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자매님에게는 마왕의 소질이 있다-40화 (40/109)

〈 40화 〉 꺼림칙한 소문

* * *

"흑마법사에 대한 소문이요?"

생크 수도원에서 근무하는 수녀, 이사도라와 베티.

마도 공화국으로 향하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던 중, 그 둘이 내게 '어떤 소문'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네, 흑마법사! 그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정신이상자들 말이에요!"

"어, 어, 어떡하죠?"

베티는 과장된 몸짓으로 손가락을 꾸물거렸고, 이사도라는 양팔을 잡고 몸을 떨었다.

"그러니까, 밤마다 생크의 거리에 흑마법사가 나타난다는 뜻입니까?"

흑마법사. '마왕'을 제외하곤, 부의 에너지인 '마기'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이름 앞에 '흑'이 괜히 붙은 건 아닌지, 대륙의 굵직한 사건사고를 살펴보면, 대다수는 그들이 관여되어 있었다.

모두에게 배척받는 존재인 데다,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자들이라 큰 세력은 형성하지 못했다. 불과 100년 전까지는.

흑색 마탑. 본래 인형술과 강령술을 위주로 성장한 마탑은, 흑마법사와 공식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그 세력을 크게 늘렸다. 그들과 계약한 흑마법사는 공식적으로는 마탑에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 흑색 마탑의 일원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성국은 흑마법사의 출입을 금하고 있을 뿐더러, 설사 국경을 넘었다 하더라도 다른 곳도 아닌 생크라니..."

생크는 한적한 마을이다. 주민들의 성향도 순하고, 인구수도 많지 않아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성국에 들어온 사람은, 적어도 생크를 찾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신부님, 무슨 얘기 하고 있어?"

"신시아 언니! 신부 오빠를 방해하면 안 돼요!"

...아니, 둘이나 있군.

내 양 옆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소녀들.

아이보리색 머리를 한 소녀, 신시아. 언제 마왕으로 각성할지 모르는 마왕 후보자이다.

붉은 머리를 한 소녀는 아네모네. 어떤 실험으로 탄생한 성국의 세 번째 성녀이자, 피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붉은 성녀다.

"별 거 아닙니다. 그냥... 떠도는 소문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헛소문일 것이다. 마왕 후보자와 성녀가 생크에 있다는 정보는 철저히 기밀에 부쳐지고 있다.

'날 아는 자라면, 목숨이 아깝지 않은 이상 함부로 쳐들어오지도 않을 거고 말이야.'

약간의 자만을 섞어, 지금의 성국에서 내가 이기지 못할 자는 손에 꼽을 것이다. 이단심문회의 키리에 국장이나 드레이크 부국장. 성기사단장과 수도사들의 우두머리 정도일까. 교황님과 추기경 님은 물론 제외하고.

조금 미안하지만, 에델과 싸워도 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로렌스 신부님. 마을 주민으로부터 받은 의뢰도 있습니다. 하나 같이 흑마법사에 대한 것들 뿐이에요."

이사도라가 편지를 잔뜩 들며 말했다. 흑마법사에 대한 두려움이 저 정도나 되는 건가? 혹시 모르니, 한 번 살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일단 정식으로 들어온 의뢰이니...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나서보죠."

"신부님, 나도 같이 가! 순찰이라면 자신 있어!"

신시아가 팔을 쭉 뻗었다. 흑마법사의 마기를 가장 잘 탐지할 수 있는 사람은 신시아일 테니, 데려가는 편이 좋겠군.

"좋습니다. 오붓하게 바람이라도 쐴까요?"

"저, 저도요, 신부 오빠!"

이에 질세라, 신시아의 눈치를 보던 아네모네도 손을 뜰었다. 나로선 사람이 많을수록 좋지만...

"안타깝지만, 아네모네는 안 됩니다."

"네? 왜 그러는 건가요!?"

"아직 성녀 수업도 다 끝나지 않았잖습니까. 자, 아네모네는 이곳에서 베티 자매님과 오붓하게 역사 공부를 하시죠."

베티가 웃는 얼굴로 아네모네를 교실로 이끌었다. 질질 끌려가는 아네모네의 외마디 비명이 들린다.

"안 돼! 성국의 역사는 너무 복잡하단 말이에요! 신시아 언니, 살려주세요! 신부 오빠!"

성녀에게 작게 기도를 올리곤, 외출을 할 준비를 한다. 오늘 날씨는 제법 따뜻하니... 가벼운 복장이 좋을까.

"신시아, 바로 가보죠. 소문의 실체를 파악하는 겁니다."

"응! 조금만 기다려, 신부님!"

* * *

노을이 지는 생크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마음에 평온을 준다.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실마리 하나 찾을 수 없었지만, 기분은 좋다.

