭔가, 잠이 쏟아진다. 머리가 흐려지고, 얽혀서, 어둠이 몰려오고.
"편히 주무십시오, 이사도라. 주방 정리는 제가 끝내 놓겠습니다."
로렌스는 쓰러진 이사도라를 근처의 벤치에 눕히고 손을 털었다.
"신시아, 돌발 행동은 좋지 않습니다. 성법은 마법이랑 비슷해요. 시전 대상의 몸에 무리가 가니 자주 하면 좋지 않습니다."
"헤헤, 미안해."
"혀를 내밀어도 소용없습니다. 신시아?"
고개를 돌렸을 때, 신시아는 이미 로렌스의 허리품에 파고들어 얼굴을 묻고 있었다.
"...이렇게 어리광을 부려서는, 시집도 못 갈 텐데요."
"괜찮아. 신부님이 나를 받아줄 거잖아."
"저는 신부입니다. 물론 칠교의 교리에서는 결혼을 막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께 바칠 수 있는 경의에서는 차이가 나죠."
"그럼 로렌스 신부님이 신부가 아니게 되면 되겠네?"
"...소름 돋는 말을 하는군요."
로렌스가 신시아를 떨어뜨리고는, 먼저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사랑의 주술이란 거, 저한테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래 봬도 신부이니, 그런 쪽의 저항력은 타고나서요."
"알고 있어."
"그런데도 왜 자해 같은 걸 한 겁니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으니까."
"예, 잘 받았습니다."
더는 꾸짖지 않기로 했다. 이상할 정도로 금서를 탐하는 것도, 분명 그녀 나이 때의 특성 중 하나일 테니 말이다.
"주방으로 가죠. 청소를 끝내야 하니까요. 아, 그러고 나서는 같이 시장에라도 갈까요? 슬슬 식료품이 떨어질 시기라서요."
"응!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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