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외전 3. 망상증
* * *
"신시아 언니,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신시아의 방문 앞, 볼일이 생긴 아네모네가 똑똑, 하고 문을 두드렸다.
"안 계신가..."
일단은 신시아의 방이지만, 정작 본인은 방 안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로렌스를 따라다니기에 바쁜 신시아이기에, 그녀에게 있어서 '방'이란 어떤 업무를 하기 위한 장소에 불과하다.
'언니라면 그럴 만도 해. 애초에 밤에 잠잘 때도 신부 오빠랑 꼭 붙어서 자고. 옷 갈아입을 때나, 목욕을 하고 나서도 신부님 앞에서 훌떡훌떡 잘만 하잖아.'
자신도 '평범'과는 거리가 멀지만, 신시아는 격을 달리할 정도의 기괴한 일반 상식을 보여준다. 마치 이 세상에는 자신과 로렌스만이 있는 것처럼, 주위의 시선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언니, 신시아 언니! 후우, 그냥 들어가자."
'미안해요, 언니'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아네모네는 신시아의 방 문고리를 돌렸다. 예상대로, 철컥 소리를 내며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급한 용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죠.'
베티 수녀가 부탁한 갓 만들어진 빵 배달. 굳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아네모네는 이 문을 열고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굳게 닫힌 문. 신시아 언니의 비밀의 공간. 원래부터 소악마 기질이 있는 아네모네에게 있어, 이대로 돌아간다는 선택지란 있을 수 없었다. 마치 고양이가 생선 가게를 그냥 못 지나치는 것처럼 말이다.
"시작할게요."
아네모네의 붉은 머리가 빛나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서 핏방울이 모이더니, 이내 가늘고 긴 철사의 형태를 이룬다.
"이걸 이렇게, 요렇게 하면... 됐다!"
철컥. 기분 좋은 금속음과 함께 신시아의 방문이 열렸다.
안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침대가 없는 대신 커다랗고 폭신폭신한 동물 인형이 사방에 널려 있다. 그 외에는 옷장과 화장대, 그리고 책상 정도.
'언니, 화장도 하는구나. 동물은... 묘하게 회색이 많네.'
로렌스의 머리색과 같은 회색빛의 동물들. 코끼리나 하마, 코뿔소도 보였다. 신시아가 이 인형들에 둘러싸여 무슨 상상을 하는지, 아네모네는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
방 안을 둘러보던 그때, 아네모네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 가지가 있었다. 책상 서랍 가장 아래쪽, 자물쇠로 굳게 잠긴 그곳은, 신시아의 필기체로 '절대 열어보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미안해요, 언니!"
어쩔 수 없다. 이건 붉은 성녀로서, 당연히 느끼는 피의 충동이다. 그렇게 생각한 아네모네가 손을 들어 피로 만든 철사를 꺼내 들었다.
너무나 쉽게 열린 서랍. 그 안에 들어있는 건...
"일기장? 후훗, 신시아 언니도 참. 몸은 어른인데 머리는 한창때 소녀라니까."
과연 무슨 내용이 있을까. 아마도 로렌스에 대한 애정이 듬뿍 쓰여 있을 테지. 그렇게 생각한 아네모네가 적당히 한 페이지를 골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이, 이, 이게 뭔가요...?"
* * *
"신시아 언니,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신시아의 방문 앞, 그녀에게 볼일이 있는 아네모네가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잠시 후, 끼이익 소리와 함께 신시아가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으, 으응, 무슨 일이야, 아네모네?"
"전해드릴 게 있어서요. 여기, 다음 달에 여는 새로운 디저트 가게! 그 광고 전단지예요. 나중에 같이 가시지 않겠어요?"
"으응, 하앗, 난... 좋아."
신시아의 얼굴이 이상하리만치 빨갛다. 혹시 어딘가 아픈 걸까, 아네모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언니, 괜찮은 거 맞으세요? 몸이 안 좋으시면, 제가 들어가서 간호를..."
"들어오면 안 돼!"
눈을 질끈 감고 단호하게 말하는 신시아. 언니의 그런 모습은 처음 보기에, 아네모네는 조금 놀라버렸다.
