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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구더기짱-2화 (2/47)

〈 2화 〉 안녕, 마리안느.

* * *

소개를 받고 면접을 보러 간 곳은 커다란 까페였다.

[까페 인테리어가 어떤가?]

대기업 Akro의 사모님

이분이 오늘 나를 면접 보실 분이었다.

[제가 볼 때는 멋있어 보이는데요.]

[들인 돈에 비해 어째 잘 안된거 같아.]

이 까페는 사모님이 취미로 하는 까페라고 한다.

오늘 까페 2층은 사모가 통째로 쓰고 있었다.

[원래 남자는 안뽑는데 말이야.]

사모님이 찻잔을 들며 말했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우리 애가 좀 까칠해서 그런지 다들 못 버티고 그만두더라고.]

[그렇습니까?]

[조셉군은 남자지만 병원에서 여자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지?]

[예. 여자환자분들도 제가 케어한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우리도 남자는 뽑기 좀 그렇거든 근데 하겠다는 사람이 없네.]

사모는 그렇게 말하고 차를 마셨다.

[집안일은 좀 할줄 아나?]

[예. 혼자 산 기간이 길어서 요리든 빨래든 자신 있습니다. 청소도 직장 특성상 깔끔히 하는 편입니다.]

[그렇군.]

사모는 다시 차를 한모금 마셨다.

[첫 한달은 수습기간이라 적지만 수습기간만 지나면 원래 받던 월급에 3배는 나올거야.]

[3배말입니까?!]

조셉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하는거 봐서 보너스도 따로 챙겨줄테니 잘좀 부탁하네.]

[예! 알겠습니다 사모님!]

[그럼 조셉군만 믿겠네.]

사모는 찻잔에 남은 차를 마셨다.

그렇게 조셉은 면접에 합격했다.

원래 조셉은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그러던 중 병원장님이 조셉을 부르더니 제의를 했다.

지인분의 따님이 교통사고로 팔다리를 못 쓰는데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

근데 뽑기만 하면 금방 그만둬서 사람을 못구하는데

조셉이 하면 어떻겠냐는거다.

조셉이 하겠다고 말하자 바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면접을 보는 사람은 Akro의 사모님이셨다.

Akro은 엄청 큰 기업이었다.

조셉이 돌볼 사람이 Akro 그룹 오너의 따님이라고 했다.

이름은 마리안느

원래 멀쩡했으나 몇년 전에 교통사고로 팔다리를 못 쓴다고 했다.

조셉이 할일은 그런 아가씨를 돌봐주는 일이었다.

조셉은 차를 타고 사모님이 보내준 주소로 갔다.

아가씨는 시골에서 혼자 따로 살고 있다고 했다.

차로 두시간 정도 달리자

아가씨가 있다는 집에 도착했다.

집은 부잣집답게 엄청나게 컸다.

주변에는 다른 집은 없었다.

조셉은 차에서 내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에서 무슨일로 오셨냐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를 돌볼 간호사로 왔는데요.]

그러자 들어오라며 문이 열렸다.

조셉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 달려나왔다.

[드디어 오셨군요.]

창백해보이는 여성분이 나왔다.

여자는 꼴이 말이 아니였다.

[예.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일할 조셉이라고 합니다. 혹시 전임 간호사 분이신가요?]

[예. 예. 맞아요. 아가씨는 안에 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예? 저만 냅두고 갑자기 갑니까?]

갑작스럽게 전임자가 간다하자 조셉은 놀랐다.

[인수인계 같은 건 안합니까? 주의사항이라던가 그런 건 알려주고 가셔야죠.]

[주의사항이요?]

전임자는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아가씨가 뭘하든 뭐라하든 버티세요. 버틸 수 있다면 말이죠.]

전임자는 부랴부랴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이제 전 잠시라도 여기 있고 싶지 않네요.]

전임자는 양손에 짐을 챙겼다.

[그럼 열심히 하세요!]

전임자는 후다닥 도망갔다.

