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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매님에게는 마왕의 소질이 있다-8화 (8/109)

〈 8화 〉 평안한 한 때(2)

* * *

신시아를 처음 성당에 데려오고 나서 약 1년.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시도는 수도 없이 많았다. 남왕국의 암살자들, 마도 공화국의 흑마법사들, 제국의 첩자들...

그들 모두 나, 혹은 신시아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신시아를 노리는 자들은 끊임없이 사람을 보냈다. '마왕 후보자'란 그런 것이다. 손에 있는 패를 아낌없이 털어도 탐할 가치가 있다.

성국의 혼란을 바라는 자, 혹은 마왕의 힘을 탐닉하는 자. 그들이 누구든, 이미 '알려진' 마왕 후보자를 노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셈이다.

"당신도 신시아를 노리는 겁니까?"

이미 내 손은 허리춤의 총으로 가 있다. 마침 주변에는 사람도 적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을 보인다면, 방아쇠는 즉시 당겨질 것이다.

"노린다, 노린다라... 후훗,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당신의 파랑새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이 자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섣불리 경계를 풀어서는 안 된다.

"저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거죠?"

"표정 풀어요. 그렇게 날카롭게 굴지 않아도 돼요.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온 거니까."

"이야기요?"

순백색의 머리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챙이 달린 모자를 곁에 내려두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로렌스. 로렌스 프랑. 출신지는 불명. 가족관계도 불명. 성국 변방의 작은 고아원 출신이죠. 10살도 채 되기 전에 '선별'을 통해 성도로 이동. 고아들을 위한 성직자 학교에 입학하게 됐죠."

"뒷조사를 나름 충실히 하셨군요."

"하지만 거기서도 적응을 하지 못했고, 결국 이리저리 방황하다 오를란도, 지금의 추기경의 눈에 띄게 되었네요. 그곳에서 로렌스 씨와 친밀한 동기 분들을 만났고. 지금도 제법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이단심문관으로서의 실적은... 상상 이상이네요. 그야말로 성국의 자랑이에요."

"빙빙 돌아가는 건 싫어하는 성격이라서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더 이상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하지만 1년 전 갑자기 이단심문관의 자리에서 물러났죠."

듣지 않는다. 들을 필요는 없다.

"신시아. 그 '시설'에서 그녀를 거두고 난 후부터죠? 로렌스 씨가 지금의 모습이 된 건."

신시아. 그 이름을 부르자 더 이상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나요? 어째서 신시아가 '마왕 후보자'가 되었는지."

"......"

"제법 흥미가 동하는 모양이네요, 후후."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되지?"

"뭐든 상관없어요. 지금처럼 당신, 당신 거려도 괜찮고, 아리따운 아가씨나 새하얀 숙녀도 대환영이랍니다."

"농담할 생각 없어."

"그게 원래 성격인가요~. 그러면 '페르세포네'라고 불러주세요."

"독특한 취미군."

나는 다시 저 여자, 페르세포네의 옆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 머리를 식힌다. 신시아에 관한 일이면 나도 모르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다지 좋지 못한 변화다.

"로렌스 씨는 '마왕 후보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마왕이 될 가능성을 지닌 모든 것들을 말하죠. 가령 강대한 힘을 가진 자들이라거나, 마수라던가."

"그렇게 알고 계시겠죠."

'그렇게 알고'라고?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뜻인가?

"다른 사항이 있습니까?"

"반은 맞아요. '마왕 후보자'들은 모두 범인과는 다른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에요."

"결과?"

"이런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강대한 힘을 가진 자가 모두 '마왕'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면, 세간에서 영웅이라 칭송받는 이들은 대체 무엇인가."

"지금 당신이 한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겁니까?"

"교황은, 그리고 다른 여섯 국가의 지도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마왕 후보자'를 지정하는가."

주위를 살펴본다. 어째선지 그 누구도 공원에 남아있지 않다. 어쩌면 이 여자가 꾸민 일 일지도 모른다.

"성국의 성녀, 마도 공화국의 대현자, 제국의 기사단장, 서연방국의 전사장도 충분히 인간을 초월한 괴물들인데."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모습을 드러낸 '용사'는 마왕 후보자가 될 이유가 없는가."

"궤변을 늘어놓는 겁니까?"

"맞아요. 궤변이죠. 적어도 '용사'만큼은 절대로 마왕이 되지 않을 거예요. 당신에게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숨을 죽인다. 주변은 너무나도 고요하다. 사람들의 발소리, 작은 동물들의 울음소리, 스쳐가는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오직 정적만이 머무른 가운데, 페르세포네가 입을 뗐다.

"부활할 마왕의 수는 정해져 있어요."

"......?"

"위대한 우리의 일곱 신께서 알려주셨죠. 저 역시 '칠교(七)'의 일원으로서 그 사실을 전해 들었고요."

"당신은 대체 뭡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사실이죠."

마왕의 수가 정해져 있다고? 아니, '마왕의 수'라고? 태어날 마왕은 한 명이 아니라는 건가?

"마왕에게는 각자 수식언이 붙죠. 만약 지금 지하에 수감된 크루거가 마왕으로 각성한다면, 그는 '광란의 크루거'라고 불리게 될 거예요. 수식언은 단 하나만 지닐 수 있고, 이 역시 신이 알려주시니 틀림없죠."

"지어낸 이야기, 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초대 용사 일행으로부터 내려온 기록이에요. 신뢰하셔도 됩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정보가 머리에 들어온다. 시야가 점차 뿌옇게 변한다.

"일곱 신들 중 한 명, 달의 여신 '난나'는 예언과 통찰의 권능을 지녔죠. 마왕의 본질을 해석하고 새로 태어날 마왕을 예언하는 것. 여신께서는 우리에게 답을 내려주셨습니다."