"헤헤, 신부님. 오늘 엄­청 즐거웠어!"

탐문을 핑계로 한 신시아와의 데이트. 카페에 가거나, 길거리 연극을 보거나, 공원 벤치에 앉아 잡담을 나누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입을 맞추고 성당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슬슬 시간이군요."

"그러네. 신부님, 조심하자."

흑마법사가 나타난다는 시간대는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낮과 밤이 교차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간대. 바로 이곳, 생크의 사거리에서 흑마법사가 나타난다는 증언이 나왔다.

"뭔가 느껴지는 게 있나요, 신시아?"

"아니, 아무것도. 아마 기척을 숨기는데 능숙한 타입일 거야. 오히려 소문이 퍼진 건,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길 원했다던가."

철컥. 미리 총을 장전한다. 신시아에게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한다면, 놈의 머리에 숨구멍을 만들어 주리라.

"헛소문이라면 다행이겠지만... 확실히 이상하군요."

거리가 너무나도 조용하다. 마치 누군가가 사람을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얼어붙은 시간 속의 거리. 그 정적을 깬 것은­.

"신부님, 저곳!"

좁고 긴 골목길. 그곳으로 무언가의 그림자가 흐릿하게 움직였다. 이단심문관의 감이 말한다. '저것'이 소문의 정체라고.

"신시아, 뒤로 멀리 돌아가세요."

"응!"

앞뒤로 포위한다. 마기를 사용해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는 신시아. 나는 신중을 가해 조심스레 놈에게 다가간다.

일 보. 이 보. 삼 보. 총을 앞으로 겨누고, 신시아의 신호를 기다린다.

OK. 신시아가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낸다. 양 옆은 골목. 앞에는 내가, 뒤에는 신시아가 있다. 하늘 위로 도망친다 하더라도 신시아라면 손쉽게 따라잡을 것이다. 자, 정체를 드러낼 시간이다.

"거기까집니다."

"꼼짝 마!"

나와 신시아가 동시에 그림자에게 다가갔다. 성법으로 만든 빛이 어둠을 밝히고, 소문의 주인공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흑마법사를 상징하는 검은 색 로브. 남색의 짧은 머리. 금색 줄로 장식된 단안경. 척 봐도 수상한 차림의 남자.

'누구냐', 라고 말하려는 찰나,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찾았다."

...역시 저 자는 알고 있다. 신시아가 '마왕 후보자'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놈에게 찾아올 결말은, 비참한 죽음 뿐이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죠?"

"드디어 찾았어...!"

내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신시아만을 바라보며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믿고 있었습니다, 마왕니이이임­!"

"어어?"

대뜸 무릎을 꿇고 신시아에게 절을 올리는 남자. 그를 본 신시아의 표정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다.

* * *

"흑색 마탑과 협력 관계인 흑마법사 출신, 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이름은 오웨인, 5서클의 흑마법사입니다!"

서클. 마도 공화국에서 마법사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4서클만 해도 베테랑이라 불려도 손색 없고, 5서클부터는 강자에 속한다. 7서클은 '현자'라 불리는 마도 공화국의 우상들 밖에 없으니, 사실상 6서클이 가장 높은 등급인 셈이다.

"그, 나쁜 의도를 가진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는데..."

"네, 네? 뭡니까?"

"신시아를, 이 아이를 빤히 보는 건 그만두시지 않겠습니까?"

아까부터 신시아에게 진득한 시선을 보내는 흑마법사, 오웨인.

선천적인 불쾌감을 느꼈는지, 신시아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내 옷깃을 잡은 채 오웨인을 노려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그게 말이에요, 마왕님을 본 건 처음이라서...!"

"마왕 후보자입니다. 정정하세요."

"아, 예! 마왕 후보자, 그렇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 오웨인. 내가 아는 흑마법사와는,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흑마법사는... 음습하기 그지없었지.'

이것이 시대의 변화인가. 하기야, 마도 공화국과 협력 관계에 있는 흑마법사는 흑색 마탑의 지원도 받는다고 한다. 마법의 계열만 다를 뿐, 평범한 마법사와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마왕님의, 아니, 마왕 후보자님의 이름은 신시아라고 하셨나요? 기억해두겠습니다. 꼭요!"

아니, 차라리 평범한 흑마법사가 낫다. 아까부터 전해져 오는 저 시선,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자신의 관심사 외에는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저 태도, 그것만큼은 흑마법사의 이미자와 정확히 부합한다.

"신부님. 나, 저 사람 싫어."

"저도 좋진 않습니다."

"총으로 쏴 버리면 안 돼?"

