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성녀를 위한 마을 안내서(2)
* * *
"산책! 산책인 건가요?"
"음. 굳이 말하자면 그렇죠."
'성녀'란 성국의 우상이다. 마도 공화국의 '현자'나, 제국의 '기사단장'과 동급의, 어쩌면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녀가 머무르는 도시는 자연스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생크는 앞으로 당신이 머무를 도시니까요. 명색이 성녀인데, 보듬어야 할 신자가 사는 곳도 모르면 안 되잖아요?"
"맞아요, 맞는 말이에요! 암, 성녀라면 친히 신자들 곁으로 몸을 굽혀야 하는 법이죠. 아무렴!"
신시아가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물론 본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게 뻔히 보이지만, 나도 마냥 업무적인 이유만으로 가자고 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신부님, 성녀의 행차잖아.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 들텐데, 괜찮을까?"
신시아의 날카로운 한 마디에, 아네모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사, 사, 사람이요? 괘, 괜찮아요오... 전혀 무섭지 않아요...!"
나름대로 자신감 있는 말을 하지만, 이미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하다.
아직 제대로 된 사회 생활도 해본 적 없는 아네모네에게 있어, 많은 사람들 앞에 있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네모네, 성녀 선포식에서도 꽁꽁 얼어 붙었었지!"
"와악! 잊어주세요, 신시아 언니...!"
아침의 복수라도 하려는 걸까, 신시아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아네모네를 놀리기 시작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붉은 성녀의 거주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니까요. 그 붉은 머리만 어떻게든 감추면,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아네모네.
아직 낯가림 많은 이 성녀에게, 생크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신시아, 아네모네. 준비하세요. 식사가 끝내는 대로, 본격적으로 나갈 채비를 할 테니까요."
* * *
생크는 고요한 마을이지만, 이곳에서도 아침부터 북적거리는 장소가 한 곳 있다. 수많은 물자와 화폐가 오고 가는 곳. '시장'이다.
"끼잉, 낑."
"귀여워..."
흰색 털로 뒤덮인 귀여운 토끼.
그리고 그 토끼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귀여운 소녀 둘.
검은색을 베이스로, 레이스와 리본이 달린 드레스를 입은 쪽이 신시아, 푸른색 기장으로 끝맺음한 순백색 여름 원피스를 입은 쪽이 아네모네다.
"저렇게 보니, 정말로 자매처럼 보이는군요."
"신부님, 이거 봐! 엄청 귀여운 토끼가 있어!"
신시아가 내 팔을 붙잡고 토끼 쪽으로 끌고 간다.
후우, 누가 이 순수한 소녀들을 마왕 후보자와 성녀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끼이이이잉..."
"엄청 귀여워, 그치?"
신시아의 눈이 반짝인다. 오랜만의 외출이다 보니,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
어디 보자, 아네모네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베에에에..."
"...아네모네?"
순수한 웃음을 지을 줄 알았던 아네모네는, 입가에 침을 줄줄 흘린 채 멍하니 토끼를 바라보고 있었다.
"끼잇, 끼이이잇!"
목숨의 위협을 느낀 토끼가 맹렬히 저항하기 시작했다.
아네모네의 저 눈빛, 귀여운 동물을 바라볼 때의 표정은 절대 아니다.
"아네모네, 그, 침이 흐르고 있습니다."
"헷? 츄르릅, 죄송합니다. 잠시 멍해져서."
"이런 말 하는 건 실례일지도 모르는데, 혹시 '맛있겠다'라고 생각한 겁니까?"
"무, 무, 무슨 말이에요! 저는 그런 생각, 한 번도..."
꼬르르르르륵.
식사를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네모네의 배에서 공복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부정할 수 없겠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우으...! 맞아요, 인정할게요! 전 귀여운 토끼를 보고 침을 줄줄 흘린, 성녀 실격의 천박한 여자입니다! 됐나요?"
"그렇게까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그 말이잖아요! 야산을 돌아다닐 때 가장 많이 먹은 게 토끼라서, 지금도 저 통통한 몸만 봐도 몸이 반응 해버린다구요!"
그녀의 과거를 알기에 애써 웃음을 참았지만, 푸흡, 아무리 그래도 그림이 너무 웃기다. 토끼를 보고 침을 흘리는 성녀라...
