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그는 변하지 않는다(2)
* * *
마왕의 전조를 제압하고, 용사 일행과 만난 다음날.
천천히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사랑스러운 자매님의 얼굴이었다.
"쌔액... 쌔액..."
가냘픈 숨소리를 내쉬며 곤히 잠들어 있는 신시아.
처음 만났을 때의 신시아의 간절한 애원 때문에 시작한 동침이지만, 이제는 같이 자지 않으면 허전한 건 내 쪽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신시아라는 건,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겠지.
"신시아, 자고 있나요?"
"흠냐, 신부님..."
어깨를 톡톡 건드려도, 볼을 꾹 눌러도. 귓볼을 문질러도 신시아는 일어날 기색이 없다.
'크리스가 말했었지. 신시아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마왕의 전조가 출현한 영향일까. 마왕 후보자인 신시아와 아나스타샤가 열병에 걸린 것 마냥 몸져 누웠다고 한다.
내가 돌아갔을 땐 다행히 어느 정도 낯빛이 좋아졌지만.
"신시아, 일어나세요."
꾸우욱. 신시아의 입술을 깊게 누른다.
사람의 살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감촉. 다른 곳보다 따뜻한 열기. 묘하게 느껴지는 배덕감까지.
장난에서 욕망으로 변질된 나의 손가락 장난에도 불구하고, 신시아는 여전히 깨어날 기색이 없다.
'지금이라면... 어딜 만져도 깨지 않는 게 아닐까?'
아니, 안 되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로렌스.
신시아는 환자다. 아무리 신시아가 허락했다 하더라도, 무방비한 상태의 신시아를 만지는 건.
몰랑.
헐렁하고 얇은 소재의 잠옷 한 장. 그 건너편으로 느껴지는 신시아의 여성스러운 촉감에, 손 끝부터 정수리까지 짜릿한 전격이 흘렀다.
저번에 만졌을 때도 느꼈지만, 신시아는 지나치게 성장해버렸다.
한 손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라니. 손가락 틈 사이로 남은 살이 빠져나올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으응, 핫, 신부님...?"
"아, 좋은 아침입니다, 신시아."
너무 주물러댔던 탓일까. 신시아가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신시아라면 거부하지 않으리라. 오히려 달콤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내 이성을 녹이고...
"...오늘은 만지는 거 금지야."
신시아가 내 손목을 잡더니, 그대로 멀찍이 떨어뜨렸다.
"시, 신시아? 갑자기 어째서? 혹시 화라도 났나요?"
"흥. 화났어. 그것도 엄청."
신시아를 만질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하는 나도 이상하지만, 갑자기 화를 내는 신시아도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뭐지? 대체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난 거지?
"혹시 어제 잘 자요 키스를 빠뜨려서 그런가요?"
"아니야. 그런데 안 해줬어? 흥흥, 지금 그걸로 또 삐졌어."
"어제 신시아가 아팠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비슷하지만... 그것도 아니야. 신부님이 열심히 싸운 건 아네모네한테 들었으니까."
"그럼 대체 뭔가요, 신시아?"
똑바로 말해주지 않는 신시아의 태도에 내가 다 답답할 지경이다.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신시아의 모습이었는데, 오늘따라 갑자기 왜 이럴까.
"이렇게 부탁할게요. 이유를 알려 줄래요?"
간절한 눈빛을 보내자, 신시아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네모네랑, 아네모네랑 데이트하러 갔잖아!"
"네? 데이트요?"
"아픈 나는 걱정하지도 않고! 아네모네랑 오붓하게 대화나 하고! 이미 다 알고 있거든!"
아, 용사 일행의 성녀와 얘기를 나눈 걸 말하는 건가.
확실히 신시아의 말에 틀린 건 없다. 신시아에게 바로 달려가지도 않았고, 아네모네와 딴 길로 빠져 즐겁게 대화를 나눴으니까.
"음, 확실히 제 잘못이네요."
"흥! 흥! 신부님 미워! 신부님 싫어!"
신시아가 내 이불을 뺏더니, 그대로 자신의 몸에 돌돌 말아 멀찍이 떨어져 버렸다.
