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청소하고 가꾸었고
* * *
조셉이 오고 난뒤
더럽고 지저분하던 집은 깔끔해져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런 변화를 마리안느가 모를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게 조셉 덕분이라는 것도 말이다.
싫든 좋든 조셉이 일하는게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마리안느 곁에 있는 사람은
조셉 한명 뿐이니까 말이다.
혼자서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셉이 옆에 붙어서 마리안느를 돌봐줘야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셉이 뭐하는지 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리안느는 딱히 할것도 없었다.
마리안느는 일어나면 TV나 보면서 시간을 때웠지만
대낮에는 TV에서 재밌는 방송은 하지 않고
노인네들이나 볼만한 것들이나 틀어주었다.
그러다보니 마리안느 본인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조셉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리안느가 지켜본 결과.
조셉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빨래, 설거지, 식사준비, 청소는 물론이고
보일러를 정비하거나
세탁기를 분해해서 청소하거나
정원을 가꾸고 정리하는 등
너무나 열심히 일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리안느가 쓰는 욕실과 화장실도 개조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마리안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어봤더니
[매번 화장실 데려다주는거 귀찮아.]
그렇게 말했다.
조셉이 귀찮아서 저러는게 아니란 걸
마리안느는 알고있다.
정말로 귀찮은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마리안느는 직접 보았다.
예전에 있던 간호사들이 그랬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치고 열심히 일하다가
나중에는 마리안느 눈치만 보면서
대충대충 일하면서 농땡이만 부렸다.
밥을 먹이는 것도
식사가 아니라 사료를 차려주는 느낌이었다.
아침에는 시리얼 아니면 데워먹는 스프
점심과 저녁은 간편식이나 밀키트를 데워 주거나
밖에서 사온 음식을 주었다.
전에 있던 간호사들은 밥을 떠먹여주긴 했지만
먹여주기 귀찮은 티를 팍팍 냈다.
그런 티를 내며 맛없는 밥을 먹여주니까
식사시간은 괴롭기만 했다.
전에 있던 간호사들은 뭐든지 대충대충하면서 하기 싫다는 티를 팍팍 냈다.
그런 간호사들이 싫어서
마리안느는 일부러 트집잡고 화를 내고 잔소리를 했다.
그러면 마리안느 앞에서는 굽신굽신하지만
점점 더 안좋아질 뿐이었다.
그러나 결국
마리안느는 그런 년들한테나마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했다.
그러나 모두가 대충대충 일했던 건 아니었다.
맨처음 왔던 간호사는 마리안느 마음에 들었었다..
얼굴도 이쁘고 집안일도 어느정도 잘했다.
마리안느는 그녀가 돌봐주는 걸 고마워했다.
그녀는 마리안느에게 잘해주었다.
겉으로는 말이다.
그녀가 착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차린 건
한밤 중이었다.
그 여자는 밤이 되자
마리안느를 침대에 눕혀주었고
마리안느는 자려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 쯤 누워서 멍하니 있었는데
거실에서 그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리안느의 집은 고급자재로 지어져서 방음이 잘되었지만
그래도 고요한 한밤중에는 작은 소리도 벽을 넘어와 들렸다.
마리안느가 귀를 기울여보니
그녀는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통화내용을 들어본 마리안느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통화로 마리안느의 대한 뒷담을 까고 있었다.
마리안느의 대한 비판, 멸시, 조롱
몰래 듣고있는 마리안느의 마음을 상처입히는 내용이었다.
그런 것들을 듣고 싶지 않아도 마리안느는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마리안느에게는 귀를 막을 손이 없으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여느 때처럼
잘 잤냐고 미소지으며 인사하는 그녀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저런 미소를 짓는 사람이
어제는 나를 그렇게 씹어 대다니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천사인줄 알고 있었는데
결국 나만의 착각이었구나
천사가 아닌 인간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와 한집에 있는게 소름끼쳤다.
그래서 그녀에게 부탁해 부모에게 전화했고
부모에게 말해서 그녀를 해고했다.
그뒤로 다른 간호사가 왔고
마리안느는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며 짜증을 내고 화를 냈다.
어떤 인간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는 부모도 찾아오지 않았고
그렇게나 많던 친구들도 모두 연락이 끊겼고
친절하다 생각했던 사람은 자신을 얕잡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달랐다.
인간이 아니라 악마였다.
