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폭풍이 오기 전에(3)
* * *
"오빠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아요."
크리스의 재판이 취소가 된 바로 그날, 디나가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말했다.
"오빠라면, 드레이크 부국장을 말하는 겁니까?"
"네. 뜸하긴 해도 일주일 내내 편지가 안 온 적은 없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드레이크의 여동생 사랑은 유명하다. 어떤 사지(死?)에 있더라도 디나에게 편지를 쓰는 것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어떤 위험한 임무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당신의 오빠라면 충분히 그럴 법한 사람인데."
"그럴 리 없어요! 봐요, 이 편지!"
평소답지 않게 성을 내며 디나가 내게 편지를 건넸다.
잃어버리지 않게 품에 꼭 보관한 듯, 편지는 꼬깃꼬깃하고 따뜻했다.
'디나에게.
곧 일이 마무리 될 거야. 이번 일이 끝나면, 어쩌면 얼굴을 볼 시간이 있을지도 몰라. 그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드레이크의 편지에는 모두 비슷한 말이 적혀 있었다. 자신은 어떤 임무를 수행 중이고, 이번 일이 끝나면 디나와 만날 수도 있다는 내용.
"혹시, 혹시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디나가 몸을 떨며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른 나이에 부모를 잃고 남매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았을 테니, 저렇게 불안에 떠는 것도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나도 신시아가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면... 정신을 놔버릴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크리스의 건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니, 오늘은 같이 부국장을 찾아보죠."
"정말요, 로렌스 오빠?"
울먹거리기 직전이었던 디나의 표정이 환해진다. 굳이 디나 때문이 아니어도, 나도 드레이크에게는 용무가 있었으니까.
에델.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 만한 사람은 드레이크 밖에 없다.
비록 크리스가 슬픈 일에 휘말리게 되어 올해도 파티는 흐지부지 될 것 같지만... '이건' 전해주고 싶으니까.
"신부님, 신부님!"
그때, 신시아와 아네모네가 급하게 뛰어왔다.
아네모네의 손에 든 저건... 작은 새?
"신부님. 새가, 검은 새가 창문 밖에 쓰러져 있었어!"
"상처를 봐주세요, 신부 오빠!"
아네모네가 내게 상처 입은 새를 건넸다.
온몸을 검은 물감으로 칠한 듯 검은 깃털로 뒤덮인 새는, 몸 여러 곳에 피를 흘리며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에 걸린 이건.
"로렌스 오빠, 이 새는...!"
"...저도 눈치챘습니다, 디나."
이 새는 우연히 다치게 된 까마귀 같은 게 아니다.
전서구(?書?). 마법이나 성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새의 일종.
그 중에서도 검은 비둘기를 사용하는 집단은 한 곳밖에 없다.
이단심문관. 어둠을 틈타 중요한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 그들만이 검은빛의 비둘기를 사용한다.
"고도로 훈련받은 전서구는 쉽게 다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상처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공격한 흔적이군요. 이 전서구를 죽일 목적으로."
"끼익, 삐이이익..."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데도, 전서구는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듯이 몸을 움찔거렸다. 아마도 발에 달린 쪽지를 전달하기 위해서겠지.
'전서구의 목적지는 이곳이었다. 이 새의 정체가 뭔지 아는 사람은 나와 디나밖에 없고. 그렇다는 건... 에델이거나 드레이크인가.'
조심스레 비둘기의 다리에 묶인 쪽지를 풀어 펼쳤다.
그 모습을 본 전서구는 안심이 되었는지, 몇 번 부리를 뻐끔거리더니 그대로 눈을 감았다.
"쨰, 짹쨱아! 신부 오빠! 쨱쨱이가...!"
"...그만 놓아주자, 아네모네. 무덤을 만들어 주면, 이 새도 좋아할 거야."
아네모네의 팔을 잡은 신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상처가 너무 심했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게 기적일 정도로. 하지만 이 새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다했다. 내 손에 있는 이 쪽지가 그걸 증명한다.