한 번 삐지면 오래 가는 신시아니까, 지금 마음을 풀어주지 않으면 곤란해질 게 뻔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입을 맞춰대면 역효과만 날 거니까. 흐음... 좋아.
"정말로 제가 싫나요?"
"싫어! 미워! 오늘은 신부님이랑 손도 안 잡을 거니까!"
"흐음, 그런가요."
신시아를 내버려 두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예상과는 다른 행동에, 신시아가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시, 신부님?"
"신시아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죠. 눈앞에서 사라져 드릴게요."
"신부님, 그런 뜻이 아니라..."
계획대로. 신시아가 어쩔 줄 몰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아침 키스나 잘 자요 키스도 안 할게요. 싫어하는 사람과 그런 짓을 할 셈은 아니겠죠?"
"아, 으, 신부니임..."
"잘 있어요, 신시아. 저는 당신이 말한 대로... 아네모네나 만나러 가야겠군요."
"안 돼!"
방 밖으로 나가려 하자, 신시아가 허겁지겁 일어나 내 옷깃을 붙잡았다.
"신부님, 싫어하지 않아. 아까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야...!"
"글쎄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데요?"
"아니야, 진심이야! 신부님 좋아! 신부님 사랑해! 그러니까 내 앞에서 다른 여자 얘기는 하지 말아 줘...!"
어느덧 신시아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약해져선 안 된다.
"우으, 훌쩍, 가지 마, 신부님...!"
"신시아. 거짓말은 나쁜 행동입니다. 나쁜 짓을 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시아도 알고 있죠?"
"훌쩍, 죄송, 훌쩍, 합니다아."
울먹거리는 눈. 의기소침한 표정.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
아, 저런 모습을 본다면 신시아가 어떤 대죄를 지어도 용서해주고 싶어 진다.
"신시아."
"훌쩍, 신부님. 흐앗?"
그대로 몸을 돌려 신시아를 품에 안는다.
역시 난 할 수 없다. 이렇게나 귀여운 자매님에게 질 나쁜 장난을 친다니.
"제가 신시아를 두고 떠난다니, 그럴 리 없잖아요."
"훌쩍, 로렌스, 오빠?"
"뚝. 울지 말아요. 우는 모습도 예쁘지만, 신시아는 활짝 웃는 모습이 제일 잘 어울리니까요."
"응, 훌쩍, 알겠어."
"자, 신시아."
신시아의 볼을 잡고, 그대로 산뜻한 아침 인사를 한다.
울어서 그런 걸까, 신시아의 입술에서는 짠맛이 느껴졌다.
"이제 좀 기분이 풀렸나요?"
"응..."
"사과의 의미로... 오늘은 하루 종일 신시아랑 있어야겠네요. 그렇지, 팬케이크라도 만들어 줄까요?"
오늘 하루쯤은 신시아를 위해서 보내야겠다. 어디 보자, 우선 팬케이크를 만들 재료를 찾으러 주방으로...
"로렌스 오빠랑, 단 둘이서?"
"...신시아?"
콰지지직. 방을 나가는 유일한 출구가 붉은 마력으로 뒤덮였다. 이 끈적한 마기는 분명.
"신시아? 지금 무슨 짓을..."
"히힛, 에헤헤. 로렌스 오빠랑 단 둘이 있을 수 있어. 하루 종일, 1분 1초도 빼놓지 않고."
"신시아, 갑자기 검은 날개는 왜...?"
"로렌스으, 오, 빠아."
신시아의 눈에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설마, 반쯤 장난이었던 도발 때문에 감정이 격해져서?
"신시아, 일단 진정하세요!"
"오늘은 만지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을 거야."
"이런...! 크리스! 아네모네!"
이건 상정 외의 사태다. 이대로 가다간 분명 먹혀버린다. 물리적인 의미로.
"아이 참, 오빠도. 다른 여자 이름은 얘기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치?"
"오웨인! 오웨이인!"
신시아가 천천히 다가온다. 한 발자국 씩 천천히.
이대로 가다간, 내 안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신께 기도를 드리며 운명을 저주하던 그때.