"어, 언니...?"
"아, 응, 미안해. 지금 방 안이 난장판이라 보여주기 부끄러워서... 헤헤. 히얏!"
방 문을 붙잡고 몸을 흠칫 떠는 신시아. 상기된 얼굴에, 묘하게 나는 시큼한 냄새... 명백히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아네모네는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돌아가 볼게요. 몸조리 잘하세요, 언니!"
"으응, 나중에 봐...!"
끼이이익, 방문이 닫힌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을 잠그고, 신시아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뒤를 바라봤다.
"신부님, 들킬 뻔했잖아...! 히얏!"
수녀복을 배까지 들추고, 텅 빈 하반신에 계속해서 자지를 박아대고 있는 남자. 로렌스 프랑, 신시아의 후견인이자 동시에 그녀의 보호자인 남자다.
"괜찮지 않습니까. 보여주자고요. 아네모네라면 분명 이해해 줄 겁니다."
"신부니임... 그마하안♥"
수녀의 가녀린 애원에도 불구하고, 로렌스는 피스톤질을 멈출 기색이 없다.
천박하게 울리는 두 성직자의 살결 소리. 추잡하게 튀는 애액이 방바닥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아예 다음에는 아네모네도 껴서 할까요? 아직 때 묻지 않았으니, 성인식을 치르자마자 해버리는 겁니다. 그래, 당신처럼."
"그, 그건 안 돼!"
외마디 절규와 함께 신시아의 질이 조여오기 시작한다. 로렌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계속해서 신시아를 맛보았다.
"아네모네는, 흐응, 건드리지 말아 줘...!"
"보호하는 겁니까? 아니지, 질투하는 거군요."
로렌스가 신시아의 질에서 자지를 빼냈다. 애달픈 신시아의 그것이 놓치지 않으려는 듯 빨아재껴 온다.
"시, 신부님?"
"농담입니다, 신시아. 저는 신실한 신부입니다. 성녀의 몸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제가 벌을 줘야 할 대상은..."
로렌스가 신시아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성장기가 지났음에도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젖가슴은, 어느덧 손가락이 파묻힐 정도로 살집이 올랐다.
"저 같은 성직자를 유혹해서 삼켜버린, 마왕의 씨앗 뿐이니까요."
"신부니임... 아파..."
"언제까지 '신부님'이라고 부를 겁니까."
한 손으로는 그녀의 유두를 꼬집으며, 다른 손으로 신시아의 얼굴을 한 손에 잡는다. 이 주둥이, 온갖 천박한 말을 해댔으면서, 동생이 생겼다고 썩 점잖아진 이놈의 주둥이.
"로렌스... 오빠아..."
"아니, 아니지. 제가 저번에 알려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니면, 다시 '교육'이 필요한 건가요?"
꿀꺽. 신시아가 침을 삼켰다. 아직 덜덜 떨려오는 다리를 애써 벌리며, 눈물을 그렁거린 채 조심스레 말한다.
"주인님...♥"
로렌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그녀를 굴복시켰다. 아마도 마왕을 따먹은 남자는 전 대륙에서 자신이 유일하겠지. 정복감에 고취된 그가 젖꼭지를 잡아 비틀며 외쳤다.
"흐읏♥"
"자아, 말해보세요. 이게 가지고 싶은 거잖아요?"
신시아의 눈앞에 흉악한 자지를 꺼내 보인다.
방금까지 자신의 안을 엉망진창으로 휘저은 자지 님. 음란한 냄새가 풍겨오고, 울퉁불퉁 튀어나온 혈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지를 저리게 해온다.
"아, 아니야. 나느흔..."
"이제 그만 솔직해지자고요. 기분 좋아지고 싶죠?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서, 아무런 걱정도 하고 싶지 않잖아요?"
신시아의 귀에 대고 로렌스가 속삭인다. 그의 숨결, 그의 목소리. 고막이 한 번 떨릴 때마다, 온몸이 저리며 애액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 발자국이군.'
