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10화 (10/47)

〈 10화 〉 그래서 살아보기로 했다. 너와 함께

* * *

편지가 가고 3일이 지났다.

조셉은 사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메일이 간 걸 확인했다.

그러나 저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예. 사모님 혹시 메일 보낸 거 보셨습니까?]

[예. 그 3일 전에 보냈거든요. 아가씨가 쓰신건데 말이죠.]

[예?]

사모의 대답을 들은 조셉은 놀라서 잠시 말을 잃었다.

[......예. 뭐....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알아서 하겠습니다.......]

조셉은 통화를 끊었다.

통화를 마친 조셉은 고민했다.

대체 어떻게 답장을 하면 좋단 말인가.

마리안느………

대체 어쩌면 좋을까 우리는………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걸 끝낼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건만

운명이란 지독한 녀석은 조셉을 여기서 끝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끝나지 않는 삶은 아름다운 삶일지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나지 않는 삶은 추한 삶인지

아니면 끝나지 않을 삶이기에 끊나지 않는 것인지

조셉은 알 수 없었다.

끝나지 않는다면

끝날 때 까지 끝까지 가보는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끝이란게 나겠지.

부모님께 편지를 써보낸 후

마리안느는 상상했다.

자신이 보낸 구조신호를 부모가 알아차린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말이다.

이 집에 경찰들이 들이닥쳐서 조셉은 곤봉으로 두들겨 맞고 체포되겠지.

그러면 저 좆같은 싸이코 변태 쓰레기 한테서 해방되어서

이 개같은 상황이 모두 끝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마리안느의 상상과는 달리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경찰도 부모도 아무도 오지 않았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참다 못한 마리안느가 선수를 쳤다.

[그…있잖아.]

마리안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구더기짱?]

[........편지 보낸 거 말인데. 읽으셨데?]

[아.....그거 말인데 내가 그거에 관해서 할 말이 있거든.]

[.........뭔데.]

[혹시 말인데 구더기짱…편지에 대한거로 나한테 할말 없어?]

조셉이 알아차린 것일까?

마리안느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와서 이실직고 할 수는 없다.

[......말할게 뭐가 있는데...]

[진짜로?]

[어…진짜로…]

[아닌데~ 분명 있을텐데~]

조셉은 주머니에서 종이 한장을 꺼냈다.

[내가 구더기짱이 쓴 편지를 프린트 해왔거든.]

[보여줄테니 다시 한번 잘 봐봐.]

조셉은 종이를 펼쳐

마리안느가 쓴 편지를 보여주었다.

부모님께

저를 도와주실 분을 만났습니다.

알맞게 와주신 덕분에 아주 좋아요.

작은 것도 주의 깊게 살펴주세요.

편한 덕분에 세상근심 없이 지내요.

너무너무 좋아 요만큼도 불편한게 없어요.

저는 잘 지내니 걱정하지마세요.

사랑하는 딸

[다시 잘 봐봐. 진짜로 없어?]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입술이 열리지 않았다.

긴장으로 말할 수 없는 마리안느는 고개만 저었다.

[모르겠단 말이지......그러면 말이지.]

조셉은 빨간펜을 들었다.

그리고 편지가 쓰인 종이에 대각선으로 줄을 그었다.

빨간줄이 그이는 걸 보자

마리안느의 가슴에도 빨간줄이 그이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이래도 모르겠어?]

부모님께

저를도와주실 분을 만났습니다.

알맞게와주신 덕분에 아주 좋아요.

작은 것도주의 깊게 살펴주세요.

편한 덕분에세상근심 없이 지내요.

너무너무 좋아요만큼도 불편한게 없어요.

저는 잘 지내니 걱정하지마세요.

사랑하는 딸

[도, 와, 주, 세, 요.]

조셉이 한글자씩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이게 뭐야?]

마리안느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뭐냐고 내가 물어보잖아.]

[.......우!..우연이야!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거야!! 진짜야!!!]

순간적으로 급하게 아무 생각없이 말한거지만

마리안느 본인도 말도 안되는 변명이라 생각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편지를 쓰고 봤더니

대각선으로 저런 문장이 나온다고?

우연히 그렇게 될리가 없다.

복권1등에 맞는 것이 더 현실적이겠지.

[........구더기짱은 말이지 나를 너무 무시하네?]

조셉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게 우연이라고? 진짜 그렇게 생각해? 진짜로?]

조셉이 손가락으로 편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리안느는 너무 무서워서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마리안느가 가만히 있자 조셉은 혼자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이게 말이 되냐고! 하하하하!! 응? 이게 말이 돼?.....하….하……하아….이제 나도 모르겠다……]

지 혼자 웃던 조셉은 웃던 걸 멈췄다.