"안 됩니다. 평범한 흑마법사면 모를까, 흑색 마탑과 계약을 맺은 흑마법사에게 해를 가하는 건 중범죄로 취급됩니다."

그렇게 나쁜 사람인 것 같지는 않지만, 거슬리는 건 여전하다. 신시아한테 보내는 저 더러운 시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니, 우선은 물어봐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죠. 당신, 오웨인이라고 했었나, 어떻게 신시아가 '마왕 후보자'라는 걸 알고 있던 겁니까?"

마왕 후보자의 존재는 극비 사항이다. 지금 이 생크에서 신시아가 마왕 후보자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셋 뿐이다. 나와 성녀 아네모네, 그리고 눈앞의 이 남자. 이사도라와 베티 수녀도 모르는 사실을 어떻게 안 거지?

"음, 이건 말하면 곤란한데... 제 후원자의 정보라고만 해두죠. 저 예쁜 소녀가 마왕님이라는 사실은 몰랐지만, 이 마을에 마왕님이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죠."

"그러고 보니 분명 아까 이렇게 말했죠. '찾았다'라고. 그럼 신시아에 대한 사실은 몰랐다는 얘긴데..."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전 '보이거든요'."

오웨인이 앞머리에 반쯤 가려진 오른눈을 꺼내 보였다. 자수정의 빛을 한 영롱한 눈동자. 신시아가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마안'이다.

흑색 마탑과 계약한 5서클 흑마법사에, 마안 소유자라.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내 주변에는 평범한 사람보다 특별한 사람이 더 많으니까.

"짙은 마기를 감지하는 건 흑마법사의 주특기입니다. 거기에 제 마안이면, 마왕님의 존재를 잘못 볼 리는 없죠. 저 소녀는 틀림없는 마왕입니다."

"아직 후보자라니까요."

본질을 꿰뚫어 보는 종류의 마안이라. 혹시 신시아의 '수식언'을 알 수 있을까. 만약 신시아의 수식언이 성녀가 예지한 여덟 마왕의 수식언과 일치하지 않으면, 그녀는 마왕이 되지 않는다.

"신시아의, 제 자매님의 '수식언'이 뭐라고 생각됩니까."

"네? 수식언이요? 음... 확실히 생각나는 게 몇 가지 있죠."

이건 예상치 못한 수확이다. 그녀의 수식언이 뭐냐에 따라 앞으로의 대처 방안이 달라질 테니.

"귀여운, 아름다운, 깜찍한, 매력적인, 요염한... 뭐 그런 것?"

...말을 말자. 겨우 5서클에게 무언가를 기대한 내 잘못이지.

신시아의 얼굴을 바라본다. 꿈틀거리는 벌레 시체라도 본 듯, 얼굴 전체에 불쾌함이 묻어나 있다.

"후우, 됐습니다. 이 마을에 온 목적은 신시아라고 치고... 이제부터 어쩔 셈입니까?"

"목적이요? 아니, 이젠 괜찮아요. 이미...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오웨인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웃는다. 마치 오랜 여정을 끝마치고 돌아온 전사의 표정으로, 온몸으로 충족감과 행복을 표현하는 중이다.

"마왕님의 존안을 뵙는 것, 제 일생의 목표 중 하나를 이뤘습니다. 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혹시 예전에 머리 쪽을 크게 다친 적이 있습니까?"

"아니, 아니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큰 꿈을 가져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 마왕님의 전속 시종이 된다거나... 마왕님의 발닦개가 된다거나...!"

강한 마기가 느껴진다. 옆을 바라보니, 이미 신시아가 탁자 밑에서 손에 마력의 갈퀴를 만들어 오웨인을 살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조그마한 검은 날개가 옷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진정하세요, 신시아. 저 남자에게 악의는 없을 겁니다."

"무지한 것도 악이라고 생각해, 신부님."

신시아의 손을 꼭 붙잡는다. 자칫 하다간 귀찮은 외교 분쟁으로 번질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하늘을 바라보며 한참을 떠든 오웨인이 다시 고개를 내렸다.

"후훗, 그날이 기대됩니다. 맘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마왕님께 마나의 맹세를 하고 싶지만..."

오웨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오른눈의 마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척이나 맑은 하늘이라, 은하수가 보일 정도로 수많은 별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아무래도 지금은 아닌 것 같군요."

'지금은'...?

방금까지만 해도 어설펐던 오웨인의 자세가 달라진다. 그가 신시아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태까지와는 다른, 진중함이 묻어나는 얼굴로.

"가봐야겠습니다. 동료들이 부르네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그 '마안'은 그런 것도 알려주는 겁니까?"

"아니요. 단순한 제 감입니다. 예정된 사항이기도 하고."