자신을 구더기라 부르고
마구 때리고
개밥그릇에다 밥을 먹이고
마구 매도하고 놀리고
지난번에는 정원에서 꽃을 심고있길래
저런 새끼도 꽃을 심는구나 싶어서 보고있었더니
마리안느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집안을 들여다보길래
TV 보는 척을 고개를 돌리며 모른척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리안느를 붙잡아
장대에 묶어서 매달아놓았다.
뜬금없이 장대에 매달리자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릴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거 같았다.
예수님은 사지를 못 박혀 매달렸고
나는 사지를 잃은 채 매달렸으니까
그렇게 매달려서
저 남자가 정원을 다듬는 걸 지켜보았다.
최악이었다.
최악이지만
그렇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밥은 잘 만들었다.
음식 솜씨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항상 제대로 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었다.
식사 때 마다 뭐가 먹고 싶은지
마리안느에게 꼬박꼬박 물어봐주었다.
개밥그릇에다 밥을 줬을 때는
굴욕감과 모욕감으로 가득찼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이쪽이 더 좋았다.
입을 대고 먹어야하지만
스스로 먹는게 마음편히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먹으면 입주변이 지저분해졌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면
조셉이 마리안느의 얼굴을 깔끔히 닦아주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눈치챘다.
조셉은 먹는 사람을 신경써서 만들고 있었다.
조셉은 마리안느가 입으로 먹기 좋도록
음식들은 잘게 잘라서 주고있었다.
그래도 입으로 먹기 힘든 음식들은
직접 먹여주었다.
마리안느가 생선을 먹고 싶다 말하면
가시를 전부 제거하고 요리해주었다.
집안일도 잘했다.
구석구석 꼼꼼히 광이 나도록 청소했다.
창틀이나 찬장 같은 곳도 빠짐없이 청소해주었다.
빨래도 자주자주 빨았다.
마리안느가 쓰는 이불을 매주 빨아서 햇볕에 널었다.
베개커버도 그때마다 갈아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바닥에 깔아놓은 카펫도
자주자주 빨아주었다.
그리고
조셉은 미친놈이었지만
자기를 구더기짱이라 부르는 싸이코였지만
그래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나 뒤에서나 마리안느를 대하는 태도가 같았다.
마리안느를 구더기라 부르며 매도하는 놈이
뒷담을 까봤자 이보다 더 심할수가 없었다.
발로도 까서 문제지만…
하지만 그렇기에
그야말로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
조셉이 대체 뭘하고 싶은건지
마리안느는 알 수 없었다.
괴롭혔지만 잘해주었고
변태였지만 그렇다고 강간이나 추행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 조셉이 마리안느는 이상했다.
조셉이 한참 청소 중이었다.
갑자기 마리안느가 물어봤다.
[왜 그렇게 까지 열심히 일하는거야?]
조셉 자신도 잘 몰랐다.
그러게. 왜일까
도대체 난 뭘하고 있는걸까
조셉은 자신이 뭘하고 있는지
뭘하고 싶은지 본인 스스로도 잘 몰랐다.
지나가다가
길바닥에 갓난아기 혼자있고 아무도 없는 상황에 마주친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아기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조셉은 그렇게 매정하지 못했다.
아기가 울면 안아서 달래주는 성격이었다.
도저히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아기가 혼자서 울고있으면
일단 안아서 달래주고
이 애를 어째야하나 고민하는
그런 성격이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간다.
아니면 불쌍하다 생각만하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기를 버리고 간 부모도 있다.
그런데 조셉은 차라리 그렇게 살고 싶었다.
항상 이게 문제였다.
독한 마음먹고 뭔가 좀 해보려하면
꼭 이렇게 뭔가에 붙잡힌다.
그냥 눈 딱감고 지나갈 수 있는 걸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그런 성격 때문에 손해 보고 살았다.
나는 이런 놈인가
뭘해도 이정도 밖에 안되는가
그런 자신이 싫었던 조셉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내 맘이야.]
[구더기짱은 구더기라 상관없겠지만 나는 깨끗한게 좋아.]
말하면서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빨개진 얼굴로 조셉은 말했다.
[나는 인간이라 더러운 쓰레기장에서는 못살아]
[그래서 그런거야.]
조셉은 점점 빨리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
[쓰레기!]
[굼벵이!]
[오줌싸개!]
[돈 많은 백수!]
[바보!!!!!!!!!]
그렇게 말하곤 조셉은 방에 들어갔다.
마리안느는 갑자기 지혼자 급발진하는 조셉이 어이가 없어
가만히 있었다.
로봇청소기만 뽈뽈거리며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 * *