그러고는 갑자기

마리안느를 걷어찼다.

갑자기 발로 차인 마리안느는

발로 찬 공처럼 그대로 날아갔다.

그러자 마리안느는

제대로 비명도 못지르고 날라갔다.

[켁…..케켁…..우으……..]

마리안느는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했다.

[.............야 이 구더기새끼야.]

조셉이 마리안느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쭈그려앉아 마리안느를 내려다 보았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우으으으……]

마리안느는 고통스러워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너무 무서워서 온몸이 떨렸다.

[솔직히 니가 말해놓고도 너무 현실성 없는 변명 아니냐?]

솔직히 저 편지가 우연히 써진거라고 누가 믿는단 말인가.

[구더기라지만 너무 구더기 같은 변명이잖아. 이게 말이 되냐고…응? 안그래?]

조셉은 마리안느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대, 답, 하, 라, 고.]

조셉은 붙잡은 머리채를 흔들었다.

마리안느는 아프고 겁에 질려서 울기만 했다.

뭐라 변명해야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뭐라 말하든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저 가만히 웅크리면서 이 상황이 지나가길 빌었다.

[.........대답 안할거야?]

조셉은 머리채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갑작스럽게 내려놓아서

마리안느의 턱이 바닥에 부딪혔다.

아픈 충격이 마리안느에게 전해졌다.

[..........마리안느.....내가 한가지 사실을 알려줄게.]

조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리안느가 쓴 편지를 부모님한테 보내줬거든. 근데 기다려도 답장이 안오더라고.]

[그래서 내가 연락해봤지. 혹시 편지 보셨냐고 말이야. 그랬더니 그놈들이 뭐라 했을까?]

[글쎄 말이지. 바빠서 못 봤다고 나보고 대신 답장을 써달라하더라?]

마리안느의 부모는 편지를 읽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마리안느의 구조신호는 가볍게 무시당했다.

[불쌍해서 어떡하니? 기껏 잔머리 굴려서 쓴 편지였는데 씹혔네?]

마리안느가 보낸 구조신호는

마리안느를 옭아매는 목줄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 불쌍한 마리안느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봤어.]

그렇게 말하며 조셉은 방안에 들어갔다.

방안에 들어갔던 조셉은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내가 2가지 선택을 줄께.]

조셉은 두손에 각각 서로 다른 물건을 들고 있었다.

한손에는 올가미를

다른 손에는 개목걸이를 들고 있었다.

개목걸이는 조셉이 선물이랍시고 사왔던 그 목걸이였다.

[하나는 이거야.]

그렇게 말하며 조셉이 올가미를 흔들었다.

[이걸 선택하면 이걸 목에 걸고 인간으로 끝내는거야]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란 말인가?

[다른 건 이거야.]

조셉은 개목걸이를 흔들었다.

[그 때 내가 선물했던 건데 기억나? 이걸 선택하면 이 목걸이를 차고 나만의 구더기로 살아가는거야.]

[어느 쪽을 선택하든 마리안느의 선택을 존중해줄께.]

조셉은 양손을 내밀었다.

[자. 무엇을 고를거야?]

마리안느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조셉이 뭐라는지 이해가 안갔다.

아니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갔다.

올가미?

개목걸이?

편지를 무시한 부모?

갑자기 찾아와 자신을 구더기라 부르는 미친싸이코변태새끼?

사지가 없어진 자신?

이게 현실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꿈 같은 상황인데?

그것도 개꿈 중에 개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이 모든게 엉망진창이고 좆 같고 최악이고 말도 안되지만

얻어맞은 곳은 너무나도 아팠고

공포로 몸은 덜덜 떨리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런 감각들이 이게 내 삶이라고

이 개꿈 같은 상황이 진짜라고 지독할 정도로 소리치고 있었다.

이런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면 좋단 말인가.

……그렇다면 차라리………저새끼가 말한 것 처럼

그냥......모두........끝내는게……좋지 않을까……?

마리안느는 조용히 울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마리안느를 조셉은 가만히 지켜보면서 기다려주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마리안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조셉 쪽으로 천천히 기어갔다.

기어간 마리안느는 조셉의 손에 들린 물건을 입에 물었다.

조셉은 마리안느가 택한 선택을 목에 걸어주었다.

조셉이 선물해주었던

개목걸이를 말이다.

[이제부터 같이 잘 지내보자 구더기짱?]

[......네......]

그렇게 마리안느는 구더기로 살아가길 택했다.

미친 남자를 따르며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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