"그렇게 배가 고프면, 잠시 빵집이라도 들를까요? 좋은 곳을 알고 있거든요."
"괜찮거든요! 하나도 배 안 고프거든요!"
"그럼 신시아랑 둘이서만 가야겠네요. 갈까요, 신시아?"
"응! 아네모네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 뜻을 어렴풋이 눈치챈 신시아가 폴짝 뛰어 내 팔짱을 잡았다.
혀를 내밀고 눈밑 살을 내리며 놀리는 신시아의 모습에, 아네모네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 잠시만요! 같이 가요!"
"처음부터 솔직히 말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전 성녀라고요. 자고로 성녀란 위엄을 보여야..."
"네, 네. 빨리 안 가면 인기 있는 빵이 다 팔리고 말 겁니다. 허니 크림 파이. 생크의 명물이죠."
"허니...! 크림...! 빨리, 빨리 가요!"
* * *
"달아, 너무 달아!"
눈을 한껏 찡그리며 파이를 한 입 베어 무는 아네모네. 광장의 벤치에 앉아 달콤한 한 때를 마음껏 만끽하는 중이다.
"그렇게 맛있습니까?"
"그야 물론이죠! 레고르에선 설탕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이곳에서는 이렇게 치명적인 달콤함을 누릴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기적이에요...!"
깔끔하게 파이 하나를 해치운 아네모네가 두 번째 파이를 손에 들었다.
생각보다 대단한 먹성이다. 분명 아침에도 신시아의 두 배 가까이 먹었는데. 혹시 성녀의 신성력의 원천은 저 무지막지한 식사랑인가.
"신부님, 신부님도 먹어 봐!"
신시아가 옆에 앉아 내 허리를 콕콕 찌르더니, 생긋 웃으며 먹는 중이던 파이를 권했다.
"아, 괜찮습니다. 단 건 잘 못 먹거든요."
"음, 확실히. 신부님은 씁쓸한 맛이 취향이랬지."
이단심문관 생활을 거치면서, 입맛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생크의 수도원에 부임하기 전까진, 내게 음식이란 그저 배를 채우는 식량에 불과했다. 지금은 신시아에게 어떤 요리를 해줄까 고민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말이다.
"하지만 신부님, 달콤하다는 표현, 많이 쓰잖아."
"...신시아?"
"그 왜, 나랑 츄, 하고 나서. '신시아의 입술은 오늘도 달콤하군요.' 하면서 입술을 닦잖아. 나는 단 거 먹은 적 없는데."
"신시아! 갑자기 무슨 말을...!"
툭. 아네모네가 먹던 허니 크림 파이가 바닥에 떨어진다.
조금씩 고개를 돌려가며 우리 쪽을 보는 아네모네. 그녀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평소에도 해대는 건가요? 대체 얼마나 하길래 언니가 저런 소리를!"
"그렇게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성도에서, 그리고 레고르의 대성당에서 일을 치른 후 빈도가 늘긴 했지만, 남들에게 들킬 만큼 자주 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결혼도 하지 않은 남녀다. 그런 짓을 자주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외견 상으로도 좋지 못하다.
"얼마나 하는데요?"
"하루에 두 번 정도?"
"아침인사랑 밤 인사를 포함하면 네 번이야, 신부님."
"네 번? 네 번이나요?"
"아니, 인사는 빼야죠. 그건 어디까지나 친애의 의미로..."
"입술에 하는 게 어딜 봐서 친애예요!"
오늘따라 아네모네가 유난이군. 신시아와는 어디까지나 보호자와 후견인의 관계다. 일곱 신께 맹세코, 교리에 거스르는 짓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아, 신시아의 입술에 크림이 묻어 있네.
"신시아, 얼굴을 이쪽으로."
"으음."
어깨를 붙잡고, 입술을 부드럽게 움직여 신시아에게 묻은 크림을 닦아낸다.
"또, 또 했어! 지금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짓이에요!"
"그만하시죠, 아네모네. 신시아도 그런 시선으로 보이면 불쾌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야, 난 행보케, 신뷰님..."
아네모네가 신시아에게 다가와 어깨를 흔들기 시작했다.
"언니, 정신 차려요! 어떡해, 언니가 변태 신부한테 빠져버렸어..."
"누가 변태 신부라는 겁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신시아 언니. 제가 꼭 구해드릴 테니까...!"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결연함을 내비치는 아네모네. 그녀를 뒤로 하고 다음 장소로 갈 준비를 한다.