정복감에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로렌스는 신시아의 입구를 찔꺽거리기 시작했다. 손이 퉁퉁 불 정도로 흥건한 아래쪽. 앞으로 조금이면, 신시아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것이다.
"신시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흐읏, 흐앙♥ 책...임?"
"네, 책임. 신시아는 나쁘지 않아요. 그저 자지가 보지에 멋대로 들어와서 가버린 것 뿐이잖아요. 나쁜 건 접니다. 신시아의 유혹에 넘어가버린 죄."
"신부니임. 아니, 쥬인니히임♥ 손가락, 멈춰 줘... 손가락으로 가버리는 건 싫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강하게 저항해 오던 신시아의 질 안쪽이, 지금은 부드럽게 손가락을 감싸 온다.
"자, 말해보세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진, 이미 알고 있잖아요?"
"...으읏."
절정 직전에 멈춘 손가락. 아래쪽이 너무나 애달파서, 신사아가 손을 뻗어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만지려 하였다. 허나 로렌스는 그 작은 자기위로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신시아의 팔을 붙잡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본다.
신시아는 울음을 애써 참으며 생각했다. 이렇게나 떨리는데, 이렇게나 저려 오는데, 어째서 신부님은 짖궂은 짓만 하는 걸까. 신부님 미워. 신부님 나빠. 하지만, 하지만.
"...주셰혀."
그럼에도 자신의 몸이 로렌스를 강렬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시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 달아오른 몸을 달래줄 사람. 자신이 몸을 허락하고, 바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 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지금부터 보일 자신의 모습은 전부 로렌스의 탓이다.
"신부님의, 그, 커다랗고, 또... 우람한 물건을. 자, 자지르을... 신시아에게 주세요오...♥"
하얗고 매끈한 배를 훤히 드러낸 채, 손발을 굽히며 복종의 자세를 취한다. 이건 신부님의 자지를 잠시 빌리기 위한 행동이니까,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자신을 타이르며.
"신부님, 이라... 됐습니다. 신시아에게는 아직 이른 교육이었나 보군요."
한계까지 아슬아슬하게 신시아를 농락하는 로렌스. 그가 바지를 올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자, 잠깐만! 두고 가지 말아 주세요..."
신시아가 무릎을 꿇는다. 수녀복을 가지런히 벗어 옆에 놓고는, 무릎을 꿇고 로렌스에게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
"신부님의 자지를 내려주세요...!"
"'신부님의'?"
"오빠의, 로렌스 오빠의 자지. 사랑하는 로렌스 오빠의 자지를, 몹쓸 신시아의 보지에 푹찍,하고 박아주세요...♥"
만족한 표정을 지은 로렌스가 신시아를 바닥에 눕히고는,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자지를 입구에 갖다 대었다.
강하게 허리를 튕기자, 신시아의 속살이 부드럽게 밀려 들어갔다.
"헤으으읏...!"
"좀 더 울어보세요. 당신이 원한 거잖습니까."
"헤읏, 하으읏. 여기, 배 아래쪽이 꽉 차서... 모양이 딱... 알맞아서엇..."
마치 처음부터 로렌스를 위해 만들어진 성처리 기구마냥, 신시아의 쫄깃한 고기 구멍은 딱 알맞게 그것을 감싸 빨아들였다.
"힘을 빼세요, 신시아."
"꺄앗!?"
로렌스가 신시아의 몸을 안아 들었다. 일반인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할 체위. 자지와 보지가 연결된 채로, 그녀의 얼굴이 바깥을 보도록 자세를 고쳐 잡았다.
"오, 오빠...! 이 자세, 싫어! 오빠 얼굴이 안 보여서, 나, 불안해져서..."
"이건 엄연히 벌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마세요, 신시아."
한 번 로렌스의 허리가 튕길 때마다, 신시아가 어금니를 딱딱 부딪히며 아랫입으로 진심즙을 뱉어냈다. 어느새 바닥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져 있었다.
"아, 또 방을 어질렀네요, 신시아."
"신부님이, 흐읏, 괴롭히니까..."
"또 신부님이라고 불렀군요."