"뭐라고 적혀 있어요, 로렌스 오빠?"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특별한 방법을 써야 보일 테고요."
근처에 일렁이는 촛불에 쪽지를 가져다 대었다. 나와 로제리오가 많이 써먹던 방법이기도 하지만, 드레이크도 이 방법을 즐겨 쓴다.
종이가 불에 그슬리더니, 이윽고 숨겨진 글씨가 조금씩 떠올랐다.
"...이건."
쪽지에 떠오른 건 편지 같은 게 아니었다.
'달무리 여관'. 어딘지 모를 어떤 장소만이 쓰여 있을 뿐이었다.
* * *
성국의 중심에는 성도(??) 닌우르타가 있다. 그리고 성도의 중심에 있는 휘황찬란한 순은의 건물. '교황청'.
오직 선택받은 몇 명만이 출입할 수 있는 이곳에, 어떤 남자가 일곱 신의 동상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엔릴, 엔키, 닌후르삭, 난나, 인안나, 우투, 에레쉬키갈이시여. 우리의 위대한 일곱신이시여. 저의 기도를 들으시옵고..."
성국의 최고 지도자. 교황 '프란체스코 2세'.
성국의 우상인 성녀와 더불어, 길 잃은 어린양을 구원할 성국의 기둥 되는 자였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으나 눈은 총기(??)를 잃지 않았고, 머리는 하얗게 새었으나 그 안에 담긴 지식과 지성은 흠잡을 데 없었다.
"우리 모두를 구하소서. 선량한 자를 구하시옵고, 참회한 자를 구하시옵고, 믿는 자를 구하시옵고, 믿지 않는 자 또한 구하시옵소서."
교황의 일과는 대부분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났다.
그는 이 대륙에서 몇 안 되는, '신의 존재를 눈으로 본 자'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사실인지는 논쟁이 분분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대륙을 '운명'으로부터 구하시옵소서."
교황의 기도가 끝을 맺었다. 하지만 예배소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단 한 명, 교황의 뒤편으로 다가오는 어떤 여인의 존재를 제외하면 말이다.
"...오실 생각이셨다면 미리 말씀을 주시지 그랬습니까."
늙은 몸을 애써 들며 교황이 여인을 맞이했다.
그 누구도 침범하지 않은 새하얀 눈밭처럼, '깨끗하다'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흰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여인.
성국의 세 성녀 중 하나. '빛의 성녀'. 교황을 기다리고 있던 여인은 그녀였다.
"제가 어찌 감히 교황의 기도를 방해할 수 있을까요."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성녀가 천천히 교황의 곁으로 다가갔다.
"당신의 신실함은 일곱 신도 분명 알아줄 겁니다. 프란체스코."
"...저의 믿음을 시험하는 겁니까."
교황은 성녀의 눈을 감히 마주치지 못했다. 경어를 쓰지도, 그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도 못했다.
"당신이 올린 기도는, 어떻게 보면 저에게 올리는 기도라고 봐도 좋을 테니까요."
"......"
교황, 프란체스코 2세는 신이 실존함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자다.
성법이 있다고 하여 신이 실존한다는 것은 아니다. 성녀의 존재가 신의 존재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교황은 신을 보았고, 신과 대화하였으며, 이윽고는 신에게 자신의 운명에 대해 듣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교황의 신앙심은 다른 이와는 격을 달리했다.
"그래서, 무슨 기도를 올리고 계셨던가요? 우리의 교황님은."
마치 가여운 사람을 보고 있는 것처럼, 성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교황의 얼굴을 직시했다.
"곧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영혼을 구원해주길 바랐나요?"
교황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것도 아니면, 감히 자신을 시해하려는 자들에게 지옥의 불을 내려주길 바랐나요?"
포기해라. 너의 죽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만 들리는 것 같았다. 달의 여신 난나에게서 계시를 받은 빛의 성녀의 말은.