* * *
생크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
산들바람이 귓가를 간지럽히고, 따사로운 햇살과 싱그러운 풀냄새가 우리를 반긴다.
"저는 손님에게 생크를 소개할 때, 항상 이곳에 데리고 오죠."
"후훗, 인정할게요, 신부 오빠. 여기는... 정말 끝내주네요."
생크. 성국의 안쪽에 있는 작은 마을.
완만한 언덕에 자리를 잡은 이곳은, 양봉업과 낙농업이 발달되어 있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뿐만 아니라 대도시 사이의 교두보에 위치하고 있어, 행상인들의 쉼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왕 후보자인 신시아를 이곳에 둔 이유도,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후보자들에게 있어 생크만 한 장소가 없기 때문일 테지.
"아름답네요. 이 마을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죄인의 도시, 그곳과는 많이 다르죠? 저도 이곳을 좋아합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봤어요. 모두들 열심히 매일을 사는 모습... 제가 생각하던 이상의 장소예요."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
신시아가 아네모네의 손을 잡고 나무의 그늘로 다가간다.
"여기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야!"
"무슨 특별한 추억이 있는 건가요?"
"응, 내가 생크에 처음 왔을 때, 신부님이 가장 먼저 데려다준 장소가 여기거든."
처음 생크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기껏 깨끗한 옷차림으로 성도에서 출발했건만, 중간에 몇 번이나 폭주를 하는 바람에 엉망진창인 꼴로 이곳에 도착했지.
마음을 굳게 닫고 있던 신시아에게, 세상은 결코 회색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생크를 돌아다니던 중 마침 이곳을 발견했고, 바둥거리는 신시아를 번쩍 들고 이곳에 향했다.
어떤가요, 신시아.
...모르겠어.
제가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건, 평범한 '세상'이에요.
세상...?
네, 세상. 당신이 앞으로 머물게 될 곳. 어때요? 아직도 주변이 잿빛으로 보이나요?
...아니. 노랗고, 파랗고. 굉장히, 예뻐.
...불과 그랬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신시아와 함께 한지 벌써 1년 하고도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 언덕에 오른지도, 대충 몇십 번은 되었으려나.
"저기, 아네모네. 사실 말이야.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경치 때문이 아니야."
"네? 다른 이유가 있나요?"
신시아가 발그레한 얼굴로 내쪽을 쳐다본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황급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아네모네에게 속삭이기를.
"신부님과의 추억의 장소니까. 신부님이 나에게 처음으로 세상을 보여준 날. 내 세계가, 알록달록한 다채색으로 물든 날."
"흐음, 그런 추억의 장소에 제가 껴도 되는 건가요?"
"응! 이 언덕에 한 번 오를 때마다, 즐거운 추억이 쌓여가니까!"
다 들립니다, 신시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녀들의 웃음을 보니 괜히 끼어들고 싶지는 않아졌다.
신시아가 아네모네의 손을 번쩍 잡고 높이 들어 올렸다.
"이젠 아네모네도 소중한 추억이야! 헤헤헤."
"저도, 저도예요!"
따뜻한 햇살이 두 사람을 비춘다. 마왕 후보자의 운명, 성녀의 사명, 닥쳐오는 위기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잊도록 하자.
"아네모네, 또 가고 싶은 장소가 있습니까? 강이라던가, 목장이라던가."
잠시 멈춰서서 고민하던 아네모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 * *
쏴아아아아.
노을이 지는 수평선. 밀려오는 파도가 모래사장에 부딪치는 소리만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생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작은 바닷가. 성국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장소다. 근처에는 자그마한 마을 밖에 없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깨끗한 물이 보인다.
"죄송해요, 신부 오빠. 갑자기 억지스러운 부탁을 드려서..."
"아닙니다. 언젠가 이곳도 와볼 생각이었거든요."
신시아가 치마를 걷고 맨발로 바다에 들어갔다. 노을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그만 입꼬리가 올라가 버렸다.
"후훗, 신시아 언니를 정말로 좋아하시나 보네요."
"당신이 걱정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아니요. 오히려 꼭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능글맞은 표정으로 뒷짐을 지며 놀리는 표정을 하는 아네모네. 몸만 어리지, 이미 성숙해진 아네모네를 상대하는 일은 생각보다 벅차다. 어쩌면 눈이 풀린 신시아보다 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는데.