"로렌스 씨? 부르셨습니까?"
""아.""
문 밖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상황을 타개해 줄 유일한 사람의 목소리가.
* * *
"마침 맞게 오셨군요, 오웨인."
"신시아 씨의 표정을 보니, 썩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요."
소파에 다소곳이 앉은 신시아가 오웨인을 노려 보았다. 생기를 잃은 눈으로 누군가를 죽일 듯이.
"마침 말씀드릴 사안이 있어서 말입니다."
"사안?"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오웨인이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국의 마왕 추종자가 습격을 받았습니다." "제국 말씀이십니까?"
"네. 몰래 뒤를 쫓던 흑색 마탑의 마법사가 전한 소식입니다."
기사단장 올리비에. 그리고 그녀의 종자인 렉스.
마왕 후보자 쪽은 몰라도, 올리비에가 함께라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사단장'은 기사단 하나와 맞먹는 전투력을 지녔으니.
"기사단장 올리비에가 당했다는 말입니까?"
"아뇨. 올리비에는 큰 부상이 없습니다. 문제는 마왕 후보자 쪽인데..."
청색 마탑주 베론. 그자라면 어떻게든 마왕 후보자를 확보하려 했으리라.
"실종되었습니까?"
"아뇨, 아닙니다. 오히려 이쪽도 중상은 없었죠. 다만 상태가 조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라는 표정을 짓는 오웨인. 대체 무슨 상태이길래 저러는 걸까.
"봉인 상태입니다"
"봉인, 이요?"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곤란한데, 마왕의 힘을 조금도 발현할 수 없는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편할 겁니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요?"
파마(??)를 주력으로 삼는 성국에서도, 마기를 억제하는 로자리오를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봉인이라니.
"네, 이론 상으로는. 물론 시전 대상의 육체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는 하지만요."
"잠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베론의 목적은 마왕 후보자의 힘을 탈취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제가 찾아온 겁니다."
오웨인이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로렌스 씨. 이 사건의 조사를 맡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조사라뇨? 흑색 마탑에서 이미 정보를 모은 게..."
"저희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말씀드린 겁니다. 로렌스 씨는 이단심문관 출신이시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 이단심문관의 감으로 봤을 때, 사건의 배후에는 무언가가 있다.
사건의 냄새. 음모, 계략, 위증과 허언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저야 도움이 된다면 기쁩니다. 하지만 아직은 신시아의 곁을 지켜야..."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
"맡겨만 주세요, 신부 오빠!"
아네모네가 자신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
"괜찮겠습니까, 아네모네?"
"물론이죠! 누군가를 보듬는 건 성녀의 의무니까요!"
"저도 함께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로렌스."
크리스도 있으니 큰 걱정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신시아가 눈에 밟힌다.
"신시아..."
"괜찮아, 신부님. 우리한텐 내일도 있으니까. 신부님에겐 해야 할 일이 있잖아?"
"이해해 줘서 고맙습니다, 신시아."
이동해야 할 장소는 수도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
기사단장 올리비에와 마왕 후보자 렉스가 그곳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다.
차원문을 이용할 것이기에 며칠씩 걸리는 건 아니지만, 신시아의 곁을 지킬 수는 없게 된다.
"보아하니 당신도 같은 상황이군요, 카일."
채비를 갖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공국의 기사, 카일. 그도 사건 조사를 위해 갑옷을 차려입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부."
"당신은 갈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저도 그러고 싶지만... 오웨인 씨가 말하더군요. 공정한 조사를 위해 각 나라의 인물이 모두 필요하다고. 아가씨께서도 같은 생각이셨고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카일은 계속 아나스타샤를 흘겨보았다. 저쪽도 상황은 마찬가지로군.
준비를 마치자, 오웨인이 우리 앞에 다가와 말했다.
"그럼 곧 출발시키도록 하죠."
"음? 오웨인, 당신은 가지 않는 겁니까?" "원래라면 저도 가야겠는데... 아쉽게도 바쁜 일이 생겨서요. 대신 이분이 가실 겁니다."
오웨인의 말과 함께,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우리 앞에 섰다.