하지만... 프란체스코 2세에게 그런 말은 무의미했다.
"...모든 이의 구원을."
"흐음?"
"마왕이라는 거대한 악에 맞서,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바랐습니다."
그의 말에 빛의 성녀는 얼굴을 구겼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교황은 훨씬 인간미가 없는 사람이었기에.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네요. 달의 여신께서 제게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빛의 성녀가 교황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교황 프란체스코 2세는 오늘, 해가 지기 전에 광신도의 손에 목숨을 잃을 것이다, 라고."
달의 여신, 난나. 마법과 예언의 여신. 그녀가 내린 예언은 단 한 번도 틀어진 적 없다.
"당신은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찬란한 빛을 보지도, 신들께 기도를 올릴 수도 없지요."
"알고 있습니다."
"설마 당신만 죽으면 끝날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아뇨, 아니겠죠. 예언에는 성도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성국의 깃발이 꺾일 것이라고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발버둥 치지 않죠? 운명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흘러가는 강의 방향도 바뀔 수 있으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조금도 변하지 않는 교황의 표정에, 성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죠?"
목숨을 잃는다. 그것도 한 나라의 지도자가.
목숨의 가치는 결코 동등하지 않다. 일국의 교황과 빈민가의 거지의 죽음은 결코 같지 않다.
혼란에 빠질 것이다. 성국은 물론이고, 어쩌면 온 대륙이.
그런데도 눈앞의 이 남자는 이렇게나 평온한 표정을 짓는 걸까.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황의 대답은, 성녀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비록 제가 그날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안타까우나... 분명 이 대륙에 구원이 있으리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랬지. 교황은 처음부터 이런 남자였다.
길거리의 고아 출신이었으나, 깊은 신앙심과 성품 하나만으로 교황의 자리에 오른 자다.
용사의 탄생에 기뻐하고, 버려진 도시의 참상에 눈물을 흘렸다. 이 남자는 교황이기 전에 일개 성직자인 것이다.
"당신이 믿는 희망은."
"모든 것. 이 대륙을 밝힐 모든 횃불."
교황은 처음으로 빛의 성녀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용사 일행. 그리고 그들의 여정에서 힘을 보태는 대륙의 모든 자들. 그리고 저까지도."
비록 그의 몸은 노쇠하였으나, 영혼만큼은 어떤 이보다도 맑고 깨끗했다.
"횃불을 밝힐 장작이 될 수 있다면, 이 늙은 목숨 따위 아무런 미련도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네요. 지금의 인간들은."
대체 신이 그들에게 어떤 존재이기에 목숨을 바치려 하는 걸까. 인간의 목숨은 한 번 뿐인데도.
얼마의 세월이 흘러도, 빛의 성녀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사람'과는 너무 멀어져 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부디 신들이 당신의 뜻을 보살피기를."
"감사합니다, 성녀님. 아니."
교황이 입을 열려했으나, 성녀의 손동작을 보고 이내 그만두었다.
쉿.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댄 채 침묵의 사인을 전하는 성녀의 모습을 보고.
* * *
"곧 도착이군요."
"오빠가 이곳에 있을 거라고, 로렌스 오빠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달무리 여관. 성도 근처에 있는 작은 도시, 한편에 있는 작고 허름한 여관. 전서구의 쪽지가 가리킨 곳은 바로 여기였다.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쪽지에 적힌 필기체는 드레이크, 당신의 오빠의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비록 갈겨쓰긴 했지만, 필기체에 남은 미묘한 흔적은 틀림없이 드레이크의 것이었다.
글씨에는 급박함이 묻어났다. 평범한 상황이 아닌, 앉은자리에서 편지 하나 다 쓸 수 없는 상황임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의 급박함이.
"준비는 되었습니까, 디나?"
"꿀꺽. 물론, 물론이요."