신시아의 정신을 깎아내릴 최고의 방법. 로렌스는 그녀의 몸을 들고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책상 위에 있는 건 누군가의 사진이다. 아이보리색 머리를 한 소녀와, 붉은 머리를 한 소녀가 함께 웃고 있는 사진. 그녀에게 있어 처음으로 생긴 친구와의 추억.
"오, 오빠... 부탁이야, 부탁이에요. 제발 그만...!"
말로는 그렇게 해도, 이미 통제를 벗어난 신시아의 보지는 몸의 모든 수분을 애액으로 바꿔 내뱉고 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로렌스에게 따먹히느라 화장실도 가지 못해서...
"오, 오빠아... 나, 못 참겠어...!"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지금의 로렌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것도 자신의 잘못일까. 자신이 음란한 몸을 하고 신부님을 유혹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걸까.
"신시아, 명령입니다."
"안 돼, 안 돼엣!"
명령. 신시아의 정신에 각인된 그것. 로렌스가 내릴 명령은 너무나도 간단명료했다.
"참지 말고, 전부 내버리세요."
"히야아아아앗♥♥♥"
지이이이이. 뜨듯한 기운과 함께, 사진이 젖기 시작한다. 그 누구보다도 깨끗해야 할 성녀의 얼굴이, 마왕이 될지도 모르는 음탕한 여인의 체액에 물들어 간다.
쾌감, 배덕감, 죄악감, 수치심, 그리고 절망감. 그 모든 감정을 거치고 나서, 밑바닥까지 바닥난 신시아의 머릿속이 내놓은 대답은 하나였다.
"오빠♥ 로렌스 오빠♥ 더 주세요, 더 박아 주세요...!"
"완전히 망가졌군요. 이건 이것대로 마음에 들지만."
모든 이성을 놓고, 그저 쾌락을 좇아 몸을 맡기는 것이다.
텅 빈 신시아의 머릿속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로렌스 오빠 좋아♥ 신부님 좋아♥ 나한테 자지를 박아주니까 좋아♥ 참지 말고 싸버리라고 해주니까 좋아♥ 질척질척하게 키스를 해주니까 좋아♥ 가려울 때마다 젖꼭지를 꼬집어주니까 좋아♥ 항상 쌀 때는 내 안에 해주니까 좋아♥'
몇 번이고 경련하는 신시아의 안쪽. 이미 두 눈은 하트 범벅이 되어 초점을 잃었다. 밀려오는 사정감에, 로렌스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신시아에게 질내사정하기 시작했다.
"후우우우..."
"앗, 쌌다♥ 따먹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시아의 몸을 부여잡고, 30초에 걸친 긴 사정을 계속한다. 그녀의 아기방을 가득 채운 정액.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는 신시아는, 눈을 뒤집어 까고 입술을 깨물며 미치지 않도록 정신을 부여잡았다.
"후우, 후우.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헤에, 헤에, 헤에에에에..."
마침내 보지에서 빠져나온 자지. 혹여나 정액이 샐까 꽉 닫힌 입구였지만, 배 안에 다 차지 못하고 역류한 정액이 침을 뱉듯 자그마한 틈새로 빠져나온다.
로렌스가 신시아를 바닥에 눕혔다. 떨리는 손발, 저릿거리는 아래쪽. 멍한 표정으로 신시아는 생각했다.
내일은 또 어떤 벌을 받게 될까. 그걸 생각하면, 매일마다 속옷을 적시지 않는 날이 없어서.
* * *
"이, 이, 이건 대체 뭔가요! '로렌스 오빠와 나의 일기장'? 그럼, 그럼 이미 둘은...? 꺄아아아악!"
금서, 이건 금서다. 차마 계속 읽지 못할 기록을 본 아네모네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네모네, 괜찮아? 무슨 일..."
아네모네의 친구, 신시아. 그녀가 방에 들어와 처음으로 본 광경은, 자신의 음습한 망상을 휘갈긴 노트를 아네모네가 보고 놀라 하는 모습이었다.