조셉은 하는 수 없이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입구부터 엉망진창 이었다.

[야! 이새끼야! 내가 시킨거 어쨌어!]

집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셉이 안으로 들어가자 여자애가 한명 있었다.

[마리안느 아가씨군요.]

조셉은 아가씨로 보이는 사람을 쳐다봤다.

조셉은 잠시 멍하게 있었다.

손발을 못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심했다.

마리안느는 팔다리가 없었다.

팔 부분만 아주 조금 남아 있을 뿐

사지 중 하나도 붙어 있지가 않았다.

사지가 교통사고로 절단 된 듯 했다.

마치 오뚝이 같았다.

[뭘 꼬라보는데? 내가 신기하냐?]

마리안느가 조셉을 째려보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아가씨를 모실 조셉이라고 합니다.]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인사했다.

[네가 새로 온 사람이야?]

[예. 잘부탁드립니다.]

마리안느는 조셉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남자가 간호사야?]

마리안느는 처음부터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예 뭐 어쩌다보니 그렇네요.]

[덩치는 산만한 남자가 간호사라니 나 같으면 쪽팔려서 못할텐데 말이야. ]

마리안느의 비아냥에도 조셉은 그저 웃었다.

[엄마는 나를 여기다 쳐박아놓고 남자간호사한테 나를 맡긴거야? 아주 그냥 버린 자식이다 이거지?]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니가 뭘 아는데? 건방진 새끼야.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 남의 가정에 참견질이야.]

마리안느가 조셉을 째려봤다.

[됐고 가서 밥이나 차려봐. 나 배고파.]

[드시고 싶은거 있으세요?]

[그런 건 물어보지 말고 좀 알아서 차려. ]

[알겠습니다.]

마리안느의 몰상식한 요구에도 조셉은 웃고 있었다.

조셉은 주방으로 가기 전에 복도로 나왔다.

조셉은 핸드폰을 꺼내 사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예 사모님 지금 도착했습니다. 전임자 분은 바로 나가셨고 이제 아가씨랑 만났습니다.

아 오늘부터 해외여행을 가신다고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뭔 일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셉은 통화를 마치고 웃었다.

[야! 뭐해! 밥 안차려?]

마리안느가 소리쳤다.

[예! 지금바로 하겠습니다!]

조셉은 주방으로 가서 식사를 준비했다.

만든 식사를 식탁으로 옮긴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다가갔다.

[그럼 아가씨를 식탁으로 옮길게요?]

[이상한데 만지기만 해봐? 바로 성추행으로 신고한다?]

[조심하겠습니다.]

조셉은 마리안느를 살며시 안아 식탁으로 옮겼다.

[보기에는 나쁘지 않네 빨랑 떠줘봐.]

마리안느는 고개짓으로 조셉에게 명령을 내렸다.

조셉은 식사를 떠서 마리안느의 입으로 옮겼다.

[맛 없어.]

마리안느가 한입 먹고 내뱉은 소리였다.

[이런 걸 먹으라고 준비한거야?]

[입에 안맞으신가요? 어디가 마음에 안드신지 말해주시면 다시 차리겠습니다.]

[됐거든? 이런 밥이나 하는 실력으로 뭘 해준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됐어! 배달이나 주문해! 이딴 새끼가 차린 밥을 먹겠다한 내가 바보지!]

조셉은 왜 다들 금방 그만둔다는 건지 알았다.

월급을 많이 준다지만 정신병 생길거 같은 일이었다.

[그럼 뭘로 시킬까요?]

[그런 것 까지 내가 정해줘야 해? 돌봐주는 사람이면 알아서 해줘야 하는거 아니야?]

마리안느는 화가 엄청 났는지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새끼. 가서 물이나 떠와!]

그러나 조셉은 가만히 있었다.

[뭐하냐고? 빨랑 가서 물 떠오라니까?]

[싫은데?]

[엣?]

마리는 갑작스런 조셉의 반말에 놀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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