흑색 마탑의 마탑주, 길버트. 우리와 동행하는 건 그자였다.
"마탑주 님이 직접?"
"이건 외교적인 문제이니 말일세. 무엇보다, 한때나마 흑색 마탑이 맞이했던 손님이기도 하고."
"대신 부마탑주 님이 마탑에 남기로 하셨습니다."
차원문을 타고 떠나는 건 나와 카일, 그리고 마탑주 길버트와 휘하의 마법사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오웨인. 마탑을 잘 부탁하네."
"어련한 말씀을."
오웨인이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그가 있다면 마탑은 걱정 없을 것이다.
지이잉. 길버트의 손짓에 맞춰, 허공에 검은 차원문이 열렸다.
"신부님, 몸조심 해!"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신시아."
신시아에게 손을 흔든다. 그녀의 곁에 있는 아나스타샤는...
"카일, 조심해. 걱정은,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아가씨."
어쩌면 이번 건을 통해 베론의 행방을 밝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애써 가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차원문 너머로 발을 디뎠다.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마탑주 님."
오웨인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차원문이 점차 닫히기 시작했다.
그래, 괜한 걱정은 하지 말자.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서둘러 일을 마치고 신시아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 *
일행이 떠난 차원문의 앞. 오웨인이 안경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저한테 맡기십시오. 전부."
"...안경 오빠?"
"아, 이만 저희도 돌아갈까요?"
오웨인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네모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시아의 손을 붙잡고 방으로 돌아갔다.
크리스도 둘을 따라가고, 남은 것은 아나스타샤 뿐.
"걱정되나요? 당신의 기사가?"
"...약간."
"사이가 좋으시군요. 전 그런 모습을 좋아하거든요."
"이만 돌아갈게."
아나스타샤가 발걸음을 돌렸다.
방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내디딘 그 순간.
"...읏."
"괜찮으십니까, 아나스타샤?"
순간 중심을 잃은 아나스타샤가 발을 헛디뎠다. 오웨인이 팔을 잡지 않았다면 그대로 넘어졌으리라.
"그러면 안 되죠. 위험하잖습니까."
"...고맙지만, 이 팔, 놔 줘."
"물론이죠."
오웨인이 웃으며 아나스타샤의 팔을 놓았다.
아나스타샤가 머리를 짚었다. 왜 이럴까. 아까부터 현기증이 점점 심해진다.
"몸이. 이상..."
"그럼 곤란하죠."
"...뭐?"
"당신은 다치면 곤란하니까요."
아나스타샤의 눈이 점점 감긴다.
의식을 잃기 직전에 본 오웨인의 표정은, 뭔가 달라서.
* * *
"...성녀님."
"응? 왜 그래요, 크리스 언니?" "뭔가 조용하지 않습니까?"
아까부터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크리스가 주위를 살폈다.
평소와 다르게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하기에 느껴지는 이질감.
"잠시 밖을 보고 오겠습니다."
"조심히 다녀 와, 크리스 언니!"
신시아가 크리스에게 손을 흔들었다.
끼이익, 탁. 방문을 닫은 크리스가 고개를 들어 탑 위쪽을 바라보았다.
천장이 보이지 않는 탑. 무언가가 이상했다.
'아니, 아니야.'
위쪽이 보이지 않는다. 탑이 너무 높아서가 아니다. 시야를 가리는 무언가가 탑을 가득 채워서.
"검은... 안개?"
상황의 급변을 눈치챈 크리스가 검을 뽑았다.
저벅, 저벅. 누군가가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 멈추십시오."
"......"
기괴한 형태의 가면을 쓴 로브의 남자.
제국의 마왕 추종자를 습격한 자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크리스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결코 같은 편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정체를 밝히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베겠습니다."
"신경 쓰이는 장애물이로군."
왜곡되고 뒤틀린 목소리. 이 자는 적이다. 크리스는 그렇게 직감했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다. 성녀를 지키고, 신시아를 지키는 것. 그게 크리스의 사명이기에.
눈앞의 강적에 맞서, 크리스는 신에 대한 기도를 드리며 속으로 다짐했다.
'어떻게든 버텨야 해. 로렌스가 올 때까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