"시, 시, 신시아 언니...! 괜찮아요? 그 변태귀축치한쓰레기신부한테 이런 짓, 저런 짓 당해서...!"
"아, 아냐! 신부님은 그런 짓 안 해!"
"하지만 여기, 언니의 일기장에는 그런 짓을 했다고..."
"그러니까, 그건 일기지만 일기가 아닌, 전혀 다른 거야! 뭐랄까 좀 더,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고 해야 될까,... 아무튼 옛날에 있었던 일은 아니니까!"
애써 변명을 하지만, 이미 아네모네는 마음을 다잡았다. 친애하는 언니를 더러운 마수의 손에서 구하기로.
"...신시아 언니는 가만히 계세요. 제가 결판을 내고 올게요."
"그러니까 멈추래도!"
일단 저 노트부터 빼앗자. 그렇게 생각한 신시아가 아네모네의 팔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놔!"
"뭐 하는 거예요, 언니! 설마 그 신부한테 세뇌를..."
이글거리는 눈빛의 아네모네. 신시아가 그녀의 옷깃을 잡은 사이, 손에서 떠난 일기장이 휙,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걸 주운 건... 소란스러움을 눈치챈 새로운 손님이었다.
"...신시아."
"시, 시, 신부님...?"
로렌스가 신시아의 망상 노트, 아니 일기장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 아네모네가 피로 만든 검을 둥둥 띄우며 로렌스의 앞에 섰다.
"마침 잘 왔어요! 거기, 그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이 사실인가요?"
"아니라니까, 정말!"
어쩔 줄 몰라하는 신시아. 자신을 쓰레기 보듯 대하는 아네모네.
아, 그렇군. 상황을 대충 눈치챈 로렌스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아닙니다."
"신부님...! 봐, 아네모네. 내 말이 맞지?"
"마, 말도 안 돼요! 그럼 당신은, 신시아 언니가 이런 추잡하고 음란한 내용을 상상해서, 그걸 또 그대로 적어놓는 수치스러운 행위를 했다고 말할 셈인가요?"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신시아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 표정을 본 로렌스에게 든 감정은... 가학심이다. 손가락으로 노트의 내용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구체적인 부분이 틀렸어요. 가령, 장소라던가. 신시아는 딱딱한 바닥을 안 좋아해서, 항상 침대에서 하자고 조르거든요."
"신부님!!"
"여, 역시 그랬어...!"
물론 거짓말이다.
얼굴에 홍조를 띠고 변명하는 신시아의 귀여운 모습. 그걸 위해서라도 거짓을 고하는 죄를 짓기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죽어, 죽으세요! 이 변태 신부!"
"아네모네, 잠시 나가주세요. 신시아와 단 둘만 있고 싶습니다."
"이젠 당당하게, 그, 그렇고 그런 짓을 하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아네모네는 공손히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려는 자세를 취했다.
"제가 쭉 지켜볼 테니까요!"
"네. 부디."
탁, 문이 닫혔다. 이러니 저려니 해도, 아네모네는 배려심이 깊었다.
얼굴을 넘어 귓볼까지 빨개진 신시아에게, 로렌스가 속삭였다.
"어떻게, 원하면 도와줄까요? 이 책에 나오는 거."
"...정말?"
음,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는데. '신부님은 바보!' 같은 반응을 기대한 로렌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음, 역시 성인식 전에는 힘들겠죠." "우으... 알겠어. 신부님, 잠깐 고개 좀 내려 봐."
신시아의 말대로 순순히 따르는 로렌스. 바로 코 앞까지 밀착한 얼굴에, 신시아가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츄읍."
이제는 익숙해진 키스. 하지만, 오늘의 신시아는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갔다.
"으읍?"
로렌스의 입술을 뚫고 들어오는 혀. 아직 이런 건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푸후. 신시아? 갑자기 이게 무슨..."
"이건 예고야, 신부님!"
신시아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앞으로 두 달 후면 신시아의 성인식이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금의 로렌스는 알지 못했다.
그저 활기찬 소녀의 장난일 뿐이라며 애써 자신을 속이고는, 로렌스는 말라가는 목에 침을 삼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