신시아와 아네모네는 데려오지 않았다. 죽은 새의 무덤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곳에 둘을 데려오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맘 같아선 디나도 놓고 오고 싶었지만, 자신의 오빠의 일인 이상 그녀가 물러나지 않을 건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여관에는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딱히 그것 때문은 아니다.
조용함.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고요함. 만약 이곳이 함정이거나 적의 거처라면, 조금이라도 인기척이 들어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곳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마치 폭풍이 휩쓸고 간 평원의 모습처럼.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의문을 떨쳐 버리고, 문을 열고 안으로 나아갔다.
예상대로 여관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처리'되었거나, 처음부터 이곳의 세력과 한통속이었겠지.
"로, 로렌스 오빠... 이건..."
안쪽을 확인한 디나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경악했다.
바닥에 낭자한 혈흔. 그 안에는 총알에 머리를 꿰뚫린 시체 여러 구가 놓여 있었다. 그것도 전부 검은 제복을 입은 이단심문관들이.
'제임스, 크롬, 레벤타... 전부 아는 얼굴들이군.'
드레이크의 휘하에 있던 이단심문관들. 나와도 어느 정도 면식이 있는 자들이었다.
이거였나. 이런 기분이었나. 살아 있을 적의 모습을 알고 있는 자의 죽음은 크나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크리스도 마찬가지였겠지. 불쾌함이 극에 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쾌한 건.
"디나. 고개를 숙이세요."
"네?"
탕. 타앙.
디나의 고개를 스치며 총탄 두 발이 지나간다. 계단 뒤편에서 우리를 저격하고 있던 목숨을 빼앗을 탄환이.
투콱. 벽에 피를 흩뿌리며 축 쳐진 두 명의 그림자. 그들 역시 검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
"잠복? 하지만 인기척 같은 건...!"
"이단심문관입니다. 그것도 잠행에 능숙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자들이죠."
시체의 흔적을 천천히 살펴본다. 바닥에 있는 시체는 모두 하나 같이 총상이 남아 있었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 이단심문관들 간의 내전이 있었을 것이다.
"디나,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어쩌면 이 위에 있는 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디나가 계단 위로 올라갔다. 혈흔 자국을 따라 안으로, 더 깊숙한 곳으로 말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둘은 이 건물의 감시역으로 남은 듯했다.
"로렌스 오빠, 여기예요. 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요."
혈흔이 끊긴 문 앞. 누군가가 질질 끌려간 흔적이 보였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안에는 그자가 있을 것이다.
"셋을 세면 들어가는 겁니다. 하나, 둘."
셋. 문을 박차고 방안을 겨누었다.
아무도... 없었다. 우리에게 총을 겨누는 이단심문관도, 이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한 국장 키리에도.
"오라버니!"
단 한 명. 의자에 묶여 신음을 흘리고 있는 드레이크를 제외하면.
"...부국장."
"크헉, 로... 렌스."
고문의 흔적이 보였다. 전신에 낭자한 얇게 베인 상처. 이 흔적은... 국장 키리에만이 낼 수 있는 상처다.
"면목, 쿨럭, 없다..."
"말하지 마세요, 오라버니! 피가, 계속 피가 흘러나와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디나."
여기 있어선 안 되었다. 차라리 키리에와 맞닥뜨렸어야 했다.
이단심문회의 본부 중 하나로 보이는 이 여관. 이곳에 아무도 없다는 뜻은.
"로렌스, 내 말 잘 들어...!"
드레이크가 뭔가 말할 것이 있다는 듯 나를 향해 입을 뻥긋거렸다.
"국장님이, 키리에가."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지난날의 악몽을 깨우는 것만 같았다.
성국의 역사에 남을, 그런 끔찍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지금쯤이면, 성벽에 도착했을..."
"로렌스 오빠, 저기...!"
디나가 창밖을 가리켰다.
성도. 휘황찬란한 순은의 성벽이 세워진 요새 도시.
그 상공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