오웨인이 마법 스크롤로 보이는 양피지 몇 장을 건넸다. 이 성법진의 모양은... 일전에 보았던 공간이동 마법과 비슷해 보인다.

"일행 분이 오시네요. 저와 함께 있으면 의심을 받겠죠."

오웨인의 말대로, 귀를 기울이니 저 멀리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강한 마기로 이루어진 검은 번개가 오웨인의 몸을 감싼다.

마지막 순간, 오웨인이 신시아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안녕히 지내세요, 마왕님."

"...기분 나빠."

"하핫, 재밌는 마왕님이시네요. 아, 그쪽의 이름은 물어보지 않았네요. 그러니까 이름이...?"

"로렌스. 로렌스 프랑입니다."

"그럼, 로렌스 씨. 다음을 기약하죠. 저희의 만남은 '마도 공화국'에서..."

잠깐, '마도 공화국'에서? 마왕 후보자의 결집 장소를 알고 있다는 말인가?

"잠깐, 당신은 대체 어디까지...!"

허리를 굽히고 신사식 인사를 하며, 오웨인은 먼지만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고위 등급 마법사나 사용할 수 있다는 '블링크'. 실제로 보는 건 오랜만이다.

"신시아 언니! 신부 오빠!"

멀리서 아네모네가 달려왔다. 헐떡이며 숨을 내쉰 아네모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찾으러 나왔어요!"

"으응, 괜찮아! 그냥 조금... 숨을 돌리고 있었을 뿐인걸."

"그, 그런가요? 왠지 이쪽에서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지길래... 저도 참, 괜한 걱정이었나 봐요."

아네모네도 감지할 정도의 강한 마기... 오웨인, 그자는 정말 평범한 흑마법사인가? 5서클의 마법사가 겨우 손가락을 튕기는 정도로 공간계 마법을 사용한다고?

"괜찮으세요, 신부 오빠?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아닙니다. 그만 성당으로 돌아갈까요?"

"아참, 그 소문은 어떻게 되었나요? 흑마법사가 나타난다는 소문 말이에요!"

"음, 그건 말이죠."

흑마법사에게는 여러 소문이 따라다닌다. 어린아이를 잡아먹는다거나, 이상한 생체 실험을 한다는 등의.

"헛소문이었습니다. 예상대로."

그래, 헛소문이다. 모두 거짓된 이야기.

오웨인. 그 흑마법사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좀 더 규모가 큰, 어쩌면 마도 공화국의 상층부와도 연관이 있을 요주의 인물...

다음 주면 마도 공화국으로 출발한다. 여태까지 있었던 일 중 가장 거대한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만 같다.

* * *

생크에서 조금 떨어진 숲. 공터 한복판에 검은 번개가 일더니, 한 남자가 사뿐한 발걸음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후우, 재미있네요. 마왕 후보자가, 설마 그런 어린 소녀였다니..."

마왕에 대한 존경심은 진짜였다. 같은 마기를 다루는 흑마법사로서, 마기의 결정체인 마왕을 동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하지만 그는 마탑과 계약한 흑마법사다. 지금은 오웨인 자신이 아닌, 마탑의 일원으로서 냉철히 생각해야 할 때다.

"뭐, 됐습니다.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거고. 자, 다들 나오세요."

팅. 오웨인이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숲 여기저기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오웨인 님."

"이제 이곳에 볼 일은 없습니다. 아, 그리고."

오웨인과 가장 가까이 있는 남자. 오웨인은 그의 손에 어깨를 올리고 속삭였다.

"정체를 들켰더군. 흑마법사에 대한 소문이 떠돌았어. 아마 너희의 모습을 목격한 거겠지. 평범한 마을 사람의 눈 하나 피하지 못하다니, 언제까지 날 실망시킬 셈이지...?"

그 말을 들은 다른 모든 사람이 무릎을 꿇었다. 오웨인에게서 풍겨오는 위압감, 그의 한 마디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로브의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죄, 죄송합니다!"

"아뇨, 제가 듣고 싶은 건 지난 일에 대한 사과가 아닙니다. 앞으로에 대한 보장이죠."

오웨인이 손을 뗀다. 그가 앞장서자, 로브의 사람들이 그를 따르기 시작한다.

지이익. 오웨인이 마법 스크롤을 찌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거대한 검은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만 돌아가죠. 마도 공화국으로. 우리는... 우리의 일을 준비해야 하니까."

마법 게이트. 최소 6서클은 되어야 술식 작성이 가능한 최고 등급의 공간계 마법. 마법 스크롤의 도움이 있었다 한들, 조금의 힘든 기색도 없이 오웨인은 간단히 술식을 유지시켰다.

성국을 떠나기 전, 오웨인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밤하늘이 조용하군. 곧... 폭풍이 오겠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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