"흠흠, 그건 그렇고 아네모네. 갑자기 바다는 왜 오고 싶다고 한 겁니까?"
"한 번도 와보지 못했거든요. 바다는." "...정말로 그 이유 때문입니까?"
아까부터 바다를 바라보는 아네모네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 기쁘면서, 슬프면서, 아쉬우면서도, 무언가를 추억하는 듯한, 그런 씁쓸한 미소.
"...역시 미워요, 신부 오빠. 그렇게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면 미움받을 거예요?"
"이것도 직업병이라서요." "후우. 솔직히 말할게요. 아마 신부 오빠가 예상한 이유일 거예요."
아네모네가 무언가를 회상할 때, 대개 그 대상은 한 명으로 정해져 있다.
"아네트 언니가, 바다에 와보고 싶어 했거든요."
"...그렇군요."
"언니가 몸져누웠을 때, 다 나으면 바다를 보러 가자고 말했어요. 리사와 소피아, 엘렌, 그리고 다른 모두를 데리고 바다에 가자고."
아네모네는 울지 않는다. 추억을 회상하되,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기로 그녀의 언니와 약속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아네모네의 눈에 가득 담긴 것은, 눈물이나 상념이 아닌 아네트와의 소중한 추억, 그리고 약속이다.
"아네모네, 너도 들어와 봐! 엄청 시원해!"
신시아가 아네모네를 부른다. 지금의 인연, 성녀에게 생긴 소중한 사람. 잠시 눈가를 닦아내고, 밝게 웃으며 그녀가 달려 나간다.
"네, 신시아 언니!"
* * *
해가 저문 생크. 가로등의 환한 불빛이 거리를 밝힌다. 낮까지만 해도 거리를 가득 메우던 노점상은 사라지고, 이제는 몇 안 되는 가게만 거리를 걷는 젊은이들을 비춰주고 있다.
"신부님, 저기 봐! 이 머리핀을 산 데도 아직 열려 있어!"
신시아가 양 쪽으로 묶은 머리를 가리킨다. 제비꽃 모양의 머리핀. 신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머리핀이다.
아네모네가 신시아의 머리핀을 빤히 쳐다본다. 그렇군, 그녀도 한창 꾸미기에 신경 쓰고 싶을 나이니까.
"아네모네,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핫, 네? 무슨 일이세요?"
......
"자 여기, 환영 선물입니다."
아네모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건넨다. 하얀색과 빨간색의 꽃이 하나씩 달려있는 머리핀. 이 꽃의 이름은 그녀와 같은 '아네모네'이다.
아네모네는 머리를 묶지 않으니까, 앞머리에 걸어두기엔 이만한 것도 없겠지.
"시, 신부 오빠. 이건...!"
"예쁘다! 한 번 써봐, 아네모네!"
머리핀을 받아 든 아네모네가 수줍게 앞머리에 꽃을 끼웠다. 그녀의 붉은 머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악세서리.
머리핀을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얼굴을 붉힌 아네모네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한다.
"고마워요... 소중히 간직할게요, 로렌스 오빠!"
성녀를 지키는 것은 신부 로렌스의 일이다. 하지만 내가 지키고 싶은 건 '아네모네'니까. 지금만큼은 로렌스 오빠라고 불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 아네모네! 신부님을 로렌스 오빠, 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언니. 자, 로렌스 오빠. 그만 성당으로 돌아갈까요?"
"야, 거기 서!"
아네모네가 달린다. 그 뒤를 신시아가 쫓아간다.
오늘도 생크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부디 이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
새로운 편지는 언제나 우리를 사건의 한 복판으로 불러들인다.
얼마 전에 오를란도 추기경께 도착한 편지 한 통.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앞으로 한 달 뒤, 마도 공화국에서 후보자 결집 회의가 개최된다.'
목적은 하나, 통제 가능한 '마왕 후보자'의 현 상황을 감시하는 것.
참가하는 후보자는 모두 셋. 제국의 마왕 후보자, 공국의 마왕 후보자, 그리고.
'신시아. 성국의 유일한 마왕 후보자.'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마도 공화국에 모이는 것은 마왕 후보자 뿐만이 아니다.
'지금의 용사 일행. 그들이 마도 공화국으로 온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