"제가, 제가 계속 들어도 되는 내용입니까?"

"들어야만 해요."

나를 바라보는 페르세포네의 표정은 결연했다. 마치 이것이 내 의무라고 말하는 듯이.

"이 시대에 나타날 마왕의 수는 모두 여덟입니다. 이미 하나는 부활했고, 둘은 부활이 '확정'되었죠. 여기에 추가로 다섯이 더 태어나는 거예요."

"여덟, 여덟이란 말이죠."

"새로운 마왕이 태어나도 안심할 수 없어요. 어느 나라, 어떤 장소에서 마왕이 태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의도를 간파당했다. 마음 한 편으로는 마왕이 부활하는 것을 간절히 바랐다. 신시아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마왕이 된다면, 신시아는 마왕이 되지 않고 끝날 것이라 믿었기에. 하지만 모든 가정이 무너졌다.

"그리고 또 하나, 마왕의 본질, 즉 '수식언'도 모두 알아냈습니다."

"수식언?"

"망집, 배격, 속박, 갈망, 투쟁, 환란, 타락, 그리고 운명."

"잠깐만, 기록할 시간을 주세요."

"아니요. 당신은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확실히 그 말대로다. 그녀가 방금 말한 여덟 개의 수식언.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기억'이 되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이 여자는... 내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닐 것이다.

"크루거는 마왕이 되지 않을 겁니다. 교황님이 그를 처분하기로 한 이유죠. 그의 수식언은 여덟 마왕 그 어느 것과도 맞지 않아요."

"그럼, 그렇다면 신시아도...! 신시아의 수식언을 확인한다면!"

희망. 신시아가 마왕이 되지 않을 거란 희망이 머릿속을 감돈다.

그리고 페르세포네의 다음 말이 그것을 찬찬히 깨부수었다.

"불가능해요."

"어째서, 뭣 때문이죠?"

"신시아의 수식언은 알아낼 수 없어요. 아니, 아직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게 대체 무슨...!"

"아직 성인식도 지나지 않은 아이예요. 본질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죠. 저 아이는 속박이 될 수도, 갈망이 될 수도, 어쩌면 환란이 될 수도 있어요."

머리를 감싸 안았다. 두통이 밀려온다. 약, 두통약은 어디 있지?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한 가지예요. '마왕'에 대해 조사하세요. 저의 신분으로는 단독적인 조사는 불가능하니까요."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네?"

나의 반박에, 페르세포네가 처음으로 놀란 기색을 보였다.

"당신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어. 당신에게서는 조금도 호기심이 느껴지지 않아. 나를 시험하는 건가? 나에게서 또 무엇을 가져가고 싶은 거지?"

"로렌스 씨."

"나한테 대체 뭘 바라는 거야?"

이 여자의 정체,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순백의 머리. 고고한 눈빛.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태도.

"...역시 로렌스 씨. 제 눈은 틀리지 않았나 봐요."

페르세포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챙이 달린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는 터벅터벅 걸어갔다.

"성국에는 새로운 바람이 필요해요. 진실을 밝히는 등불. 그게 되어주세요. 그리고 신시아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요."

눈을 감는다.

눈을 뜬다.

벤치에는 나 혼자 남아 있다.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신부님! 나 왔어!"

"로렌스, 이제 슬슬 출발하자."

"신부님? 괜찮아? 혹시 배 아픈 거야?"

"일어나. 안 일어나면 늦겠어."

그래, 일어나야지.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아, 잠시 깜빡했군요. 미안합니다, 신시아."

"아냐아냐, 신부님 건강이 제일인걸!"

신시아의 손을 잡는다. 보드랍고 따듯하다. 놓고 싶지 않다.

내가 할 일은 여전히 명확하다. 페르세포네는, 아니 그분은 말했다. '마왕'에 대해 조사하라고. 신시아를 포기하지 말라고. 그 말대로다. 그녀를 지켜보고, 마왕의 운명에서 그녀를 구하는 것. 나의 마지막 의무다.

"갈까요, 신시아?"

"응!"

* * *

한적한 길이다. 이토록 넓은 길임에도 그 위를 걷는 건 순백의 여인 한 명뿐이다. 휘파람을 불러보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한 바퀴 돌아보다가 싫증이 났는지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불렀다.

"테오도어."

한 마디 말과 함께, 그녀의 뒤편으로 건장한 체격의 성기사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 성녀님."

"어땠나요? 마왕 후보자의 상태는."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염려하실 단계는 아닙니다."

"그런가요."

여인은, 빛의 성녀는 다시 길을 걸었다. 그 뒤를 조심스레 따라걷던 성기사 테오도어가 말을 걸었다.

"성녀님, 외람되오나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흐응, 뭔가요?"

"그 로렌스라는 자에게, 어째서 고위층의 기밀 정보를 건넨 겁니까?"

"로렌스 씨라면 어떻게든 사실에 접근했을 거예요. 저는 그 시간과 수고를 덜어준 것뿐이고요."

"그 자에게 어떤 기대라도 품으시는 겁니까?"

"기대? 기대라..."

후훗, 하고 성녀는 입꼬리를 올렸다.

"맞아요, 기대. 마왕 자체는 용사가 물리칠 거예요. 하지만 마왕을 추종하는 세력은? 지금의 성국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어요."

"저희 성기사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까?"

"그런 섭섭한 소리 말아요, 테오도어. 우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실력자가 필요해요. 로렌스, 그 남자라면 분명 혼탁한 성국에 작은 물결을 일으킬 수 있겠죠."

성기사가 고개를 숙인다. 바람이 분다. 성녀는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사람이 북적이는 평범한 거리의 모습이 보였다. 콧노래와 함께 성녀가 인파 속으로 섞여 들어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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